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85)
185화 함정에 빠뜨릴 계략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것을 느끼자, 초휴가 탁자를 몇 번 내리치며 언성을 높였다.
“더러는 일의 내막을 아는 자가 적을수록 좋은 걸세. 귀왕종과 협력이 끝난 후에도, 저들이 이 일을 빌미로 계속 우리를 협박하면 어쩔 건가? 화근은 미리 뿌리째 뽑아 버리는 편이 안전하단 말이야!”
이 말을 듣는 순간, 두광중 등, 기존 포두들은 자기도 모르게 몸이 떨려왔다. 초휴에게 제거당한 오사평이 떠오른 탓이다. 다행스럽게도 당시 그들은 초휴를 선택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오사평의 죽음을 묻어버리기 위한 살인멸구(殺人滅口)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사실 귀왕종도 함께 제거하겠다는 발상은 살인멸구만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
그들이 지닌 물건이 진짜 원인이다.
초휴는 내내 궁금했다. 대관절 귀왕종이 어떤 물건을 가지고 있길래, 검왕성이 눈에 불을 켜고 불원천리 쫓아온 걸까. 혹여 정말로 곤륜마교와 관련이 있는 건 아닐까.
귀수왕이 잠시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약재에 손을 대는 것 자체는 간단합니다. 그러나 귀왕종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게 문제인데요. 제 사기꾼 사부를 해칠 때도, 사실 바꿔치기를 했을 뿐입니다. 처음에는 멀쩡한 영약을 건넸다가, 뒤로 갈수록 상극의 속성을 가진 약물을 섞는 거죠. 원래 단약 제련이라는 게 난해하기 그지없는 작업인지라, 자칫 잘못하면 독약이 되는 수도 있습니다.”
“귀왕종의 경우, 저들의 무공이 마도의 일맥이기는 하나, 도가(道家)의 지류도 적잖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오행상극에 있어 신중에 신중을 거듭할 게 분명합니다. 바로 그 오행상극 쪽에 조작을 가한 영약을 건네면, 저들의 상처가 치유되는 동시에 체내의 위험도 독버섯처럼 자라나게 되지요. 그때 또 다른 약물로 독버섯의 독성을 건드리면 됩니다.”
귀수왕이 이것저것 잡학 다식하긴 했지만, 단약에 있어서도 일가견이 있는 모양이었다. 다만 초휴를 비롯해 좌중의 누구도, 그의 말을 알아먹진 못했다.
사람을 죽이는 수련이나 해왔을 뿐, 이처럼 머리가 복잡해지는 분야에는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였다. 하지만 자고로 상급자가 모든 걸 다 알 필요는 없는 법이다. 그만큼 유능한 자를 수하로 부리면 되는 것이니까.
“성공할 확률은 얼마요?”
귀수왕이 자신만만하여 답했다.
“상대는 상처를 입은 오기조원 무사 하나잖습니까. 절대 들키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다만 오행상극에 조작을 가하는 방법으로 상대 체내에 독성을 심으려면 특수한 영약들이 필요하다는 게 문제인데······. 그걸 죄다 갖추는 게 좀 어려워서요.”
“다른 곳에서야 어려울지 모르지. 그러나 여기는 관중 땅이오. 삼국을 오가는 객상이 이리도 많은데, 그거 몇 가지 못 구할까 걱정이요? 필요한 것들을 내게 죄다 알려 주시게. 당장 나가 노야더러 구해내라고 다그칠 테니.”
그제야 귀수왕도 새삼 이곳이 관중임을 깨달았다.
하늘 아래 무역이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는 곳!
삼국을 오가는 물건이라면 그게 무엇이 되었든, 모조리 이곳에서 찾아낼 수 있다. 귀수왕은 자기가 원하는 재료들을 초휴에게 말했다.
초휴는 건주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라도 그것들을 구해내도록, 나가 노야를 종용했다. 이 모든 게 암암리에 진행되었음은 물론이다.
재료가 구비 되자 귀수왕은 귀왕종에 보낼 영약에 농간을 부리기 시작했다. 방법과 원리는 간단했다. 일정한 고유 속성을 가진 약재에 제삼의 배합 약물을 섞는 게 전부였다. 만약 원(原) 약재의 속성이 단순히 오행의 속성만을 가졌다면, 귀수왕이 농간을 부린 약재에는 제삼의 속성, 즉 약초 본연의 속성과 완전히 상극을 이루는 성분이 첨가되는 것이다.
하지만 육안상으로는 그 어떤 차이도 감지할 수 없었다.
이에 초휴가 흡족하게 말했다.
“수고했소. 이제 내가 귀왕종에게 가져다주면 되겠군.”
