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372)
1372화 황천천 탐사
초휴와 천혼은 곧장 밀실로 들어가 폐관 수련을 시작했다. 하나는 요양하고, 하나는 실력을 회복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천혼이 이미 말한 것처럼, 그가 오백년 전 독고유아의 경지까지 회복하는 건 어려웠다. 최대한으로 회복해 봐야 독고유아의 팔할이 한계였다.
그에게는 독고유아의 오백년 전 기억이 모조리 다 있으니, 무공을 완전히 회복하기야 쉬웠다. 그러나 그는 천혼에 불과하니 완전할 수는 없었다. 오백년 전의 독고유아와 똑같을 수는 없는 것이다.
만일 시간이 있었다면 원신을 회복하여 잠시라도 온전해질 방법을 찾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황천천이 이미 강림했다. 그들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 없었다.
* * *
곤륜마교의 폐관 밀실에 들어간 초휴는 한 달을 걸려서야 범교 교주와의 격전에서 입은 부상을 회복할 수 있었다.
마지막에 범교 교주의 원신에 담겨 있던 음양의 힘을 소화했던지라 그의 원신은 곱절로 강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팔중천 절정일 뿐, 구중천을 뚫을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
구중천에 오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단순히 원신의 힘만 강해지는 것으로는 역시 부족했다.
초휴는 마주 앉은 천혼을 바라보았다. 그는 진작 폐관 상태에서 벗어나 있었다.
“너도 힘을 모두 되찾았나?”
초휴의 질문에 천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직 좀 모자라는군. 오백년이나 봉인되어 있어서 몸이 좀 약하군그래. 너무 강하고 막대한 힘은 버텨낼 수 없다.”
초휴가 나직하게 말했다.
“도존이 말한 그 통로는 아마 황천천에서 하계로 이어지는 통로겠지. 하지만 명혼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속셈인 걸까?”
“지금 생각해 봐야 아무 소용 없다. 직접 가서 보는 것만 못하겠지.”
초휴는 천혼의 대답을 수긍하고 그와 함께 곧장 남해로 향했다.
물론 죽으러 가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싸워볼 만하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초휴는 이제 팔중천 절정에 올라 구중천과도 맞설 만 했고 천혼은 한 달 동안 실력을 회복했다. 아직 최상의 몸으로 회복하지는 못했지만 구중천과 비견할 만은 했다. 적어도 도존 등을 손봐주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명혼은 아직 하계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여전히 황천천에 있다는 뜻일 터였다.
독고유아는 혼을 셋으로 나눴고, 분혼인 천혼과 초휴의 성격은 전혀 닮은 데가 없었다. 명혼은 독고유아와 더 닮았을 것이다. 그가 곧 독고유아라 해도 좋을 테니까.
그리고 독고유아의 성격으로 볼 때 절대 아무 의미도 없이 시간을 끌 리 없었다. 황천천에서 나오는 게 가능했다면 가장 먼저 초휴와 천혼부터 삼키려 들었을 게 아닌가.
그러니 명혼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은 아직은 황천천에 있으며 하계로 나올 방법이 없다는 뜻이었다.
막 남해에 들어서자 초휴는 살짝 낯빛이 변했다.
“왜 그러나?”
천혼의 물음에 그는 나직하게 답했다.
“남해에는 전에도 와본 적이 있다. 그때는 천지 원기가 광포하고 혼란해서 무사가 수행하기에 적절하지 않았지. 하지만 원기는 아주 농후했었어. 그런데 지금은 남해 전체의 원기가 한 단계 옅어진 것 같은데? 뭔가 이상해.”
대라천의 원기가 하계로 흘러들자 하계 전체의 천지 원기는 한 단계 올랐다. 그런데 아무 이유 없이 남해 땅만 이렇게 옅을 까닭이 없지 않은가.
초휴와 천혼은 도존이 말한 길대로 남해 한복판까지 찾아갔다. 그곳에 도착한 순간 초휴는 욕설을 뱉을 뻔했다.
도존은 그것이 통로라고 했다. 그러나 초휴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거대한 궁전들이 아닌가!
도존 일행이 찾아왔던 작은 섬은 이미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대신 거기 자리한 것은 백골로 지어진 거대한 여러 개의 궁전이었다.
그 백골 궁전은 거주용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진법의 주문이 빽빽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것들이 모여 어마어마한 대진을 형성하고 있었다.
대진 한가운데가 곧 두 세계를 연결하는 통로였다. 바로 그 통로가 남해 땅의 천지 원기를 끊임없이 황천천으로 흡수하고 있었던 것이다.
통로 주변은 여전히 네 사람이 지키고 있었다. 그들을 본 초휴가 말했다.
