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259)
259화 무력 충돌
사실 강도연은 초휴와 척을 지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초휴가 외강경의 실력으로 갓 순찰사에 임명되었을 때부터 그랬다. 사실 강도연은 돌다리도 하나하나 두들겨가며 건너는 신중한 성향의 인물이었다. 초휴가 초원승의 천거로 관중형당에 들어왔으니, 초원승의 체면을 봐서라도 섣불리 건드려서는 안 될 존재라고 본 것이다.
해서 그는 초휴와 위한산 간의 암투를 지켜만 보았다. 그러다가 둘 사이의 암투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각해지자, 슬며시 끼어들어 위구단으로부터 진주부를 거저 얻다시피 해서 확보했다. 해서 위구단이 욕을 먹을지언정, 강도연 자신은 초휴와 위한산 두 사람의 비난과 보복을 모두 피할 수 있었다. 이게 강도연이 처세하는 방식이었다.
하물며 지금은 더더욱 초휴와 맞서기가 곤란했다. 이미 삼화취정에 오른 데다, 신병대회에서 우승을 거머쥐고 돌아와 관중형당의 영웅이 되다시피 한 인물을 어찌 건드린단 말인가.
자기가 먼저 초휴를 도발하지만 않으면 영영 그와 대립할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했건만, 그건 꿈같은 바람일 뿐이었다. 이제 초휴가 마수를 뻗쳐 왔으니 일방적으로 참는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 상황이 아니었다. 그랬다가는 자기 주부도 제대로 못 지키고 뺏겼다는 비웃음을 당하게 생겼으니, 대외적인 체면 때문에라도 행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제기랄, 일단 기다리시오. 내가 직접 가서 알아볼 것이니.”
강도연은 그 즉시 수하들을 거느리고 나가의 점포로 향했다. 나가 노야는 강도연의 무리가 들이닥치는 것을 보자 화들짝 놀라 당아에게 말했다.
“당 대인, 이제부터는 그대가 나서야 할 것 같구려.”
장가는 나가와 같은 지위에 있으니, 맘 편히 두들겨 패서 보내도 괜찮았다. 하지만, 이곳 순찰사인 강도연에게 감히 어찌 그런단 말인가. 나가 점포의 입구에는 이미 적잖은 수의 무사들이 모여들어 구경 중이었다. 그들 대부분이 진주부 현지 무림세력 측이 상황을 점검하러 보낸 자들이 분명해 보였다.
나가의 동향은 그들도 진작 눈치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섣불리 경거망동하기에는 위험부담이 큰지라, 그중 성질이 급한 장가를 부추겨 간부터 보려 한 것이었다. 물론 다짜고짜 무력 충돌부터 시작할 생각은 없었다. 우선 나가의 저의가 무엇인지, 초휴의 궁극적인 의도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게 중요했으니까. 이제 순찰사가 나섰으니 그들도 한시름 덜게 된 셈이다. 그들이 못했던 말도 대신 말해주고, 그들이 듣고 싶었던 답변도 받아내 줄 것이니 든든하지 않은가.
나가 노야가 아까와는 달리, 웃는 낯으로 강도연을 맞았다.
“강 대인을 뵙습니다. 미리 연통을 주시지 그러셨습니까. 그러면 이 늙은이가 멀리까지 영접을 나갔을 텐데 말입니다. 이거 결례를 범했으니 어쩌면 좋습니까?”
“흥! 입만 살았군. 입에 발린 소리 따위를 듣자고 온 게 아니야. 당신 뒤에는 분명 초휴가 있겠지. 내 관할 구역을 침범한 저의가 무엇인지부터 들어봐야겠소.”
강도연은 단도직입적으로 핵심을 찔렀다. 그러나 이 많은 사람 앞에서, 초휴가 시켜서 이 짓을 하고 있노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해서 노야는 웃음으로 얼버무리며 대충 답했다.
“허허허, 대인께서 오해하셨나 봅니다. 여기서 뜬금없이 초 대인 함자가 왜 나오는지요? 허허, 그저 저희는 다른 지역에도 사업을 확장하고 싶을 따름입니다. 설마 그러면 안 되는지요?”
“흥, 늙은 구렁이 같으니라고! 사실대로 말하지 않겠다, 이거요? 좋소. 초휴더러 직접 여기까지 와서 당신들을 데려가라고 해야겠군. 여봐라! 당장 나가의 점포를 봉쇄하라. 저들이 밀수에 관여한 혐의가 짙으니 물건들도 압수하고.”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당아가 여유만만하게 몸을 흐느적대며 걸어 나왔다.
“누가 밀수를 했다고 그러십니까? 제가 방금 다 살펴봤는데, 전혀 이상이 없던걸요. 밀수 같은 건 죄다 헛소립니다.”
강도연이 눈가에 힘을 주며 당아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이내 상대를 알아보았다.
지난날 청룡회에서 살수 노릇을 했다던 초휴의 심복이 아닌가.
“건주부의 강호 포두가 진주부의 일에 웬 참견인가? 초휴는 이 정도 기본적인 수칙도 따를 줄 모른다더냐? 함부로 날뛰지 말란 말이다!”
