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211)
211화 영입제안
초휴에 대해 더 잘 알고 나니 강문원은 진심으로 그를 영입하고픈 마음이 동했다. 단순한 교분관계가 아니라, 그를 자신의 휘하로 영입하여 수하로 부리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사실 현재 그가 보유한 수하는 인원수나 실력 면에서도 든든했다. 다년간 안락왕의 신분을 내세워 화통한 씀씀이와 호방함의 과시로 무수한 문객과 초빙객은 물론, 심지어 천인합일의 절정급 고수도 영입해 왔다. 하지만 초휴와 같이 두각을 나타내는 ‘젊은’ 고수는 좀처럼 없었다.
왜 젊은 게 중요한가 하면, 이는 그자의 잠재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수하로 영입 후 장래에 천인합일 경지의 절정급 고수로 성장할 수도 있다는 그런 잠재력 말이다. 하지만 당장은 그런 경지가 아니니, 영입 당시에 치를 대가도 적잖이 아낄 수 있을 터였다. 물론 잠재력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만약 영입에 성공한다면 당장 안락왕부의 실력도 증강됨을 뜻한다.
어느 조직을 막론하고 우두머리 외에도 조직 전체를 제압할 수 있는 소수의 강자와 다수의 유능한 중견세력, 그리고 기저부의 출중한 젊은 제자들을 고루 갖추고 있어야만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무궁한 세력으로 존속할 수 있는 법이다.
강문원은 야심이 있는 자인 만큼, 본인의 조직을 이런 방향으로 키워나가고픈 게 당연할 터. 해서 그간 줄곧 고급 고수들을 영입하는 데 힘써 왔음은 물론, 소정과 같은 실력 쓸 만한 중견 무사들도 적잖이 끌어들였다. 다만 돋보이는 젊은 무사의 영입이 신통치 않다는 게 늘 아쉬움으로 남았었다.
용호방 젊은 준걸이라고 하면 대부분 대형 세가나 종문 출신들이 많다. 물론 강문원과 우호적인 관계는 지속해 나갈 수 있으리라. 하지만 소속도 확고하고 아쉬울 게 없는 저들이 강문원에게 충성을 다하리라는 건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차에 오늘 본인의 힘만으로 용호방에 오른 초휴를 만났다. 더욱이 관중형당에서 양성해낸 제자 출신도 아니고 딱히 뒷배도 없는 모양이니, 이 얼마나 호박이 넝쿨째 들어온 셈이냔 말이다. 그것도 아주 싱싱하고 묵직한 호박이질 않은가. 이런 상등품 호박을 생짜로 빼앗기고 난 관사우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상상만 해도 그는 통쾌했다.
초휴와 강문원이 마주 앉은 걸 본 칠층의 젊은 무사들이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강문원이 유독 초휴를 예우하는 영문을 알지 못해서였다. 근래 들어 취룡각을 드나든 젊은 준걸들이 오죽 많았던가. 하지만 이들 중 강문원이 친히 대접한 상대는 손꼽을 정도로 적었다. 따라서 초휴가 대체 무슨 복이 터져 저런 호강을 누리는지 그들로서는 궁금할 만도 했다.
다만 백무기는 호기심을 넘어서 낯빛이 무겁게 가라앉은 모습이었다.
‘칠층까지 왕야의 수행을 동반해 직행했던 나조차도 같은 상에 동석하는 영광을 못 누렸거늘 저 버러지만도 못한 놈이 뭐라고 감히······.’
잠시 후 시녀들이 줄줄이 호화찬란한 요리들을 내왔다.
취룡각을 대표하는 이 음식들은 미각, 시각, 후각, 어느 면을 막론하고 하나같이 기가 막혔다. 심지어 음식에서 강력한 영약의 기운마저 은은히 느껴졌다.
강문원이 한껏 미소 띤 얼굴로 담백한 향내가 풍기는 호박빛 술 한 잔을 친히 초휴에게 건네며 설명을 곁들였다.
“서초 야산에는 이런 얘기가 전해져 온다네. 야생 원숭이는 월동 식량으로 나무 구멍 속에 온갖 과일을 채집해 저장해 두지. 그런데 그해 겨울 양식이 부족하지 않았다면 저장해 두었던 과일의 존재를 잊어버리는 거야. 그래서 동굴 속에 방치되어 있던 열매가 점차 숙성된 끝에 결국 백과주(百果酒)가 되는 거라네. 해서 그 백과주를 ‘후아주(猴兒酒)’, 그러니까 ‘원숭이술’이라고 부르지. 그런데 원숭이들은 과일을 채집할 당시 그게 얼마나 진귀한 것인지를 몰라보거든. 영험한 과일도 평범한 과일인 줄 알고 따니까. 결과적으로 이처럼 약효가 뛰어난 술이 빚어지는 게지. 이 술을 마신 무사의 실력이 크게 증강된 경우도 적잖이 봤다네.”
