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379)
1379화 검황과의 대결
초휴에게 구중천은 완전히 새로운 정상이었다. 그간 경지 돌파 때마다 느끼곤 했던 종전과의 격차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이번 격차는 컸다.
한마디로 팔중천 정상과 비교해도 천양지차였다. 팔중천이나 구중천이나 다 같은 무도의 과정일진대, 지금 초휴가 발휘한 실력은 단순히 향상이 아닌 승화의 차원이었다. 천지를 뒤엎어버릴 기세로 건곤 일도가 휘몰아치며 모든 걸 파괴해버렸다.
물론 심창무의 실력도 그리 만만하지는 않았다. 초휴는 그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천혼에게도 물어본 적이 있었으나, 자기도 잘 모른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오백년 전의 심창무는 웬만하면 앞에 나서 출수하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대단히 참을성이 많은 위인이었던 게 분명했다.
독고유아가 하계를 떠날 때까지 참고 또 참다가, 완전히 사라진 다음에야 기다렸다는 듯 곤륜마교를 뒤엎어버린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심창무는 이 초를 출수했는데 검의가 하늘을 찔렀고 위력도 더없이 막강했다. 하지만 그 정도 실력으로는 초휴를 압박하기에 부족했다.
딱히 특이한 것이 없는 일반적인 구중천의 실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막상 상대해보니 세간에 요란하게 전해 내려온 그의 실력과는 큰 차이가 있는 듯했다.
그의 명성이 아무래도 과대 포장된 면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 생각이 길어지기도 전에 심창무가 일검을 내지르자 세상천지가 죄다 흐릿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육안으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허공의 법칙들이 적멸하고 만고에 남을 것 같은 한 가닥 검기가 뚜렷했다.
초휴의 건곤일도는 천지를 깨부수고도 남았으나 전방의 법칙들이 죄다 적멸한 게 문제였다.
도세가 상대한테 가까이 가기도 전에 차단된 것이다. 가없는 혼돈의 한가운데를 내리친 듯했다.
도의 예기와 검의 공명이 교차하며 일으키는 소리가 온 대지에 울려 퍼졌다. 초휴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이제야 심창무가 정확히 어떤 검도를 수련했는지 깨달은 것이다. 혼돈! 그건 바로 혼돈의 힘이었다.
천지가 개벽하기 전에는 모든 게 한 덩어리로 뒤섞인 혼돈 상태였다.
심지어 생사 간이나 음양 간에도 구분이 모호하니, 세상 모든 힘이 혼돈 속에 포용 되는 동시에 정체성을 잃고 적멸해갔다.
따라서 심창무가 수련한 검도는 엄밀히 말해서 단순히 검도가 아닌, 무도의 일종이라고 봐야 했다.
오백년 전 천하 검도를 고경성이 육할, 심창무가 사할을 차지했다고 천혼이 말하지 않았던가.
당시 고경성에 비해 심창무에게 부족했던 것은 비단 검도 실력만이 아니었다. 검도에 대한 집착과 열의도 고경성만큼 강하고 절실하지는 않았다.
심창무가 손가락을 나란히 모아 검날로 삼으며 검인을 결하자 그의 수중에서 장검이 거듭 분화해 갔다.
이번에는 아까처럼 천 갈래 만 갈래로 갈라지는 게 아니라, 무려 열두 자루에 달하는 완전한 모습의 거대한 혼돈의 검으로 화했다.
길이가 백 장에 달하는 검들이 속속 허공을 가르며 날아들어 초휴의 주위에 꽂혀갔다. 이어서 혼돈의 힘이 여타의 모든 힘을 덮어서 품기 시작했다. 공간의 법칙조차도 예외는 아니었다.
공간의 법칙이 혼돈에 빠진 지금, 초휴는 열두 자루의 거검이 어느 방향에서 날아들지 종잡을 수조차 없었다. 그저 속절없이 열두 자루가 죄다 자신의 주위에 꽂히게 내버려 두는 방법에 없었다.
이윽고 다 꽂힌 거검들은 거대한 검진을 이룬 것처럼 허공을 봉쇄했다. 그리고 끊임없이 밀려드는 뿌연 혼돈의 연무가 초휴를 그 안에 단단히 가두었다.
혼돈의 힘이 실어낸 위력으로 모든 법칙이 봉쇄되었다.
초휴를 가운데 두고 열두 자루의 검이 봉쇄한 이 구역에서는 태곳적 천지개벽 시대로 되돌아간 양, 전혀 법칙의 힘을 쓸 수가 없었다.
초휴가 포위당한 것처럼 보이자 그의 우군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예전에야 그와 친구였건 원수였건 간에 지금은 그가 양계를 통솔하는 수장인 것이다. 이런 때 그가 죽거나 중상을 입는다면 진영 전체가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러나 걱정하는 자들과는 대조적으로 곤륜마교 무사들, 심지어 천혼마저도 하나같이 담담한 표정 일색이었다.
