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66)
166화 불순한 의도의 연회 (2)
“다들 너무 긴장하는 것 같소. 이게 무슨 의논할 일이나 된다고. 분명한 건 상대가 우리를 해칠 불순한 의도로 연회를 베풀 거라는 사실이오. 그렇다면 까짓거, 안 가고 말면 그만 아니오. 초휴 그자가 미친놈인 건 맞지만, 설마 연회에 불참했다는 이유만으로 우릴 건드리기야 하겠소.”
“물론 일개 세력의 힘만으로는 순찰사 패거리를 막기 어렵겠지. 그러나 건주부 전체 무림세력이 합세해서 들고 일어난다면 어떨 거 같소? 설마 초휴가 반란의 빌미를 제공할 정도로 우리를 벼랑 끝까지 내몰 수 있을까. 그건 절대 불가능하오.”
그러자 모두가 고개를 끄덕여 수긍의 뜻을 표했다.
두위호의 말에는 확실히 일리가 있었다. 관중은 더 이상 예전의 혼란했던 땅이 아니다. 엄연히 질서와 체계가 잡힌 곳이다.
초휴가 제아무리 막강한 권력으로 폭력을 행사한들, 모든 일에는 지켜야 할 선이 있기 마련이었다. 천하의 후레자식, 개자식이라도 함부로 그 선을 넘기는 어렵다.
두위호의 말처럼 건주부 무림 전체가 반기를 들고 일어난다면 형당 본부에도 일의 전말이 알려질 테고, 초휴 본인에게도 득 될 게 없었다.
강가 사건 하나야, 중간에서 위구단이 덮어주었다 해도, 무림 전체를 찍어누를 순 없는 노릇이 아닌가. 그리된다면 초휴는 형당 본부의 질책과 처벌을 면할 수 없을 터였다.
이론상으로는 분명 그랬다. 하지만 반기를 어떻게 들 것이며, 그전에라도 초휴의 겁박이 있으면 어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심지어 사흘 후 초휴의 연회에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이 모든 주제가 결국 아무 결론도 못 내고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중론을 모으는 데 실패한 사람들이 각자 주판알을 튕기며 나가의 대문을 나섰다.
다들 사라지자, 노야는 참았던 피로가 일시에 몰려드는 것을 느꼈다.
그가 뭉친 미간을 지압하며 한숨만 내쉬자, 나가의 중견 무사들이 다가와 노야에게 물었다.
“노야, 결론이 어찌 났습니까?”
그러자 노야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
“결론이 나기는 개뿔! 하나같이 머저리들뿐이니, 무슨 얘기가 되겠는가. 각자 제 실속 차릴 궁리나 하는 게지. 칼이 제 목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절대 단합하지 못할 인간들이야. 저런 것들하고는 머리를 맞댈 가치도 없다. 자칫 잘못 엮였다가는 우리 제삿날만 앞당겨지게 생겼다. 차라리 우리끼리 각자도생하는 게 낫겠다.”
“그럼 초휴의 연회는 어찌할까요? 가는 건가요, 안 가는 건가요?”
“그야 당연히 가야지. 굳이 안 갈 이유가 있는가? 옛말에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했다. 초장부터 강가가 모난 돌 행세하다가 일벌백계로 당했어. 우리가 그다음 차례가 될 수야 없지. 어디 한번 관망을 해보세나. 초휴가 어찌 나오는지 봐 가면서 대처해도 늦지 않아. 강가가 위구단에게 줄을 대었다고 까불 때부터 알아봤어. 그 덕분에 가업도 번창하고 가세도 짱짱해졌다며 건주부 제일 가문을 자처하다가 그 꼴이 난 게야. 자네들이 강가를오죽 부러워했었나. 무턱대고 따라하고 싶어했지. 하지만 결과가 어떤지 보란 말일세. 아직도 강가의 전철을 밟고 싶은 건가? 이 점을 잊지 말게. 그게 무엇이든 첫째, 둘째가 될 생각은 않는 게 좋아. 그저 셋째, 넷째에 머물러야 명줄도 길어지는 거라고.”
그 말에 무사들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작금의 나가에서는 노야가 최고 실권자다. 노야의 말은 곧 법이나 다름없었다.
당장은 노야의 말이 이해가 덜 되었어도, 일단은 그의 말을 머릿속에 새겨 두었다가 나중에라도 깨달아 그 뜻을 따라야 했다.
마침내 사흘 후 봉명루.
초휴는 건주성 최대 주루인 봉명루 육층을 통째로 세내었다.
