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81)
181화 강수를 두다
위한산의 한 수는 초휴에게 해를 입히는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본인에게도 이로울 게 없었다. 상주부는 건주부의 바로 옆 동네다. 건주부가 입게 될 타격이 상주부에 영향을 안 미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초휴가 막기에는 이미 늦고 말았다.
“그러면 그렇게 합시다.”
고강류가 그 제안을 덥석 문 것이다.
검왕성 무리는 이를 집행하기 위해 우르르 몰려나갔다.
그들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초휴가 위한산을 노려보며 참았던 말을 내뱉었다.
“위한산, 이건 엄연히 규정 위반이오. 둘이서 해결해야 할 우리의 은원관계에 외부인을 끌어들이다니, 안 좋은 습관이 생기시는군.”
그러나 위한산도 고분고분 듣고 있지만은 않았다.
“초휴, 당신 덕분에 내가 수년간 공들여놓은 진주부를 홀랑 날리고 말았다. 이 마당에 내가 눈에 보이는 게 있을 것 같나! 오늘 일은 시작에 불과해. 위 대인만 끼고 있으면 누구도 당신을 못 건드릴 거라 여긴 모양인데, 관서가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지. 조만간 대성통곡할 날이 올 것이다!”
말을 마친 위한산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멀어져가는 그 뒷모습을 초휴가 예사롭지 않은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두 포두, 위한산이 또 다른 뒷배라도 마련한 건가? 웬일로 저자가 나한테 큰소리지?”
초휴가 옆에 있던 두광중에게 물었다.
오늘따라 위한산의 어깨에 유난히도 힘이 들어간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종전(從前)과는 달리 부쩍 자신만만해진 모습이 아닌가.
요즘 초휴는 이만하면 순찰사 자리도 안정되었고 위구단의 성향도 완전히 파악한 상태였다. 인정머리 없고 소갈딱지 좁은 탐욕 덩어리. 그게 초휴의 눈에 비친 위구단의 실체였다. 초휴가 그의 탐욕을 채워주는 한, 그는 초휴를 보호해 줄 수밖에 없었다.
초휴가 오기 전까지는 그 역할을 해왔던 게 위한산이다. 그는 위구단에게 가장 많이 바쳤고, 덕분에 순찰사 중, 단연 총애받는 최측근으로 대접받아 왔다. 물론 지금은 초휴에게 위구단의 옆자리를 빼앗겼지만 말이다.
초휴의 입지는 앞으로 초휴보다 더 많이 바칠 수 있는 자가 나타나지 않는 한, 대체 불가한 철옹성과도 같을 것이다. 해서 끈 떨어진 연 취급을 받고 있는 위한산이 갑자기 어디서 저런 당당함을 되찾았는지 의문이 생겼다.
두광중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답했다.
“들리는 풍문이 하나 있긴 합니다. 원래 위한산은 구원(九原) 위가의 방계 출신 사생아라고 하더군요. 문중에서 대접도 못 받으니, 차선책으로 관중형당에 들어온 거라고 하고요. 듣자니 지금 이 자리까지 오른 것도, 위가에서 암암리에 밀어준 덕분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초 대인으로 인해 본인의 입지가 흔들리자, 위가에 도움을 청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고는 뭔가 확답을 받아낸 거겠지요.”
“구원 위가?”
초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장은 그 가문이 어떤 가문인지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곰곰 생각해 보니, 위한산이 관서 무림과 모종의 관계에 있다는 소리를 얼핏 들은 적은 있었다.
두광중이 자세한 설명을 곁들였다.
“구원 위가는 관서와 관동에 걸쳐있는 규모가 상당한 일족입니다. 두 지역의 경계지대인 구원부(九原府) 내에 있지요. 위가의 가주는 오기조원의 경지로, 관중 전체로 놓고 봐도 상위권에 오를 만한 실력자입니다.”
구원 위가와 같이 자기 가문 앞에 소속 지역명을 붙일 수 있다는 건, 그만큼 가문의 세력이 받쳐준다는 의미였다. 이는 강호상의 오랜 전통과도 같은 것이다.
예컨대 ‘극북표설성’은 극북 지역에서 표설성이 맹주임을 뜻하고, ‘서막검왕성’은 서막 지역에서 검왕성이 맹주임을 뜻하는 것처럼 말이다. 건주부의 군소 가문들, 즉 무슨 제성 강가니, 문성 고가니 하는 경우들은 각자가 소재한 성 이름만 붙였을 뿐이다. 이는 감히 지역 이름을 붙일만한 대단한 가문이 아님을 의미하는 것이다.