검황 심창무가 강한 건 사실이지만, 초휴가 이대로 주저앉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는 자는 그들 중에 아무도 없었다.
이윽고 심창무가 수중의 장검을 휘두르자 검기의 예리한 날이 끊임없이 허공을 맴돌며 그의 일신에 차곡차곡 응집되었다. 지금 전장에 있는 병기들의 예기를 모조리 빨아들이기라도 할 기세였다.
이것이 그대로 백 장 크기의 거검으로 화하더니 혼돈의 검진 속에 갇힌 초휴를 찔러 갔다. 그러나 다음 순간, 혼돈의 검진을 뚫고 그 안에서 거대한 신형이 떠올랐다. 두 발로 대지를 딛고 머리로는 창공을 받치며 법천상지가 시전된 것이다.
다만 이때 법천상지의 모습이 종전과는 다소 달랐다. 삼면의 얼굴에다 팔이 네 개, 그리고 머리에 눈이 세 개 달린 모양이 원신과 닮았지 않은가.
지난날 원신궁은 가장 완벽한 생령의 모습을 구현해서 원신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지금 초휴의 법천상지가 빚어낸 모습은 영락없는 태고 마신의 것이었다.
삼면의 얼굴 중 좌우 양면은 흑색과 백색으로, 각기 마(魔)와 불(佛), 그리고 음과 양을 상징했다. 제삼의 눈이 있는 한가운데가 바로 초휴의 얼굴로, 거기서 거대한 음양의 빛기둥이 터져 나오더니 예리한 검기를 모조리 파훼시켜 버렸다.
“쾅쾅쾅!”
곧이어 초휴가 앞으로 나아갔다. 매 걸음을 디딜 때마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대지 전체가 뒤흔들렸다. 몸 뒤의 팔 네 개가 인결을 맺자, 팔마다 다른 인법이 출수 되었다.
각기 천지마반, 조화홍로, 대일여래인, 만마조배였다. 여기에 음양혼돈, 불마조화(佛魔造化) 등 온갖 힘까지 섞여서 심창무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자 심창무의 일신에서 순전히 천지의 예기로만 응집되어 형상화된 장검들이 속속 떠올라 그 앞을 보호했다.
하지만 맹렬하게 가해지는 공격에 그것들도 층층이 파훼 되었다. 억지로 짜깁기된 그의 몸체에 음양의 힘이 스며들자 군데군데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결국에는 조각상 일부가 떨어져 나간 것처럼 그의 몸에서 큰 덩어리 한 점이 뚝 하고 떨어졌다.
부활한 오백년 전 강자들의 실력은 실로 놀라웠다. 심창무만 보더라도 단독으로 도존과도 맞설 수 있을 실력을 갖췄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들의 결함은 너무도 명백했다. 하나같이 일단 몸이 훼손되면 손쓸 방법이 없는 것이다. 약간의 상처에도 몸이 거북 등껍질처럼 쩍쩍 갈라져 버리니, 어떻게 버틴단 말인가.
심창무가 그 지경이 되자 초휴 진영도 안정을 되찾았다. 다른 이들도 선전하고 있었다.
각자 상대를 정해 전력 출수한 지금, 도존 등은 이미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중 도존의 실력이 가장 안정적이었다. 다들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싸우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도존은 시종일관 여유를 잃지 않았다.
물 흐르듯 온갖 도문 비법을 시전해가며 전무마존을 압박한 끝에, 그의 전신에 미세한 상처들을 많이도 만들었다. 이제 전력을 실은 결정타를 날리기만 하면 상대를 쓰러뜨리는 건 시간문제였다.
세존 쪽도 다를 바 없었다. 그는 심지어 도존보다도 더 침착한 모습을 보였다. 줄곧 수세에 처해 있긴 했으나, 이는 결국 무심마존이 마구잡이로 맹공을 퍼붓는 바람에 되레 자기가 공격의 반작용을 고스란히 맞는 결과를 유도한 셈이 되었다. 스스로 지쳐 나가떨어질 일만 남은 것이다.
맹성하도 홍련마존을 맞아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홍련업화가 괴이하긴 했으나, 그것만 막아내면 다른 건 전혀 위협적이지가 못했다.
가장 최약체인 천곡마존을 상대로 노만왕은 이제 싸움의 막바지에 이르러 있었다. 일찌감치 팔 한 짝이 으스러진 천곡마존의 모습은 더없이 참담했다.
