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195)
195화 관중형당의 젊은 세대
초휴의 일 처리 방식은 실로 간단했다. 죽여서 쉽게 해결될 일 같으면 곧장 죽였다.
폭력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가장 저급한 것이지만, 동시에 제일 유용한 것도 사실이니까.
해서 다른 일을 굳이 배워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꼭 필요하면 잘하는 사람을 시키면 그만이다. 뭐니 뭐니 해도 강호는 매사에 자신의 실력으로 승부를 보는 곳이다.
취의장 섭동류만 해도 확실히 보통내기가 아님을 초휴도 인정한 경우였다. 젊디젊은 나이에 일찍부터 강호에 이름을 날렸고 용호방 육 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 모든 게 본인의 실력으로 승부를 본 결과였다.
섭동류에게 있어 용호방 육 위는 이미 최정상에 오른 셈이었다. 앞순위에 오른 다섯 명 가운데 어느 하나인들 만만한 자가 있을까. 그런 자리에 오를 정도면 하나같이 쟁쟁한 실력을 갖춘 인물일 것이다.
올 만한 사람들이 다 온 것을 보자, 관사우가 헛기침 소리로 좌중의 주의를 집중시켰다. 어수선하던 분위기가 일시에 정숙해졌다.
“이번에 장검산장에서 주최하는 신병대회에 대해서는 여러분도 알고 있을 것이오. 지난 수십년간 강호에 크고 작은 대회들이 많이도 열렸지만, 우리 관중형당은 거의 참가를 하지 않았소. 참가를 원치 않았던 게 아니라, 당시 우리는 그럴 여유도 없었고 그럴 인물도 없었기 때문이오.”
좌중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여 동조를 표했다.
그들 모두가 관중형당의 어려웠던 시절을 몸소 겪어온 산증인들이기에 그런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 관중형당의 입지가 공고해지기도 전에 초광가가 덜컥 죽었다.
관사우가 당주 자리에 올랐지만 승복하지 않는 자들이 부지기수였다. 한마디로 내우외환(內憂外患)이 첩첩이 쌓인 것이다. 관중형당은 이제야 내부적으로 질서를 확립했고 외부적으로도 삼국과 협정을 맺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관사우가 말을 이어갔다.
“이제 우리도 안정을 되찾았으니 대외적인 명성에도 신경을 쓸 때가 되었소. 이번 신병대회는 신병이 걸려있는 데다, 오대검파 중 하나인 장검산장이 주최자로 나섰소. 그러니 강호 전역에서 젊은 인재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경쟁에 참여할 것이 분명하오. 해서 우리도 대표자를 내보내야겠소이다. 대회에서 신병을 획득하고 안 하고는 부차적인 문제요. 관건은 우리 관중형당의 기세를 만천하에 떨침으로써, 우리에게도 대를 이을 훌륭한 인재가 존재한다는 걸 모두에게 보여주는 것이오.”
강호의 젊은 인재 중, 대부분이 대형 문파 또는 명문세가 출신 제자였다.
무사에게 있어 어린 시절 무공의 기반을 탄탄히 다지는 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니 출발 선상에서부터 앞서나갈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그들이 여러모로 유리한 게 사실이었다. 물론 실력으로만 논하자면 관중형당 인력들도 그들에 못지않았다. 그러나 젊은 인재들을 육성하는 데는 확실히 미흡한 점이 있었다.
원인은 간단하다.
제도 면에서 다르기 때문이다.
대형 문파 등에서는 제자의 천부적 자질을 발견하면, 문파 내 고수가 그를 제자로 거두어 직접 가르치게 한다. 수련에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다른 잡무는 일절 신경을 쓰지 않게끔 배려도 해준다. 하지만 관중형당에서는 모든 게 본인의 능력과 공로에 달려 있었다. 제아무리 천부적 자질이 뛰어나도, 밑바닥에서부터 차근차근 밟고 올라가야 하는 게 원칙이었다. 이런 방식은 공평하긴 해도, 젊은 층에서 군계일학의 인재가 배출되기에 어려운 구조인 건 분명했다.
예컨대 관 당주의 애제자인 울지만 봐도, 어려서부터 당주의 손에서 육성된 인재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배려나 혜택이 없었다. 각종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자신의 경력을 차곡차곡 쌓아나가야 한다는 점에서, 남들과 다를 바 없었다.
이번 신병대회는 오랜 기간 두문불출 웅크리고 있던 관중형당의 대외적 이미지를 쇄신할 필요에서 참가를 결정한 것이다.
