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65)
165화 불순한 의도의 연회 (1)
안불귀는 힘을 완전히 장악해서, 자유자재로 갖고 놀다시피 하는 경지에 이른 듯했다. 지면이 조금도 상하지 않은 채, 지진과도 같은 엄청난 파동을 일으켰으니 말이다.
만약 이 거검을 두부 위에 올려놓는다면 두부는 멀쩡한 채로 그 밑의 돌바닥만, 아니 심지어 바닥 아래 지면만 금이 가게 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는가.
유성례 등은 자기들끼리 눈치만 볼 뿐,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 정도까지 상대편의 실력을 본 이상, 더 이상의 탐색전은 무의미했다.
과연 전직 청룡회 살수다운 면모였다.
양쪽 다 외강경이지만, 저들의 실력은 명실상부 동급 최강이라 할 만했다. 동일 경지의 무사에게 일종의 위압감마저 느낄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청룡회 사람들이 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들은 초휴 밑에서 독보적인 위상과 권한을 누려왔다. 업무 태만이나 수련 소홀 등까지는 안 가더라도 별다른 압박감 없이 지내온 게 사실이었다.
초휴에게 쓸만한 다른 수하가 없는 탓에, 감히 순찰사를 상대로 갑질도 부려봤던 그들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상황이 역전되게 생겼다. 자그마치 초휴의 옛 동료들이라고 했다. 이제 그들은 더 이상 초휴가 부릴 수 있는 유일한 수하는 아닌 셈이다.
양측의 수하들을 번갈아 보며, 초휴는 별다른 내색은 하지 않았다.
물론 수하들 간에 갈등도 있을 수 있고, 경쟁도 벌어질 수 있다. 그건 조직의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무의미한 반목과 진흙탕 싸움은 초휴가 결코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초휴는 천죄 타주가 그랬듯이, 대놓고 수하들 간의 경계와 반목을 부추기는 우를 범할 생각이 없었다. 치밀하게 구상한 그림도 없이, 무조건 분열을 조장하는 건 조직의 와해를 자초하는 것일 뿐이었으니까.
이윽고 초휴가 입을 열었다.
“좋아. 신고식은 이만하면 되었다. 청룡회 사람들은 이제 막 왔으니, 당장 순찰사 당구의 실무에 투입하진 않는다. 아직 배울 것들이 많으니, 한시적으로 내가 직접 그대들을 관리하겠다.”
초휴의 말에 두광중 등은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초휴의 말이 이어졌다.
“나는 수하의 출신, 이력 따위는 보지 않는다. 오로지 실력만을 따질 뿐이다. 이제 우리 당구의 무력이 크게 증강된 셈이니, 그만큼 해야 할 일도 많아지게 될 것이다. 그러니 다들 적극적으로 뛰어주길 바란다. 수련자원이건 수중의 권세이건 간에, 그런 것들은 내가 그대들에게 주는 게 아니다. 그대들이 자신의 힘으로 쟁취하는 것이다. 경쟁해서 빼앗는 것이다. 누구든 실력과 능력이 받쳐주는 자는 상응하는 대가를 받게 된다. 매우 단순한이치다. 이처럼 공정하고 공평한 논리가 어디 있겠는가. 아니 그러한가?”
다들 몸을 일으켜 목청을 드높였다.
“그렇습니다. 대인!”
초휴가 어느 한쪽을 편애하지만 않는다면, 양측 모두 경쟁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청룡회 살수들이 정예인력 중에서도 발군의 실력자들이긴 하지만, 관중형당의 무사들도 거기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게다가 이곳은 엄연히 관중형당이다.
이제 막 이곳 구경을 한 청룡회 무사들이 그들만큼 돌아가는 상황을 알 리가 만무했다. 한마디로 이곳은 사람만 죽이면 모든 게 해결되는 곳이 아니었다.
초휴가 두광중 등에게 지시했다.
“두 포두, 자네는 건주부에서 내로라하는 무림세력들에게 초대장을 보내도록 하게. 내용인즉슨, 사흘 후 내가 건주부 봉명루(鳳鳴樓)에서 그들을 대접할 것이니, 각 종문과 세가의 수장들은 친히 참석해달라는 것이다. 물론 오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 결과를 감내할 자신이 있다면.”
두광중 등이 명령을 받들었다.
물론 그 ‘결과’가 무엇을 의미할지는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건주부 순찰사 당구가 현지에서 위엄을 되찾긴 했지만, 아쉽게도 그 위엄은 강가의 시신 더미를 밟고 올라서 일궈낸 성과였다.
