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381)
1381화 함께 검계를 깨부수다
방칠소의 선택이 객관적으로 옳은지 그른지를 떠나서, 적어도 그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
위서애와 여봉선도 곁에서 그의 말을 듣더니 감격한 표정으로 큰절까지 올리려 들었다.
그들은 살아서도 죽어서도 언제까지나 곤륜마교 사람으로 남을 각오가 되어있는 사람들이었다. 지금 초휴에게 조금의 승산이라도 보태줄 수만 있다면 그들이 나서지 않을 이유는 조금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그들이 아무리 나서고 싶어도 초휴를 도울 길이 없어서 비통한 심정이었다.
방칠소는 그들의 행동을 보자 황급히 말리고 나섰다.
“이런, 세상에! 제발 이러지들 마세요. 위 옹 같은 대선배께서 절까지 올리시다니, 이래서야 제가 부담스러워서 못 견디겠습니다. 그리고 분위기를 꼭 내가 죽으러 가는 것처럼 만드시면 어쩝니까! 여러분은 초 형을 믿으셔야 합니다. 만에 하나 저 안에서 둘이 막상막하로 싸우고 있는 거라면 내가 살짝만 힘을 보태기만 해도 초 형이 나를 안전하게 지켜줄 거란 말이죠. 아 참, 그리고 경령 누님! 내가 원신 비법을 수련한 적이 없어서 그러는데, 홍련업화로 내 원신 힘을 좀 활성화해주셨으면 합니다.”
뭔가 신경 쓰이는 호칭으로 부른 것 같긴 했지만, 매경령은 방금 방칠소가 자기를 뭐라고 불렀는지 따질 생각이 없었다.
매경령은 즉시 홍련업화를 전개해 방칠소의 전신을 뒤덮었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홍련업화에 상대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힘이 실리지 않았고, 그 대신 방칠소를 도와 원신의 힘을 극한치까지 단숨에 올려주었다. 이윽고 그의 원신이 몸을 떠나 수중의 부러진 검신 속으로 흘러들었다.
순식간에 검에서 엄청난 검망이 터져 나오더니 정순한 검의가 하늘을 뚫을 기세로 솟구쳤다.
심지어 모백상의 수중에 있을 때보다 훨씬 더 찬란하지 않은가.
실력 자체로는 모백상이 방칠소보다 월등히 강한게 사실이나, 이때만큼은 방칠소가 부러진 검으로부터 모백상을 아득히 능가하는 인정을 받았음이 분명했다.
부러진 검은 만검절역에서 탄생했다. 그 시대가 바로 검도의 시초인 셈이다.
당시의 검사들 가운데 그냥 아무나 지목해도, 오늘날의 그 어떤 검사보다도 순수할 터였다. 검에 대한 그들의 열정과 집념은 더없이 순수했다.
그랬기 때문에, 그토록 잡다하게 많은 무도 속에서 분리되어 나와 당당히 도·불·마에도 필적할 무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의 검사들이야말로 검도 일맥의 선배이자 시조요, 진정한 개척자인 셈이었다.
방칠소의 원신에 그들의 힘이 더해지자 정말로 망아검계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 * *
망아검계 속.
초휴는 완전히 수세에 처해 있었다.
그나마 음양의 검기가 일신을 보호한 덕분에, 상대의 원신 검기가 쉴 새 없이 가해오는 충격을 근근이 버티고 있었다.
오직 검도만 쓸 수 있는 곳에 갇힌 채, 하계 일만년 검도 역사에 걸쳐 무려 검의 성인으로 추앙받았던 존재에 맞서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전력을 다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초휴의 힘이 구중천 정상을 찍었다고 해서 검도의 실력도 그런 건 아니지 않은가. 따라서 지금 당장 그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은 무조건 시간을 끄는 것뿐이었다.
설마 망아검계가 영원히 존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고경성의 힘이라고 해서 무한하기만 한 것도 아닐 터였다.
이 망아검계를 유지하자면 초휴보다 힘의 소모량이 더 클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러니 무조건 시간을 끌다 보면 종국에 가서는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을 터였다. 물론 고경성의 힘이 소진될 때까지 죽지 않고 버텨야 한다는 전제가 따르지만 말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았다. 지금 초휴가 쓸 수 있는 수단이라고 해봤자 음양의 힘으로 검기를 빚어내 수동적으로 맞서는 게 고작이었다.
그런데 이 생명줄과도 같은 음양의 검기마저 갈수록 줄어드는 게 아닌가. 고경성의 공격에 연신 약화되더니 이제는 초휴 주위로 석 자 정도의 반경밖에 지키지 못하고 있었다. 검기가 이대로 계속 약해져 가면 머지않아 완전히 파훼 되고 말 터였다.
그런데 이때 멀리서 검의 공명이 길게 전해져왔다. 방칠소가 만검절역 검을 쥐고 망아검계 내로 들어선 것이다.
느닷없는 방칠소의 등장에 초휴는 대경실색했다.
