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231)
231화 의도적인 도발
초휴가 동개태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 자들은 내가 살려주기로 마음먹었다. 해서 당신이 이들을 죽이는 꼴을 내가 용납 못 하겠다면 어쩔 텐가?”
초휴는 검왕성 사람들에게 호의를 베풀 생각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동개태 때문에 엉뚱한 죄목을 뒤집어쓰고 싶지도 않았다. 방금 초휴는 검왕성에 큰 타격을 입혔다.
그 바람에 동개태가 검왕성 잔여 무리를 몰살할 빌미를 제공하는 격이 될 수도 있다. 검왕성의 과격한 행동방식을 고려할 때, 이들이 죽는다면 초휴한테 화살을 돌릴지도 몰랐다.
검왕성 측에 원한을 사는 건 큰 문제가 아니다. 어쨌든 방금도 검왕성 사람을 그 지경으로 만들었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면 져야 할 터. 하지만 모호하게 다른 자가 한 짓까지 덮어쓰는 건 별개의 문제였다. 검왕성 떨거지의 생살여탈권은 초휴에게만 있다. 그가 아닌 다른 자는 절대 저들에게 손댈 수 없다!
동개태의 입가에 어려있던 미소가 점차 옅어지더니, 눈에 부쩍 힘이 들어갔다.
“당신은 죽이지 않을 거고 나도 못 죽이게 하겠다? 방금 검왕성의 정예 제자를 골로 보내 놓고 나머지 떨거지들을 놔준다면, 이 일이 검왕성에 알려진 후 골치깨나 아파질 텐데? 그래도 상관없다는 말인가? 죄다 죽여 입을 봉하는 게 깔끔할 거 아니냐고.”
“검왕성 때문에 골치가 아파지건 말건 그건 내 문제요. 다시 한번 말하지. 나는 저들을 죽일 수 있어도 당신은 못 죽여. 동개태, 우리 서로의 일에 참견하지 말자고. 그렇게도 죽이고 싶으면, 다른 날 다른 곳에서 손을 쓰게나. 지금 내 앞에서 일을 만들지 말고.”
초휴가 한 발 앞으로 나서며 차분히 말했다. 동개태는 초휴보다 더 대책 없이 미친놈이다. 초휴가 대부분의 평범한 상황에서는 멀쩡한 정신상태를 보이는 것과는 달리, 동개태는 언제 어떻게 발작할지 예측 불가였다.
물론 그가 남몰래 암수를 써서 검왕성 무리를 죽인다면야, 굳이 관여할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초휴가 비묵을 해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지금, 여기서 굳이 검왕성 무리를 건드리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 초휴를 연관 지어 엿을 먹이려는 의도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초휴의 말에 동개태가 이죽대며 받아쳤다.
“그래도 죽여야겠다면? 날 막기라도 할 셈인가? 제주부에 온 지 며칠 만에 너에 관한 소문을 들었어. 대단한 유명인사더구먼. 다들 당신의 승률이 가장 높다고 난리들이고. 사실 나는 신병 따위는 관심 없어. 그저 최근에 사극종(邪極宗)에 들어갔는데, 거기 노인네들이 자꾸 신병대회에 가서 사고라도 한 건 치고 오라고 성화를 해 대서 왔단 말이야. 내 생각엔 말이지, 한창 유명세를 타고 있는 너의 심장을 꺼내면, 내가 노인네들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을 성싶은데 어찌 생각하나?”
‘미친놈······!’
이로써 동개태의 의도는 분명해졌다. 정말로 작심하고 초휴에게 시비를 걸러 온 것이다. 나무가 크면 바람도 세게 맞는다더니, 지금 초휴는 유명해진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었다. 그저 예전의 명성에 그쳤다면 비묵도 초휴의 이름을 접하지 못했을 테고 복수하겠다는 생각도 안 들었을 것이다. 동개태도 마찬가지다. 초휴를 밟고 명성을 얻을 욕심에 저리도 도발에 열을 올리는 게 아니겠는가.
다만 모두가 의혹을 품은 대목은 동개태가 언제 사극종에 들어갔느냐였다. 사극종은 마도 종문의 일파로서 칠종팔파의 일원이기도 했다. 본거지는 저 멀리 북원(北原) 땅에 있었다. 하지만 동개태는 서초 출신이라, 그가 북연에 나타난 적이 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도 없다. 그런데 어떻게 사극종과 끈이 닿을 수 있단 말인가.
