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234)
234화 어신술(御神術)
낙비홍과 사소루가 행동을 취하려는 순간 하후무강이 뭐라 뭐라 가볍게 읊조렸다.
상당히 기괴한 음률을 띤 그 소리는 사람의 목구멍에서 나왔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낯설게 들렸다. 그러나 정말 놀라운 일은 그다음에 벌어졌다.
그 소리가 들리자, 낙비홍과 사소루는 일제히 온몸에 경련이 일더니,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지고 말았다. 하후무강은 그들의 동작을 멈춤으로써, 막천림이 자신의 뺨을 때리는 모습을 지켜보게 하려는 심산이었다.
그때 갑자기 고막을 찢는듯한 불음이 터져 나왔다. 초휴는 제자리에 선 채 손으로 외사자인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자 몽둥이로 머리를 얻어맞기라도 한 양, 막천림은 번쩍 제정신이 들었다. 그는 뺨을 때리려던 동작을 멈추고 뒤로 물러났다.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후무강의 귓전에는 이 불음이 금강역사의 노호성처럼 들렸다. 순간 정신이 흐트러지면서 급기야 신음성을 내뱉었다. 어신술도 이내 와해되었다.
막천림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초휴에게 눈짓으로 감사를 표했다. 초휴를 친구로 받아들이는 결단을 내린 덕에, 오늘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로써 두 사람은 서로 한 번씩 도움을 주고받은 셈이었다. 어쩌면 그들이 우정을 맺게 된 건, 하늘이 정한 운명일지도 몰랐다.
막천림은 삼화취정에 이른 하후무강이 이토록 일취월장한 실력으로 나타날 줄은 몰랐다. 가공할 위력을 가진 어신술도 상상 이상으로 공포스러웠다. 아무리 무방비 상태에서 당했다고는 하나, 자신이 어신술에 당해 맥을 못 추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하후무강은 눈가에 힘을 주며 초휴를 노려봤다.
“관중형당의 초휴? 당신의 소문은 나도 들었소. 최근 동제에서 꽤 명성을 얻었더군. 일당백의 싸움을 했다고 해서 자신이 불세출의 영웅이라도 된 줄 아나 보지? 관중형당의 명예를 드높이러 왔으면 남의 일에 끼어들지 말고, 맡은 일이나 잘 하시오. 그럴 자격도 없는 자가 어설픈 영웅 행세를 하려 들면 곤란하지.”
동제에서 초휴는 확실히 유명인사가 되어있었다. 오죽하면 하후무강이 제주부에 도착하기도 전에 그의 화려한 무용담을 들었을 정도니까. 하지만 하후무강은 초휴의 존재를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일당백이 뭐가 어렵다는 건가? 그럴 기회가 없었을 뿐이지, 자신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능히 초휴처럼 해낼 자신이 있었다.
하후씨의 어신술이 최고조로 위력을 발휘하는 건, 한꺼번에 많은 무리를 상대로 싸울 때다. 그가 초휴와 같은 상황이라면 어신술로 한 명은 물론, 여러 명도 인간 방패로 만들 수 있다. 그들의 정신을 조정해 서로 상잔(相殘)하게 만든다면, 그 정도 오합지졸들이야 간단히 지리멸렬시킬 수 있다. 심지어 초휴보다도 훨씬 간단하고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해서 일당백의 싸움에서 이겼다고 유명해진 초휴가 우습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초휴는 담담히 응수했다.
“물론 나는 관중형당의 명예를 드높이려고 여기 왔소. 듣자 하니 하후 공자도 동제에서 명성이 대단하던데, 내가 당신을 손봐준다면 나는 그야말로 엄청난 명성을 얻게 되지 않겠소?”
“어디 감히!”
하후무강이 호통을 치며, 두 눈에서 찬란한 빛을 발했다. 눈을 찌를 듯한 광채가 순식간에 초휴를 덮쳐왔다. 그러자 초휴의 눈에서도 어두운 빛이 발출되었다. 이혼대법이 시전되면서 그의 눈이 바닥을 가늠할 수 없는 심연처럼, 그리고 끝을 알 수 없는 동굴처럼 변했다. 보이는 족족 모든 것을 집어삼켜, 소멸시켜 버릴 기세였다.
눈동자는 세상을 바라보는 통로다. 해서 정신력은 맨 처음 눈을 통해 발산되기 마련이다. 다만 수련이 극에 달해 정신력이 유형의 본질을 가진 원신으로 전환되면, 눈을 감아도 여전히 세상을 두루 볼 수 있게 된다.
급기야 미간에 원신의 통로인 천안(天眼, 오안(五眼)의 하나. 원근·전후·내외·주야·상하를 자유자재로 볼 수 있는 눈)이 열리면서, 도가에서 전해지는 이랑신(二郞神, 매와 개를 거느리고 72가지 변화술을 부려 요괴를 퇴치한다는 눈이 셋 달린 신)처럼 머리에 세 개의 눈을 가진 셈이 되는 것이다.
