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56)
156화 경외심을 가르치다
초휴가 큰 소리로 외쳤다.
“관중형당에는 관중형당의 규정이 있듯이, 나에게도 나만의 규정이 있다. 내 말을 잘 따른 자는 물론, 공을 세운 자도 자기가 힘을 보탠 만큼 상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고는 강가의 금고에서 싹쓸이해 온 물건들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이것의 이할은 너희 몫이고 삼할은 나의 몫이며 나머지 오할은 관중형당에 상납한다. 성과물의 얼마를 가져갈 수 있을지는 나의 결정이 아닌 그대들 각자의 능력치에 달려 있다.”
이 말에 다들 놀라움을 금치 못하면서도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여태 좋은 물건 구경을 못 해봐서가 아니었다. 관중형당이 이처럼 그들에게 성과물을 직접 나누어준 적이 없어서였다.
예컨대 관중형당의 조세만 봐도 그랬다. 가장 말단이 거두어오면 그것이 여러 단계를 거쳐 상부로 올라간 후, 최종적으로 인원수에 맞춰 수당이 지급되는 게 관례였다. 얼마를 나누어 줄지는 순전히 관중형당 상부의 결정에 달려 있었다.
그런데 초휴는 모든 성과물을 죄다 공개하고, 그걸 자기가 보인 능력에 비례해 가질 수 있다고 했다. 파격적이고도 참신한 발상이 아닐 수 없었다.
그들이 이런 방식을 통해 나눠 갖게 될 물건들은 평소 임무 수행 시, 손조차 댈 수 없는 것들이었다.
웅성거리는 좌중을 둘러보며 초휴는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관중형당은 막강한 실력을 갖췄다.
지난날 초광가가 관중형당의 기틀을 닦은 후, 관사우가 앞장서서 오늘의 영광을 일구어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관되게 중심을 잡아 왔던 게 바로 ‘규정’이라는 두 글자였다. 하지만 초창기에는 관중형당의 규정이 엄수되었지만, 점차 세월이 갈수록 형당 기저부에서 상부까지 모두가 해이해지는 분위기였다.
관사우가 아무리 독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공평무사하게 형당을 이끌어도, 그 많은 수하의 마음을 일일이 단속하기란 불가능했다. 가장 말단인 강호 포두들에게 지급되는 수련자원의 양이 턱없이 부족했다.
처음에는 관중형당의 정예요원이라는 자부심으로 버틸 수 있었다. 그러나 박봉 앞에서 그 마음은 점차 무사안일과 현실 타협으로 변질되었다. 대부분의 포두와 포졸들은 자신이 승진할 가망이 없음을 자각한 순간, 자연스레 이렇게 변하게 된다.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한 관중형당에서 쫓겨날 리는 없으니 박봉이나마 제때 챙길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박봉 수준에 맞게 대충 일하면 그만이었다.
물론 이것이 큰 문제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이로 인해 분위기가 침체되는 건 분명했다.
이에 초휴가 근엄하게 말했다.
“오늘날 관중의 질서와 안녕은 관중형당이 있어서 가능했다. 모든 게 역대 선배들이 기틀을 잡아 놓은 덕분이지. 그런데 요즘 들어 관중의 주인 행세를 하려 드는 무림세력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저들은 법규 따위는 지킬 생각이 없고 관중형당도 안중에 없다. 선임 순찰사들이 그간 어떻게 일해왔는지는 알고 싶지 않다. 위구단 대인이 어떤 식으로 운영해 오셨는지도 나는 개의치 않는다.”
“다만 앞으로 이 초휴의 관할 지역에서 어느 종문이나 세가가 되었든, 이 한 가지를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건 바로 나에 대한 ‘경외심’이다! 앞으로 일을 하다 보면 문제가 커지는 경우도 있겠으나, 설령 그리되더라도 내가 너희들에게 힘을 실어 줄 것이다.”
그 말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게 빛났다.
그리고 묵직하면서 활기찬 대답이 이어졌다.
“네. 대인!”
그들은 건주부에서 실로 오랜 세월을 숨죽이며 살아왔다. 방정원 이전의 순찰사들은 하나같이 졸렬하고 범속한 부류여서, 그저 안일 무사만을 추구했다.
사고만 크게 터지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종문세가들에게 양보하려고 했다. 방정원이 부임하고서야 저들에게 함부로 양보하는 일이 사라졌지만, 사람됨이 꽉 막힌 탓에 확증이 없고서야 과감히 덤벼들 생각을 안 했다.