관중이 삼국의 교점에 위치한 걸 감안하여, 음식도 삼국의 특색이 골고루 반영된 상차림으로 준비되었다.
봉명루의 배후에도 세력가가 하나 버티고 있어서, 차제에 어떻게든 초휴에게 잘 보이려고 했다. 이에 있는 수완, 없는 수완 죄다 부려, 상다리가 부러지도록 각양각색의 산해진미를 준비했다.
초휴는 진작부터 와서 상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래로는 손님을 위한 열두 개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아직 오시가 되기 전이었지만 무림세력들이 하나둘씩 나타나 자리를 채워갔다. 물론 실력이 약한 무림세력일수록 당도하는 시각도 빨랐다. 그들 머릿속에는 초휴에게 밉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뿐, 다른 속셈은 감히 품을 여유도 없었다.
드디어 나가 노야가 네 번째로 등장했다.
나이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초휴보다 위였지만, 그는 선뜻 먼저 다가가 초휴에게 비굴하리만치 공손하게 인사했다.
“과연 용호방의 영웅다운 풍모를 가지셨습니다. 이처럼 젊은 나이에 그리도 큰 성취를 이뤄내시다니요. 군계일학이 따로 없습니다그려.”
나가의 노야는 강가의 노야와 일부 협력을 하고 더러는 경쟁도 했던 사이였다. 해서 강가 노야의 실력에 대해서 아는 바가 많았다.
지금 그가 초휴에게 바싹 몸을 낮추는 이유는 순찰사라는 상대의 신분 때문이기도 했지만, 상대가 강가를 몰살한 실력을 높이 평가해서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이로써 양측은 동등하게 맞먹을 수 있는 관계가 된 것이다.
초휴가 눈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노야께선 겸손이 지나치십니다. 제가 강호의 대선배님께 많은 가르침을 구해야지요.”
“허허허, 그거 좋지요. 앞으로 초 대인의 훌륭한 영도 아래, 우리 건주부가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일 것이 기대됩니다.”
두 사람이 마음에도 없는 인사말을 한바탕 주고받는 동안, 나머지 세력들이 속속 도착했다.
연회가 좋게 끝나리라는 보장이 없다던 신우종 장공대도 왔고, 그깟 연회 따위는 안 가면 그만이라고 큰소리쳤던 흑암당 두위호도 왔다.
특히 두위호가 뭐가 문제냐는 듯 천연덕스럽게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은 속으로 쌍욕을 퍼부었다. 가장 먼저 퇴짜를 놓을 것처럼, 위세는 다 떨어 놓고 정작 뒤에서 주판알을 제일 열심히 튕기지 않았나 말이다.
두위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그가 선동한 대로 오늘 연회에 불참한 둔치가 있었더라면 어쩔뻔했는가. 단연 가장 먼저 초휴의 표적으로 전락하고 말았을 것이다.
이 자리에 초대받은 무림세력은 총 열두 곳이었다.
모두가 건주부를 통틀어 입김깨나 세게 내뱉는 세력들이었다. 그런데 아직 주인이 나타나지 않은 좌석이 하나 있었다.
문성(汶城) 고가(高家)의 자리였다. 문성 고가는 실력이 강하지 못해, 여기 모이는 세력 중 최하위에 그친 가문이다. 가장 약한 가문이 가장 기개를 드높이는 것에 대해, 참석자들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내로라하는 가문들도 득달같이 달려온 마당에, 홀로 초휴에 맞설 생각을 하다니.
하지만 초휴는 별로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이윽고 오시가 다 되도록 사람이 나타나지 않자 초휴는 그 자리를 치워버리라고 명했다. 그의 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포졸 하나가 뛰어와 냉큼 의자를 밖으로 들어냈다.
초휴가 미소 띤 얼굴로 좌중을 둘러보며 서두를 열었다.
“내가 건주부 순찰사 당구로 부임한 후, 오늘이 여러분과의 첫 만남이구려. 내가 먼저 여러분께 한 잔 올리도록 하지요.”
초휴가 막 첫 잔을 들었을 때, 비단옷 차림의 외강경 무사가 황급히 뛰어들어왔다. 고가의 가주였다. 그는 초휴 앞에 서자, 겸연쩍은 듯 실실 웃어 보이며 사죄를 표했다.
“초 대인, 송구합니다. 제가 사는 문성이 건주성에서 거리가 좀 되다 보니, 늦고 말았습니다.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지요.”
초휴가 들었던 술잔을 내려놓더니, 고가의 가주를 쓱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답했다.
“늦었다고? 좋소. 자리를 찾아 앉으시오.”
