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6)
이미 말한바와 같이 초씨 가문에는 부인이 세 명 있었다. 큰부인은 명문대가 출신이요, 둘째 부인은 통주부 개산무관의 관주 정개산의 여식이었다.
그와 비교되게 셋째 부인은 평범한 장사꾼을 부친으로 둔 것 외에는 별다른 배경이 없었다. 순전히 젊고 아름다운 용모 하나로 초종광에게 시집올 수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셋째 부인은 머리가 명석해 주제파악이 빨랐다. 그래서 처음부터 눈에 띄게 나서서 싸우거나 뺏을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결국 몸이 달은 둘째 부인이 먼저 나서 그녀를 포섭하기에 이른 것이다.
둘째 부인이 초상의 처소로 들어서자 셋째 부인이 방에서 나오며 미소로 맞이했다.
“형님께서 여길 다 오시다니요. 미리 알려주시지도 않고요.”
셋째 부인 뒤에 따라 나온 초상도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둘째 부인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들을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 운을 떼기 시작했다.
“그저 수다나 떨자고 온 건데 미리 알리고 자시고 할 게 뭐 있나? 참, 상아가 관리하는 그 점포들은 돈벌이가 괜찮은가? 쓰기에 모자라진 않고?”
그 물음에 셋째 부인은 안색이 변하더니 다급히 대답했다.
“상아의 점포들은 죄다 객잔과 주루 따위라서 별로 돈벌이가 될 게 없어요. 문중에 드리고 나면 얼마 남지도 않고요. 그래도 상아는 가주 자리를 놓고 다툴 생각이 없으니, 이 정도 수입이면 먹고 살만은 하답니다.”
셋째 부인의 말에 둘째 부인이 웃으며 해명을 했다.
“아우님이 오해했구먼. 그런 뜻으로 한 말이 아냐. 상아가 이제 어린 아이도 아닌데 가주가 될 생각이 없다 해도, 돈 될 만한 사업을 좀 더 갖고 있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아우님 말마따나 상아 수중의 점포들이 수익성이 좋은 것들은 아니잖은가.”
그 말에 초상 모자의 눈이 동시에 반짝였다. 그러나 셋째 부인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집안의 사업이 그리 많은 편도 아니고, 게다가 대인께서 이미 상아에게 그 점포들을 주셨는데, 이제와 더 달라고 말하는 건 아무래도 염치가 없는 것 같아요.”
그러자 둘째 부인이 일어서며 말했다.
“대인께 요구하는 게 불편하다면 다른 이의 것과 바꾸는 건 문제가 없지 않을까? 듣자니 요즘 들어 초휴의 상단이 짭짤하게 이익을 남긴다더군. 심지어 그 애가 맡은 다음부터는 수익이 배로 뛴다던데 말이지.”
말을 마친 둘째 부인은 상대방이 자신의 뜻을 알아차렸을 거라고 확신하며 그곳을 나섰다. 그녀가 가고 나자 초상 모자는 거의 마음을 굳힌 듯 서로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셋째 부인은 별다른 배경이 없고 초상은 아직 어리니 가주 자리를 넘보기가 어려운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경쟁에서 이길 자신이 없는 건 초개와 초생일 뿐, 받쳐줄 뒷배도 없고 부친의 사랑도 못 받는 초휴는 아니었다. 비교적 만만한 상대였던 것이다.
이튿날 아침 초휴는 자신의 마당에서 검술을 연마하고 있었다. 이 간단한 수리청룡이 그의 반복된 연습을 거치면서 어느덧 검의 주인과 혼연일체가 되어가고 있었다.
물론 구체적인 위력까지는 아직 잘 알지 못한다. 무공이란 것이 본디 살생을 위한 기술인데 사람을 죽여보지 않고서야 어떻게 진정한 살인무기로 단련될 수 있을까? 이때 누군가가 대문을 두드려 열어 보니 노인 하나가 문 밖에 서서 말했다.
