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83)
183화 위험한 거래
고강류는 초휴의 실력에 적잖이 놀란 눈치였다.
만약 그가 천죄 타주의 일격을 막아냈던 모습을 미리 봤다면, 이 정도로 심하게 놀라진 않았을 것이다.
당시 초휴는 천인합일의 천최 타주가 내지른 열공신조(涅空神爪)도 쾌만구자결 독고인(獨孤印)으로 막아낸 바 있다. 하물며 아직 천인합일에 이르지도 못한 고강류 정도야 말해 무엇하랴. 여하튼 적수 앞에서 자신의 흔들린 모습을 오래 보여 좋을 건 없었다.
고강류는 이내 잡생각을 떨쳐내고 초휴를 향해 으름장을 놓았다.
“초휴, 지금 나가를 감싸려는 거요? 방금 당신의 그 극악무도한 도법은 분명 마도의 무공이라고밖에 볼 수 없소. 이로써 당신도 귀왕종과 결탁했을지 모른다는 혐의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되었소. 그게 아니라면 어째서 검왕성의 수사를 방해하려 든단 말이오?”
초휴도 지지 않고 받아쳤다.
“내가 귀왕종과 결탁했는지는 검왕성이 판단할 문제가 아닌 듯 싶은데? 나는 그대들이 관중 땅의 백성에게 함부로 무력을 행사한 것에 대해, 관중형당을 대표해 따질 생각이오. 위 대인께서도 검왕성이 귀왕종의 행방을 찾는데 협조하라고만 하셨을 뿐, 그대들이 관중 땅을 함부로 휘젓고 다니게 내버려 두라고 하신 적은 없소. 오늘 정말로 선을 넘겠다면 나는 이 일을 관사우 당주께 보고할 수밖에 없소. 그때는 아마 당신들 종주가 친히 해명하러 이곳까지 납셔야 할거요!”
“네가 감히!”
“내가 감히 그럴 수 있을지 없을지는 두고 보면 알 일이오!”
두 사람은 서로 바짝 다가선 채,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하지만 결국 먼저 꼬리를 내린 쪽은 고강류였다.
위구단도 안중에 두지 않았던 그였다.
하물며 초휴 같은 순찰사 나부랭이야 말해 무엇하겠는가.
문제는 이곳이 관중 땅이라는 것이었다. 일을 크게 키워 봐야 객 처지에 유리할 리 만무했고, 더욱이 그들에게는 숨겨야 할 비밀이 있었다.
“좋소! 관중 순찰사의 기개가 남다르긴 하군. 그러나 분명 경고하는데 평생 관중에서 벗어나지 않는 게 신상에 좋을 거요.”
하지만 초휴는 고강류의 위협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그의 말대로라면 관중 외에는 천하의 모든 땅이 검왕성의 텃밭이라는 소리인데, 이 정도면 자신감도 병적인 수준이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법이다.
면전에 대놓고 행한 협박에도 불구하고 초휴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자, 고강류도 맥이 빠지는지 수하들을 데리고 가버렸다.
검왕성 무리가 완전히 사라지자, 노야는 비로소 숨통이 트이는 듯했다.
그가 초휴에게 쓴웃음을 지어 보이며, 원망어린 하소연을 내뱉었다.
“초 대인, 살려주신 건 감사하나, 앞으로는 대인 말씀대로 안 하렵니다. 이 늙은이가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이런 흉흉한 일까지 감당하라 하십니까. 아이고······.”
“공연히 겁을 먹고 그러시오. 아직 목이 몸통에 잘 붙어 있구만.”
초휴가 긴장을 풀어주려 농 섞인 말을 건네자, 노야는 약이 더 바짝 올랐다.
“아니 지금 내가 멀쩡해 보이시는 게요? 이 늙은이의 간이고 심장이고, 죄다 어디로 내뺐는지도 모르겠소이다! 방금 정말로 죽을 뻔했소. 초 대인도 보시지 않으셨소. 고강류, 저자는 분명 나를 죽일 작정이었단 말입니다! 설령 살아남았어도 놀란 심장이 오래 못 버티고 멈춰버렸을 거요. 두 번 다시는 이런 일을 당하고 싶지 않소이다.”
노야의 하소연에, 초휴가 어린애 달래듯 토닥토닥 노야의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염려 마시래도. 내가 이렇게 버티고 있는 한, 검왕성은 노야의 수염 한 터럭도 못 건드립니다. 조만간 이 일도 마무리될 테니 조금만 참으시오. 곧 모든 게 정상화될 거요.”