형당 내의 젊은 인재들을 끌어모아, 그중 가장 뛰어난 자를 선발함으로써 형당의 위상을 드높일 임무를 맡기는 것이다. 대회에서 일등을 하고 못 하고는 중요치 않다. 관중형당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인재의 실력을 과시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관사우가 사대 장형관에게 말했다.
“그대들은 각자 한 명씩 뛰어난 청년을 출전시키시오. 사명 측에서도 집형사를 대표할 자를 내보내시오. 내 제자인 울지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의 청년이 실력을 겨루게 되겠군. 이들 여섯 명은 명실상부 관중형당을 대표할 만한 실력자들인 셈이오. 규칙은 간단하오. 비무 상대는 제비뽑기 방식으로 결정하겠소. 여섯 명이 겨루어 세 명이 올라가고, 이 세 명이 제비뽑기로 붙어서 마지막 최강자가 결정되는 거요.”
누군가가 제비뽑기에 쓸 추첨함을 가지고 들어왔다.
초휴를 비롯한 청년들이 줄지어 추첨에 나섰다.
관사우가 추첨 결과를 보니, 첫 대결의 주인공은 울지와 집형사 종평(鐘平)이었다. 형당 대청은 비무를 벌일 만한 장소가 못 되는지라, 다들 형당 후원의 연무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종평은 사명이 친히 골라낸 제자다운 면모를 갖춘 자였다.
한껏 매서운 인상을 풍기며 자신의 병기를 꺼내 들었는데, 칼도 아니고 검도 아닌 기괴한 형상이었다. 도신은 마치 장검처럼 꼿꼿했고 쌍날을 가졌으며 칼끝에 이르러서야 살짝 굽은 모습이었다.
울지가 종평을 향해 웃어 보이며 말했다.
“종 형, 그간 함께해온 세월이 짧지 않건만 이렇게 겨뤄보는 건 처음이로군요. 진작부터 종 형의 가르침을 받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종평은 냉랭히 고개를 저어 보였다.
“내가 익힌 무공은 살인에 최적화된 살초식(殺招式)이니, 단순히 가르침만 받는 것은 불가하오. 사생결단을 내면 모를까.”
상대의 답변에 울지의 미소 띤 얼굴이 굳어졌다.
늘 사람들을 웃는 낯으로 대해온 그였지만, 이 대답은 좋은 마음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이때 사명이 관사우에게 아뢰었다.
“당주님, 이번 대결은 종평이 진 것으로 하지요. 제가 저 아이한테 살초만 가르친 탓에, 출수했다 하면 반드시 피를 봅니다. 목숨을 빼앗을 수도 있는 극단적인 무공은 이런 비무 자리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신병대회에 나가도 종평이 자신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큰 사고를 치게 될 겁니다.”
하지만 관사우는 그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무공의 본질은 살인이지. 사람을 죽일 수 없는 무공을 어찌 무공이라 칭할 수 있을까. 평소 하던 대로 비무에 임하면 될 것이오. 여기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데, 울지가 위험에 처하도록 내버려 둘 리가 있겠소? 신병대회에 나가도 마찬가지요. 본인이 지나치게 강해서 탈이 날까 위축되지 말고, 충분히 강하지 못할 걸 염려해야 할 것이오.”
“네, 분부 받들겠습니다. 시작해라.”
사명의 외침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종평의 몸이 번쩍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흑영처럼 움직여 울지 바로 앞에 나타났다. 칼인지 검인지 헷갈리는 병기에서 맹렬한 핏빛이 터져 나왔다.
혈색을 머금은 실선들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인 양 꾸물꾸물 병기 주위를 휘감는 광경은 보기만 해도 섬뜩했다.
이에 늘어져 있던 소습마저 벌떡 일어나 놀라워했다.
“저건 혈유부도(血幽浮屠) 아닌가? 피와 살을 잠식하여 수명마저 깎아먹는 사악한 무공을 자기 직계 제자한테? 그것도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한테 가르쳤다고? 이런, 이런.”
그러자 사명이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목석처럼 대답했다.
“내 직계 제자라서 가르친 것이오. 강호 도처에 살기가 가득하니, 살아남은 자만이 오래 살아남을 궁리를 할 자격도 있는 거니까. 도중에 죽어버리면 무슨 소용이겠소. 일단 살아남고 봐야지. 지금 단계에서는 혈유부도가 수련자의 피와 살을 필요로 하는 게 사실이오. 그러나 살아남아서 지금보다 수련단계가 높아지면 갉아먹은 수명을 보충할 방법도 찾아낼 수 있을 테지. 만약 지금 나의 경지까지 이르지 못하면, 저 아이의 자질이 형편없다는 증거인 셈이니 누구 손에 죽어도 죽겠지.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매한가지 아니겠소.”
