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77)
177화 관서지부 회의
아비도삼도는 그저 미쳤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무공이다.
거기다 내력을 극한치까지 끌어 올린 상태였다.
사악하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귀왕종일지라도, 그 앞에서는 무기력하게 몸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과연 이대로 싸움이 끝날까?
초휴가 일도를 내리친 순간, 흑의인의 몸 뒤에서 강력한 귀기(鬼氣)가 연무처럼 피어오르더니, 귀를 찌를 듯한 악귀의 울부짖음이 터져 나왔다. 이어서 사나운 악귀가 몰고 온 듯한 음산하고 사악한 냉기가 초휴를 집어삼킬 기세로 덮쳐왔다.
이에 초휴가 다시금 수인을 취하니, 심오한 기운이 피어올라 그의 전신을 몽롱하게 감싸기 시작했다.
자자결 내사자인!
어떤 외력에도 쓰러지지 않는 강한 복원력과 방어력에 최적화된 인법!
상대는 정신적인 공격을 가하고 있다.
이럴 때는 내사자인의 방어력이 독고인보다 더 강력할 터.
게다가 초휴는 천절지멸이혼대법도 익혔으니, 정신력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초휴가 상대의 귀기 공격을 막아내자 흑의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흑의인을 놓친 초휴의 낯빛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때 뒤늦게야 전갈을 받은 귀수왕과 두광중 등이 다급히 달려왔다.
“대인, 흉수는 어디 갔습니까?”
초휴가 고개를 저어 보였다.
“상대는 삼화취정의 고수였소. 정면대결로 붙잡으려니 쉽지가 않더군. 게다가 온갖 괴이한 수법을 쓰는 통에 정신이 흐트러졌소. 그 틈을 타서 놈은 도주했고 말이오. 아 참, 귀수왕. 귀왕종의 음귀 부리는 비술 말인데, 정말 음귀를 부리는 게 맞소?”
초휴는 방금 겪은, 귀기가 피어오르던 괴기스러운 광경을 잊을 수가 없었다. 바로 눈앞에서 보면서도, 그게 사람인지 악귀인지 분간조차 안 갔다. 하지만 귀수왕도 뚜렷한 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음귀를 부리는 비술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 거라서요. 제가 아는 건, 새 발의 피에 불과합니다. 그래도 굳이 말씀드리자면 이 비술로 양성해낸 음귀라는 게 실은 자기 정신의 일부분이라는 겁니다. 삼화취정의 고수는 정기신의 합일이 최고의 경지에 이른 자입니다. 따라서 자기 정신의 일부를 박리시킨 후, 밤낮없이 사악한 귀기로 제도의식을 가하고 나면, 이것이 어느덧 실체도 형태도 없는 귀신으로 변한다고 합니다.”
“이것이 사람의 정신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형체 없는 살인자가 되기도 하는 거지요. 이런 까닭에 음귀비술을 수련하려면 최소한 삼화취정의 경지에는 이르지 않으면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전설에 의하면 이 비술을 궁극의 경지까지 익히면, 허상과 실체 사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다고 합니다. 해서 실체를 가진 귀신 병사, 귀신 장수, 심지어 귀신 왕까지도 양성해 낼 수 있다는데, 이게 정말인지 아닌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초휴가 말했다.
“그 정도면 되었소. 속히 조사에 착수합시다. 그래도 전혀 소득이 없었던 건 아니군. 적어도 놈들이 뭘 하려는 건지는 알아낸 셈이니까. 이후로는 주부 내 약방들을 중심으로 조사합시다.”
약방 위주로 조사하자는 건, 초휴의 즉흥적인 발상이었다.
귀왕종이 말했듯이, 다섯 장기와 이에 상응한 다섯 속성의 약재로 오기조원단을 만들려면 약방을 통하지 않고는 곤란할 것이다. 해서 며칠간 건주부 각 성의 약방을 집중적으로 탐문 한 결과, 여러 단서를 포착하기는 했다. 다만 약재를 사는 일은 혼자서도 충분한 터라, 고작 한 명을 찾아내는 데 그쳤고, 그나마도 결국 놓쳐버렸다.
그런 끝에 두광중이 보고했다.
“대인, 방금 관서지부에서 전갈이 왔는데, 한 번은 다녀오셔야겠습니다. 아마 귀왕종 잔당 때문인 것 같습니다.”
초휴는 기분이 썩 내키지 않았다.