노야는 다시금 초휴의 말에 귀가 솔깃해졌다. 하긴 최소한 건주부에서 만큼은 초휴가 믿음직스럽긴 했다. 물론 초휴와 한편이라는 가정 아래서지만.
초휴가 강가의 노야를 참살했을 때부터 그는 막연하게나마 초휴의 실체를 간파했다. 초휴라는 인물은 단순한 잣대로 섣불리 가늠할 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다만 초휴가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보지는 못한 탓에, 그동안은 그의 실력에 대해 이렇다저렇다 평가하기 곤란했다. 그러나 이번에 초휴가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자그마치 두 경지를 뛰어넘는 상대에게 아비마도를 내지른 그의 모습은 지옥의 사신(死神)을 방불케 했다. 만약 그 칼날이 노야 자신을 향한다면, 한 번이나마 제대로 받아낼 수 있을까 싶었다.
초휴가 가고 난 후, 노야는 뒤늦은 의구심이 들었다.
‘일이 곧 마무리될 거라던, 그의 말이 무슨 뜻일까. 혹시 그새 귀왕종 패거리가 소탕될 거라는 말인가.’
물론 일이 조속히 해결될 수만 있다면야, 더 바랄 게 없었다.
요즘 건주부를 강타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입은 손실만도 막대했다.
더 이상은 정말 곤란했다.
그리고 노야의 짐작은 틀리지 않았다.
이 무렵 초휴는 일부 잔챙이들이 남긴 단서나마, 이미 확보한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애써 찾아낸 단서를 검왕성과 공유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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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이틀 후, 야심한 시각의 건주부 문성.
눈동자에 생기라곤 전혀 없는, 목석같은 표정의 청색 옷차림 무사 하나가 약방에서 걸어 나왔다. 약 꾸러미를 한 아름 안은 그는 유령 같은 움직임으로, 어느 변두리 객잔으로 사라졌다.
그는 객잔 내로 들어서자, 얼굴에 뒤집어쓴 인피면구를 벗었다.
핏기라곤 하나도 없는 창백한 얼굴이 드러났다.
뒤이어 그는 온몸을 비틀어 한 겹 한 겹 피부 껍질도 떨구어냈다. 한바탕 그러고 나자 잔뜩 움츠리고 있던 몸이 점점 펴져 원상을 회복했다. 검은 도포로 갈아입고 난 그의 정체는, 일전에 초휴와 맞붙었던 삼화취정 경지의 귀왕종 무사였다.
뜻밖에도 이들은 문성에서 유가를 멸한 후, 다른 곳을 거쳐 문성으로 다시 돌아와 있었다. 그는 야음을 틈타 약방에서 영약을 대거 장만했고, 이제 성을 빠져나갈 참이었다.
사실 귀왕종 패거리는 감시망을 피할 심산으로, 이미 개별 행동에 들어간 상태였다. 건주부 각 성으로 흩어져, 각자 영약을 모아서 단약을 만드는 중이었다.
목적은 단 하나.
속히 부상에서 회복되어 검왕성에게 발각되기 전에 관중을 뜨는 것!
귀왕종 무리는 별의별 괴이한 수법에 능수능란했다. 일전에 사람 피부를 벗겨내고 뇌액을 뽑아갔던 것도, 사실은 변장에 필요한 인피면구를 제작하기 위함이었다. 그것으로 온몸을 덮어쓰면 다른 사람으로 보일 수 있고, 뇌액으로 만든 약물을 주입하면 본인의 기세도 철저히 은폐할 수 있었다. 이런 수법에 기대지 않았더라면, 그들의 실력이 제아무리 강한들 지금까지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문성을 빠져나온 그는, 곧장 성 밖 낡은 사찰로 향했다.
잠시 후 세 사람이 더 왔다.
그들 중 한 명만 외강경이고 나머지 둘은 내강경이었다.
삼화취정 무사는 그들에게 물었다.
“구하러 갔던 약초와 영약은 모두 손에 넣었느냐?”
세 사람 중 한 명이 대답했다.
“거의 다 구했습니다. 의심을 살까 봐, 필요한 것 외에 매번 다른 잡다한 영약들도 함께 사들여서 양이 좀 많습니다. 지금 검왕성 그 빌어먹을 놈들은 물론이고 관중형당까지 가세한 데다, 요즘 건주부를 찾는 외지인들 수가 부쩍 줄어서 감시망을 피하기가 더 힘들어졌습니다. 자칫 실수했다가는 발각될 겁니다.”
