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362)
1362화 범교를 쳐라!
허천애와 방백도가 함께 나서면 칠중천 무선을 상대로 싸우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게다가 그들의 무공은 퍽 기이한 데가 있었다. 둘이서 호흡을 맞추면 상대를 죽이지는 못해도 초휴가 범교를 없애버릴 때까지 붙들어 두는 건 충분했다.
허천애와 방백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들이 처음 초휴 휘하에 들어왔을 때는 별로 달가운 마음이 아니었다. 그러나 초휴의 실력이 점점 강해지고 곤륜마교의 위세가 강성해질수록 그들도 마음이 흡족해졌다.
초휴는 삼청전한테도 겁 없이 맞서는 인물이고 심지어 맞서서 이기기까지 했다. 따라서 그런 사람에게 패해 곤륜마교에 귀의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세밀히 따져보면 진정 실력을 지닌 자, 끼어들 만한 곳은 하나뿐이지요. 바로 삼청전입니다. 도존은 스스로 청정무위인 척 굴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대라천의 모든 분쟁이 그의 손바닥 위에 있습니다. 지금은 도존이 자리에 없지만, 하계의 안정 역시 중요합니다. 더군다나 정태일과 곽궁필은 저번에 우리한테 밀려서 물러났으니 원한을 품었을 겁니다. 따라서 끼어들 확률이 높습니다. 그래서 천하검종, 정확히 말하면 천하검도연맹더러 삼청전을 막으라고 말해두었습니다. 모백상이 두 사람을 막지는 못하겠지만, 몇 시진 시간을 끌어 서초를 늦게 벗어나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범교의 팔중천 무사 둘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이것도 이미 인선을 생각해두었습니다.”
“그게 누군가?”
“천마궁의 무상천마지요!”
* * *
천마궁에 다시 찾아온 초휴를 본 순간 무상천마는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남에게 의탁한 신세이니 꼬리를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지금은 실력을 다 회복하지도 못했다. 이 죽일 놈의 애송이를 제압할 방법이 전혀 없었다. 설마 또 실컷 두들겨 맞아야 하나?
“애송아, 원시마굴의 위치는 가르쳐 주지 않았느냐? 찾지 못했어도 내 탓이 아니다. 구체적으로 어디인지는 나도 모른다고 말했잖으냐.”
무상천마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두 차례나 두들겨 맞자 그도 이제는 학습효과가 생겼다. 일단 최대한 비위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했다. 물론 실력이 다 회복되면 그때 모조리 갚아주겠지만 말이다.
초휴가 웃었다.
“선배, 안심하시구려. 나는 선배를 손봐주러···. 아니, 어찌하려고 온 게 아니니까요. 원시마굴은 이미 찾았고 얻은 것도 만족스러웠다 그 말입니다. 모두 선배가 알려준 정보 덕분이지 뭡니까.”
초휴한테 선배 소리를 듣는 순간 무상천마는 솜털이 쭈뼛 섰다. 이 지독하고 악랄한 미치광이 애송이 놈이 왜 갑자기 깍듯하게 구는 걸까?
그는 대놓고 말했다.
“애송아, 원하는 게 있으면 그냥 말하면 된다. 본존한테 그렇게 꼬리를 흔들 건 없다 그 말이다.”
물론 무상천마는 미치광인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옛날에는 마도 일맥의 최절정 강자였다.
살면서 무슨 꼴을 못 봤겠는가?
초휴가 이렇게 깍듯하게 나오는 건 뭔가 꿍꿍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는 눈치챘다.
초휴는 담담하게 말했다.
“글쎄 선배를 어찌하러 온 게 아니라니까요. 그리 경계할 게 없대도 그러시는군. 내가 다녀간 뒤에 범교 루나가도 여기 왔었다고 들었소이다. 나처럼 선배를 실컷 두들겨 패고 원시마굴에 관해 물었다지요. 선배, 혹시 그자가 밉지 않소이까? 복수할 생각은 전혀 없는 거요?”
무상천마의 몸에서 마기가 요동쳤다. 기실 그는 루나가보다 초휴 네놈이 훨씬 더 지랄 맞고 끔찍하다고 욕을 퍼부어주고 싶었다. 그러나 면전에 대고 그리 말할 용기는 없었다.
“당연히 밉다.”
초휴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 잘 됐구려.”
그는 원신의 시신을 비전함에서 꺼내 무상천마에게 내놓았다.
“곤륜마교는 범교를 공격할 준비를 하는 중이올시다. 선배도 함께 나서 주었으면 해서 말이죠. 이건 원신궁에서 만들어 낸 완벽한 생령인데, 선배가 찾는 몸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 말이외다. 함께 범교를 치겠노라 약속만 하면 이 몸을 드리리다.”
무상천마가 뭐라 답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원공성은 기겁해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범교를 치겠다고? 이건 온 강호를 진동시키고도 남을 대사건 아닌가!
