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93)
193화 신병대회(神兵大會)
사실 요즘은 건주부에 별다른 일도 없었다.
귀왕종 사건도 깔끔히 마무리되었을뿐더러, 현지의 치안이나 오가는 객상의 수도 종전 수준을 거의 회복한 상태였다. 게다가 위한산이 죽은 뒤로 그에게 시비 걸어오는 사람도 없어 좋았다. 위한산이 구원 위가를 뒷배로 두었다길래 걱정도 했지만, 정작 그가 죽자 구원 위가는 찍소리 못하고 죽은 듯이 있었다.
귀왕종 사건도 형당 본부에서 형식적으로나 한번 다녀갔을 뿐, 달리 문제 삼은 건 없었다. 검시 결과, 위한산도 귀왕종 측에 살해당한 것으로 판명 나면서 초휴와는 완전히 무관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심지어 초휴가 왜 지원에 늦었는지 추궁조차 없었다. 양릉도 증언했다시피, 검왕성 측이 서두르느라 초휴를 기다리지도 않고 덜컥 출수하여 화를 자초했는데 누굴 탓하겠는가.
게다가 사건이 발생하고 시일이 꽤 지나도록 검왕성 측이 따져올 기미도 없었다. 자기 사람들이 관중에서 죽었다지만, 분명히 귀왕종에게 피살당했다. 사실상 관중형당에 따질 명분이 없는 셈이니, 바보가 아닌 이상 분하더라도 현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그리고 초휴의 짐작대로라면 검왕성은 귀왕종의 수중에 무슨 물건이 있었는지 모르는 게 분명했다. 혹은 물건의 존재를 알아도, 소유권을 두고 관중형당과 낯을 붉힐 만큼 가치 있는 물건은 아니라고 판단하는 걸 수도 있었다. 아니라면 지금까지도 귀왕종 시신의 소유 문제로 시비를 걸어오지 않을 리가 없는 것이다.
초휴는 위의 두 가지 가설 중 전자에 무게를 두었다. 이번에 손에 넣은 두 무공의 태생이 마도인 지라, 정파인 검왕성 무사들이 수련하기에 적합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무공 급수가 절대 낮지 않으니, 나름의 소장 가치는 있었을 것이다. 영패 쪼가리도 마찬가지 맥락이었다. 용도는 모르지만, 귀왕성 무사들이 와 동급으로 귀하게 취급한 것으로 봐서, 허투루 다룰 물건이 아님은 분명했다.
이 물건들의 가치를 합하면 친히 검왕성 종주가 움직일 정도까진 아니라도, 최소한 전검당 당주급 인물은 왔어야 했다. 그러나 저들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검왕성이 물건의 가치를 제대로 알았더라면, 이처럼 쉽게 관중형당에 양보했을 리가 없다는 게 초휴의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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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두어 달이 지나, 초휴가 아직 폐관 수련 중이던 어느 날, 두광중이 성가신 소식을 전해왔다. 또 무슨 꿍꿍이인진 몰라도 위구단이 그를 찾는다는 내용이었다. 이처럼 빨리 출관할 계획이 아니었던 초휴는 심기가 불편해졌다.
요즘 그는 ‘대이혈법’을 입문 단계까지 수련한 데 이어서 ‘대혼원공’을 수련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이참에 삼화취정을 뚫는 것도 시도해 볼 생각이었다.
근래에만 수차례나 삼화취정 무사들과 생사결을 벌인 덕에, 이 경지에 대해 어느 정도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런 시기에 위구단이 훼방을 놓은 셈이었다.
“무슨 일인지 말씀은 없으셨고?”
“별말씀은 없으셨지만, 소식을 전해온 사람의 태도로 봐서 나쁜 일 같지는 않았습니다. 급한 일이 없으시면 지금 가보시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만.”
이에 초휴는 대충 순찰사 당구 내 일을 처리한 후, 관서지부로 향했다.
초휴를 보자 위구단이 웬일로 그를 반겼다.
“초휴, 지난번 자네가 큰 공을 세우고도 상주부를 갖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네. 해서 이번에 좋은 기회를 주려고 불렀어.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의 여부는 자네한테 달려 있긴 하지만 말이야.”
“무슨 기회를 말씀하십니까?”
“좌우지간 좋은 일이야. 나와 함께 본부에 가보면 알 거네.”
위구단은 다짜고짜 그를 빠른 말에 태워 관중형당 본부로 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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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형당 본부에 도착하니 예전보다 부쩍 활기를 띤 모습이었다.
