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368)
1368화 천혼의 등장
“초휴!”
터져 나온 노호성에 하늘이 찢어질 듯했다. 끝없는 천둥번개와 비바람이 허공을 찢어발기는 것이 거의 말세와도 같았다.
도존, 세존, 맹성하 역시 각자의 종문으로 돌아가서 그간 있었던 일을 들었다. 구중천 지존 강자인 그들이 없던 사이, 초휴가 그토록 신나게 설쳤을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한 사람의 힘으로 상하계 강호 하늘에 구멍을 뚫어 놓을 뻔했구나 싶었다.
그들은 범교 교주의 성정을 익히 알았다. 필시 반쯤 미쳐 있는 상태 아니겠는가.
이런 일이 생긴 이상 제일 먼저 초휴를 찾아가려 할 게 뻔했다. 그래서 그들 역시 곤륜마교로 향했다.
그때 곤륜마교 역량 대부분은 남만 분전에서 물러나 서극 곤륜산에 모여 있었다. 지금 곤륜마교는 이미 상하계 공히 최절정의 종문이 아닌가. 예전처럼 긴장에 가득 차서 남만 분전의 공간 통로 입구를 지키고 있을 필요 같은 건 없었다.
그리고 원길과 조황은 범교에서 얻은 재료와 각종 보물을 통해 곤륜마교의 진법 전체를 한 차원 끌어올릴 수 있었다. 하는 김에 무근성화의 힘도 좀 더 순조롭게 끌어와 곤륜마교 총단에 진하게 응축시켰다. 그러다 보니 다들 곤륜마교 총단으로 와서 수련하고 있었다.
초휴는 폐관 수련으로 팔중천 최절정의 경지를 안정시키던 중이었다. 그때 누군가 문을 억지로 열었다. 위서애가 진지한 얼굴로 문간에 서서 말했다.
“큰일이 났다. 제육천마종에서 보내온 소식인데, 대라천의 구중천 강자 네 사람이 모두 돌아왔다는구나.”
제육천마종은 남해 땅에 있었다. 대라천 강자들이 남해에서 중원으로 돌아오려면 제육천마종의 세력 범위를 지나야 했다. 초휴는 진작 사람을 보내 제육천마종에 해외의 동향을 감시하라고 알려둔 터였다.
그는 슬쩍 미간을 찡그렸다.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군요. 아마 얻은 게 없었던 모양입니다.”
초휴는 처음부터 그들이 장생천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장생천이 그리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이면 독고유아는 그 오랜 세월 동안 왜 허송세월했단 말인가?
“위 선배님, 진법을 발동하십시오. 제자들한테 전원 무근성화대진의 한가운데에 피해 있으라 명하시고요. 구중천 지존 강자가 오면 평범한 무선은 애초에 상대가 못 됩니다.”
위서애와 다른 사람들은 강적을 마주할 판이라 긴장했지만 초휴는 별로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팔중천 절정이었다. 두 쌍의 음양 본원이 안겨준 저력 덕분에 구중천의 지존 강자를 상대하게 되어도 어느 정도는 자신이 있었다.
더군다나 범교는 이미 멸문해 버렸다. 당황해 봐야 무슨 소용인가. 오면 오는 대로 막아 보는 수밖에.
위서애가 일을 안배하는 동안, 어마어마한 먹구름이 곤륜마교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지나치는 곳마다 십여 리 밖에서도 또렷이 보일 정도였다.
그 먹구름은 극도로 격노한 범교 교주였다. 범교를 멸망시킨 자가 초휴임을 알자 일순도 기다리지 않고 즉각 곤륜마교로 달려온 것이다.
범교 교주의 눈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하나의 얼굴에 선악의 두 가지 상이 있는 얼굴이 지금은 모조리 뒤틀리고 일그러졌다.
그의 머릿속은 오로지 하나의 생각으로 가득했다. 초휴를 죽여 범교가 무너진 자리에 묻어주리라!
거대한 폭음이 울림과 동시에 칠흑처럼 검은 멸세지전이 허공을 갈랐다. 스치는 곳마다 모든 게 녹아 사라지고 법칙이 부서져 나갔다. 그러자 곤륜산 정상에서 십자연화 한 송이가 피어나더니 찬란한 불광을 흩뿌리며 멸세지전을 막았다.
적멸의 힘과 불광이 격돌한 순간 거대한 폭음이 울렸다. 곤륜산맥 전체가 크게 진동하며 대규모의 눈사태가 일어났다. 초휴는 곤륜산 정상에 서서 담담히 말했다.
“다짜고짜 달려와서 이렇게 화를 내는 법도 있소? 장생천을 찾는 데에 실패했나 보군그래.”
“초휴!”
범교 교주가 일갈했다.