초휴는 원공성을 바라보더니 빙긋 웃어 보였다.
“원 궁주, 당연히 비밀은 지켜 주시겠지요. 그렇지 않소이까?”
원공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진작 이럴 줄 알았으면 아예 듣지 말 걸 그랬다 싶었다. 가끔은 모르는 것이 약이요, 아는 것이 병인 법이 아닌가.
정작 무상천마는 원신의 시체가 좀 꺼려지는 눈치였다.
“어째서 사람의 몸이 아니지? 이거야 짐승과 별반 다를 게 없지 않으냐? 본존더러 짐승의 몸에 들어가란 말이냐?”
초휴는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씀을! 짐승과는 당연히 다릅니다. 상고 마신의 몸을 모방하여 만들어 낸 완벽한 생령이라니까요. 만일 마음에 들지 않으면 이 몸을 써서 경지를 뚫은 뒤 새로 몸을 만들어 낼 수도 있는데 고민할 게 뭐가 있습니까?”
무상천마의 몸에서 마기가 휘몰아쳤다. 그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
“좋다. 네 말대로 하자!”
솔직히 말해서 원신의 몸은 완벽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아주 조금 하자가 있기는 했지만, 이 정도 육신이라면 구중천까지 오르는 것도 문제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그는 완벽한 육신을 원했으나 애석하게도 무상천마의 눈에 든 몸은 하나같이 그가 어찌할 수 없는 자였다.
그가 빼앗을 수 있는 자의 육신은 또 눈에 차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 눈앞에 놓인 원신의 몸이 괜찮은 선택인 건 분명했다.
무상천마는 곧장 원신의 몸뚱이로 흘러들었다. 다음 순간 마기로 둘러싸이는가 싶던 원신의 몸이 벌떡 일어섰다. 힘이 끊임없이 치솟으면서 그대로 팔중천까지 올랐다.
본래 원신은 오중천이나 육중천쯤 되는 실력을 갖추었고 무상천마 역시 그쯤 되었다. 이제 둘이 합해지니 팔중천까지 도달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초휴 역시 그런 결과를 예상했다.
실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무상천마는 느닷없이 광인처럼 웃어젖히기 시작했다. 초휴를 바라보는 시선에 깔보는 기색이 역력해졌다.
‘어리석은 애송이 놈 같으니, 역시 아직 어리군 그래. 약속은 어기라고 있는 거라는 사실도 모르나?’
바로 그때 초휴가 인결을 맺자 불꽃처럼 뜨거운 힘이 순식간에 무상천마의 몸을 관통했다. 끔찍한 비명과 함께 전신의 마기가 흩어졌다.
초휴가 담담하게 말했다.
“원신의 몸뚱이를 손에 넣은 후 연구를 좀 했다 그 말이오. 그것의 뿔에는 음과 양의 두 가지 힘이 응축되어 있습디다. 극양의 힘으로 가득한 뿔에다 극양 본원에 속하는 힘을 조금 더해 놓았죠.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소. 선배가 협조만 잘 해 주면 나도 그 힘을 쓸 일은 없을 테니까. 선배가 장차 실력을 회복해도 자연스레 그 힘을 없애는 게 가능할 테지만.”
초휴는 자신이 신의를 지키는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무상천마도 그러리라고는 믿지 않았다. 미치광이의 신의성실을 인정하겠다니 그런 바보 머저리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래서 처음 이 방안을 생각했을 때부터 원신의 몸에 술수를 부려 놓았던 것이다.
무상천마가 이를 갈았다.
“이 지독한 애송이놈!”
초휴는 태연했다.
“유비무환이라는 말도 모르시오? 자 이제 가십시다. 나와 함께 범교만 해치우면 선배는 자유란 말씀이요.”
어쩌면 풀려난 이후 너무 많이 매를 맞았기 때문인지 몰라도, 무상천마는 더 말하지 않고 얌전히 초휴를 따라 범교를 칠 준비를 시작했다.
곤륜마교로 돌아온 초휴는 즉각 인원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동제 황실에도 모든 힘을 총동원해 범교를 총공격할 준비를 하라고 연락했다.
이 정도 대규모의 병력이 움직이는 것이니 숨기려야 숨길 수가 없었다. 물론 초휴 역시 정정당당하게 정면으로 쳐들어갈 생각이었다. 무슨 음모나 계략 따위를 쓰지 않으니 숨길 필요도 없었다.
일이 알려지자마자 온 강호가 들끓었고 상계든 하계든 경악을 금하지 못했다. 대라천과 하계 사이에 줄곧 다툼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초휴가 동원한 공세는 하늘이라도 무너뜨릴 듯했다.
* * *
폐관하고 요양 중이던 루나가를 염마가 찾아가자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부상이 다 낫기 전에는 방해하지 말라고 했잖소! 하늘이라도 무너졌소?”
염마는 무표정하게 말했다.
