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265)
265화 원본 줄거리에 생긴 변화
관서의 명문대가인 위가가 이런 태도를 보인 건 당연했다. 초휴가 원하는 만큼 재물을 찔러주면 당장 급한 불이야 끌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세가들처럼 금전적 손실로 액땜한 셈 치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이로 인해 실추되는 체면은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위가와 같은 가문에 있어 체면은 돈 이상으로 중요했다.
위구단이 골치가 아픈 듯 머리를 긁적였다.
‘초휴는 더없이 강경하게 버티고 있고, 위가와 장가도 물러날 생각이 없으니 이를 어찌해야 좋을까.’
위구단은 결국 타협안을 제시했다.
“내가 관서지부에 소유한 주부 몇 곳을 전부 그대들에게 내어줄 테니, 위가와 장가의 사업을 그곳으로 옮기시오. 초휴가 설마 그곳까지 마수를 뻗치지야 못하겠지.”
관서지부 주위에 소재한 주부 몇 곳은 장형관인 위구단이 직접 다스렸다. 이들 주부는 평소에도 위구단에게 성의를 보여왔다. 지금 그곳들을 위가와 장가에 내주어도 어차피 그들 두 가문도 일정한 수준의 성의를 위구단에게 바칠 것이니, 결국 그에게 손해날 건 없었다. 하지만 일이 이 지경까지 가면 누군가는 결국 피해를 보게 되어있다. 앞으로 두 가문이 진출하게 될 주부들의 기존 세력가들이 바로 그럴 운명이 될 테니까.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위가, 장가와 같은 거대 세력이 하루아침에 기존 현지 세력 틈바구니로 끼어든다고 해보자. 먹을 수 있는 밥의 양은 정해져 있는데, 내미는 숟가락 개수만 늘어나는 셈이다. 그것도 엄청나게 큰 숟가락이 하나도 아니고 두 개씩이나 말이다. 이러면 기존 세력들은 밥 한술도 제대로 챙겨 먹기 힘들게 될 건 뻔했다. 물론 남의 사정까지 걱정해줄 생각이 없는 두 가주는 반색을 표하며 예를 올렸다.
“이렇게까지 해주시니, 저희도 대인의 체면을 봐서 물러나겠습니다.”
이처럼 이들이 떠남으로써 상황이 종결되는 듯 보였다. 관서 지역에 일었던 풍파도 겉으로는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관서 순찰사들이나 현지 무림세력들을 막론하고 초휴의 위세가 어느 정도인지 여실히 체감한 덕이었다. 심지어 위구단도 이 버르장머리 없는 수하의 군기를 잡는 것을 포기했고 기세등등하게 나섰던 위가와 장가도 초휴를 어찌하지 못하고 돌아갔으니 말이다.
이 사실은 다른 주부의 무림세력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컸다. 사업을 통째로 뺏기기 싫으면 고분고분하게 초휴에게 성의를 표하는 수밖에 없음을 확인했으니까.
강도연 등 다른 순찰사 등도 이번 사건을 통해 많은 걸 깨달았다. 일단 위구단은 이 빠진 늙은 호랑이 신세임이 입증되었으니, 그들의 태도도 종전과는 달라질 수밖에 없을 터였다.
이 무렵 위가에서는 노야가 침중한 표정으로 위묵구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보고가 끝나자 노야가 참고 있던 장탄식을 내뱉었다.
“산 넘어 산이로구나!”
“이 정도면 일이 원만하게 해결된 셈 아닙니까? 우리 위가는 자존심도 지켰고 손해난 것도 없는데, 또 뭐가 문제라는 말씀이신지요?”
“시야를 멀리까지 두어야지, 당장 눈앞만 보고 일이 해결되었다고 안도하면 되겠느냐. 그럼 이후로는 어쩔 테냐? 네 말을 듣자니 초휴의 성정이 더없이 포악하고 강경한 모양이니, 이대로 물러설 리 만무하다. 호시탐탐 매의 눈과 범의 송곳니로 우리의 빈틈을 노릴 게 분명해. 지금은 한낱 순찰사에 불과한데도 명성 좀 얻은 것만으로 이처럼 기고만장하여 위구단도 안중에 안 두는 마당이 아니냐. 훗날 장형관이라도 되는 날엔 얼마나 더 대단하겠느냔 거다. 위구단은 이미 노쇠했고 관중형당의 진정한 정예 실력자는 죄다 집형사에 모여있다. 그러나 이들이 하나같이 관리보다는 살인에 도가 튼 인물들이니, 관리 경험과 실력을 겸비한 초휴가 장형관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봐야지. 하지만 우리 위가는 초휴와 원한을 맺었으니 그자가 장형관이 되면 우리 가문을 결딴내려 들 게 아니냐. 우리의 호시절도 그 길로 끝이라고 봐야겠지.”
