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370)
1370화 구중천과 싸우다 (2)
만일 다른 사람 같았으면, 설령 맹성하라 하더라도 지금은 초휴와 싸우기를 택하지 않고 물러났을 것이다. 독고유아는 오백년 전의 마교 교주고, 초휴는 현재의 마교 교주다. 그렇다면 독고유아의 환생 전인 아닌가.
그런데 환생한 전인이 남의 손에 죽는다고? 아무리 독고유아가, 너희 둘만 공평하게 한 판 싸워봐라, 나는 개입하지 않겠노라고 말했다 한들 감히 덤빌 수 있겠는가?
무슨 보복을 당할 줄 알고? 그러니 지금 같은 때에 초휴를 죽이겠다고 달려들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범교 교주는 할 수 있었다. 그는 원래부터 반쯤 미치광이였다. 물론 상태가 괜찮을 때는 멀쩡한 사람처럼 생각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범교는 이미 멸망했다. 따라서 그의 머릿속에는 단 하나의 생각밖에 없었다. 초휴를 죽여버리겠다!
범교 교주의 일권이 내리 떨어지는 순간 초휴의 눈에서 극한에 달한 투지가 뿜어져 나왔다.
이제 천혼에게는 기대할 게 없었다. 겁을 줘서 도존이나 다른 사람들이 끼어들지 못하게 한 게 전부다. 이 싸움의 승패는 온전히 초휴 자신에게 달렸다.
황천천의 명혼도 아직 완전히 강림하지 않았다. 만약 여기서 범교 교주 손에 죽는다면 웃음거리밖에 더 되겠는가?
그가 천혼의 실력을 고평가하기는 했지만, 자신의 실력을 저평가하지도 않았다. 음양 본원의 두 갈래 힘에 강대한 저력까지 더해졌지 않은가. 구중천 지존 강자라 해도 한 판 싸워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의 이마에서 세 번째 눈이 열리자 음양의 힘이 거대한 빛줄기로 변해 폭발적으로 쏘아져 나갔다. 만법을 깨는 위세에 모든 것이 말라붙고 시들어 죽어갔다.
눈앞에 보이는 그 어떤 힘이든 죄다 소멸해 버렸다. 범교 교주의 일격 역시 가로막혔다.
범교 교주는 범교 삼대신의 힘을 모두 지니고 있었다. 그 자신이 작은 생멸강세화련과도 같았다.
완전히 단절된 세계를 만드는 신이한 능력만 없을 뿐이다. 삼대신이 번갈아 돌고 세 가지 힘이 끊임없이 밀고 당기며 초휴의 음양 본원에서 터져 나온 힘을 억눌렀다.
범교 교주가 기세를 최대로 폭발시켜 삼대신의 힘을 펼치려는 순간, 초휴의 손은 이미 파진자의 검병을 잡고 있었다. 칼이 뽑혀 나온 순간 끝없는 예기가 허공에 걸리며 휘황한 달빛이 번쩍였다.
일도가 날아드는 순간 끝없는 도의와 예기가 범교 교주를 완전히 둘러싸며 떨어졌다. 피할 방법도, 기회도 없는 일격이었다.
구름 걷히니 달 빛나고, 푸른 하늘에 그림자 비친다.
본래 초휴는 청천조영을 거의 쓰지 않았다. 쓰더라도 자신의 안전이 완전히 보장되었을 때, 그 일도로 승부를 가를 수 있을 때만 썼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기회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 써야만 했다.
저력의 차이로 볼 때 초휴는 범교 교주를 상대로 오래 버틸 수 없었다. 시간을 끌수록 쌍방의 격차는 더 커질 게 분명했다.
그러니 단숨에 힘을 끌어올려 자신이 가진 패와 잠재력을 일제히 폭발시켜서 상대를 무너뜨려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이기지 못할 터였다.
더군다나 지금은 천혼이 곁에 있지 않은가. 자신이 청천조영을 쓴 후 중상을 입더라도 도존 등이 암습을 할 엄두를 내지는 못할 것이다.
구중천 지존 강자가 상대라도 초휴의 일도라면 중상을 입힐 수 있었다. 초휴 역시 반작용을 받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상대방의 상한선을 자신과 같은 수준으로 끌어내려야 했다.
형체 없는 예기가 범교 교주를 완전히 뒤덮었다. 청천조영은 육신을 베는 것이니 그를 둘러싸고 있던 삼대신의 고리는 깨지지 않았다. 그러나 육신을 저미는 듯한 감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범교 교주는 미친 듯이 노호하며 인결을 맺었다. 발아래서 성스럽고 순결한 금빛을 뿜어내는 연화대가 떠오르더니 끊임없이 생기를 그의 몸속에 불어넣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지금 초휴의 실력으로 발동한 청천조영은 구중천 강자라 한들 완전히 막는 게 불가능했다.
범교 교주의 육신에는 벌써 가느다란 실금이 보이기 시작했다. 밀물처럼 쏟아붓는 생기로도 온전히 상처를 메꾸지 못하는 것이다.