“하늘은 멀쩡한데 땅에서 큰일이 생겼소. 당신 입방정이 아주 제대로 먹혔지. 초휴가 정말 쳐들어왔으니까. 그것도 전력을 다해서 밀고 들어오고 있소. 곤륜마교의 모든 힘을 동원해 우리 범교로 쳐들어오는 중이란 말이오. 우리에게 소식이 들어왔으니 초휴는 이미 출발한 뒤겠지.”
루나가는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럴 리가 있나? 대체 어떻게? 어디서 나온 자신감으로 그리한단 말인가?”
염마더러 조심해라, 만일의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 말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런 루나가조차 초휴가 정말로 공격할 줄은 몰랐다. 감히 범교를 치겠다고?
염마가 코웃음을 쳤다.
“그쯤 하구려. 이미 쳐들어오고 있는데 어떻게는 무슨 어떻게? 이것저것 따질 게 뭐 있소? 초휴가 오면 우리는 전력을 다해 응전할 뿐이지. 우리 범교가 초휴 따위에게 겁이라도 먹어야겠소? 당신이 출관하기 전, 대라천에 사람을 보내 범교에 있던 진법과 비장의 패들을 하계로 옮겨왔소. 초휴가 정말로 여기 온다면 살아서 돌아가지 못할 거요!”
루나가에 비하면 염마는 생각을 덜 하는 편이었지만, 지금 같은 때는 그가 루나가보다 훨씬 과감했다.
루나가도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같은 때는 무슨 방안이나 계획을 짜도 무용지물이었다. 염마가 말한 것처럼, 공격해오는 대로 맞서 싸우는 수밖에 없었다.
* * *
천라보찰에서는 제선선사를 비롯한 여러 무선 상좌들이 모여 의논하고 있었다. 이 일에 어찌 대처할 것인가?
제공이 웃으며 말했다.
“다들 뭘 그리 엄숙한 얼굴이오? 내가 보기에는 어찌 되든 좋은 일인 듯한데? 초휴가 전력을 동원해 범교를 친다? 이기면 우리 천라보찰의 숙적이 하나 사라지는 셈이지요. 초휴가 져도 범교는 원기를 크게 상하는 결과가 될 테니 우리는 어부지리를 누릴 수 있소. 그러니 나는 골치 아프게 따질 거 없이 구경이나 하면 된다고 보오.”
다른 사람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이건 범교와 관련된 일, 범교에 손해가 되는 일이라면 다들 기뻐하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그때 허운이 말했다.
“여러 상좌님, 초휴 그자는 마도 출신으로 수단이 악랄하고 심사도 악독합니다. 우리 천라보찰도 그와 원한이 있는데, 이 기회를 틈타 그를 해치우는 게 어떨까요?”
제선선사가 탄식했다.
“초휴를 해치우기야 쉬울지도 모르지. 하지만 개도 궁지에 몰리면 사람을 무는데, 만일 그자가 대라천의 그 사람을 풀어놓으면 누구도 원하지 않던 결과가 될 테니 문제 아니오. 허운, 우리도 초휴와 당신의 원한은 잘 알고 있소. 멸문의 원수와 어찌 한 하늘을 이고 살겠소.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대국을 생각해 주기를 바라오. 그 일은 나중에 다시 의논합시다.”
제선선사의 만류에 허운도 고개를 끄덕일 뿐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의 내리뜬 눈에는 한 가닥 어두운 기운이 스쳤다.
* * *
성하무원의 방도진은 소식을 접한 뒤 한동안 맥 빠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쓴웃음을 짓고 홀로 길을 나섰다. 전쟁에 끼어들 생각은 없었고 구경이나 할 셈이었다.
성하무원은 아무래도 저력이 부족했다. 맹성하가 없는 성하무원이 끼어들어 봐야 무슨 의의가 있겠는가.
각 대문파의 반응은 초휴가 예상했던 것과 일치했다. 성하무원은 나서지 않을 것이고, 삼청전은 관여하리라는 것 말이다.
초휴가 범교를 친다는 소식을 들은 곽궁필은 코웃음을 쳤다.
“초휴는 정말 정도를 모르는군요. 하계에 저 하나 어쩔 사람이 없는 줄로 아는 건지···.”
정태일이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관여할 수는 있지만, 억지로 끼어들지 않는 게 좋겠네. 범교와 초휴 간의 은원이니 우리까지 그 인과에 말려들 가치는 없으니 말이지. 하지만 초휴가 너무 방자하게 구는 것은 막을 필요가 있겠지. 그 정도면 딱 족할 테지.”
곽궁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됐습니다. 안 갈 테니 다녀오시지요. 어차피 이런 일에서는 전문가 아닙니까. 내가 갔다가는 초휴와 드잡이질부터 하게 될 겁니다.”
정태일은 그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이제는 그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곽궁필의 저 성격은 진짜일까, 아니면 시늉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