“옛 곤륜마교의 사대 마존이군.”
천혼의 눈에 복잡한 빛이 스쳤다.
“그렇군. 네가 천사부의 선대 천사도 오중천에서 육중천까지 올랐다고 말했었지. 그렇다면 사대 마존이 구중천까지 올랐을 가능성 또한 충분히 있지. 그리고 도존을 물리칠 만한 사람이라면 저들뿐이다.”
초휴는 미간을 찡그렸다.
“명혼은 뭘 생각하는 거지? 명혼은 이미 사람을 보내 삼국 용맥의 힘을 황천천으로 빨아들였다. 거기다 이제는 이만한 대진을 설치해서 남해 전체의 힘을 빨아들이다니 말이야. 대체 무슨 속셈일까?”
천혼은 아래턱을 만지작거렸다.
“어쩌면 황천천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지. 황천천에 관해 오백년 전 독고유아가 남긴 기억은 아주 적어. 명혼이 황천천에 들어가 그곳에 관해 알게 된 것은 혼이 분리된 후란 말이다. 오대 천계 중 상범천과 하범천, 대라천은 평범한 세계라 할 수 있지만, 장생천은 너무 신비한 곳이야. 독고유아의 기억 속에서 황천천은 뭔가 결함이 있는 세계였어.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결함인지는 아무도 모른단 말이지. 명혼이 하계에 사람을 보내 하계의 힘을 빨아들이려 한 것도, 아마 하계의 힘을 빌려 황천천 자체의 결함을 메꾸기 위함인지도 모를 일이야.”
초휴는 잠시 생각하다 물었다.
“저들을 우리 둘이서 해치울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천혼은 그를 슬쩍 보더니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힘을 좀 회복했지만 오백년 전의 몸 상태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한둘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겠지. 하지만 네가 범교 교주를 죽였다고 해서 구중천 강자를 무용지물 취급하는 건 곤란해. 저 네 명 모두 범교 교주보다 훨씬 까다로운 상대일 거란 말이다. 더군다나 저들이 황천천 세력의 전부일까? 그건 너무 단순한 생각이지. 오백년 전 곤륜마교 휘하에 온갖 인재가 넘쳤던 것은 맞아. 육강하 그 모자란 놈도 기회만 있었다면 순조롭게 무선에 올랐을 테니까. 하지만 다른 문파에도 강자가 적잖게 있었다. 검성 고경성, 검황 심창무, 그들 모두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하지만 그들은 나타나지도 않았다. 명혼이 그들의 실력 역시 구중천까지 끌어올렸다 해도 전혀 놀랄 게 없을 거야.”
황천천의 강림은 너무 빨라서 초휴 측에서는 별다른 대비를 하지 못한 상태였다. 초휴 본인의 대비도 역시 부족했다.
좋은 소식이라면, 이제 하나는 확신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정도일 터였다. 황천천이 강림했지만 명혼은 한동안 나오지 못할 것이다.
나쁜 소식은, 초휴가 범교 교주를 죽이고 상하 양계의 절정에 설 자격을 얻었으나 명혼을 상대로는 일초도 버티지 못할 것이며, 그 수하와 싸우는 것조차 어렵다는 사실이었다.
“가자. 시간이 얼마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준비할 기회는 있으니까. 도존이 말한 연합도 고려해 볼 만하고 말이지. 지금 우리의 힘으로 세계 하나를 상대하려면 그자들을 끌어들이는 수밖에 없지. 곤륜마교의 힘만으로는 황천천 전체를 상대할 수 없다. 하지만 결정적 순간이 오기 전에는 그들에게 세 개의 혼에 대해 말해서는 안 된다.”
초휴는 끄덕였다. 당연히 그도 알고 있었다. 도존 무리는 같은 편이 아닌데, 그런 일을 자세하게 말해 줄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명혼의 목적을 알아냈다지만 여전히 천혼과 초휴는 상대를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일단은 물러나야만 했다.
곤륜마교로 돌아오니 위서애가 뜻밖의 소식을 전했다. 맹성하가 와서 초휴를 며칠째 기다리고 있다는 게 아닌가.
맹성하가 난데없이 찾아왔다니 초휴는 호기심이 생겼다. 원래대로라면 지금 맹성하는 그를 피해야 했기 때문이다.
엽유공의 죽음 때문에 초휴와 맹성하는 불공대천의 원수지간이 되었다. 일찍이 맹성하는 그를 죽이려 했으나 노만왕 때문에 포기했다.
그리고 지금은 맹성하가 그를 치려고 해도 불가능했다. 천혼을 내세울 것도 없이 초휴 혼자서도 맹성하와 충분히 싸워볼 만 하니 말이다. 그런데 왜 찾아온 것일까?