물론 이곳은 관중 전역을 호령하는 수뇌부가 소재한 곳인 만큼, 늘 사람들로 북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
관동, 관북, 관남에서 온 무사들이 총집결해 있음은 물론, 집형사 출신들도 여러 명 보였다. 오는 길 내내 위구단으로부터 아무 언질도 못 받은 초휴는 답답한 마음에 연신 속으로 구시렁거렸다.
‘대체 관중형당에 무슨 일이 난 거야?’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위구단의 표정으로 봐서 절대 나쁜 일이 아님은 분명했다.
형당 본부 밖에 서서, 오가는 형당 무사들을 지켜보던 초휴는 결국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위구단에게 물었다.
“위 대인, 형당에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겁니까?”
“큰일이 있긴 하지. 하지만 자네한테는 좋은 일이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리겠군. 사실 한 달 전부터 계획되었던 일이네, 신병각(神兵閣)이라고 들어봤는가?”
“칠종(七宗)의 일원이 아닙니까.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신병각은 무력이 아닌 다른 능력으로 칠종팔파에 이름을 올린 명문 종문이다.
‘신병각’이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병기 주조의 대가들이 모인 집합체라고나 할까.
자고로 평범한 병기는 쉽게 얻고, 보병(寶兵)은 얻기 어려우며 신병은 기연이 아니면 꿈도 꾸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니 전설에나 등장하는 절세급 신병은 오죽할까.
하지만 신병각에서는 신병을 구할 수 있다. 단, 무사의 실력이 그 신병을 가질 만한 수준이어야 한다는 자격 제한이 있었다. 그 요건만 맞으면 신병각이 먼저 나서서 무사에게 신병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사람이 병기를 고르는 게 일반적이지만, 신병각에서는 병기가 사람을 고르는 셈이었다.
반대로 무사가 자격요건 미달이면 제아무리 값을 거하게 치러도, 신병각에서는 절대로 병기를 내주지 않았다.
위구단이 말을 이었다.
“신병각의 전임 각주이자 주조 대가인 막야자(莫冶子)는 십년 전에 이미 각주 자리를 넘겨주고 강호에서 물러나 경호산장(鏡湖山莊) 막가(莫家)에서 수행 중이었다. 더는 남을 위해 병기를 만들지 않고 있었지. 그런데 한 달 전, 오대검파 중 하나인 장검산장(藏劍山莊)에서 극히 진귀한 자재를 가져다가 막야자에게 병기 주조를 부탁했네.”
“듣자니 그걸로 신병급 병기도 만들 수 있다더군. 장검산장은 강호의 젊은 무사들을 대상으로 경호산장에서 비무대회도 개최할 계획인데, 이번에 만들어낼 신병을 대회의 우승자에게 증정할 예정이라고 하네. 십년 동안이나 손을 떼고 있던 막야자가 만들어 낼 신병인 데다, 장검산장의 협찬을 받아 개최되는 대회라는 거지. 해서 문파의 크기를 막론하고, 심지어 낭인 출신의 청년 무사들도 적잖이 참가하리라 예상되네.”
“우리 관중형당은 근래 들어 걸출한 젊은 제자들이 거의 없다시피 해왔네. 해서 강호의 청년층을 대상으로 열리는 대회에 번번이 불참해 왔던 실정이야. 그러나 이번만은 예외로 참가를 결정했다네. 하여 관중 땅의 네 개 지역은 물론, 집형사의 청년 무사들도 죄다 형당 본부로 집결하라는 명이 내려졌어. 이들 중 관중형당을 대표해 신병대회에 참가할 최강의 무사를 선발하려는 거지. 우리 관서 지역의 대표로, 나는 주저 없이 자네를 택했네. 다른 이들에게는, 애초에 이런 정보를 알려주지도 않았어.”
위구단의 마지막 말에 초휴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모르는 자가 들으면, 퍽이나 초휴를 생각해준 것처럼 들릴 터였다.
하지만 지금 관서 지역에 적당한 인물이, 초휴 말고 도대체 누가 있겠는가.