소문에 의하면 하후씨 고수들은 전심전력으로 어신술을 시전할 때, 순전히 원신의 힘만으로 진화시킨 제삼의 눈을 미간에 발현시킬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본다면 매우 신기하고 괴이하게 느껴질 터였다. 현재 초휴와 하후무강은 아직 그런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눈에서 정신력이 발출된 것만으로도 좌중의 사람들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정신력이 발출된 양상은 두 사람이 엄연히 달랐다. 하후무강이 강렬하고 매서운 금색 광채를 터뜨려냈지만, 어둠 속 수렁과도 같은 초휴의 정신력은 어떤 힘이라도 집어삼킬 기세였다. 전혀 다른 두 성질의 정신력이 막상막하의 위력을 보이며 팽팽한 대치를 시작했다.
사실 정신력의 강도만 놓고 보면 하후무강이 한 수 위였다. 하후씨가 주로 수련해온 게 정신력인 데 반해, 초휴는 이혼대법을 보조적으로 수련했을 뿐이니까.
하지만 초휴는 은밀히 내사자인을 결인한 상태였다. 그렇게 해서 이혼대법의 부작용을 억눌러가며, 정신력을 쉬지 않고 증강시켰다. 이 백중지세의 접전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수운관에서의 격전과 자운루에서의 일전을 막론하고, 현장에서 초휴의 출수를 관전한 자들이 꽤 많았다. 그들은 이미 초휴의 실력에 대한 견식이 있는 상태였다. 지난 두 차례의 싸움이 초휴 실력의 최대치일 거라고 여겼는데, 오늘 그의 실력의 또 다른 일면을 보게 되었다.
초휴는 거칠 것 없이 매섭고 강력하며 괴이하기까지 했다. 이런 실력 뒤에는 하후무강과도 비등한 전세를 이를 만큼 막강한 정신력까지 갖추고 있었다. 도대체 초휴가 가진 실력의 한계는 어디까지란 말인가.
초휴와 하후무강의 충돌은 좌중의 시선을 끌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하나는 관중형당이 세워진 이래 가장 젊은 순찰사이며, 이번 신병대회의 신예 강자였다. 다른 하나는 용호방 십 위의 준걸로서 하후씨 문중의 젊은 세대 가운데 단연 촉망받는 인재다. 이런 두 사람이 맞붙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구경거리가 되는 건 당연했다.
이들의 갑작스러운 대립에 주최자인 경호산장과 장검산장 측은 당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경호산장 막가는 상양 막가와는 엄연히 위상이 다르다. 막야자 한 명의 위세로 이 둘을 제압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해서 입구에서 질서 통제를 맡고 있던 장검산장 측 무사가 허공으로 몸을 날리더니 인파를 뛰어넘어 검지(劍指)를 내질렀다.
외견상 무색투명하지만 모두가 뚜렷이 감지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한 검의가 터져 나왔다. 이 예리하기 그지없는 검의는 단번에 정신력 대결을 차단하며 두 사람을 갈라놓았다.
초휴와 하후무강은 깊은숨을 내쉬며 한 발짝씩 뒤로 물러났다.
“장검산장의 ‘청운쌍검(靑雲雙劍)’ 정동망(程東望)이야! 천인합일 고수가 싸움을 막았어!”
좌중의 사람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두 사람의 대결을 한창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는 중에 김이 새고 말았으니 말이다.
정동망은 장검산장 제자 중에서도 직계 제자에 속했다. 이번 대회의 질서를 통제하고 있는 그는 이름난 고수였다. 그가 등에 메고 있는 청운쌍검은 육급 보병에 해당했다. 거기에 자신만의 독자적 검법까지 더해지면, 두 자루가 한 자루로 합쳐지며 신병에 버금가는 위력을 발휘했다.
그는 신병대회 개막 전부터 하후무강과 초휴가 격렬하게 부딪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난감한 상황을 더는 방관할 수 없어서 나선 것이다. 원래 대문파 출신의 제자들은 이렇게 다루기가 힘들었다. 이런 자들이 들끓는 이런 규모의 대회를 장검산장의 실력만으로 개최하기란 버거운 게 사실이었다.
대광명사나 용호산 천사부가 이런 수준의 대회를 열었다면 용호방 십 위권 중에서도 여러 명이 참가하여 자리를 빛내고, 주최 측에 권위도 부여했을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장검산장은 그 두 개 문파와는 비교도 안 되는 곳인 게 엄연한 현실이다.
게다가 관중형당이나 하후씨 둘 다 만만한 세력이 아니니, 어느 쪽과도 낯을 붉히는 건 곤란했다. 해서 정동망은 정중히 중재에 나섰다.
“신병대회가 아직 개막되기도 전이니, 두 분 다 멈추시구려. 꼭 싸워야겠으면 대회가 시작된 후에도 기회는 얼마든지 있소.”
정동망은 주최 측을 대표하여 나섰고 천인합일의 고수다. 그런 자가 직접 나섰으니, 하후무강은 분노를 속으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마무리는 지어야 한다고 생각한 하후무강은 초휴를 노려보며 으름장을 놓았다.
“좋다. 내가 당신을 과소평가한 셈 치지. 의외로 막강한 정신력을 가졌군그래. 그러나 이걸로 끝이 아니다. 하후씨 어신술의 위력을 다 보여준 게 아니란 말이다.”