“그럼 이것이 바로 서초에서 온 후아주라는 말씀이십니까?”
눈이 휘둥그레진 초휴의 질문에 강문원이 고개를 저었다.
“서초 후아주는 기연으로나 접할 수 있는 술이니 원한다고 해서 구해지는 게 아니라네. 게다가 야생에서 만들어진 후아주는 영약 성분이 소량만 함유되어 있고 말이지. 하지만 우리 취룡각의 후아주는 하나같이 진귀한 영약과 영과(靈果)만으로 빗은 터라, 원조 후아주보다도 훨씬 약효가 뛰어나다고 볼 수 있지. 못 믿겠거든 직접 한번 맛을 보시게나.”
초휴가 한 모금 들이키자마자 뜨거운 힘 한 줄기가 체내로 흡수되는 게 느껴졌다.
놀랍게도 오급 단약보다도 함유 약효가 강한 술이었다.
“과연 진품이로군요! 이 취룡각의 명성이 거저 얻어진 게 아님을 알겠습니다.”
초휴가 감탄해마지않자 강문원도 절로 목에 힘이 들어가서는 상 위에 놓인 음식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음식들도 한번 맛보시오. 칠층에 구비된 음식의 가짓수가 많진 않지만 하나같이 진품이니까. 내가 직접 허락을 해야만 상에 오를 수 있단 말이지. 예컨대 이 ‘봉황환소(鳳凰還巢)’만 해도 눈 덮인 계곡에 서식하는 뿔닭에게 석 달 이상 영약을 먹여 만든 특제요리라오.”
이에 초휴도 사양치 않고 하나씩 요리를 맛보았다. 과연 강문원의 말이 허풍이 아님을 알겠다. 절로 감탄이 터져 나올 만한 수준이었다. 이렇듯 한창 혼이 빠져 먹고 있는데 강문원이 불쑥 질문을 던졌다.
“자네는 청룡회 출신이 어쩌다가 관중형당에 들어가게 된 건가?”
“제가 몸담았던 분타의 타주가 저를 칼받이로 쓰려 했습니다. 물론 저는 승복할 수 없어 청룡회를 등지고 도주했지요. 그때, 때마침 추살 위협에 처해있던 ‘관중대협’ 초원승 대인과 맞닥뜨리게 되어 그를 구했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대인의 천거를 받아 순찰사가 된 겁니다.”
초휴의 대답에 강문원의 눈과 귀가 번쩍 뜨였다. 그의 말대로라면 영입은 더욱 쉬워진 셈이다. 관사우가 그를 구해 주었거나 혹은 친히 관중형당으로 영입했을 거라는 게 강문원의 애초 짐작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그가 되레 관사우도 아닌 초원승을 구했다는 말이 아닌가. 한마디로 관중형당과는 예기치 않게 인연을 맺게 되었고, 관사우와 초휴 쌍방 간에 지켜야 할 의리나 은정, 심지어 빚진 것도 없는 셈인 게다.
강문원이 수중의 술잔을 만지작대며 뜸을 들이는가 싶더니 또 불쑥 물었다.
“관중형당에서 지낸 소회가 어떠한가? 그간 있어 보았으니, 무슨 느낌이라도 있을 테지.”
초휴는 순간 강문원이 왜 저런 질문을 하는지 몰라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관중형당이 겉으로는 안정되어 보일지 몰라도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풀어야 할 난제가 겹겹이라고 사실대로 털어놓을 순 없는 노릇이다. 해서 이렇게만 두루뭉술 말했다.
“당주님의 지휘 아래 관중형당은 삼국 사이에 우뚝 자리 잡고 섰습니다. 그 노고 하에 관중 땅도 작금의 번화한 모습으로 발전되었고요. 이는 형당 무사들에게 있어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른 종문이었더라면 저처럼 출신도 나쁘고 배경 하나 없는 자가 어찌 사람대접이나 제대로 받았겠습니까. 하지만 관중형당에서는 모든 게 규칙에 준거하여 움직입니다. 제가 공을 세운 만큼 인정받으니, 적어도 형평성만큼은 잘 지켜지고 있는 셈이지요.”
이를 들은 강문원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자네 말이 맞군그래. 관사우가 다른 건 몰라도 형평성 하나는 끝내주지. 자신의 혈육과 제자도 나 몰라라 하는 위인이 아니던가. 하지만 내 판단으로는 관중형당에서 자네가 발전하는 데 한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구먼.”