그러자 삼화취정 무사가 한숨을 푹 내쉬더니,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상황이 어렵게 되었구나. 그래도 어쩌겠느냐? 귀명(鬼冥) 사형이 아직도 사경을 헤매고 계시니, 쾌유하실 때까지는 우리가 어떻게든 버텨내야지. 여차하면 또 가문 하나를 공격해서 오기조원단을 더 만들어야겠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가, 차가운 냉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검왕성, 그 비열한 놈들! 실력으로 안 되니까 어디서 천인합일의 고수를 데려와서는 암습을 가하다니! 정정당당하게 붙었더라면 사형께서 저리되시지 않았을 텐데. 흥, 어림도 없고말고!”
바로 그때, 어디선가 낯선 음성이 들려왔다.
“요즘 마도 무사들은 모두 이렇게 순진한가? 무사가 하는 일에 암습이랄 게 따로 있나. 정도와 마도를 불문하고 결과가 중요한 게지. 누가 과정까지 따질까. 패한 건 엄연히 패한 것일 뿐!”
“누구냐! 썩 나와라!”
삼화취정 무사는 얼음물이라도 뒤집어쓴 양, 정신이 번쩍 나 소리쳤다.
‘이렇듯 뒤를 밟히고 있었는데, 여태 깨닫지도 못했다니!’
이윽고 컴컴한 구석에서 초휴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에 귀왕종 무리는 하나같이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초휴! 당신이!”
귀왕종 측에서 초휴를 알아본 건 삼화취정 무사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입가에 음산한 미소를 띠며 냉정함을 되찾은 모습을 보였다.
“고작 혼자서 우릴 잡겠다고 온 것이냐? 여기에다 네놈 무덤을 마련해 주랴?”
그는 일전에 초휴와 맞붙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상대가 외강경의 실력으로 삼화취정인 자신을 압도하는 바람에 적잖이 놀라고 당황했던 게 사실이다. 그들에게 줄곧 추살의 위협을 가해왔던 검왕성의 젊은 준걸, ‘풍행운검’ 임개운도 초휴만큼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외강경이 제아무리 잘나봐야 외강경일 뿐!
당시 초휴에게 당할 뻔했던 걸 돌이켜보면, 그가 생각지도 못한 괴이한 무공을 들고나온 탓이 컸다. 제대로 맞붙는다면 누가 이길 지는 미지수인 셈이다.
게다가 지난번 황망하게 도주했던 것도 관중형당 무사들이 몰려와 포위할 게 두려워서였다. 그게 아니라면 일개 외강경 하나 어쩌지 못하고 물러났을 리가 없었다.
더욱이 지금 초휴는 혼자 적진에 들어왔다.
실력으로 안 되더라도 머릿수로 밀고 나가 협공하면 승산은 충분했다. 하지만 잡아먹을 듯 노려보는 상대의 흉흉한 눈빛에도, 초휴는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여러분, 너무 긴장들 마시오. 머리를 장식으로만 달고 다니면 곤란하지 않소. 생각들 좀 해 보라고. 내가 정말로 당신들을 체포할 생각이라면, 진작 관중형당의 정예부대를 끌고 왔겠지. 우리 강호 포두들 실력은 당신들도 봤을 게 아닌가. 그들 중 몇 명만 데려왔어도 삼화취정이 대수일까.”
삼화취정 무사의 두 눈에 의문이 가득 어렸다.
“그럼 여긴 왜 온 거냐?”
“그야 당신들과 거래를 의논해 보려고 온 게지. 그러나 이 거래는 당신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야. 그 ‘귀명’이라는 당신의 사형과 얘기를 해야겠소.”
“우리더러 당신을 귀명 사형께 데려가란 말인가?”
삼화취정 무사가 잔뜩 경계의 날을 세웠다.
지금 귀왕종 패거리에서 단연 실력도 고강하고 명망도 높은 이가 귀명이다. 그런 그에게 자칫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들로서는 최강 전력을 상실하는 것은 물론, 남은 잔당들도 구심점을 잃고 지리멸렬하게 될 터였다.
“거 참, 너무 긴장들 말라니까. 나는 그저 혼자서 만날 것이오. 내 뒤에 아무도 없다니까. 당신 말고도 귀왕종에 삼화취정 경지가 몇 사람 더 있을 텐데, 고작 외강경 하나가 두려워서, 이처럼 간이 쪼그라든 게요? 이쯤 해서 당신들이 명심할 게 있소. 기회는 이번 한 번뿐이오. 검왕성 측 움직임은 당신들도 봤을 테지. 갈수록 수색망이 좁혀들고 있소. 내 말인즉슨, 당신들이 발각되는 건 시간문제라는 뜻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