“잘했구나. 아주 잘했어! 일만년 전 천라보찰이 우리 범교를 멸망시키려 할 때도 실패했는데 네놈이 해냈단 말이다. 내가 살아 있는 한, 범교는 수십년이 걸려도 예전처럼 다시 상하 양계에 우뚝 솟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네놈 때문에 마도 일맥은 죄다 멸망할 줄 알아라! 본존은 마도 일맥을 모조리 도륙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범교와 함께 순장시켜 주마!”
초휴는 어깨를 으쓱했다.
“이치에 맞지 않는 것 같은데? 범교를 멸망시킨 건 나인데 마도 일맥이 무슨 상관이지? 천마궁은 당신들 범교와 아무 관련이 없잖나. 무슨 까닭으로 멸문을 당한단 말인가?”
“‘마(魔)’ 자가 붙은 건, 그 무엇이든 하나도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그때 먼 곳에서 세 갈래 빛줄기가 날아왔다. 세존과 도존, 맹성하였다. 범교 교주는 그들을 바라보더니 싸늘하게 물었다.
“나를 막으러 온 거요?”
맹성하가 담담히 말했다.
“나 역시 초휴에게는 원한이 있소. 하지만 교주께서 나서겠다면 기회를 양보하지요. 당신의 원한이 더 클 테니까.”
세존은 불호를 읊었을 뿐 별말이 없었다. 오래된 적수인지라 범교의 멸망을 알았을 때는 당연히 기뻤지만, 동시에 허전한 기분도 들었다.
그러니 불난 집에 기름을 붓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범교 교주가 무엇을 하건 막지 않을 생각이었다.
도존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초휴를 보호하려는 게 아니오. 그러나 초휴가 대라천의 그자를 풀어주면 어쩐단 말이오? 지금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잊지 마시오. 우리가 열어버린 통로에서 나온 존재들 말이오. 그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는데 다른 골칫거리를 또 만들 셈이오?”
초휴는 미간을 찡그렸다. 저건 무슨 말일까? 통로를 열어서 나온 게 대체 무엇길래 도존마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한단 말인가?
범교 교주가 싸늘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시오. 나도 생각이란 걸 하고 사는 사람이란 걸 알아야지. 내게 주었던 그것이 있지 않소.”
그는 손에 쥐고 있던 파계석에 힘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삽시간에 곤륜마교가 자리한 산 정상 부근이 갈라져 나가더니 초휴와 범교 교주만이 그 안에 남았다.
도존은 경악하여 외쳤다.
“제정신이오? 파계석은 그 통로를 다시 봉인할 때 써야 하는데 초휴를 죽이는 데 쓰겠다고?”
파계석은 도존의 것이다. 쓰고 난 뒤에는 당연히 돌려주었어야 했다. 그런데 도중에 의외의 일이 터지는 바람에 도존은 돌려받는 것을 잊었던 것이다.
파계석은 세계를 부술 수 있다. 그러니 세계를 갈라내는 것도 가능했다. 거꾸로 쓰면 공간을 단절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소모품이었다. 이미 한 번을 썼는데 범교 교주가 다시 썼으니, 그가 지닌 파계석은 이미 부서졌을 가능성이 컸다.
범교 교주가 싸늘하게 말했다.
“당신들 삼청전은 파계석을 네 개 만들어 냈으니 하나 더 만드는 거야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 아니오. 내가 초휴를 죽이고 나면 전력을 다해 파계석의 재료를 찾아주겠소.”
그는 초휴에게 눈을 돌렸다. 서늘한 살기가 번뜩이고 있었다.
“이제 무슨 수단을 더 부려 볼 테냐?”
초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없는데? 그 패 하나를 제외하면 말이지.”
범교 교주가 말을 잇기도 전에 초휴는 기괴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패야 예전의 그 패지만, 시간이 꽤 지났으니 나도 방식을 좀 바꾸지 않았을까? 내가 왜 이렇게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고 있는지 짐작이 안 되나? 이제 슬슬 도착할 때가 되었군그래.”
그 말에 모두의 안색이 변했다.
초휴는 구중천 지존 강자들을 얕본 적이 없었다.
먼젓번에는 진반을 동원한 위협이 성공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를 죽이고 싶어 안달 난 자가 범교 교주 한 사람뿐이라서 가능했던 수법이었다. 그때 도존은 장생천을 찾으려 했고 대국을 위해서 문제를 일으키려 하지 않았다.
도존 일행이 돌아온 뒤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초휴도 알 수 없었고, 시험해 볼 엄두도 나지 않았다. 어쩌면 생사존망이 걸린 결정적 순간이 올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자기의 생사를 남의 태도에 맡길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그는 도존 일행이 돌아오기 전에 서둘러 심마에게 새로운 몸을 만들어 주어 대라천 능소종 근방에 가 있게 했던 것이다.
진반은 부술 방법이 많다는 약점이 있었다. 그러나 심마와 초휴의 연결은 원신에 의지하는 것이라 더 은밀했고 막기도 어려웠다.