말을 마친 그는 안내를 받아 한쪽에 마련된 자기 자리로 갔다. 하후무강이 고분고분 물러나자, 초휴도 제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굳이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뒤에 있던 막천림이 쓴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공수의 예를 갖췄다.
“초 형, 도와줘서 고맙소. 초 형이 아니었으면 나는 꼼짝없이 큰 망신을 당할 뻔했소. 어쩌면 낯을 들고 다닐 수가 없어 동제를 떠나야 했을지도 모르지.”
“크게 애쓴 것도 없네. 그리고 지난번에 막 형도 나를 도와줬잖소. 게다가 대회에서 어차피 저자와 붙을 가능성이 있으니, 먼저 실력을 타진해보자는 계산도 있었고. 어쨌건 하후씨의 어신술이 굉장한 것만은 인정해야겠더군. 용호방 십 위를 차지할만한 능력자인 것은 분명한 것 같아.”
그러자 막천림의 낯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 점은 나도 잘 알지. 저자가 외강경일 때, 한 번 더 붙어서 옛날의 패배를 설욕하고 싶었건만, 결국 나보다 먼저 삼화취정에 도달했군. 이제 나는 저자와 감히 맞붙어볼 엄두도 못 내게 생겼어. 정말 절망적이야.”
막천림도 긍지가 보통이 아니었다. 그런 사람의 자존심이 오늘 숙적의 손에 사정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제대로 맞붙는다면 하후무강은 손바닥 뒤집듯, 그를 죽일 수 있는 실력이었다. 오늘 초휴가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더는 동제에서 발붙이고 살 수 없는 지경까지 갔을 것이다.
낙비홍은 그런 막천림에게 핀잔을 주었다.
“그만 좀 해요. 사내대장부가 졌다고 해서 울상이 되고 난리에요? 지금 못 이겼다고 해서 다음에도 꼭 진다는 법이라도 있나? 그건 어느 동네 법인지 모르겠네. 설마 초휴한테 한 번 진 것을 가지고 죽네 사네 온갖 진상 다 부려대는 임개운의 전철(前轍)을 밟기라도 할 생각인가요?”
그러자 막천림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낙비홍이 여자 같은 구석이라곤 조금도 없어도 그렇지, 신체적으로는 엄연히 여자다. 여자한테 이런 면박을 당하니,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러자 초휴가 의아한 눈빛으로 낙비홍에게 물었다.
“어제 그대는 봉명소상관에서 술 마시며 놀고 있지 않았소? 나와 검왕성 간의 일은 어떻게 아는 거요?”
그러자 낙비홍이 예쁜 눈으로 그를 흘겨보며 답했다.
“내가 취해서 정신줄을 놓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왜 몰라요? 당신이 자운루에서 검왕성의 정예 제자인 ‘대광명검’ 비묵을 만신창이로 만들었잖아요. 그 소문이 이미 제주부 전역에 파다하게 퍼졌어요. 봉명소상관 기녀들도 입만 열면 그 얘기로 난리들이니, 당연히 알고도 남죠. 근데 **비묵(費黙)은 이름부터가 글러 먹었어요. 발음이 마치 ‘날 폐인으로 만들어줘’ 이렇게 사정하는 것처럼 들리잖아요. 결국, 당신이 폐인으로 만들어버렸지만요. 호호호!”
낙비홍은 한바탕 웃더니 화제를 돌렸다.
“아 참, 초휴 당신이 봉명소상관에 나타나면 기녀들이 두 팔 벌려 반겨 줄걸요. 그 어여쁜 언니들이 가식과 위선으로 가득 찬 대갓집 공자님들한테 질린 모양이에요. 당신의 남자다운 패기와 냉혹함에 반한 눈치더라고요. 거기 가면 아마 공짜로 대접받으며 맘껏 놀 수 있을 거예요. 그 언니들은 상대가 마음에 안 들면 돈이 아니라 자금을 줘도 상대를 안 해주니 말이죠.”
‘가식과 위선으로 가득 찬 대갓집 공자님’이란 대목에서 그녀의 손가락이 막천림을 가리켰다. 막천림은 무안했지만 아까보다는 기분이 많이 풀어진 상태여서 반박하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그녀의 말이 구구절절 옳았다. 그는 임개운처럼 나약한 인간이 아니다.
승패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라는 말도 있다. 천하의 젊은 준걸치고 ‘소천사’ 장승정 외에 한 번도 패배한 경험이 없는 자가 어디 있겠는가. 오늘 하후무강에게 졌다고 해서, 평생 그에게 패하란 법도 없다. 본인이 지레 좌절하고 무너지지만 않으면 앞으로도 대결을 이어나갈 기회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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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묵(費黙)’의 중국식 발음은 ‘fei mo (페이 모어)’이고 ‘날 폐인으로 만들어줘(廢我)’의 중국식 발음은 ‘fei wo (페이 워)’로, 빠르게 발음하면 얼핏 비슷하게 들립니다. 이를 두고 낙비홍이 말장난을 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