자기 집 일은 자기가 해결하는 게 원칙이다.
굳이 이 일을 집 밖으로까지 확대하고 싶지는 않았다.
더욱이 자기 인력을 위한산의 상주부 쪽으로 투입할 일이 생기는 건 더더욱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초휴 개인의 생각일 뿐이고, 이미 관서지부가 이 일로 떠들썩해졌으니, 그런 건 그의 권한 밖에 있는 일이었다.
“자네들은 여기서 계속 수사를 하게. 두 포두만 나와 함께 관서지부로 간다.”
초휴가 건주부 밖으로 출행을 나갈 때마다 즐겨 대동하는 이가 두 명이었는데, 귀수왕과 두광중이었다. 귀수왕은 청룡회 시절에도 천죄 타주를 도와 분타 내 잡무를 처리한 경험이 많았다. 심지어 타주보다 일을 더 많이 했을지도 모른다. 해서 다방면에 경험도 많고 노련했다.
이는 두광중도 별 차이 없었다.
사람이 좀 답답한 것만 빼면 형당 내에서 손꼽히는 고참 포두인 데다 형당 쪽 일도 빠삭했다. 그러니 데리고 다니면 적잖이 도움이 되었다.
초휴가 관서지부에 당도하니 위한산과 강도연을 제외한 나머지 세 순찰사가 와 있었다. 현재 관서지부 산하에는 초휴까지 총 여섯 명의 순찰사가 있다. 지금 와 있는 이들은 영주(潁州) 순찰사 방화(方華), 임주(林州) 순찰사 사도행(司徒行), 안주(安州) 순찰사 채경승(蔡景勝)이었다.
이 세 사람 중 채경승과 사도행은 둘 다 오기조원의 경지로, 나이가 많아서 형당 내에서도 최고참들이었다. 아직 삼화취정인 방화는 초휴가 온 걸 보자, 제일 먼저 미소로 반겼다.
“초 대인이 건주부에 근사한 규칙을 마련했더군. 매월 발생하는 수익도 끝내주고. 이 몸은 그저 부러워 죽겠소.”
초휴가 밀거래를 합법화하다시피 했다는 혐의가 뒤따르긴 했으나, 어차피 이런 일은 형당 차원에서도 오래도록 묵인해 왔던 일이다.
다들 봉록이 뻔한 수준이라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데, 달리 부수입을 마련하지 않고 뭘 먹고 살겠는가. 장형관인 위구단부터가 묵인하고 있으니, 그가 이 자리에 앉아있는 한, 아무도 이 일로 시비를 걸 사람은 없을 터였다.
“방 대인께서는 절 놀리려 하십니까. 대인은 수중에 주부를 두 개나 다스리는데, 설마 건주부 하나보다 수익이 적으려고요.”
“에이, 그건 단순 비교를 할 일이 아니지. 내 관할 주부는 둘 다 서초에 가장 근접해 있는 터라, 현지 무림세력의 일부는 서초 출신이기까지 한걸. 서초 출신의 난폭한 성질머리는 자네도 잘 알지 않는가. 섣불리 비위를 건드릴 수도, 매를 들 수도 없으니 순찰사 노릇 해 먹기가 만만하지가 않다네.”
방화가 한 말 가운데 적어도 절반은 사실이었다.
관중 땅은 어쨌든 관중형당의 천하인 셈이다. 순찰사가 전임 방정원 같이 지나치게 뻣뻣해서 자기 수하나 외부인을 막론하고 원성을 사지 않는 한, 관중 땅에서만큼은 지내기가 수월했다. 휘하의 무림세력들은 적어도 앞에서는 체면을 세워주는 척이라도 했으니까. 명절 때도 성의 표시를 짭짤하게 하는 편이었다. 물론 누구나 다 초휴처럼 자기 관할지에서 유아독존의 위상을 누리는 건 아니었다.
이때 옆에서 듣고만 있던 사도행이 맞장구를 치며 끼어들었다.
“방 대인의 말이 맞지. 정말 갈수록 순찰사 노릇도 힘들어지고 있어. 현지 무림세력의 힘이 날로 커지고 있으니, 우리가 정말 힘을 기르지 않으면 자칫 문제가 터질걸세. 초 대인이 그처럼 짧은 시간 내에 강호세력을 고분고분 길들여 놓은 것에, 모두가 경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네.”