강도연의 호통에 당아는 기가 꺾이기는커녕, 한마디도 지지 않고 자신이 할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 참, 제가 강 대인께 미처 아뢰지 못한 게 있습니다. 당주 대인께서 우리 나리를 집형사 칠급 밀정으로 승급시켜 주셨습니다. 따라서 저는 건주부 순찰사 당구 소속의 강호 포두로 여기 온 게 아닙니다. 집형사 밀정 대인의 분부를 받잡고 왔다는 말씀이죠. 이게 엄연히 구분해야 할 일인 건 잘 아실 테죠? 여하튼 제가 이제껏 나가의 점포를 수색한 결과, 그 어떤 혐의점도 찾지 못했습니다. 저는 오히려 장가 측에서 밀수에 관여한 게 아닐까 의심하는 중입니다. 이처럼 강 대인 뒤에 숨어 대인을 여기까지 납시게 하고, 저희의 수사에 혼선을 초래하려 드는 게 수상쩍어서 말이지요. 장가에서 다녀가자마자 대인께서 납시셨으니, 정황상 그런 의심을 안 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강도연의 낯빛이 흙색으로 변했다.
‘초휴가 집형사 밀정이 되었다는 소리를 왜 아무도 안 해준 거지?’
이건 허무맹랑한 소리라고 볼 수가 없었다. 이번에 초휴가 큰 공로를 세우고 돌아온 건 사실이고, 관 당주는 위구단처럼 편협하고 옹졸한 인간이 아니니까.
즉, 초휴의 공로에 걸맞은 포상을 했을 게 확실하니, 당아의 말이 헛소리일 가능성은 희박했다. 게다가 이 많은 사람 앞에서 사실을 날조했다가는 그 뒤처리를 초휴가 감당해야 할 판인데, 제 발등 찍을 짓을 당아가 왜 하겠는가.
어쨌거나 초휴가 밀정으로 임명되었다니, 일이 골치 아파지게 생겼다. 관중형당의 체제상, 집형사는 각지 순찰사 및 형당 지부 소속보다 직급이 반 급씩 높은 당주 직속 조직이다. 지금껏 형당지부 측에서 집형사를 도와 사건 조사에 참여하는 경우는 흔했지만, 집형사가 여타 조직을 도와 조사를 벌인 적은 없을 정도로 귀하신 몸이라는 얘기다.
그런 신분이 된 초휴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억지를 쓴다 한들, 관중형당의 규칙을 어겼다고 항의하기도 어려운 일인 것이다.
다들 상황이 어찌 돌아가는지 잠시 관망하기로 마음먹은 순간, 강도연의 수하 하나가 눈치도 없이 불쑥 튀어나와서 당아에게 호통을 쳤다. 물론 주인에게 충성심을 과시하고 싶은 속셈이었다.
“무엄하구나, 감히 우리 대인 앞에서 그런 불손한 언사를 늘어놓다니! 네놈은 위아래도 없는 게냐?”
외강경의 실력인 그는 당장 당아를 잡아다가 강도연 앞에 무릎 꿇릴 생각으로 세게 나왔다. 그 모습에 강도연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내심 그를 욕했다. 쌍방 간에 무력 충돌이 나지 않아야 초휴와 말로 잘 타협해볼 여지가 남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먼저 공격을 감행한 순간,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게 되지 않겠는가. 자기를 향해 달려드는 상대 무사의 모습에 당아가 가소롭다는 듯, 씩 웃어 보였다. 그동안 너무 오래 쉰 탓에 관절에 녹이 다 슬 지경이었다. 그런데 모처럼 몸을 풀 게 되었으니, 상쾌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상대가 검을 들고 달려든 순간이었다. 당아의 몸이 살짝 움직이는가 싶더니,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순식간에 상대 무사의 바로 앞에 나타났다. 곧이어 양손에서 가느다란 단도 두 자루가 떠오르더니, 서로 합을 맞춰 예리한 도강을 터뜨려냈다. 그 바람에 무사의 호체강기가 단숨에 격파되자, 그는 화들짝 놀라 검을 거두고 방어에 들어갔다.
그러자 당아의 손에서 금망이 번쩍이더니, 언제 발출되었는지도 모를 용미추혼표 하나가 상대의 등판 한가운데를 향해 날아들었다. 무사는 전신의 강기를 무리하게 발동시켜가면서, 뒤에서 날아드는 용미추혼표를 막아내려 했다. 하지만 그의 신경이 잠시 뒤로 쏠린 순간, 당아의 쌍도가 그를 공격하여 피를 왈칵 토하게 했다.
“건방지구나!”
강도연이 분을 못 참고 당아를 향해 일장을 날렸다. 그러자 웅혼한 장력이 주위 강기의 흐름을 빨아들이는가 싶더니, 당아의 몸이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강도연 쪽으로 당겨지기 시작했다.
원래 강도연은 무력을 쓸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밥통 같은 수하 놈이 함부로 날뛰는 바람에 그의 계획을 망쳐놓고 말았다. 마음 같아선 죽든 말든 내버려 두고 싶었다. 그러나 자기 수하가 이 많은 사람 앞에서 몇 초식 만에 피를 토하고 말았으니, 그를 구하지 않는다면 상관인 자기의 체면은 땅바닥에 떨어지지 않겠는가.