“이공자님, 대인께서 부르십니다.”
그는 다름 아닌 진 집사였다. 진 집사가 초종광의 최측근이라는 건 초휴도 알고 있었다. 그가 구체적으로 맡은 소임이 무엇인진 모르지만 적어도 류 집사보다 지위가 높은 건 확실했다. 그런데도 그는 초휴에게 늘 공손히 대했다.
집안의 장로들, 숙조부들, 하다못해 류 집사 같은 고위급 집사들조차 자신을 벌레만도 못한 존재로 취급할 때, 유독 진 집사만은 꼬박꼬박 자신을 이공자님이라고 불러주었던 것을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도 고운 법, 초휴도 당연히 그에게 공손히 대했다.
“진 집사, 잠시만 기다려주시구려. 금방 옷 갈아입고 나올 테니.”
이윽고 초휴가 옷을 갈아입고 함께 초종광의 처소로 향하는데 그가 슬며시 이런 언질을 주는 것이었다.
“이공자님, 이따가 대인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더라도, 얼굴을 붉히지 말고 침착하게 들으셔야 합니다.”
그러고는 탄식까지 내뱉었다. 대인의 처사가 어떤 때는 정말이지 너무 지나치다 싶을 때가 있다.
집안 가족들 간의 일이야 늘 이런 식으로 불공평하게 흘러가기 마련이니 이번에도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갈 수는 있다. 다만 요즘 이공자가 부쩍 욱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초종광 앞에서 해선 안 될 짓이라도 저질러 낭패를 볼까봐 그게 걱정스럽다..등등.
진 집사의 말을 듣던 초휴는 부친이 자신을 좋은 일로 부르는 게 아님을 직감할 수 있었다. 초휴는 애써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리 알려줘서 고맙소. 내 명심 하리다.”
다시 태어난 후 이생과 전생의 기억이 뒤섞이는 과정에서 전생의 기억이 더 크게 자신을 지배해온 건 사실이나, 이생에서의 기억도 일정 부분 그의 성격에 영향을 미쳤다.
예컨대 이통이란 자가 그에게 도발해왔을 때만 봐도 결과적으로 그는 거침없이 사람을 죽여 놓고도 전혀 불편한 감정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건 남산 광구에서 거칠게 단련된 이생의 초휴로서 행한 일이 확실했다.
그러나 그는 결정적인 순간에 일을 그르치지 않도록 자신의 폭력성을 억제할 수 있다는 확신도 있었다. 초휴는 진 집사의 안내에 따라 초종광의 서재로 들어섰다. 그런데 서재에는 뜻밖에도 초상이 먼저 와있었다.
“아버님을 뵙습니다.”
초휴가 부친께 예를 올리자 초상도 공손한 표정으로 초휴한테 인사를 올렸다.
“둘째 형님을 뵙습니다.”
초휴는 순간 멈칫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아우 놈은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자신을 둘째 형님이라고 부른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초휴가 다가서는 것을 보자 초종광이 헛기침을 한 후 입을 열었다.
“앉거라. 오늘 너와 긴히 할 얘기가 있어서 불렀느니라.”
“편하게 말씀하시지요.”
“요즘 네 상단이 잘나간다는 소식은 들었다. 네가 남산 광구에 있는 동안 많이 성장한 건 알겠구나. 장차 네가 이 집안의 가주가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너는 집안의 주춧돌이니 형제간에 얼굴 붉히지 말고 서로 잘 도와야하느니라.”
부친의 속내를 정확히 모르는 초휴는 내심 짜증이 났다. 형제들 사이에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설마 모른다는 거야? 자기가 싸움판을 조장해놓고 이제 와 화목하게 지내라니, 이게 대체 말이야, 방귀야?