사실 약재에 농간을 부린 사실을 귀왕종 측에서 눈치채도, 초휴는 걱정할 게 없었다. 물론 발각이 안 되면 기존 계획대로 밀고 나가면 그만이다.
불행히도 발각된다면? 까짓것 귀왕종 잔당의 은신처를 까발리면 그만인 것이다.
그다음은 검왕성과 관중형당에서 알아서 처리하면 될 뿐이니까.
설령 귀왕종이 초휴와 결탁했던 사실을 폭로한다 해도 겁날 게 없었다. 초휴는 그저 잡아떼면 그만이다. 그는 당당한 관중형당 순찰사고, 저들은 끔찍한 죄를 저지른 흉악한 마도 집단이다. 세간에서 상식적으로 누구의 말을 더 신뢰하겠는가.
귀왕종과 연락이 닿은 후, 초휴는 은밀히 물건을 건넸다. 과연 귀왕종 측에서는 세심한 점검을 했지만, 딱히 이상한 점을 발견해내진 못했다. 비록 귀수왕이 귀왕종의 정식 제자는 아니었지만, 여하튼 귀왕종 무사와 한동안 같이 지낸 건 사실이다.
허울뿐인 제자로서 귀왕종에 대해 깊게는 몰라도, 많이는 알았다. 그가 외부에서 이처럼 농간을 부리는 것은, 귀왕종 내부에서 배신자가 생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초휴 측이 무슨 일을 꾸미는지, 귀명 등은 알 턱이 없었다.
영약이 충분히 갖춰진 귀왕종은 열흘 후, 충분한 분량의 단약을 제련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금세 털고 일어난 귀명은 초휴와의 연계 하에 검왕성을 칠 준비에 들어갔다. 순찰사 당구 에서 귀왕종에서 보내온 전갈을 읽는 초휴의 눈가에 살기가 스치고 지나갔다.
요즘 들어 위한산과 검왕성이 부쩍 눈엣가시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지루하게 끌어오던 게임도 얼마 안 가, 막을 내리게 될 것이다.’
초휴는 즉시 귀수왕과 두광중 등의 수하들을 집결시켰다. 다만 전원 집결이 아닌, 믿을만한 심복들만을 추려낸 집결이었다.
그 무렵, 검왕성은 열흘이 넘도록 아무런 소득이 없자,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냈다.
그토록 전력투구했건만, 실낱같은 단서 하나 찾아내지 못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급기야 고강류는 저들이 이미 관중 땅을 떠난 건 아닌가 생각할 정도였다. 건주부에서 초휴가 협조적으로 나오지 않은 것을 두고도, 그는 매우 분개하고 있었다. 고작 외강경 따위가 자기한테 대놓고 협박까지 하지 않았는가.
‘똥인지 된장인지도 못 가리고, 위아래도 모르는 우매함과 무모함으로 가득 찬 놈 같으니!’
이곳이 관중 땅이 아니고, 초휴가 관중형당 순찰사가 아니라면 자신의 염하검으로 그를 한 줌의 재로 불살라 버렸을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그가 언제라도 관중 땅을 벗어나기만 바랄 뿐이었다. 관중 밖에서 맞닥뜨리는 순간, 자기 발밑에 무릎 꿇고 살려달라 애걸복걸 빌게 만들어 줄 테니까. 그때 가서 초휴를 어찌 요리할지를 두고 한창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는데, 위한산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나타났다.
“고 선생! 우리 쪽에서 귀왕종의 흔적을 찾아냈소!”
“뭐요? 정말이오?”
고강류도 흥분해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정말이라니까. 이놈들이 어찌나 교활한지 진작부터 흩어져 다녔더구먼. 용모를 바꾸고 성마다 한 놈씩 있었던 모양이오. 우리는 놈들이 무리를 지어 다닐 거라는 가정하에 조사를 벌였지 않소. 그러니 우리 눈을 피할 수 있었던 게지. 이번에 우연히 천우신조(天佑神助)로 내 수하가 저들이 접선하여 나누는 대화를 엿들었소.”
“놈들의 우두머리가 상처를 입어 상주부과 건 주부 사이에 있는 야산 계곡에 은신해 있었답니다. 졸개들이 뿔뿔이 흩어져 영약을 마련해 오면 그걸로 부상을 치료할 단약을 만들었다는구려. 이번에 놈들이 일제히 성을 나간 것도, 알고 보니 단약을 만들 재료를 다 장만해서였고. 이제 단약을 만드는 일만 남은 셈이니, 더 지체했다간 놈들이 몸이 다 나아서 관중을 뜨는 건 시간문제일지 모릅니다.”