동시에 초휴의 몸에도 어마어마한 반작용이 닥쳐왔다. 그의 몸에도 가닥가닥 금이 가더니 선혈이 미친 듯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초휴는 악으로 반작용을 버티면서 청천조영의 힘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얼마 가지 않아 두 사람 모두 피투성이가 되어서 마치 시뻘건 피의 강에 몸을 담근 듯했다.
초휴가 대뜸 청천조영을 날린 것은 거의 동귀어진하자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은 다들 그 부분에 놀랐다.
지금 여기에는 구중천 강자가 네 사람 있었다. 그들 간에도 탐색전 정도의 싸움은 몇 번 일어났다. 그러나 원수지간인 범교 교주와 세존조차도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싸운 적은 없었다.
구중천쯤 되는 지존 강자는 세대마다 열 손가락을 넘지 않는다. 그중에서 최정상까지 오르는 시기가 엇비슷한 사람은 대여섯에 불과하다.
즉, 그들의 목숨은 너무도 가치가 크기 때문에 누구도 초휴처럼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덤비지 않았다. 너무 무가치한 짓 아닌가.
기실 초휴 역시 그럴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목숨을 걸지 않을 수가 없었다. 범교 교주도 해치우지 못하면 황천천의 명혼과는 어떻게 싸우겠는가? 깨끗이 목욕재계하고 날 잡아 잡수시오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천혼은 눈도 깜박이지 않고 초휴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너무도 깊어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이었다. 그는 초휴에게 독고유아와 다른 길을 가라고 말해 주었다. 지금 보니 초휴는 그렇게 하는 데 성공한 듯했다.
초휴가 쓰는 무공 중 일부는 독고유아의 것이었고 방금 쓴 청천조영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독고유아의 무공이라 해도 자신만의 무도로 소화해서 쓰고 있지 않은가.
천지간에 가득하던 예기가 흩어졌고 끝없는 예기를 흩뿌리던 둥근 달도 마침내 소멸했다. 초휴는 온몸이 피투성이였다. 육신에 온통 자잘한 실금이 가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그대로 깨져버릴 것 같았다.
그러나 초휴를 상대하는 범교 교주의 상태는 더 심각했다. 청천조영의 칼날 아래 그의 육신은 거의 무너졌다. 지금은 순전히 강대한 힘을 이용해서 육신이 흩어지는 것을 억지로 막고 있는 수준이었다.
범교 교주는 하늘을 우러러 대소하더니 외쳤다.
“초휴! 방금 그 일도로 날 죽일 수 있다고 믿었나? 육신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영원불멸하는 것은 원신 뿐이란 말이다! 네 일도가 나의 육신은 벨 수 있을지라도 원신만은 어림없다!”
원신의 금빛이 범교 교주를 뒤덮은 순간 그의 몸뚱이는 완전히 무너져 혈무로 변해 버렸다. 그러나 그 혈무는 흩어지지 않고 원신의 금빛 아래서 뭉치기 시작했다.
금빛이 흩어지고 사람들 앞에 나타난 것은 핏빛의 법상이었다. 세 개의 얼굴에 여덟 개의 팔을 지닌 법상으로, 각각 범천, 비슈누, 시바였다. 여덟 개의 팔도 제각각 무기를 들거나 불인을 맺고 있었다.
그 핏빛 법상은 생명과 파멸, 혼돈에 이르기까지 범교 일맥의 힘을 모조리 포괄한 것이었다. 법상은 여덟 개의 팔을 활짝 벌린 채 초휴에게 덮쳐들었다.
초휴의 몸 역시 거의 붕괴 직전이었으나 아직은 온전한 상태였다. 그 순간 초휴의 미간에서 극한에 달한 음양의 힘이 한 번에 터져 나왔다.
미간의 세로 눈이 음양의 힘을 받아들이면서, 두 갈래 본원의 힘이 하나로 뭉쳐 초휴의 전신을 뒤덮었다. 붕괴 일보 전이었던 육신을 억지로 진정시키고 이전만큼 힘을 내도록 해 주었다.
동시에 한 쌍의 음양 본원이 움직였다. 이번에는 두 갈래 음양의 힘이 두 눈에서 터져 나왔다. 왼쪽은 음, 오른쪽은 양. 두 갈래 음양의 힘은 기다란 용처럼 삼대신의 법상을 완전히 휘감았다.
순수하기 그지없는 음양의 힘이 돌연 폭발하더니 초휴의 법천상지가 펼쳐졌다. 그러나 지금 초휴의 상태에서 펼친 법천상지는 다소 기이했다.
거대한 법상 왼편은 먹처럼 시커먼 빛이었고 마기가 하늘을 찌를 듯했다. 오른편에서는 찬란한 불광의 금빛이 빛나며 음양이 한 몸에 담겨 있었다.
두 주먹을 내지르자 음과 양의 두 갈래 힘이 단번에 폭발했다. 그것은 상생이자 상극이었다.
두 갈래 힘이 엇갈리며 터져 나온 힘은 조금 전보다도 몇 배나 강했다. 삼대신 법상의 팔이 찢어져 나갔다.