“그리되면 정말 큰일이 아닙니까. 그럼 우린 이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당분간 기다려라. 그 수밖에 없다. 지금 초휴는 위구단도 손쓸 방법이 없을 정도로 기고만장해 있으니 우리야 말할 것도 없겠지. 초휴의 기세가 수그러들기 시작할 무렵이면 굳이 우리가 나서지 않더라도, 위구단이 절대 그를 가만두지 않을 거다. 그 노인네가 뒤끝이 길기가 구만리 같아서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거든. 그때를 틈타 우리가 옆에서 살짝 거들기만 하면 누구라도 초휴를 처리할 자가 나타나겠지.”
위묵구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사실 그는 그다지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그간 위가가 관중 땅에서 겪어낸 풍파만도 얼마란 말인가. 심지어 관중형당보다도 역사가 유구한 위가인데, 그까짓 초휴 하나 해결하지 못할까. 초휴보다 훨씬 골치 아팠던 강적들도 결국은 다 짓밟아 버렸으니, 이번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을 거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한편 가시화되었던 위협들이 사라진 초휴는 수하들에게 업무를 맡기고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 일찍이 수운관 앞에서 들었던 현성도인의 오기조원에 대한 설법은 그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심장은 화(火)에 속하니, 심장에서 날뛰는 원숭이만 고분고분하게 길들이면 그게 곧 정신수련과 일맥상통한다던 그 도가적 관점 말이다.
자신의 다섯 장기를 각기 수련의 관문으로 삼아 장기마다 궁극의 경지까지 수련에 성공한다면 체내에서 자연스레 오행합일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로써 기혈의 순환이 끊임없이 이어지면 오기조원의 최고봉에 이르러, 더없이 심후한 저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수련방식이 속도는 다소 더딜지 몰라도 기본기를 공고히 다지는 데에서는 단연 최고였다. 즉 이처럼 장기별로 차근차근 확실하게 수련하여 진정한 오기조원에 도달하면, 같은 경지에 이른 지 오래된 무사와도 맞먹을 실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원래 도가의 무공은 바르고 정직하며 온화한 기질을 근간으로 한다. 이런 기질을 바탕으로 한 수련이 얼핏 진행이 늦어 보일지는 몰라도 기본기를 중시하기 때문에, 단계마다 확실히 마무리 짓고 넘어가는 특성을 띠기 마련이었다. 초휴가 가장 먼저 획득했던 것이 도가의 선천공이었다. 해서 그의 수련 저변에는 도가적 기질이 짙게 깔려있었다.
그간 초휴는 도가, 불가, 마도의 무공을 동시에 수련해왔다. 우선 도가의 무공으로 기본기를 다졌고, 마도의 무공으로 막강한 힘을 얻었다. 불가의 무공은 그에게 공수(攻守)를 겸비한 능력을 부여했으며, 세 종류의 무공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원만히 어우러지도록 조절하는 역할도 했다. 그러니 지금 도가적 이론에 기반해 오기조원에 접근한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전혀 없었다.
그로부터 삼 개월 후, 그의 경지가 실질적으로는 크게 늘지 못했다 해도, 오기조원에 대한 깨우침 및 오장의 힘을 축적하고 연마하는 점에서는 적잖은 진전이 있었다. 이는 엄연히 오랜 시간에 걸쳐 깨우침이 수반되어야 하는 수련인 만큼, 수련 전반부에서는 힘이 들어도 일정 관문을 넘긴 후반부에서는 날개 돋친 듯, 한순간에 기량이 상승하는 게 가능할 터였다. 해서 기량이 좀 더 숙성되는 건 후일로 넘기기로 하고, 일단 삼 개월이 지났으니 출관을 하기로 했다.
이때 순찰사 당구 내 인력들의 대부분은 다른 주부에 나가 있었고, 내부 실무 처리에 능한 두광중과 귀수왕, 두 사람이 남아 당구를 지키고 있었다. 초휴가 출관한 것을 보자 귀수왕이 달려와 물었다.
“대인, 이번 폐관에 수확이 있으셨습니까?”
“고작 삼 개월 동안 큰 수확이 있었겠소? 아 참, 그동안 관서 지역에 별다른 일은 없었고?”