범교 교주가 나타난 것을 본 초휴는 즉각 심마에게 연락해 능소종 진법을 발동하도록 했다.
그로부터 반 각쯤 전, 심마는 능소종 앞에서 한가롭게 도경을 읽고 있었다. 초휴는 그에게 새로운 몸을 만들어 주었다. 그것도 무선의 피로 만든 것이었다.
이번에는 간자 노릇을 할 필요도 없는지라 심마는 자신의 얼굴을 새로 만들었다. 그런데 뭐라 형용하기가 어려운 얼굴이었다.
심마가 자신이 기억하는 모든 사람의 장점을 모아 얼굴을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결과 너무나 잘생긴 얼굴이 되어버린 것까진 좋은데, 도가 너무 지나쳐서 급기야 현실감이 사라지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육강하가 기가 찬다는 듯 중얼거린 대로였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솟았는지 자기 얼굴을 여봉선보다 잘생기게 만들려다가 되레 어색하고 인형 같은 인상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바로 그때 심마의 머릿속에 초휴의 신호가 울렸다. 그는 즉각 일어서서 크게 외쳤다.
“진 종주!”
진백원은 능소종에 있었다. 하계에도 능소종 분전이 있기는 했으나 능소종은 이미 지극히 쇠약해진 상태인지라 종문 두 곳을 동시에 유지할 능력이 없었다.
그는 아무래도 옛정을 소중히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하계보다는 대라천에서 능소종을 재건하고 싶었다.
심마의 목소리를 들은 진백원은 얼른 달려왔다. 다소 복잡한 표정이었다.
“정말 그자를 풀어주려는 것이오?”
심마가 빙그레 웃었다.
“진 종주, 지금 강호에서 우리 교주의 지위가 어떤지는 잘 아시겠지요. 정상에 선 존재는 누구나 거듭되는 고난을 겪고서야 확고한 위치에 설 수 있는 법입니다. 옛날 능소종도 그렇게 견뎌오지 않았습니까. 이제 능소종은 완전히 곤륜마교 편에 섰습니다. 진 종주께서는 곤륜마교와 함께 정상에 오르시렵니까? 아니면 뒤로 물러나서 그자들이 밀린 빚을 받으러 올 때까지 기다리시겠습니까? 별로 선택하기 어려운 문제도 아니지 않습니까?”
진백원은 한숨을 쉬었다. 당연히 그도 알고 있었다. 이미 돌아갈 퇴로가 없다는 걸 말이다.
“진법을 발동합시다.”
진백원과 심마는 함께 영소경 진법을 발동시켰다. 영소경 진법에는 진작에 초휴가 원길과 조황을 시켜 무근성화를 깔아 놓았다. 진법이 터져나가면서 끝없는 무근성화가 영소경을 둘러싸고, 본래 있던 진법의 금제를 찢어버렸다.
영소경 한가운데 있던 천혼은 주변의 진법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감지했다. 그가 고개를 들자 얼굴에 옅은 웃음이 떠오른 게 보였다.
“오, 날 풀어줄 셈인가? 예상보다 더 빠르군.”
천혼이 몸을 확 비틀자 그를 묶은 사슬이 박혀 있던 청동 기둥은 모조리 부서져 나갔다. 영소경 전체가 무너지기 시작했고 무한한 마기가 벌떼처럼 영소경으로 몰려들었다.
영소경이 무너지자 깨져나간 공간에서 전신이 마영으로 둘러싸인 자가 걸어 나왔다. 천지와 비바람마저 색이 변하는 듯했다.
심마는 휘둥그레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몸에서 풍기는 마기는 원시마굴 가장 깊은 곳의 극한에 달한 마기, 심지어 원시마굴 자체와도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짙었다.
진백원 역시 내심 놀랐다. 이것이 바로 옛날 대라천 전체의 힘을 모아 봉인한 그 존재인가? 이자를 풀어주는 것이 과연 잘하는 일일까?
천혼은 칠흑 같은 마기로 온몸을 두른 채 흥미로워하는 눈으로 진백원과 심마를 바라보았다.
“너희는 그의 수하냐?”
심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허리를 숙였다.
“대인, 교주께서 하계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교주? 하하, 옛날에는 나도 그 호칭으로 불렸었지.”
천혼은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소리를 내더니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너희 교주는 죽지 않을 테니까.”
그는 몸을 날리더니 순식간에 사라져서 보이지 않았다.
천혼이 완전히 사라지자 진백원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방금 그 강대한 마기의 위압 때문에 그는 감히 숨도 크게 쉬기 힘들었다.
“방금 그분은 초 교주와 무슨 관계요?”
심마는 어깨를 으쓱했다.
“사실은 저도 잘 모릅니다. 아마 초 교주 본인도 확실히는 모르실 겁니다.”
진백원은 멍해졌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