“나도 같이 가야 하나?”
천혼이 묻자 초휴는 고개를 저었다.
“그럴 건 없지. 맹성하가 여기서 뭘 어쩌지도 못할 거고.”
곤륜마교 대전 응접실로 나온 초휴는 눈썹을 슬쩍 치켜떴다.
“맹 원장, 우리 성교를 방문하시다니 퍽 의외로구려.”
맹성하는 초휴와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을 생각이 없었다. 그는 초휴를 보자 본론으로 들어갔다.
“초 교주, 내기를 한 판 하려고 찾아왔소이다.”
“내기?”
맹성하가 담담히 말했다.
“당신과 나 사이에는 엽유공 건 외에 다른 원한이 없소. 심지어 무도에 관한 당신의 견해는 놀라울 정도로 나와 일치하오. 그러니 엽유공만 아니었더라면 당신과 나는 맹우, 어쩌면 벗이 될 수도 있었을 거요. 오백년 전의 그 인물은 이미 풀려났고 당금 천하에는 그의 상대가 없겠지요. 우리 대라천 세력이 다시 힘을 합해도 마찬가지요. 더군다나 초 교주는 이미 팔중천 절정으로서 구중천인 범교 교주를 죽이기까지 했소. 경지가 하나 아래인데도 전투력은 구중천 강자와 다를 게 없다는 말이지. 그러니 나는 더더욱 당신을 죽일 방법이 없소.”
“그럼 맹 원장은 나와 은원을 풀고 벗이 되고 싶어 오셨소?”
맹성하는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아니오. 엽유공은 나의 소중한 벗이었소. 아주 오랜 세월 동안 유일한 벗이었단 말이오. 나는 그의 죽음을 모른 척 할 수 없소. 하지만 나는 최근에 흥미로운 일을 알아냈소. 엽유공이 다시 살아날 방법이 있을 것 같단 말이외다.”
문득 뭔가 떠올린 초휴는 고개를 홱 들고 맹성하를 응시했다. 맹성하의 입가에 담담한 웃음이 걸렸다.
“우리 성하무원에는 동제 황실 무사도 들어와 있소. 그가 말해 주더구려. 초 교주가 동제의 용맥에서 오백년 전 하계 철황보 보주를 죽였다고 말이오. 그리고 원신궁에서의 용도화상 역시 오백년 전 하계의 강자였다고 들었소. 상당히 재미있는 이야기 아니오? 본래 나와 도존 등이 함께 그 통로를 열었을 때, 나는 그 통로가 우리가 우연히 열어 버린 이계의 문이라 여겼소. 그러나 조사해 보니 알겠더구려. 소위 이계라는 건 단순히 다른 세상이 아니라 하계와 긴밀한 연관이 있었던 거요.”
“그때 우리를 물러나게 만든 사람들은 오백년 전 곤륜마교 휘하의 사대 마존이었소. 마지막 순간 우리는 끔찍하기 이를 데 없는 검의 울음소리를 들었소이다. 아마 오백년 전 독고유아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검성 고경성일 것이오. 그 이계는 하계와 관련이 있을 뿐만 아니라 곤륜마교와도 관련이 있소. 그간 나는 고존 일맥의 영수라는 신분을 이용해 수많은 고존 조상들이 남긴 기록을 이 잡듯 뒤져보았소. 그러다가 결국 단서를 잡는 데 성공했소. 나의 짐작이 맞는다면, 초 교주는 진작 그곳, 황천천에 대해 알고 있었을 거요. 그렇지 않소?”
구중천에 든 사람 치고 녹록한 인물은 없다. 물론 범교 교주 같은 인물이야 미치광이라 머릿속에 살육과 원한밖에 없었지만 맹성하는 달랐다.
황천천에 대해서는 워낙 자잘하게 흩어진 단서가 많았으니 맹성하가 거기까지 추측해 낸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초휴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 그는 태연한 자세로 반문했다.
“그래서? 맹 원장은 황천천의 침공이 우리 곤륜마교 때문이라 생각하시오?”
맹성하는 고개를 저었다.
“나로서는 알 수 없소. 중요한 일도 아니고 말이오. 정말 중요한 것은, 내가 당신을 죽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점이오. 그리고 나는 범교 교주와 다르오. 죽이더라도 꼭 지금 같은 때에 찾아와 그리할 생각은 없소. 내가 말했잖소. 오늘은 그저 내기를 하러 온 것이라고. 이 내기가 끝나면 우리의 은원은 사라지는 것으로 합시다. 우리 성하무원은 곤륜마교에 협조하여 황천천의 침공을 막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