“아니, 자네가 여긴 웬일이야?”
지금쯤 바깥에서도 자기를 구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강구하는 중일 거라고 짐작은 했다. 하지만 방칠소가 직접 이리 들어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이제 막 무선에 오른 방칠소가 이런 엄청난 실전에 뛰어든다는 건 너무도 무모하고 위험천만한 일이 아닌가.
초휴가 놀라자 방칠소는 헤실대며 웃었다.
“어째 내가 온 게 탐탁치가 않은가 보네? 초 형, 그런 태도는 날 슬프게 한다니까?! 그러다 내가 도로 가버리면 어쩌려고 그러나?”
이때 고경성의 눈빛이 방칠소를 매섭게 쏘아보더니 대거 검기를 쏘아냈다. 방칠소가 그 무지막지한 검기에 맞았다가는 황천천으로 직행하고도 남을 듯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초휴의 손이 움직이자, 음양 검기가 포효하며 터져 나와 방칠소를 보호했다. 이어서 그의 원신을 자기 곁으로 잡아끌며 초휴가 윽박질렀다.
“자네 미쳤어? 이런 상황에서도 장난이 치고 싶은가?”
이에 방칠소가 보란 듯이 수중의 부러진 검을 내보이며 말했다.
“정말 초 형을 도우러 왔다니까 그러네! 자네는 검도에 익숙지가 않잖아. 이런 곳에서 혼자 고경성을 상대해봤자 결국 뼈도 못 추릴 거란 말이야! 자네 힘을 나한테 몰아주게. 이건 만검절역에서 탄생한 검이라고. 이거라면 분명 망아검계를 깨부술 수 있을 거야!”
방칠소는 웬만해서는 이렇게까지 진지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작심하고 제대로 진지해지기 시작하면 더없이 미더운 게 바로 그였다.
그의 말이 끝나자 초휴는 일언반구도 대꾸하지 않고 음양 본원의 힘을 그의 원신 몸체 속으로 주입했다.
“히야! 이런 게 바로 구중천의 힘이로군. 원신의 힘일망정 대단한걸!”
방칠소가 심호흡을 길게 하며 한껏 만끽하는 표정을 지었으나 자기가 여기에 왜 와있는지 잊은 건 아니었다. 즉시 초휴에게 받은 힘을 손에 쥔 만검절역 검에 주입하자 일순 검망이 번쩍하며 크게 일었다.
그리고 고경성과도 맞먹을 강대하고도 순수한 검기가 터져 나왔다. 방칠소가 전방을 향해 일검을 내리치자 검세가 미치는 족족 모든 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방칠소가 왕년에 막 인과검도를 쓰기 시작했을 때는 상대의 인과를 탐색하는 수준에 그쳤었다.
하지만 지금은 온갖 힘의 인과 관계를 죄다 비틀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심오한 경지에 이른 상태였다.
고경성이 검기로 이를 막아보려 했다. 하지만 방칠소의 인과검도가 펼쳐지자 모든 인과가 도치되면서, 이 힘이고 저 힘이고 간에 속속 태초의 상태로 회귀하는 듯했다.
즉, 원래의 순수하기 그지없던 힘으로 되돌아가 망아검계로 회귀하든지, 아니면 맞바로 완전히 뒤틀어지며 서로 얽히고설켜서 적멸하든지 둘 중 하나였다.
고경성이 손으로 검날을 세우더니 전방에 살짝 점 하나를 찍었다. 이에 검기가 무수히 응집되더니 방칠소의 검세를 와해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속성의 검세는 방칠소의 수중에서 그 뒤로도 무수히 이어졌다.
검객들의 대결에서는 그리 요란한 변화가 필요치 않고 검도에 대한 이해와 가장 기초적인 힘만이 중요했다. 초휴가 검도에 대한 이해에는 젬병일지라도 그에게는 힘이 있지 않은가.
반대로 방칠소는 힘이 부족해도 검도에 대한 이해는 차고도 넘쳤다. 초휴의 힘과 방칠소의 검도, 그리고 만검절역 검까지 더해지자 전세는 역전되기 시작했다.
고경성의 검기는 이제 초휴와 방칠소의 곁에 접근하기조차 어려워졌다. 종국에 가서는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망아검계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그때 고경성이 양손으로 검을 움켜잡은 자세 그대로 검으로 화하더니 두 사람을 향해 덮쳐왔다.
고경성의 몸이 검으로 화한 바로 그 순간, 그는 물론이고 망아검계 자체가 극강의 예리함을 품은 한 자루의 검으로 화한 것과도 같았다.
초휴는 이미 자기 원신 속 음양 본원의 힘 전부를 방칠소에게 준 상태였다. 방칠소는 그 힘을 그대로 터뜨리며 전방을 향해 만검절역 검을 내리쳤다.
그 순간 검의가 폭발하며 여러 형상으로 응집되어 나타났다.