고가 가주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황급히 자기 자리를 찾아 앉으려 했다. 하지만 주안상에 놓였던 그의 자리는 치워지고 난 뒤였다. 이에 또 한 번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초 대인, 제 자리가 없습니다만.”
순간 초휴의 표정이 차갑게 얼어붙더니 뜻밖의 말을 내뱉는 게 아닌가.
“자리가 없으면 당장 꺼지시오!”
“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전 그냥 조금 늦었을 뿐입니다. 이만한 일로 제 체면을 짓밟으시려는 겁니까? 장형관 대인도 이렇게 하지는 않으실 겁니다.”
고가 가주가 발끈했으나, 초휴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았다.
“내가 원래 늦는 걸 질색하는 성미니 어찌하겠소. 연회에 초대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체면을 세워 주었다고 생각하는데? 굳이 늦게 온 건 본인 탓이니, 자신의 체면은 스스로 발로 차버린 게지. 내가 주최한 연회에 늦었다는 건, 곧 나를 안중에도 두지 않았다는 뜻 아닌가! 지금 당신이 자리 타령을 할 주제나 된다고 여기는 건가? 썩 꺼지래도!”
초휴의 서릿발 같은 호통에 고가 가주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실력상 맨 끄트머리에 걸쳐 있을지라도, 고가는 건주부를 대표하는 무림세력 순위에 오른 가문이다. 그리고 그는 그런 가문의 당당한 가주다. 그런데 이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렇게 심한 모욕을 당하다니, 그가 어찌 순순히 물러날 수 있겠는가.
분을 참지 못한 그는 초휴에게 삿대질을 하며 핏대를 세웠다.
“초휴! 이건 너무 심하지 않소! 대체 나를 뭐로 보고······.”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초휴의 몸이 슬쩍 움직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고가 가주의 눈앞에 이르렀다. 그리고는 병자결을 취해 대금강륜인을 내질렀다. 마귀도 때려눕힐 막강한 힘과 함께 금빛 강기가 터져 나와 온 연회장을 찬란히 물들였다. 이 모든 출수 동작이 거의 한순간에 이루어졌으니, 고가 가주는 졸지에 날벼락을 맞은 셈이었다.
대금강륜인이 코앞에 닥친 그제야, 고가 가주도 늦게나마 일장의 강기를 터트려 막으려 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는 초휴의 실력을 몰랐다.
초휴가 외강경 정상급 실력은 아니었지만, 지금의 실력만으로도 웬만한 동급 무사를 압도하고도 남았다.
동급 무사들 가운데 초휴의 막강한 전투력에 대적할 만한 상대를 굳이 꼽으라면 당주의 직계 제자인 울지 정도? 또는 청룡회 간판급 살수 출신인 당아 정도?
결론부터 말하면 고가 가주의 실력은 울지나 당아는 고사하고 두광중 같은 강호 포두만도 못했다. 쾌만구자결 자체가 막강한 위력을 내세우는 무공이다.
그중에서도 강맹한 힘에 특화된 인법이 대금강륜인이다.
한마디로 고가 가주가 섣불리 막을 수 있는 수준의 출수가 아니었다.
그는 제대로 반격 한번 못하고 순식간에 초휴가 격출한 금빛 강기에 온몸이 휩싸이고 말았다. 격렬한 강기의 폭발음이 울려 퍼지면서 ‘우지직’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이어졌다. 그 소리는 환청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도 또렷이 들렸다.
아니나 다를까. 고가 가주는 양팔이 꽈배기처럼 뒤틀린 채, 저 멀리 튕겨 나가버렸다. 입가엔 피가 흥건했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의식도 없었다.
초휴의 가공할 만한 초식에 좌중의 사람들은 찍소리는커녕,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나가의 노야를 비롯한 다른 두 명의 삼화취정 고수들도 할 말을 잊은 표정이었다.
초휴의 막강한 전투력에 대해서 이미 듣긴 했다. 하지만 한 초식만에 동급 무사를 생사불명의 폐인으로 만들어버리는 장면을 목격하니, 심장 한쪽부터 급속도로 냉기가 퍼져나가는 느낌이었다.
고가 가주는 이번 횡액을 자초한 셈이었다.
감히 순찰사의 이름까지 불러가며 삿대질을 해댔으니 대가를 치를 수밖에.
해서 그 누구도 이 일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고가 가주를 옹호하지 못했다.
문성이 건주부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걸어도 사흘이면 당도할 수 있는 거리였다. 말을 타면 하루쯤 걸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