고강류가 묵은 체증이 가신 듯한 청량감에 호탕하게 웃어젖혔다.
“좋소! 좋아! 이제 놈들을 일망타진할 일만 남았군. 순순히 보내 줄 수야 없지.”
고강류가 즉각 출동할 태세를 갖추자, 위한산이 돌연 그를 막아섰다.
“고 선생! 내가 워낙 급히 오느라 수하들도 데려오지 못했소. 여기는 건주부니 초휴더러 지원을 나오라고 하는 게 어떻겠소?”
물론 위한산의 의도는 초휴에게 공로를 세울 기회를 주고자 함이 아니었다.
사실 이 일은 진작 검왕성의 주도 아래 진행되고 있었던 만큼, 순찰사들은 자원 봉사를 하는 일에 불과했다. 이런 마당에 공로라는 표현 자체가 가당치 않다.
그렇다면 그가 일부러 수하를 데려오지 않고, 초휴더러 출수케 하려는 이유는 뭘까.
막다른 골목 끝까지 내몰린 마도 흉수가 무슨 짓인들 못 하겠는가. 그들을 섬멸하는 과정에서 초휴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히기 위함이었다.
고강류가 위한산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는 안하무인의 성향이 있어도 명문 대파 출신으로서 각 세력 간의 암투를 볼 기회가 많았던지라, 눈치 하나는 빨랐다.
고강류는 위한산이 무슨 꿍꿍이로 저런 제안을 했는지 눈치챘다. 그러나 위한산의 의도가 싫진 않았다. 그도 역시 초휴의 비협조적인 태도와 시건방진 겁박에 불쾌했던 게 사실이니까.
고강류가 옆에 있던 양릉에게 말했다.
“초휴 대인에게 가서 수하들 보내 달라고 이르시오. 아 참, 임개운 무리가 지금 다른 성에 있으니, 그들도 속히 이쪽으로 합류하라고도 전해 주시오. 귀왕성 패거리를 섬멸하면 이곳에서 함께 떠날 생각이니.”
흩어져 조사를 벌인 탓에 임개운은 동료 둘과 함께 다른 성에 가 있었다. 하지만 고강류는 그들이 오기까지 기다릴 생각은 없었다.
그간 별의별 신출귀몰한 수법으로 감시망을 피해 다닌 귀왕종이다. 천신만고 끝에 저들을 찾아냈으니, 한시도 지체할 겨를이 없는 것이다.
양릉이 잠시 멈칫했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위한산의 계략을 양릉인들 눈치 못 챘을까. 하지만 순찰사들 간의 암투에 끼어들 마음은 없었다. 초휴와 각별한 정이 있는 것도 아니니, 그에게 언질을 줘야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아니, 정은 고사하고 은연중 초휴에게 시기와 질투를 느끼던 참이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위구단이 기라면 기고 걸으라면 걸으며 충성한 세월이 이미 수년째다. 그러고서도 자신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꿔본 순찰사 자리를 초휴는 너무도 쉽사리 꿰찼다. 거기에 더해서, 이젠 위구단의 총애까지 받아 챙기는 중이다.
‘대체 뭐가 잘 나서? 그동안 한 게 뭐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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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주부 순찰사 당구.
양릉이 함박웃음을 띠며 들어왔다.
“초 대인, 좋은 소식을 가져왔소.”
초휴는 양릉을 보자마자 생각했다.
‘드디어 걸려들었구나!’
하지만 속내와는 달리 초휴는 짐짓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무슨 소식이오?”
“귀왕종 잔당의 은신처를 드디어 찾아내었소. 고 선생은 이미 출발했으니, 초 대인도 수하들을 이끌고 속히 따라가 보시구려.”
“검왕성이 갔으면 그만이지, 우리까지 뭐 하러 간단 말이오? 어차피 검왕성은 건주부 당구의 인력을 형편없는 쓰레기 취급까지 했는데, 우리가 가 봤자 무슨 도움이 된다고.”
초휴의 퉁명스러운 대꾸에도 양릉은 온화하게 웃어 보였다.
“초 대인은 뒤끝이 길기도 하시오. 그래도 귀왕종이 관중 땅에 나타난 이상, 관중형당도 얼굴을 내미는 게 도리지요. 안 그랬다가 나중에 무슨 원망을 들으시려고요. 게다가 이번 일은 의부님께서 분부하신 일이기도 합니다. 한창 의부님의 총애를 받으시는 분이, 이깟 일로 그분을 실망시켜 드려서야 되겠습니까.”
초휴가 양릉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예전에는 별로 주의 깊게 보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금 보니 확실히 양릉이 그리 녹록지 않은 인물임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