여하튼 그가 사극종에 들어간 게 사실이라면, 몸담은 조직의 명예를 높이기 위해 이곳에 왔다는 목적만큼은 둘 다 같은 셈이었다. 물론 사극종이 관중형당보다 웅크렸던 세월이 더 기니, 목적 달성의 절실함도 더 크다고 봐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왕년의 마도 대파로서 곤륜마교와도 종속 관계에 있던 사극종은 곤륜마교의 멸망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긴 세월을 숨죽이며 존재감도 없이 명맥을 잇느라, 강호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쯤 해서 강호를 한번 휘저어 보려고 동개태를 내보낸 모양인데, 안타깝게도 그는 상대를 잘못 골랐다. 동개태의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닌 건 사극종도 알 터였다. 그런데도 이런 자를 종문의 대표로 내보냈다는 건 이해 못 할 일이었다.
종문의 명예를 드높이고 금의환향이라도 하라는 소린지, 아니면 미쳐 날뛰다가 망신살만 뻗치고 불구가 되어서 기어오란 소린지 모를 일이었다.
“내 심장을 꺼내겠다고? 그럴 실력이 있으면 해보시지.”
“당신이 먼저 해보라고 말한 거야. 이것만은 분명히 해 두자고.”
동개태가 괴이한 웃음소리를 내었다. 웃는 표정을 지은 그의 눈가에선 살기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때 갑자기 흑영이 번쩍하며 내박인과도 맞먹을 속도로 초휴의 주위를 맴돌았다.
이어서 동개태가 다섯 손가락을 내밀자 칼날 같은 검은 강기가 그의 팔뚝을 휘감더니 스멀스멀 타고 올라갔다. 그 즉시 강기가 발출되진 않았다. 하지만 다시금 허공을 향해 손을 내뻗은 순간, 공기를 가르는 강렬한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초휴는 제자리에 선 채, 홍수도를 내리쳤다. 순식간에 핏빛 도영과 도광이 난무하는 가운데 혈련신강이 발출되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섬뜩한 도강은 동개태의 손아귀에 잡히는 족족 파괴되었다. 그리고 동개태의 팔에 어려있던 검은 강기에서 핏빛이 터지는가 싶더니, 사악한 기운을 잔뜩 머금은 다섯 손가락이 초휴의 가슴팍을 파고들며 모든 호체강기를 무력화시키기 시작했다.
“수라수(修羅手)다!”
구경하던 군중들이 귀엣말을 주고받았다. 수라수가 동개태의 성명절기가 된 이유는 자체의 위력이 막강해서가 아니다. 그가 이것으로 천사부 고수들 여러 명의 심장을 으깨어놨기 때문이다. 군중들은 다시 웅성대기 시작했다. 동개태가 삼화취정에 오른 초휴에 비해 조금도 손색없는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그 역시 삼화취정에 도달한 것이다!
초휴는 종잡을 수 없는 수라수에 맞서기 위해 대금강륜인을 출수했다. 이내 눈을 찌르는 불광이 터져 나오더니, 강기끼리 격돌하는 굉음이 진동했다. 하지만 수라수는 대금강륜인 특유의 막강하고도 맹렬한 기세에는 취약한 면모를 보였다. 더욱이 불가의 무공은 사악한 기운을 제압하는 효과가 있으니, 더욱 맥을 못 추었다.
동개태가 공세를 전환하려는 순간. 초휴가 허공으로 도약하며 외사자인을 내질렀다. 그러자 초휴의 깍지낀 손가락 사이에서 근엄한 불음을 동반한 뇌성이 작렬했다. 그러자 실실거리던 동개태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온 지각(知覺)을 뒤흔드는 뇌성과 맞서느라 얼굴이 경련을 일으키며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이때를 놓칠세라 초휴는 재차 대금강륜인을 내질렀다. 이번엔 극강의 수위까지 위력을 끌어올린 상태였다. 동개태는 비록 한 초식밖에 출수하지 않았지만 초휴는 이미 상대의 밑천을 파악했다.
동개태는 전형적인 마도 무공을 익혔다. 대개 마도 무공은 사악함과 괴이함을 내세운다. 그러나 위력은 막강할지 몰라도 불가의 무공과 상극을 이룬다는 약점이 있다. 해서 초휴는 대금강륜인 위주로 그를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이때 돌연 초휴의 권인(拳印)이 바뀌더니 어느새 대자양수로 전환되었다. 그는 정도와 마도를 넘나들며 무공을 구사했다. 동시에 내력과 진기를 완벽히 장악하는 능력을 과시했다. 동개태는 거의 무방비 상태로 초휴의 일장을 오른팔에 맞았다.