즉, 구원 위가가 구원부라는 지명을 통째로 갖다 쓴 것은, 위가가 구원부에서만큼은 단연 최고 세력임을 뜻한다. 초휴의 표정이 복잡미묘해졌다. 위한산의 배후에 대단한 구원 위가가 버티고 있는 게 확실하다면, 일이 이상하게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건주부 군소 세력들이 저항과 근신을 반복하는 것과는 달리, 위가는 버젓이 자기 문중의 사생아를 관중형당에 집어넣었다. 설마 대대적으로 자기 세력을 키울 준비 작업에 들어가기라도 한 걸까.
현재의 위한산은 평범한 순찰사에 불과하다.이는 지위 면에서 구원 위가와 간극이 꽤 큰 셈이다. 그러나 초휴가 아니었더라면 위한산은 관서지부에서 가장 젊은 순찰사로, 훗날 장형관이나 집형사 수령도 바라볼 수 있는 전도유망한 인재 축에 속하긴 했다.
그때가 되면 구원 위가 입장에서 위한산을 꽤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건 초휴가 나타나기 이전의 상황일 뿐이었다.
“두 포두, 자네는 심복들을 시켜 물밑으로 귀왕종의 동정을 살피도록 하게. 명심할 것은 그저 동정만 살피고, 절대 그들을 놀라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거야. 그들의 소재가 파악되는 즉시, 그곳을 빠져나와 나한테 직접 보고하게.”
초휴의 지시에 두광중은 고개만 끄덕여 보였을 뿐, 더는 질문하지 않았다.
그간 초휴와 지내오면서 그도 나름 초휴의 일 처리 방식에 대해 파악한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건 바로 ‘결과만 볼뿐, 과정은 묻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초휴가 지시를 내린 이상 두광중은 시킨 일만 잘 해내면 되었다. 이것저것 궁금한 점을 더 캐물어 봐야, 본인에게 별로 득 될 것도 없을 테니까.
이처럼 초휴 측에서 모종의 준비에 착수하는 동안 검왕성 측도 행동을 개시하기에 이르렀다. 그처럼 대단하신 검왕성의 눈에 건주부 군소 세력들이 제대로 보일 리가 만무했다. 그저 세력당 한 명씩 제자를 보내서 일방적으로 지시 내리길, 즉각 성문을 봉쇄하고 성 전역을 수색하게 했다.
이처럼 막 나가는 검왕성의 처사에 건주부 무림세력의 불만이 끓어올랐지만, 그렇다고 해서 거부할 용기도 없었다. 해서 일단 첫날은 시키는 대로 했다. 그러나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성을 봉쇄한 부작용이 사방에서 불거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에 이들은 결국 초휴를 찾아가 민원을 제기해 보기로 했다. 자기들은 검왕성을 못 건드려도, 관중형당이라면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심리에서였다.
성 봉쇄 이틀 차에 건주부 아홉 세력의 대변인이 일제히 순찰사 당구를 찾아가 면담을 요청했다. 사실 이들은 초휴와 격조한 사이를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다. 군신관계를 자처하긴 했지만, 그들이 진정으로 원한 것은 아니었다.
해서 큰일이 아닌 이상 웬만해서는 이곳을 찾지 않았지만, 이번만큼은 큰일 중에서도 큰일인지라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대청에 모인 그들은 하나같이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이들의 조급함과는 달리 초휴는 한참이 지나서 나타난 것도 모자라, 여유롭게 차를 홀짝이기 시작했다. 개중 그나마 초휴와 관계도 좋은 편이고 동업 건수도 많은 나가의 노야가 참다못해 나섰다.
“초 대인, 이렇게 여유만 부리고 계실 때가 아닙니다. 검왕성 놈들이 우리 주부를 엉망으로 휘젓고 다니는데, 정녕 두고만 보실 겁니까.”
이에 초휴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응수했다.
“그럼 나더러 어쩌라는 거요? 위 대인이 하신 말씀을 당신들도 들어 알 거 아니오. 나 같은 순찰사 나부랭이는 그저 입 다물고, 그 나리들한테 협조나 잘하라고 엄명을 내리셨단 말이오.”
“그럼 저희는 어쩌면 좋습니까. 간신히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던 사업이 놈들 때문에 도로 주저앉게 생겼습니다.”
노야가 땅이 꺼질세라 무거운 한숨을 내쉬자, 여기저기서 탄식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에 초휴가 정색을 해 보였다.
“이것 참, 나야 별도리가 없지만, 그대들은 반항이라도 해 볼 수 있잖소. 검왕성 놈들이 성을 닫으라니 닫고, 사람을 찾으라니 찾고. 언제부터 당신들이 이렇게 고분고분 남의 말을 잘 들었지? 일전에 나한테도 그래 주었더라면 좀 좋아. 내 말인즉슨, 굳이 놈들이 하라는 대로 다 할 필요 같은 건 없다는 거요.”