사명의 생억지를 듣고 있던 소습이 눈을 흘겼다.
더 대화할 가치도 없다는 눈치였다.
애당초 정상적인 논법과 상식으로 대화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아무튼 집형사에는 정신이 온전히 박힌 놈이 하나도 없다니까.’
이 와중에 두 젊은이의 대결은 계속되고 있었다.
울지는 종평의 가공할 일격을 막기 위해 두 손에서 강기를 터뜨렸다. 뒤이어 기이한 수인을 취한 순간, 온몸의 기세가 더할 나위 없이 웅대하게 변했다. 이어서 두 손으로 동그랗게 원 모양을 취하여 그 안에 상대의 장도를 가둔 채 태산처럼 꿈쩍 않고 버텼다. 실로 묵직하고 안정된 기세였다.
이를 보고 흥미가 당긴 소습이 관사우에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저건 당주님의 절기인 ‘신통구변(神通九變)’ 중 ‘반산(搬山, 산을 옮기다)’ 초식이 아닙니까. 신통구변 가운에 몇 초식이나 울지에게 가르치셨는지요?”
“많지 않소. 세 가지만 가르쳤으니까.”
“그렇다면 울지는 분명 세 초식을 정통한 수준까지 익혔겠군요. 제가 당주님 성향을 잘 알잖습니까. 분명 기본기를 탄탄히 다진 후에, 하나씩 제대로 가르치고 계신 거겠지요.”
관사우의 천하를 아우르는 비전 절기인 신통구변은 관중형당 내에서 명성이 자자했다. 이런 대단한 무공을 세 초식이나 익혔다는 것만으로도 울지의 실력은 놀라운 수준임이 분명했다.
시합을 관전하던 소습의 입가에 뜻 모를 미소가 걸렸다. 신통구변 중 반산은 절대 방어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종평, 이 자식. 너 단단히 엿 먹게 생겼구나.’
아니나 다를까. 강력한 강기로 상대의 장도를 묶어 둔 울지는, 양손을 올려 순간적으로 막강한 강기를 바닥에서부터 끌어 올렸다. 이어서 무형의 강기가 마치 실재의 것으로 변환된 양 종평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이때 종평의 장도에서 눈을 찌를 듯한 혈망이 터져 나오더니 무수한 혈색 실선이 폭발적으로 증식되었다. 이것이 종평의 도강에 섞여 주변의 강기를 쳐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종평의 장도를 붙잡고 있던 울지의 강기도 와해되기 시작했다. 마침내 울지의 강기로부터 자유로워진 종평의 칼이 사정없이 울지를 향해 덮쳐왔다.
놀란 울지가 반사적으로 양손을 휘두르자 남색 강기가 마치 망망대해처럼 펼쳐지더니 중심부에서 기류가 휘돌기 시작했다. 그 기류의 한복판에 휩싸인 종평은 양쪽에서 동시에 몸을 잡아당기는 힘에 맞서느라 안간힘을 써야 했다. 실력이 약한 무사였다면 강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육신이 찢어지고, 짓이겨져 버렸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신통구변 중 ‘교해(攪海, 바다를 휘젓다)’ 초식의 위력이었다!
접전 중인 울지와 종평을 바라보는 초휴의 두 눈에 경악의 빛이 서렸다.
지금까지 관중형당을 얕잡아 보았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관중형당의 젊은 세대에도 와호장룡의 숨은 인재들이 포진해 있었다. 울지와 종평만 해도 용호방에 오르고도 남을 실력자였다. 다만 밖에 나가지 않고 관중에만 머무르다 보니, 아직 이름을 얻지 못했을 뿐.
특히나 울지의 심후한 기본기는 초휴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초휴는 자신이 선천공을 수련한 덕에 기본기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울지의 기본기는 초휴보다 훨씬 견실했다. 아니라면 저렇게 막강한 수준의 강기가 터져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신통구변은 매 초식을 시전할 때마다 강력한 강기는 물론, 강기에 대한 장악력이 수반되어야만 했다. 관사우가 자신의 애제자에게 단지 세 초식만 전수한 이유도 청출어람(靑出於藍)을 두려워해서가 아니었다.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이 초식들을 무리하게 구사하면 부작용이 뒤따를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신중히 차근차근 수련해야 하는 무공이란 말이었다.
울지가 ‘교해’ 초식을 펼치면서 전세가 역전되었다. 하지만 어느덧 정신을 차린 종평도 한 손을 결인하여 대적했다. 불가의 인법처럼 보이기도 했으나, 언뜻 그렇지 않은 듯도 보이는 기괴한 인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