강가의 멸문에는 분명 일벌백계의 의미도 있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강가 멸문 후, 무림세력들이 앞다투어 초휴에게 인사를 왔어야 마땅했다. 하지만 강가의 멸문은 지나친 감이 있었다.
이 사실이 종문세가들을 격노케 했고, 그들의 반발심리를 부추겼다.
그래서 아직도 쥐새끼 하나 얼씬거리지 않는 것이다.
그들이 정 오지 않겠다면 초휴가 나서서 오게 할 수밖에 없었다.
초휴는 한 달간의 폐관 수련을 마친 상태였다. 수련 기간 동안 쥐죽은 듯 조용히 지냈지만, 그건 밖에서 봤을 때의 모습일 뿐, 실상은 본인의 칼을 갈고 닦는 데, 그동안의 시간을 바친 셈이었다.
이제 칼은 충분히 갈고 닦았다.
그 어느 때보다도 날이 예리하게 잡혀 있었다.
게다가 생각지도 못했던 귀수왕 등의 합류는 천군만마와도 같았다.
그들의 칼날도 출수할 날만을 고대하고 있다. 그러니 더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이제 칼을 휘둘러 칼날의 예리함을 알아볼 때가 된 것이다.
초휴의 지시로 초대장을 작성한 두광중이 지체 않고 포졸들 편으로 이를 보냈다.
초대장은 건주부에서 한 입김 하는 종문세가들을 향해 전달되었다. 다만 그 이후의 일은 초휴의 기대만큼 순탄히 흘러가지는 않았다.
그들은 초대장을 받고도, 초휴의 초대에 응할지 말지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망설였다. 해서 우선 세간의 눈을 피해 한곳에 모였다. 여기서 그들은 정보도 모으고 중론도 모을 생각이었다.
건주부는 크고 작은 십여 개의 성으로 구성되었는데, 무림세력은 수십 개에 달했다. 하지만 그중 외강경 이상의 무사를 보유해 대외적으로 명함을 내밀만 한 세력은 열두세 개 남짓이었다.
실력도 괜찮은 편이었다.
왕년에 건주부 소재 관중형당의 세력이 약했다고 해서, 건주부 무림세력의 실력도 약하리라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었다.
건주부에서 최강의 세력에 속하던 강가가 초휴에게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이는 건주부 무림세력들의 분노를 자아낸 동시에 공포감 또한 안겨주었다. 잊으려 노력해도 문득문득 강가의 비참한 말로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지난날 관사우가 당주 자리에 올랐을 때, 그의 매정하리만치 공평무사한 처사에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자신의 친아우에게 죄를 물어 불구로 만들었고, 일단 사형판결을 내렸으면 일고의 여지도 없이 사형에 처했다. 자기 피붙이한테도 매몰찼으니, 생판 남한테는 말할 것도 없었다.
당시 관사우의 철권통치는 불안정한 관중형당의 기반을 빠르게 강화하고 관중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해서 수많은 사람이 단죄되고 적잖은 종문의 명맥이 끊겼다.
대놓고 관중형당의 존엄에 대항하는 무리가 사라지자, 철권통치도 서서히 부드러워졌다. 근래에 와서는 혹독한 처벌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자리를 잡았다. 따라서 강가를 처벌한 초휴의 잔혹한 수법은, 지난날 그들을 떨게 했던 철권통치의 악몽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때 나성(羅城)에 소재한 나가(羅家)의 밀실에는 건주부 열두 개 무림세력의 대표가 모였다. 나가는 강가와 맞먹는 정상급의 세가다. 차이가 있다면 강가가 소재한 제성이 강가의 소유나 다름없다는 의미에서 ‘강반성’이라 불린 것과는 달리, ‘나성’은 처음부터 그 안에 나가가 존재하기에 붙은 이름이었다. 이것만 봐도 현지에서 나가의 위상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었다.
나가의 노야는 삼화취정의 경지에 오른 고수다. 나이가 많기는 했지만, 강가의 노야만큼 엄청난 고령은 아니었다. 그는 문중 최고 실세의 지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밀실에 열두 세력이 모인지 한참이 지났지만 서로 눈치만 볼 뿐, 누구도 말소리 하나 내지 않았다. 마치 나가에서 대접하는 차에 대한 시식회이기라도 한 양, 다들 찻잔에 코를 박은 모양새였다.