그러나 초휴는 내색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매우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한다니 잘 되었다. 내가 보아하니 상아가 아직 어리긴 해도 세상경험을 해서 단련될 필요가 있겠더구나. 지난번 네가 직접 상단을 이끌고 연나라에 다녀온 게 참으로 잘한 일인 것 같아. 그러니 이참에 상아도 둘째형을 본받아서 상단을 이끌어보는 것이 좋겠다. 그래서 무슨 말이고 하니, 네 상단과 상아의 점포를 서로 바꿔 운영해보도록 하거라.”
순간 초휴는 두 눈이 튀어나올 뻔 했다. 어쩐지 진 집사가 침착하라더니, 이렇게 열 받는 상황이 될 걸 미리 알고 한 말이었구나. 이 아비란 작자는 너무 대놓고 편애를 하고 있지 않는가 말이다.
상단이 위험에 빠졌을 때도 초상은 가지 않았다. 상단의 수입이 적을 때도 역시 가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 위험도 사라지고 안전한 통행도 보장되고 나니, 남이 애써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들이 밀겠다고? 아니, 그 정도가 아니지. 그냥 밥상을 통째로 빼앗겠다는 소리가 아닌가 말이다!
옆에 있던 진 집사도 초휴가 화를 못 참고 발작할까봐 긴장한 눈빛이 역력했다.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달리 초휴는 그저 묵묵히 있다가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버님께서 결정하신 이상, 그리 따르겠습니다. 상단을 아우에게 넘기도록 하지요.”
초종광은 흡족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매사에 안정적인 걸 추구하는 성격이라, 자식들이 자신의 뜻에 맞서는 걸 매우 싫어했다. 이처럼 초휴가 눈치껏 처신하자 초종광은 기분이 매우 좋았다.
“너희 형제가 이렇게 우애가 좋으니 정말 만족스럽구나. 이렇게 하자꾸나. 네가 상단 대신 가지게 될 상아 명의로 된 점포들은 죄다 객잔과 주루뿐이지. 그러니 병기점포를 하나 더 얹어줄 테니 네가 맡아서 운영해 보거라.”
그리고 이번에는 초상에게 눈길을 돌리며 말을 이었다.
“상단을 내어주긴 한다마는 아직 네 나이가 어리니 겸허한 자세로 잘 배워야 할 것이야. 아 참, 상단이 출발할 때 임겸(林謙)을 동행시키면 되겠구나.”
초휴는 또 한 번 두 눈이 튀어나올 뻔했다. 임겸이 누구이던가? 그는 초씨 가문의 문객 중 최고수급에 속하는 두 인물 중 하나로서, 응혈경에 이른 실력자로 평소 초씨 문중 자제들의 수련 지도를 일부 맡고 있었다.
지난날 상망산 도처의 흉흉한 위험을 무릅쓰고 초휴가 떠날 때는 그저 조심히 다녀오라는 말 한마디뿐이었다. 그런데 초상에게는 응혈경에 이른 고수까지 호위무사로 붙여준다고? 둘 다 똑같은 아들인데, 아비라는 작자가 어쩌면 이리도 차별대우를 할 수 있을까.
물론 초휴는 애당초 초종광을 아비로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리 억울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임엽이 아닌 초휴의 몸이던 시절의 기억을 아무리 탈탈 털어 봐도 초종광에 대한 감정은 그저 두려움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긴 이 집안에서 초상 하나만 이런 특별대우를 받을 뿐, 초개와 초생도 자신과 별반 다를 게 없는 처지였으니, 오늘의 처사가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초상은 부친에게 감사를 표한 뒤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초휴에게도 예를 표했다.
“둘째 형님, 감사합니다.”
하지만 초휴는 그저 담담히 대꾸했다.
“고마울 거야 뭐 있나. 다만 장삿길이 험하니 조심하는 게 좋을 거다.”
말을 마치고 일어나서 서재를 나오는 초휴의 눈에 살기가 감돌았다. 그는 전생에서건 이생에서건 자기 것을 빼앗아가는 족속을 가장 증오했다.
끝
ⓒ 봉칠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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