한편, 천혼과 고경성은 여전히 대등한 싸움을 벌이는 중이었다. 그걸 본 초휴는 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혼이 아직도 왕년의 실력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고경성은 확실히 강했다. 황천천에서 부활한 그의 몸은 이미 대부분의 구중천 강자들을 능가하고도 남을 전투력을 보이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예상대로라면 천혼이 그를 상대로 이렇게까지 시간을 끌며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는가.
바로 이때 초휴의 제압 아래 놓여 부서지기 일보 직전이던 심창무의 몸에 돌연 변화가 생겼다. 원래 회백색이었던 피부가 삽시간에 검게 변하더니 황천의 음기가 짙게 차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건 이 세상의 힘과는 전혀 다른 속성의 힘이었다. 심지어 법칙의 힘을 장악한 무선 강자들도 다룰 수 없는 힘이었다.
순간 심창무의 몸이 폭발을 일으키더니 그 짙디짙은 황천의 음기가 칠흑빛 마검으로 화했다.
그것이 허공을 찢고, 법칙을 찢고 시공간을 무시한 끝에 거듭 떠올랐을 때는 이미 초휴의 눈앞에 나타나 있었다.
초휴의 안색이 돌변했다. 마검에 동반된 힘이 그에게 너무도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바로 마도 본원의 힘, 그것도 황천천 마도 본원의 힘이었다.
아무래도 명혼이 본원을 분할하는 방법을 터득한 모양이었다. 마도 본원 일부분을 심창무의 체내에 주입한 게 분명했다.
초휴의 몸 뒤에서 네 개의 팔이 일제히 결인을 맺었다. 이와 더불어 체내 음양 본원의 힘도 격발시켜 마검에 맞섰다.
하지만 초휴는 음양 본원의 힘을 빌릴 줄만 알았다. 반면, 심창무의 몸속에는 본원의 본체가 들어있는 듯했다. 극히 소량일지는 모르나 어쨌든 본원은 본원인 것이다.
마신으로 화한 천지법상마저도 그 본원으로 이루어진 마검의 일격에 찢겨 나갔다. 초휴는 제삼의 눈에서 음양의 빛기둥을 극한치까지 발출하고서야 그 본원의 힘을 전부 소멸시킬 수 있었다.
초휴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명혼이 이런 수법까지 쓸 줄은 몰랐던 것이다. 오백년 전 강자들의 몸을 인간 폭탄으로 삼았을 줄이야.
순간 초휴가 화들짝 놀라며 다급히 소리쳤다.
“조심들 하시오!”
이제야 생각이 미쳤다. 명혼이 본원의 힘을 분할하는 방법을 터득했다면 다른 강자들의 몸에도 이러한 장치를 해놓았을 게 아닌가.
그때 사대 마존의 몸에서도 일제히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천곡마존의 온몸이 폭발을 일으키더니 황천의 음기로 엮어낸 실선들이 무수히 허공에 떠올랐다.
전무마존과 무심마존의 몸도 동시에 폭발했다. 거기서 대거 쏟아져 나온 황천의 음기가 천곡마존의 실선 속으로 흘러들었다.
그것은 뒤이어 가닥가닥 진문(陣紋)으로 화하더니 초휴의 온몸을 완전히 봉쇄해버렸다.
초휴가 음양의 힘까지도 동원해 보았지만 거기서 벗어날 재간이 없었다.
곧이어 홍련마존의 몸도 폭발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황천의 음기로 화하는 대신, 잇따라 지옥 불을 만들어냈다. 이것들이 초휴를 봉쇄한 진문에 녹아든 순간, 진도가 광채를 뿜더니 거세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초휴는 자신의 몸이 황천 한가운데로 옮겨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사방팔방에서 온통 지옥의 귀기(鬼氣)가 불타오르는 데도 아무런 힘을 쓸 수 없었다.
그 무진장한 귀기에 몸의 힘이 짓눌리면서, 바깥세상으로부터 그 어떤 기운이나 법칙도 감지할 수 없게 되었다.
도존 등이 너나없이 아연실색했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직전까지만 해도 이들은 사대 마존을 상대로 한창 불꽃 튀는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창졸간에 그들이 자폭하더니 진법을 구축해 초휴를 공격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마치 저들의 표적은 눈앞의 상대가 아니라 처음부터 초휴였던 것인 양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도존 등이 초휴를 도울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건 전혀 다른 세상의 법칙과 본원이었으니까.
초휴처럼 몸속에 본원의 힘을 갖고 있지 않은 바에야 그를 구하는 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황천천 존재들 가운데 유독 고경성만이 아직 자폭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가 쥔 장검에서 본원의 힘이 실린 황천의 음기가 터져 나오더니 꼼짝도 못 하게 천혼을 옥죄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고경성의 몸이 검으로 화했다. 그리고 진법 속에 갇혀 있던 초휴를 향해 그대로 찔러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