그러나 강도연의 출수는 당아의 잠들어 있던 호승심을 깨우고 말았다. 청룡회 살수 시절부터 동급 무사 가운데 당아에 대적할 만한 적수는 거의 없었다. 초휴처럼 일당백까지는 아니라 해도, 임무 수행 시 홀로 다수와의 싸움도 서슴지 않았던 인물이 당아였다. 그러나 아직 삼화취정의 경지와는 싸워본 경험이 없었다. 해서 모처럼 기회를 얻은 오늘, 자신의 실력을 여한 없이 시험해 볼 생각이었다.
강도연의 일장에 맞서, 당아의 몸 주위로 열 가닥 남짓의 금망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용미추혼표 십여 개가 격발되었다. 괴이하게도 용미추혼표는 똑바로 강도연을 향해 날아들지 않았다. 강기의 제어에 힘입어 허공을 잔뜩 수 놓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강도연의 온몸을 향해 쏟아지며 주요 혈자리 여섯 곳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하지만 삼화취정은 뭐가 달라도 달랐으니, 강도연의 강기는 당아가 예상했던 수준 이상으로 심후했다. 그가 양 손바닥을 연달아 마주치자 강력한 강기가 터져 나와 용미추혼표를 전부 튕겨낸 것이다.
당아가 이번에는 괴이하게도 버들개지처럼 흐느적대며 몸을 날렸다. 곧이어 그의 온몸에서 폭우에 날리는 배꽃처럼 은침들이 우수수 떨어졌는데,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숫자가 엄청났다.
이번에는 강도연도 매우 놀라 몸을 피했다. 도대체 몸뚱이에 얼마나 많은 암기를 지니고 다니길래, 이처럼 끝도 없이 암기를 쏟아 내는지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이처럼 엄청난 분량의 암기를 강기로 쏘아댈 정도라면, 그 강기의 제어력은 또 얼마나 가공스러운 수준이라는 말인가.
“어림없다!”
강도연이 일갈과 함께 양 손바닥을 열십(十)자 모양으로 포갠 후, 서서히 앞쪽으로 밀어냈다. 유려한 동작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지만 거기서 태산 같은 난공불락의 강기가 터져 나오니, 빽빽이 쏟아지던 은침들이 죄다 튕겨 나갔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당아의 수중에서 눈을 찌를 듯한 금망이 터져 나온 순간, 두 자루 단도가 둥근 달 형상으로 이어졌다. 거기서 발출된 검망이 강도연을 덮쳐오자, 그 찬란함에 눈을 뜨는 것도 힘들었다.
이는 전혀 잡스러운 기운이 섞여들지 않은 순도 십전(十全)의 검망으로, 오롯이 강기를 극대치로 압축시켜 생성시킨 힘이었다.
일전에 누군가가 당아에게 충고하길, 비겁하게 암기 일색으로만 승부를 보는 건 치졸하고 삐뚤어진 수련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게 대성한 수준에 이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금의 이 일도(一刀)처럼 정정당당한 방법으로도 암기를 출수할 수 있고, 그 위력이 상대가 막아내기에 급급할 수준에 도달한다면, 그건 치졸하지도 삐뚤어지지도 않은 수련이다. 지금 당아는 자신의 몸 자체를 암기 삼아 상대를 공략할 참이었다.
강도연은 시력을 되찾자, 즉시 자신의 모든 강기를 터뜨리며 권인을 취했다. 그러자 가슴 앞에 있는 강기가 순식간에 끈적끈적하게 변하더니 무서운 기세로 덤벼들던 당아의 단도를 휘감았다. 강도연의 가슴팍을 불과 일 척도 안 남긴 거리에서, 단도는 늪에 빠진 양 조금도 나아가지 못했다. 곧이어 엄청난 굉음과 함께 강도연의 강기망이 폭발하면서 당아의 단도도 튕겨 나가고 말았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당아가 나는 듯이 몸을 피하긴 했으나, 얼굴이 창백해진 게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와 마주 보고 선 강도연은 비교적 멀쩡한 안색과는 달리, 표정이 심하게 굳어진 상태였다. 전력을 다해 당아의 일격을 막아내는 과정에서, 자칫 조금만 방심했어도 크게 다칠 뻔했기 때문이었다. 직급으로 보나 실력으로 보나 당아는 새카만 후배가 아닌가. 그런데 그런 후배와의 대결에서 강도연은 전혀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어째서 초휴의 수하들은 하나같이 저런 괴물들만 있는 걸까.
“좋다, 아주 좋아! 초휴가 수칙을 어긴 게 분명하다. 그러니 나는 네놈 따위를 더는 상대하지 않겠다. 조만간 직접 초휴를 찾아가 해명을 들을 테다.”
말을 마친 강도연은 칼같이 몸을 돌려 수하들과 함께 떠나버렸다. 하지만 뒤에 남은 당아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그건 명백한 비웃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