자신과 양릉 외에는 청년 고수라는 소리를 들을 만한 사람 자체가 없었다. 하지만 위구단은 양자인 양릉의 실력을 누구보다도 잘 알 터였다. 잡무 처리야 잘하겠지만 관중형당 내 젊은 고수들과 경쟁하기에는 자질이 처지는 걸 부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장검산장이 신병대회를 열면서까지, 애써 만든 신병을 다른 이에게 양도하려는 점은 이상했다. 장검산장은 오대검파의 일원이지만. 전투력은 검왕성보다 한 수 아래였다. 그런데 그들은 천하의 명검을 즐겨 수집하는 특징이 있었다. 천하의 명검이 백 팔 자루라면, 그중 오십 자루를 그들이 소유할 정도였다.
그들이 지닌 천하 명검 가운데는 보병도 있고 심지어 신병도 있었다. 물론 장검산장 혼자 이 많은 검을 다 쓸 순 없겠지만, 일단 수집한 이상 밤낮으로 신줏단지 모시듯 잘 보관했다. 세상이 보기에는 장검산장의 수집벽이 병적인 수준으로 보일지 몰라도, 그들에게는 이런 행위가 검에 대한 예의이자 일종의 집념이었다.
이번에 장검산장이 자재를 대고 막야자가 주조 작업을 한다고 하니, 신병급 병기가 탄생할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장검산장은 이렇게 귀한 신병을 남에게 줘버려도 아깝지가 않단 말인가? 이런 의문이 든 초휴는 위구단에게 물었다.
“설마 장검산장은 신병을 내놓아도 아깝지 않은 걸까요?”
“물론 아깝겠지. 그러나 장검산장이 막야자에게 주조를 부탁한 이상, 그가 제시한 철칙을 따라야만 할 테니까. 막야자는 신병각의 전임 각주로서 사람이 병기를 고르는 게 아니라, 병기가 주인을 택하게끔 해 왔네. 신병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는 자만이, 그 병기를 가질 수 있다는 뜻이야.”
“게다가 이번 대회의 명칭도 신검대회가 아니라 신병대회일세. 듣자니 막야자가 십 년간 연구해온 새로운 방식으로 병기를 만들 거라는군. 최종적으로 만들어지는 게, 도(刀)일지 아니면 검일지는 막야자 본인도 알 수 없다더라고. 해서 이처럼 두루뭉술한 명칭을 붙인 게지.”
“만약 검이 나온다면 장검산장도 쟁탈경쟁에 뛰어들겠지. 그러나 다른 종류의 병기가 나온다면 장검산장은 주최자 노릇만 하고 비무대회에는 참가도 안 하게 될걸세. 이번 대회는 강호의 젊은 무사들이 대상이니, 강호 전역에서 무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겠지. 그러니 장검산장 입장에서는 설령 신병을 획득하지 못해도 명성은 얻을 수 있으니,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닌 셈이야.”
그랬다. 장검산장이 신병대회를 통해 노리는 게 명성일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할 뻔했다. 확실히 위구단은 지위도 높은 만큼, 보는 안목도 높았다. 이처럼 규모가 큰 대회를 아무나 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예컨대 대광명사나 수제보선원에서 설법대회를 개최한다고 하면 천하의 크고 작은 불가에서 너도나도 참가를 희망할 터였다. 심지어 설법과 관계없는 일반 무사들도 구경하러 올 것이다. 반면 이름도 없는 작은 사찰이 이런 대회를 연다고 하면 어중이떠중이들밖에 더 오겠는가.
실력만 놓고 본다면 장검산장이 강호 전역을 대상으로 삼는 대회를 열기에는 미흡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신병은 사람들을 끌어모으기에 아주 매력적인 미끼였다. 신병을 내세워 사람들을 많이 끌어모으면, 대회의 주최자인 장검산장의 명성도 그만큼 높아질 터였다.
위구단이 말했다.
“이따가 관중형당을 대표할 사람을 뽑을 텐데, 그때 자네가 힘을 좀 써 줘야겠어. 좌우지간 내가 기회를 주었으니, 나머지는 자네가 하기에 달렸네.”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두 사람은 형당 본부로 들어섰다.
위구단의 뒤를 따르던 초휴는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에 인상을 찌푸렸다.
이번 신병대회는 무림 전체와 관련된 대규모 대회다. 이런 중요한 사건이 게임 원본 줄거리에 나오지 않았을 리 없고, 나온 이상 그가 잊었을 리도 만무했다. 하지만 아무리 머릿속을 뒤져봐도 신병대회와 관련된 기억은 추호도 찾을 수 없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굳이 고민할 것도 없었다. 원본 줄거리에서 벗어난 초휴로 인한 나비효과로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