노야가 씁쓸히 웃으며 말끝을 흐렸다.
“오대검파 중 하나인 검왕성한테 저희 같은 군소 가문이 어찌 감히······.”
“오대검파면 어쨌다는 거요? 여기는 서막이 아닌 엄연한 관중 땅이오. 게다가 그들은 어엿한 정도 종문이라는걸 잊지 마시오. 하는 짓거리는 길바닥 낭인 같은 주제에, 명예 하나는 더럽게 중히 여긴단 말이지. 당신들이 그들의 명을 어긴들, 설마 그대들에게 함부로 칼을 휘두르기야 하겠소?”
이 말에 다들 서로 힐끗 눈치만 살폈다.
너나 할 것 없이 눈빛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검왕성이 어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과거에 초 대인 당신이 분명 그런 짓을 벌였던 건 기억해. 과연 신우종과 흑암당이 당신의 명을 어겼다는 이유만으로 도륙당했을까? 처음부터 그리 만들 작정으로 일부로 시비 걸었던 건 아니고? 그때의 당신은 폭주한 악마나 다름없었어······.’
그나마 지금은 상대가 허울뿐이나마 무림 정도를 자처하는 검왕성이니 뭐라도 시도해볼 수 있는 거다. 만약 저들이 마도였거나 초휴와 다를 바 없다면, 그런 짓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꿔볼 터. 어설프게 객기를 부리다가 죽기밖에 더하겠는가.
이번에도 나가 노야가 좌중을 대신해 우려되는 바를 말했다.
“방금 그 말씀은 저희더러 검왕성의 지시에 불복하는 초강수까지 두라는 의미신지요? 그랬다가 만약 저들이 정말로 우리한테 손을 대면 어찌합니까?”
그러자 초휴가 벌떡 일어나 결연히 말했다.
“그대들은 관중 땅의 무림세력이요. 이는 곧 관중형당의 비호를 받을 자격이 있는 무림세력이라는 뜻이지. 검왕성 놈들이 정말로 그대들에게 손을 댄다면, 내가 가만히 보고만 있겠는가. 위 대인께서는 그저 관서지부가 검왕성에 협조할 거라고만 하셨소. 저들이 막 나가는데도 내버려 두라는 의미는 아니란 말이오. 그러니 그대들은 염려하지 마시오. 검왕성이 그대들에게 손을 댄다는 것은 관중형당의 존엄을 건드린 처사로 간주 될 터. 그렇게 되면 위 대인이 문제가 아니라 형당 본부 차원에서 나서게 될 것이오!”
그러나 여전히 좌중의 눈빛에서 확신이 느껴지지 않자, 초휴가 냉랭히 코웃음을 쳤다.
“어찌하면 좋을지 방향은 내가 제시해주었으니 따르고 안 따르고는 그대들 몫이오. 검왕성으로 인해 사업에 지장이 초래된들, 나야 이할의 손실만 감수하면 그만이지. 그대들은 사업 전반이 흔들리게 되겠지만.”
이 말이 결국 좌중의 치명적인 약점을 건드리고 말았다. 마침내 나가 노야가 결심을 굳힌 듯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좋습니다. 대인의 말씀대로 한번 해 보지요!”
예전의 나가는 범사에 있어 줄곧 신중한 태도를 견지해왔다.
첫 번째, 두 번째는 쳐다보지도 않고 그저 세 번째, 네 번째에 만족하며 안전 지상주의를 추구하는 게 그들의 방식이었다. 그러나 지난번 가장 먼저 초휴에게 투항한 걸 계기로 인생관이 바뀌기라도 했는지, 툭하면 제일 먼저 나서서 세간의 이목을 받곤 했다.
물론 이에 대한 대가도 만만치 않게 치렀지만.
초휴가 좌중을 돌아보며 다시금 의지를 다져 보였다.
“여러분, 안심해도 좋소. 나는 절대 검왕성이 여러분을 해치게도, 사업을 방해하게도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오. 내 영역의 사람들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면, 나는 순찰사로서 쓰레기나 다름없소.”
이에 모두가 분분히 예를 올린 후 초휴의 명을 이행하러 돌아갔다.
실천에 있어 단연 앞장선 이는 나가 노야였다.
노야가 건주부 회동에 참석하러 간 동안 나가는 잠시 나쌍전에게 맡겨진 상태였다.
이때 그는 검왕성이 하라는 대로 성을 봉쇄하고 나성 전역을 수색하고 있었다.
노야는 귀가하자마자 나쌍전에게 명했다.
“일족들에게 알려라. 당장 성문을 활짝 열고, 밖에서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친족들을 모두 불러들이라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