그러나 건주부의 종문세가들이 허술하게 일을 처리할 리가 있겠는가. 분명 관중형당의 법규를 어겼음에도, 아무런 흔적이나 빌미도 남지 않게 감쪽같이 일을 처리했다. 그러니 방정원의 방식으로는 번번이 수사가 한계에 부딪혔다.
게다가 방정원은 대외적으로 융통성이 없었지만, 내부적으로도 꼬장꼬장하게 원리원칙대로만 수하들을 대했다. 그 결과 수하들의 주머니 사정이 팍팍해지면서 원성만 높아갔다. 오죽하면 역대 무능했던 순찰사들보다도 더 인기가 더 떨어질 정도였다.
하지만 초휴는 달랐다.
그들이 그동안 굶주리며 갈구해 온 상관의 모습, 그건 바로 패기였다!
관중의 맹주라 할 수 있는 관중형당의 일원들이 이처럼 기를 못 펴고 사는 건 분명 문제가 있었다. 그들은 앞으로 무엇이 경외심이고, 과연 누가 이 땅의 주인인지 종문세가들에게 분명히 알려주겠다고 다짐했다.
초휴는 상대의 유죄 여부와 상관없이, 또한 증거 확보 여부와 상관없이 관중형당의 말이 곧 진리고 법이라고 했다. 이 얼마나 단순 명료한 방침인가. 물론 그들이 초휴에게 가장 반한 대목은 단연 그 파격적인 대범함과 화통한 씀씀이였다. 무려 강가 소유의 수련자원 중 이 할에 해당하는 분량을 균등하게 나눠준다니 말이다. 이처럼 사람이 시원시원하니 앞으로도 분명 이렇게 당구를 운영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수하들의 어깨에 힘이 들어간 게 느껴지자, 초휴는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는 일전에 수하들을 처음 대면했을 때,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가 못마땅했다. 사기가 바닥까지 떨어진 게 확연히 느껴졌던 것이다.
조만간 이 문제를 타개할 돌파구를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마침 강가 일이 터졌다. 오늘처럼 기여도에 맞춰 성과물을 두둑히 나눠주면 얼마간의 활기는 되찾을 수 있을 터였다. 물론 그들의 실력은 여전히 아쉬운 감이 있긴 했다.
천죄 분타에서 살수로 지냈던 세월이 길었던 탓에, 이곳 수하들의 실력이 약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물론 이들의 실력이 동급 무사들 가운데 뛰어난 편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천죄 분타 살수들은 그저 뛰어난 정도가 아닌, 단연 최고의 실력자들이었다. 그곳에서 초휴의 눈이 높아져 버린 게 잘못이라곤 할 수 없었다.
두광중 등 세 사람이 서로 의미심장한 눈짓을 주고받았다. 지금에서야 이들은 초 대인의 방식을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런 방식이 마음에 안 들지도 않았다. 적어도 방정원과 그 외 전임 순찰사들보다는 훨씬 나았으니까.
“이제 물건들을 가지고 순찰사 당구로 복귀한다. 또한, 강가의 죄상을 건주부 전체에 널리 알려서, 그들의 죄목을 모두가 알게 만들기 바란다.”
“네, 대인!”
초휴의 지시에 세 사람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리고 다음 날, 건주부에 인접한 상주부의 위한산도 이 소식을 접했다.
“초휴, 이자가 아주 간덩이가 배 밖으로 나왔구나.”
위한산의 눈빛이 매섭게 번뜩였다.
사실 위한산과 강가의 관계는 그리 끈끈한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초휴가 강가를 멸문시켰다는 소식에 이처럼 분개하는 이유는, 초휴가 자신의 이익에 손해를 끼쳐서였다.
강서신은 자기 사업의 일부를 상주부로 옮기겠다고 약속했다. 그리되면 위한산은 그 사업을 비호 해주는 대가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초휴 덕분에, 자신이 기대했던 ‘대가’는 졸지에 날아가 버렸다. 더군다나 초휴가 일을 처리한 방식은 관중형당의 규정에도 명백히 위배되는 것이었다.
관중 땅의 일부 종문세가들이 암암리에 밀거래 등을 저질러 재미를 봐온 게, 하루 이틀 일이겠는가. 큰 불상사만 없다면, 굳이 이 일을 문제 삼을 필요는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종문세가들도 관할 순찰사에게 눈감아주는 ‘대가’를 바쳐왔다. 그러면 순찰사는 보고도 못 본 척, 또는 은근슬쩍 빈틈을 내어주는 게 지금까지의 관례였다.
하지만 초휴가 멋대로 행한 이번 처결은 그런 암묵적 관례를 깨버린 셈이었다.