일전에 몇 차례 있었던 순찰사 회동 시, 사도행과 채경승과 같은 고참들은 오기조원의 실력이라는 자만심도 한몫하여 초휴와 같은 새카만 후배와는 말도 섞으려 들지 않았다. 이름만 순찰사일 뿐, 너와 나는 격이 다르다는 인식이 강해서였다. 하지만 뜻밖에도 초휴는 관서에서 차근차근 기반을 닦아나갔다.
자기를 무시했던 위한산에게 앙갚음해 줬음은 물론, 건주부에 새로운 질서를 확립시켜 무림세력을 보기 좋게 굴복시켰다.
막말로 사도행이나 채경승에게 초휴와 같은 실력과 상황이 주어진다면, 초휴만큼 잘 해낼 자신은 없었다. 해서 그들은 이제야 초휴를 동등한 자격의 동료로 받아들인 셈이었다.
이때 강도연도 나타나서 이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리고 위한산은 가장 마지막에 나타났다.
요즘 위한산은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동료들 보는 앞에서 위구단에게 욕먹은 건 둘째 치고, 원래 그의 관할지였던 진주부를 위구단의 명령으로 강도연에게 넘긴 일은 두고두고 상처를 더 해 갔다.
물론 이건 눈에 보이는 손실에 불과했다.
위한산은 그보다도 상주부에서 그의 위신이 땅에 떨어진 걸 어찌 만회해야 할지 막막했다. 현지 무림세력은 그가 완전히 상부의 눈 밖에 났다고 여겼다.
해서 상주부에서는 그를 만만히 여기고 기어오르려는 하극상의 풍조가 만연해 있었다.
최근 들어 위한산이 초휴를 귀찮게 하지 않은 것도, 그에 대한 원한이 가라앉아서가 아니었다. 당장 해결해야 할 내부의 문젯거리가 쌓여 있는데, 옆 동네에 시비를 걸고 있을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던 중에 초휴와 맞닥뜨렸으니, 묵혀 두었던 원한이 새삼 치밀어 올라왔다.
“초휴, 건주부에서 진작 마도 흉수를 때려잡았으면 우리 상주부까지 피해를 볼 일이 없었을 게 아닌가. 뭐 실력이 부족해서 그 꼴인 걸 어쩌겠느냐마는. 뭐 어찌 되었든 순찰사 노릇 좀 제대로 할 수 없겠는가?”
사실 이번 귀왕종 건은 위한산 입장에서는 날벼락이나 마찬가지였다.
애당초 귀왕종이 건주부에 나타나자, 초휴가 압박 수사를 벌여서 그들을 상주부 쪽으로 내몬 건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그 결과, 저들은 상주부에서 또 한 차례 흉사를 벌이고 말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순순히 실수를 인정할 초휴가 아니었다.
“위한산, 당신 직급이 뭔지를 명심하시오. 설령 내가 순찰사 노릇을 잘못했어도 장형관 대인께 꾸중 들으면 될 일이오. 당신이 뭐라고 이러쿵저러쿵 따지고 자빠졌소? 장형관 대인이 너무 연로하신 것 같아서, 대신 장형관 노릇이라도 할 심산인 게요?”
초휴의 말에 옆에 있던 사도행과 채경승의 낯빛이 흐려졌다.
그들도 위한산에게 호감을 잃은 지 오래였다. 두 사람 다 순찰사 중 막강한 세력을 가졌으며 나이로도 최고 연장자였다. 하지만 실력 면에서 쇠퇴기에 접어든지라, 장형관으로 승진할 기회는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관중형당의 규칙에 따르면, 일단 위구단이 장형관 자리를 사임하는 순간 두 가지 경우의 수가 생긴다. 형당 본부에서 집형사 수령 중 하나를 장형관으로 보내든가, 또는 관중 순찰사 중 유능한 자를 선발하여 장형관으로 임명하든가.
당장 실력이 모자란 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
본부 측에서는 이보다는 후보군의 능력치와 잠재력을 중시하는지라, 현지 사정에 밝을수록 장형관이 될 요건이 유리했다.
현재 관서지부에서 이런 요건을 충족시킬 만한 후보군은 몇 명 없었고, 그나마 요건을 충족시킬 만한 인물이 위한산이었다.
초휴가 오기 전부터 위한산의 태도가 기고만장하여, 사도행 등은 그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방금 위한산이 했던 말도, 얼핏 위구단이 자기들을 꾸짖는 양 들렸다. 그러니 듣는 이들의 심기가 좋을 리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