그러나 법상은 팔이 여덟 개였다. 온갖 신통의 인결이 연달아 초휴의 법상에 부딪히며 터져나갔다. 초휴의 법천상지는 점차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초휴는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았다. 마치 죽기로 작정한 것처럼, 법상이 부서져 나가는데도 범교 교주와 동귀어진하려는 듯 덤볐다.
법상과 법상이 함께 엉키며 치고받았다. 마치 거대한 황무지의 흉수가 서로 물어뜯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 광경은 기괴했으나 동시에 무척 격렬했다.
지켜보던 도존과 사람들은 모두 미간을 찡그렸다. 범교 교주가 틀리지 않았는가. 그것도 너무 많이 틀렸다.
그는 자신의 살의와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다. 오백년 전의 독고유아가 앞에 있는데도 모든 걸 내던지고 초휴를 죽이려 했다.
독고유아가 이번 싸움에 끼어들지 않겠다고 공언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가 옆에 있다는 것 자체가 범교 교주에게는 엄청난 압박일 수밖에 없지 않은가.
불편한 상황에서 그는 속전속결로 승부를 결정지으려 했다. 그것이야말로 초휴가 원하는 바였다.
초휴가 대체 어떻게 수련했기에 저만큼 두려운 힘을 갖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한들 팔중천 절정이니 저력에서 구중천보다는 한참 아래일 게 아닌가.
그러니 범교 교주가 천천히 상대를 공략하는 전법을 택했으면 결국 버티지 못하고 죽는 쪽은 초휴였을 것이다.
하지만 범교 교주는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의 힘을 최대한으로 터뜨려 초휴를 쳐죽일 생각뿐이었다.
겉보기에는 엄청나게 격렬했고 초휴를 죽이고서야 멈출 기세였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을 낭비한 셈이었다.
두 사람은 허공에서 격렬하기 그지없는 싸움을 벌였다. 그러다 결국은 범교 교주의 삼대신 법상과 초휴의 법천상지 둘 다 너덜너덜해지더니 아예 깨져나갔다.
삼대신의 법상은 범교 교주가 자신의 기혈로 응축해낸 것이었다. 삼대신의 법상이 깨지자 남은 것은 당연히 원신의 몸뿐이었다.
그러나 비슈누전에는 본래 원신 계열의 비술이 있는지라 범교 교주는 원신만 남았더라도 여전히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바로 그때 초휴는 기혈의 힘을 모조리 육도윤회탁에 몰아넣었다. 그는 바로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범교 교주는 육신이 큰 쓸모가 없다고 여겼다. 사실 그 같은 구중천 강자, 특히 원신 비법을 수련한 구중천 강자는 육신이 망가져 원신의 힘으로 다시 살아나는 게 가능했다.
그건 무상천마와 마찬가지였다. 그 자신의 원신을 연구한 끝에 자신을 불멸에 가까운 상태로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단순한 원신의 몸뿐이라면, 온전한 존재가 못 된다는 단점도 있었다. 육신과 원신, 영육이 합쳐져야 완전한 생령을 이루는 법이다. 단순히 원신뿐이라면 들판의 외로운 넋과 뭐가 다르단 말인가.
범교 교주에게 육신이 있었다면 초휴가 그를 완전히 육도윤회탁 속으로 끌어당기는 건 무리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원신밖에 남지 않았다.
게다가 초휴는 자신의 기혈을 모조리 쏟아붓고 있었다. 범교 교주는 반항할 여지도 없이 그대로 육도윤회탁에 끌려들어 가고 말았다.
온통 안개처럼 흐릿한 원신의 공간 속, 거대하게 떠오른 육도윤회반을 보며 범교 교주는 냉소했다.
“육도윤회? 천라보찰의 물건이군. 그것도 천라보찰에서 버렸던 물건인데 이것을 쓴다니, 우습지도 않으냐? 나의 원신이 윤회를 천만 번 겪는다고 해서 뭐가 어찌 될 것 같으냐? 우습지도 않은 소리지. 먼저 원신이 소모되어 무너지는 쪽은 초휴 네놈이다!”
그때 원신 공간에 초휴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는 담담히 말했다.
“맞는 말이야. 육도윤회의 힘으로는 너를 어쩌지 못하겠지. 나도 육도윤회의 힘으로 너를 죽일 생각은 없다. 지금 너에게는 육신이 없고 나 역시 없다. 이 공간에서 싸운다면 둘 다 단순히 원신의 힘만으로 싸우는 것이지. 생사의 싸움을 벌일 때마다 정신력은 소모된다. 그러니 어디 한 번 겨뤄보자. 누구의 원신이 더 강한지, 마지막까지 버티는 자가 누구일지 말이다!”
말이 끝나자 초휴의 손에서 파진자가 나타나더니 범교 교주를 향해 일도가 날아들었다.
물론 파진자는 바깥에 있었다. 이것은 그가 원신의 힘으로 만들어 낸 것인데, 기실 초휴의 팔이나 마찬가지였다. 그저 도가 좀 더 손에 익어서 이렇게라도 구현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