자양마염이 사정없이 흘러들자 동개태의 입술에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는 한 발을 떼는가 싶더니, 몸 전체가 순식간에 뒤로 물러났다. 뒤이어 세차게 팔을 휘두르자 이글이글 타오르는 흑색 강기가 발출되었다. 강기에 맞은 땅바닥에는 그 열기를 이기지 못해 움푹 팬 구덩이가 생겼다.
동개태가 초휴를 향해 음산하게 웃었다.
“과연 허투로 얻은 명성은 아니군. 좋아. 당신의 심장은 잠시 놔두기로 하지.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야. 언젠간 취하고 말 테니까. 이상하게도 당신의 심장에서 나를 강하게 유혹하는 뭔가가 느껴지거든. 아주 강력하면서도······ 뭐랄까, 맛도 좋을 것 같은 그런 뭔가가 말이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동개태는 종적도 없이 사라졌다. 평범한 사람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동개태가 빛의 속도로 사라져가는 와중에도, 초휴는 그의 뒷모습을 놓치지 않고 지켜보았다. 그 눈빛에는 어느 때보다도 짙은 살기가 서려 있었다.
‘엽심인마’ 동개태는 자신이 죽인 사람의 심장을 파내는 걸 매우 즐겼다. 강호인들도 그저 그가 인육을 변태적으로 좋아한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그가 수련한 비법의 일종이라는 것이 지금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다른 이들은 방금 동개태가 한 말을, 한낱 미친 소리로 치부할 것이다. 하지만 초휴는 머릿속에서 연신 경종이 울리는 기분이었다.
동개태는 심장에 흥미가 많을 뿐 아니라, 심장 상태에 대한 감지력도 뛰어났다. 초휴의 심장이 유혹적이라고 했던 건, 유리금사고를 가리킨 말이 틀림없을 터였다. 사람의 심장에 그렇게나 흥미가 많고 연구도 깊은 동개태가 유리금사고의 존재를 못 느꼈을 리가 없었다. 초휴의 심장에 있는 특이점을 간파한 건 그가 처음인 셈이다.
유리금사고는 초휴 최대의 기밀이다. 그 기밀이 폭로된다면, 유리금사고의 원소유자인 배월교부터 가만있지 않을 터였다. 유리금사고를 키워낸 몸체가 대광명사 화상의 것이니, 어찌 가만있겠는가. 줄곧 유리금사고를 추적하는 동제 이황제는 또 어떻고.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어떤 방법을 동원하든, 절대 이 기밀이 외부로 알려져서는 안 된다. 동개태가 특이점을 감지한 이상, 그가 의문을 품을 기회마저 허용해선 안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답은 이미 나와 있다. 그런 초휴의 복잡한 속내도 모른 채, 막천림이 옆에서 탄식을 내뱉었다.
“이번 신병대회가 어찌 되려고 이러나? 이렇게 똥파리들이 들끓어서야······. 어쩌다가 동개태, 그 미친 작자까지 숟가락을 들이밀고 나선 건지 모르겠군.”
막천림은 이번 신병대회의 양상이 아주 단순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일단 용호방 십 위권 중에서도 상위권 고수들은 불참했다. 그렇다면 기회는 막천림에게도 올 수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뜻밖에도 사소루가 구경을 왔다며 끼어들질 않나, 낙비홍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과 마찬가지였다. 뿐만 아니라 초휴라는 생각지도 못했던 신예가 나타나 최대 변수가 되었고, 하다 하다 그간 생사도 몰랐던 마도의 동개태까지 등장했다. 게다가 그는 삼화취정이라는 것 외에는 실력이 장막에 가려져 있지 않은가.
“대회가 더 흥미로워지게 됐으니 좋지, 뭘 그러나? 나는 나쁘지 않다고 보네.”
“쯧, 내가 잊을 뻔했군. 자네나 동개태나 신병과는 무관하게 종문의 명예를 높이려고 왔다는 사실을 말이야. 신병대회가 끝나면 결과야 어떻든, 자네 명성은 하늘 끝까지 치솟은 상태겠지. 다만 관중형당 당주께서 자네에게 상을 주실지, 벌을 내리실지 미지수라는 게 문제군. 자네가 이번에 밉보인 데가 한두 곳이라야 말이지.”
“그건 걱정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니,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네. 당주께서 내 성질머리를 모르고 보내신 것도 아닐 테고 말이지. 뭐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계시겠지.”
초휴의 시큰둥한 반응에 막천림은 말문이 막혔다. 지금 이 답변을 관사우가 들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가 궁금했다. 걸핏하면 사고나 쳐대는 수하를, 종문의 수장이 예뻐할 리가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