“그건 왜 그렇습니까?”
초휴가 이맛살을 찌푸리며 묻자 강문원이 부쩍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바로 그 형평성 때문에 자네같이 출중한 젊은 무사들을 조직 차원에서 제대로 챙겨줄 수가 없단 말이네. 상위 경지에 오른 나이가 젊을수록 향후 발전할 잠재력도 더욱 크기 마련이지. 자네의 경우만 봐도 지금 한창 대량의 수련자원과 영약을 비축해야 할 시기가 아니겠는가. 자칫 때를 놓쳤다가는 용호방 순위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법이야. 자네가 제아무리 지금보다 훨씬 더 두각을 내보인다 해도 그저 직급에 따라 봉록을 지급한다는 관중형당의 철칙에는 변함이 없을 테지. 기껏 내어준 수련자원도 부족할 거고. 아마 자네도 이 점을 모르지는 않으리라 믿네만.”
초휴가 묵묵히 아래턱을 매만졌다.
물론 강문원의 의도를 전혀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상대의 속내를 더 깊이 떠볼 필요가 있었다.
이에 눈치가 둔한 척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물었다.
“제 앞에서 관중형당을 폄하하시는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흥, 이건 폄하하자는 게 아닐세. 그저 사실대로 말한 것뿐이지. 관사우의 성정은 나도 잘 알고 있네. 자네 자질이 아무리 뛰어나도 관중형당에서는 아무런 특혜도 기대할 수 없어. 자기 제자한테도 그리 박정하게 대하는 자한테 뭘 기대할 수 있겠나? 게다가 관중형당의 발전에도 한계가 있어. 삼국 틈바구니에 껴서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처지가 아닌가. 지금이야 삼국이 휴전 중이니 망정이지. 만에 하나 혼전 양상이 지속되었더라면 지금쯤 관중형당이 어떤 모습이었을 것 같은가? 이보게. 이처럼 젊은 나이에 종문의 도움도 없이 용호방 이십 위권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도 자네의 잠재력은 입증되고도 남았어. 자고로 영리한 새는 좋은 나무를 골라 둥지를 튼다고 하였네. 이제 자네도 본인의 앞날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이야. 귀한 잠재력을 허투루 낭비하는게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네.”
초휴는 그제야 상대의 의중을 확실히 간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대신 이렇게만 물었다.
“그렇다면 왕야의 의중은 무엇입니까?”
“나야 꿀릴 것 없이 떳떳한 사람이니 그저 솔직히 말함세. 자네가 이번에 관중형당 대표로 신병대회에 참가하게 된 것도, 지금 여기서 본 왕과 만나게 된 것도 죄다 인연이 아니겠는가. 자네가 취룡각에 온 걸 보면 나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있다는 뜻이겠지. 본 왕은 인재를 아낀다네. 특히 자네 같은 인재 말일세. 지금 내 밑에 수많은 문객과 초빙객이 있네만, 자네가 내게 와준다면 자네는 제삼의 유형이 되겠지. 초빙은 아니나 되레 초빙보다 더 거한 예우를 받게 될걸세. 일반 문객들처럼 매일 같이 잡일에나 동원되는 일도 없을 거고. 본 왕이 이 자리에서 확약함세. 나 안락왕은 최선을 다해 자네를 키워 주겠네. 자네가 관중형당에서 꿈도 못 꾸던 수많은 것을 내가 죄다 보장해 주겠다는 뜻이야!”
초휴가 다소 놀라움이 어린 눈빛으로 강문원을 쳐다보았다.
이처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다짜고짜 영입 의사를, 그것도 이처럼 직설적으로 밝힐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강문원이 한 말에도 일리는 있었다. 관중형당이 처한 정치적, 지정학적 입지가 애매한 건 사실이니까. 안팎을 막론하고 늘 험난한 풍파에 노출되어온 관중형당이 그나마 지금의 위상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오롯이 초광가와 관사우라는 출중한 인재들 덕분이었다. 그들이 없는 관중형당이라면 당장 내일 존속을 위협받는 상황이 닥친다 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다.
게임 원본 줄거리에서도 관중형당은 수차례나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린 바 있었다. 다만 당시 세세한 내용까진 유심히 보지 않았고, 지금은 기억조차 희미해진 상태였다.
강문원이 지적했던 형당 내에서 수련자원 지급이 부족하다는 문제는 사실 다른 사람의 경우라면 몰라도, 사실 초휴, 본인에게는 별문제 되지 않았다. 또한 초휴는 무슨 특혜 같은 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가 관중형당을 선택했던 이유는 출신 내력을 따지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절대적 중립을 지킬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