나가의 노야는 검은 비단옷 차림에 머리카락은 백발이 희끗희끗했다. 그 중후한 외양과 근엄한 표정에서는 한치의 소홀함도 보이지 않았다. 좌중의 무기력한 모습에 참다못한 노야가 결국 볼멘소리를 터트렸다.
“여러분이 장소를 정해서 의논을 해야겠다길래 우리가 이처럼 장소까지 제공했건만 도대체 회의는 언제 시작할 거요? 계속 이러고만 있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소. 차라리 해산하는 게 낫겠소.”
그러자 좌중 여기저기서 소곤대는 말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윽고 문인 차림의 중년 사내가 벌떡 일어나더니 운을 뗐다.
“여러분, 초휴란 자가 무슨 짓을 벌였는지 다들 아실 겁니다. 그 극악한 손속과 심계를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소. 상식과 도리를 저버린 그 행태는, 앞으로 이어질 폭정의 서막을 알린 거와도 같습니다. 암암리에 거래금지 품목을 밀거래하는 건, 강가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해온 일이오. 서로들 다 알고 있으면서, 발뺌할 생각은 마시구려. 지금 여기 모인 사람 중에서 단 한 번도 관중형당의 규정을 어긴 적이 없다고 자신할 자가 있겠소?초휴가 강가를 저리 만들었으니, 그자의 다음번 칼끝이 누굴 겨냥할지 모를 일이오. 따라서 이번 초대는 달갑지가 않소. 그자의 의도를 알 수 없으니, 연회가 좋게 끝나리라는 보장도 없고 말이오.”
모두발언을 한 자는 건주부 신우종(神羽宗)의 종주, ‘표우비준(飄羽飛隼)’ 정공대(程公臺)였다. 실력은 외강경으로, 속도를 장기로 한 신법이 특기인 인물이었다.
정공대의 발언이 끝나자, 검은 옷차림의 우락부락한 거한이 머리를 긁적이며 맞장구를 쳤다.
“종주의 말에 일리가 있소. 초휴 그자가 좋은 마음을 품었을 리가 없지. 연회가 열리는 시각이 하필 *오시(午时)라니. 정말이지, 어이가 없소. 손님을 초대하면서 이런 불길한 시간대를 택하는 경우가 어디 있다는 말이오. 오시에 맞춰서, 우리 목이라도 자르게?”
발언을 한 자는 건주부 흑암당(黑岩堂)의 당주인 두위호(竇威虎)였다.
낭인 출신으로 자수성가해서 흑암당이라는 방파를 세웠다. 역사는 십년 남짓에 불과하지만, 실력만큼은 인정받고 있었다. 외강경에 불과하나, 육신 단련의 경지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가 수련한 횡련금신(橫煉金身)은 맨몸으로도 보급(寶級) 병기에 맞설 수 있는 강맹함을 자랑했다.
두위호의 말이 끝나자, 누군가가 맞장구를 치며 가세했다.
“맞소. 강가를 멸문하고도 우리에게 인사를 받지 못하자, 초휴가 아예 한곳에 다 모아놓고 손을 쓰려는 게 분명하오. 연회장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을 게 안주상일지, 혹은 도검의 날일지 누가 알겠소!”
연이은 세 사람의 발언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처음에 비하면 확실히 고조된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쑥덕공론만 난무할 뿐, 구체적인 대처방안을 내놓는 자는 없었다.
이를 보다 못한 나가의 노야가 다시 점잖게 좌중을 나무랐다.
“떠드는 건 그쯤 하시구려. 방도를 의논하려고 모이자고 한 거지, 삼삼오오 수다나 떨자는 게 아니잖소. 자칫 잘못 처신했다가는 우리 모두 초휴의 발아래 짓밟히게 될지도 모르오. 그렇다면 대체 어떤 태도로 초휴를 대해야 좋겠소? 아니, 연회에 참석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부터 결정해야 할 게 아니냔 말이오.”
그 말에 좌중은 다시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고 말았다.
서로 이 눈치 저 눈치나 볼뿐, 아무도 결정적인 발언을 내놓지 못했다.
그러자 두위호가 차갑게 웃으며 정적을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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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 고대 중국에는 오시(午时,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에 참수형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판관, 형 집행관, 감독관, 망나니에 이르기까지 참수형에 개입된 모든 사람에게 악귀가 붙는다는 미신이 있어서 양기가 가장 왕성하고 해그림자도 가장 짧은 오시에 참수형이 이루어졌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