물론 이는 초휴가 자기 지역에서 자신의 재량권으로 행한 일이긴 했다. 하지만 그는 적어도 건주부에서만큼은 초휴 개인이 아닌, 관중형당 전체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이런 사실을 감안할 때, 그가 벌인 과감한 행동 때문에, 자칫 인근의 다른 순찰사들에게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었다.
“빌어먹을! 이거 완전 제멋대로잖아.”
한동안 울화가 부글부글 끓던 그는, 관중형당 제복으로 갈아입고 건주부로 향했다. 암묵적 관행은 관중형당 상부에서 제정되어 하달된 것이 아니다.
일부 순찰사들과 현지 무림세력 간의 다자간 협의를 통해 모두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결정된 일이었다. 다른 지역 형당에서도 이렇게 하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관서에서는 이렇게 해온 지 오래였다.
세상 물정 모르는 신참이 더 크게 문제를 만들기 전에, 단단히 손봐줄 필요가 있었다. 자칫 초휴 하나 때문에 오해가 빚어져 강호 종문 및 세가들이 다른 순찰사마저 적으로 돌리는 날엔 손해가 막심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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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주성.
초휴는 강가에서 노획한 보물과 자원들을 직접 분류하고 있었다.
세 몫으로 나누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구잡이로 나눌 수도 없었으니까. 물론 본인 몫을 우선해서 챙기는 것은 잊지 않았다.
그때 두광중이 다급히 들어와 고했다.
“대인, 상주부 순찰사이신 위한산 대인께서 오셨습니다.”
“그자가 뭣 하러?”
초휴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관중 본부에서 악의적이었던 첫인상 때문에, 위한산에 대한 그의 선입견은 별로였다.
두광중이 씁쓸히 웃어 보이며 답했다.
“위 대인의 심기가 불편해 보였습니다. 소인이 여쭤볼 수도 없는 일입니다만.”
“일단 가서 만나보자.”
위한산이 갑작스레 들이닥친 걸 보니, 무슨 일인지 짐작이 갔다. 강가를 멸문시킨 것 말고는 상대를 자극할만한 일을 한 게 없었으니까. 위한산은 굳은 표정으로 회의실에 앉아 초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초휴가 나타나자, 위한산이 대뜸 콧방귀를 끼며 본론부터 꺼냈다.
“초휴, 어디서 배워먹은 버르장머리인가? 아무리 간덩이가 커도 유분수지. 순찰사로 부임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강가처럼 유구한 역사의 명문세가에 마구잡이로 손을 대? 까막눈이 아닌 이상, 관중형당의 규정을 못 읽었을 리도 없을 텐데! 아무 집안이나 마구잡이로 씨를 말려도 괜찮다고 규정에 쓰여있던가?”
초휴는 천연덕스럽게 자리에 앉아, 일단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고는 손가락 두 개를 세워 보이며 말했다.
“첫째, 강가를 처벌할 만한 증거가 있었소. 나는 늘 원리원칙대로 일을 행해 왔으니까. 설마 증거도 없이 내가 그리했겠소? 그리고 둘째.”
초휴가 잠시 뜸을 들이다가 고개를 들더니, 위한산을 차갑게 쏘아보며 말을 이었다.
“대관절 당신이 뭐길래 내 간덩이 크기를 논하는 거요? 우리 둘은 같은 직급의 순찰사라는 것을 명심하시오. 여기가 어디라고 마구 들이닥쳐 지적질을 하다니, 그렇게나 할 일이 없소?”
초휴의 도발적인 언사에 위한산의 안색은 납덩이처럼 무겁게 변했다. 물론 초휴가 자신과 동등한 직급의 순찰사인 건 맞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맞먹어도 된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초휴는 고작 외강경인 반면, 자신은 삼화취정의 경지에 오른 고수니까, 엄연히 격이 다른 셈이었다. 위한산은 불편한 심기를 누르지 못하고 결국 하려던 말을 내뱉고야 말았다.
“내가 뭔데 그러냐고? 초 대협의 천거로 순찰사가 되었다고 해서, 나머지 관서 순찰사들과 맞먹어도 되는 줄 착각하는 게로군. 좋아. 내가 누구인지 말해주지. 그러나 굳이 내 입으로 말을 하지는 않겠다. 관중형당 밖에서건 안에서건, 결국 모든 걸 말해주는 건 실력이니까!”
말이 끝나자마자 위한산의 손에서 길고 좁다란 은백색 장도 한 자루가 떠올랐다.
음산한 한기가 칼날에 감도는가 싶더니, 얼음장같이 차가운 한빙강기(寒氷罡氣)가 마치 한 폭의 백색 명주처럼 펼쳐지며 초휴를 향해 덮쳐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