초휴의 다소 뜬금없는 질문에 옆에 있던 두광중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과연 자기가 모시는 순찰사는 패기부터 남다르구나 싶었다. 통상적인 경우, 삼 개월이나 들어앉아 있다가 나왔으면 자기 산하 주부의 상황부터 묻는 게 순서일 터였다. 그런데 초휴는 다짜고짜 건주부가 아닌 관서 지역의 안부를 묻고 있으니, 자기를 위구단과 동급으로 생각한다는 말이 아니고 뭐겠는가.
물론 지금의 초휴는 그럴 자격이 충분하긴 했다. 현재 관서 지역에서 위구단 직속의 몇 개 주부를 제외한, 나머지 주부들의 상업 명맥을 초휴가 움켜쥐고 있는 판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관서 지역의 양대 가문인 위가와 장가를 제외한 나머지 관서 무림세력들은 초휴에게 투항한 지 오래였다. 심지어 강도연을 비롯한 다른 순찰사들은 위구단보다 초휴를 더 깎듯이 대우할 정도였다. 그러니 초휴에게 장형관이라는 직함이 없을 뿐, 실질적인 권세는 위구단에 절대 뒤지지 않았다.
귀수왕이 대답했다.
“관서 지역의 근황은 매우 안정적입니다. 관서의 무림세력들도 고분고분하게 굴고 있고요. 위가와 장가도 주제 파악을 했는지 조용한 상탭니다.
초휴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기본적으로 그의 예상에서 빗나가지 않은 대답이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관서의 대세는 초휴 쪽으로 기운지 오래였다. 위가와 장가가 백치가 아닌 이상, 이런 상황에서 초휴에게 반기를 들 리가 없지 않겠는가. 그러나 두광중이 불쑥 이런 말을 꺼냈다.
“다만 며칠 전 본부에서 흥미로운 소식이 들려오긴 했습니다. 동제에서 살인사건이 벌어졌는데 ‘비마목장(飛馬牧場)’의 장주, 추진성(秋振聲) 일가가 몰살당했다고 합니다. 이 일로 동제 황실까지 발칵 뒤집혔고, 황실에서 형당 본부에 사건 조사를 도와달라는 청을 보내왔다더군요. 제시한 대가만도 엄청나다고 들었습니다. 해서 지금 본부에서는 누굴 보내면 좋을지 고민 중이라는군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초휴는 화들짝 놀랐다.
‘비마목장의 장주가 죽었다고? 게임 원본 줄거리에 또 변화가 생겼단 말인가?’
비마목장은 동제에서 가장 큰 목장으로, 그곳에서 훈련된 말들은 모두 동제 정규군에 지급되어왔다. 원래 추진성은 동제 조정과는 전혀 관계없는 강호인 출신이었다. 해서 비마목장에서 양성된 말들도 처음에는 강호 세력을 상대로 판매했었다. 그러나 워낙 말의 질이 뛰어나니 동제 황실이 눈독을 들이게 되었다. 추진성도 눈치가 빠른 사람인지라 목장을 통째로 동제 황실에 헌납함으로써 일약 조정의 사람이 되었다.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고 기술에도 엄연히 전공이 따로 있는 법이다. 동제 황실은 말을 양성하는 재주가 탁월한 추진성에게 여전히 목장의 관리를 맡겼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에게 엄청난 재물과 자원을 내어주며, 목장을 더 큰 규모로 확장하라고 명했다. 물론 목장에서 양성된 말은 군납용으로 쓰여야 하는 게 최우선이라는 조건이 붙긴 했다.
하지만 아무리 말 키우는 재주가 뛰어나도 사회적으로 주류 축에 들기는 어려운 법이었다. 해서 원래 줄거리로는 추진성이 명성을 얻게 된 계기가 단순히 목장 때문이 아니었다. 의외의 계기로 동해의 어느 섬에서 막강하기 그지없는 상고시대 무공비급을 취득하게 된 그는, 천기(天機)를 예측하고 우주를 주관하는 삼대 요소인 천지인(天地人)의 변화를 꿰뚫음으로써 막강한 위력을 갖게 된다.
나아가 폐관 삼년 만에 신공을 터득해 일약 무도종사급 경지로 뛰어올랐고, 불과 일 초식만에 마도 출신의 무도종사에게 중상을 입혔다. 이 일을 계기로 강호에 이름을 날리게 되니, 동제 조정에서도 그를 더 극진히 우대하며 비마목장에서도 계속 머물 수 있게 해주었다.
이처럼 원본 줄거리에서 비중 있게 다루어졌던 거물급 유명인사가 돌연 죽었다니, 초휴는 어이가 없는 건 둘째치고 우려가 앞섰다. 언제부턴가 일이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면서, 이제 이 게임은 더는 초휴가 알고 있던 그 게임이 아니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