마치 실체를 가진 양 보이는 그 형상들은 하나하나가 검사의 모호한 인영으로, 방칠소가 아니라 지난날 만검절역의 검도 시조들 모습이었다.
그들이 각자의 인영을 이 부러진 검에 남겨두었고, 방금 방칠소가 시전한 극강의 검의에 의해 활성화된 것이다.
양측이 맞부딪히면서 망아검계 안에 검기의 소용돌이가 끊임없이 몰아쳤다. 초휴의 눈앞은 검기가 엉망으로 뒤엉키며 남겨진 잔영들로 인해 온통 희뿌옇기만 했다.
그런 상태로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검기가 흩어지고 고경성의 모습이 드러났다. 원래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나 온몸에 균열의 흔적이 가득했다. 그것 말고도 그에게는 여러 변화가 감지되었다.
좀 전까지만 해도 자기 의지는 전혀 없이 흐리멍덩하기만 했던 눈빛이 더없이 청명해진 게 아닌가. 급기야 눈가에 옅은 웃음기까지 서려 있었다.
초휴는 이때다 싶은 생각에, 그에게 황천천의 지금 상황이 어떠하며 명혼은 언제쯤 거기서 나올 건지 등을 물어보려 했다.
하지만 고경성은 초휴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방칠소를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그의 입에서 온화하고도 차분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제법이구나. 아주 훌륭해! 우리 검도 일맥에 자네와 같은 후배가 배출되어 참으로 기쁘도다! 자네가 익힌 검도를 정상에 이르는 그 날까지 꾸준히 지켜나가도록 하라. 물론 정상에 이르렀다고 해서 자네가 견지해왔던 검도를 버려서는 안 될 것이야. 이 점을 꼭 명심하게.”
방칠소가 감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서로 적으로 만났지만, 아까의 그가 왕년의 그 고경성이 아니었음을 방칠소도 알고 있었다. 그저 고경성의 실력을 갖춘 강대한 꼭두각시일 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자신 앞에 있는 저 인물이야말로 일검으로 성을 기울게 했다는 진정한 절세의 기재, ‘검성’ 고경성인 것이다.
고경성이 활약했던 시절로부터 오백년이 지난 지금, 그를 우상으로 여기지 않는 후대의 검사가 과연 있을까?
방칠소로서는 당연히 감개무량할 수밖에 없었다.
가슴이 너무도 격하게 벅차올라서 평소의 실없던 표정마저 잃고 말았다.
방칠소에게 치하를 마친 고경성의 시선이 초휴에게 향했다. 그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자네는 독고유아가 아니다. 그도 역시······.”
하지만 고경성이 하려던 말을 끝맺기도 전에 순간적으로 망아검계가 무너지며 원신으로 된 그의 몸도 흩어져서 허공 속으로 사라졌다.
초휴는 말이 안 나올 지경이었다. 지금 이 엿 같은 심정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한단 말인가.
한바탕 욕이라도 퍼부으면 속이 시원하겠다 싶었지만, 그런다고 해서 뭐가 달라지겠는가 말이다.
툭하면 하다 끊기고 마는 그놈의 말! 말! 말!
먼젓번 선대 천사도 말을 하다가 말았었다. 하지만 그땐 그럴 만했었다고 치자. 당시 선대 천사는 온전한 정신도 아니었잖은가.
하지만 고경성은 완전히 제정신을 회복한 상태였다.
제길, 방칠소를 칭찬하는 시간만 아꼈어도 그 중요한 말을 마저 다 했을 거 아닌가.
결국 오백년 전 검성의 눈에는 방칠소라는 후배가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했던 것이다. 초휴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말이다. 심지어 당장 양계에 닥친 이 위기 상황도 방칠소보다 중요성이 크진 않았던 것이다.
방칠소는 여전히 들뜬 마음을 주체 못 하며 신바람이 나서 떠들어댔다.
“내 인제 와서야 하는 얘긴 데 말이야. 내가 초 형, 그리고 여 형과 같은 희귀 별종들과 동시대에 태어나 살아가는 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심적인 압박감이 말도 못 했단 말이지. 검왕성 노인네들은 툭하면 자네들과 나를 비교해대고 말이야. 하고 많은 정상적인 사람들은 다 놔두고 하필 자네들 같은 괴물들과 비교를 해댔다 그 말이야!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자네도 방금 검성께서 하신 말씀을 들었지? 그분이 나를 칭찬해 주셨다니까! 그분이 자그마치 ‘검성’ 고경성이었다고! 이런, 망할! 방금 유영석(留影石)에 그분이 나를 칭찬하시던 장면을 남겼어야 했는데! 아 참, 나는 지금 원신 상태지? 그럼 유영석은 쓸 필요도 없겠네.”
흥분이 지나쳐 말도 두서없게 떠들어 대는 방칠소를 바라보며 초휴가 망연자실하여 중얼거렸다.
“그래, 확실히 자네한테는 이 일이 평생 기억될 만하겠지. 그게 대가가 얼마나 비싼 칭찬이었는지 자네가 알았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