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266)
266화 파견 임무
장차 거물급으로 성장할 인물이 중도에 허무하게 죽었다는 소식에 초휴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단 정신을 차리고 난 그는, 이 일이 자신에게 끼칠 이득과 손해를 생각해 보았다.
일단 게임 줄거리에 변화가 일어난 이상 추진성의 생사는 초휴와 무관한 일이 되었다. 대신 추진성이 확보했던 무공비급의 행방이 중요해졌다.
줄거리에 등장했던 막강한 비급 중 일부가 어느 곳의 누구 수중에 있는지는 그도 알고 있었다. 문제는 어디에 있는지 뻔히 알면서도 지금 자신의 실력으로는 뺏어올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추진성이 확보했던 비급도 마찬가지였다. 추진성 자신부터가 천인합일의 고수인 데다, 그가 주인으로 있는 비마목장은 실질적으로 동제 조정의 자산이니까. 해서 지금의 알량한 실력으로 비급을 강탈하러 간다는 건 자신의 모가지를 바치러 가는 거나 다름없었다.
초휴가 두광중에게 돌발질문을 던졌다.
“추진성의 실력은 어느 정도였지?”
“천인합일의 고수였습니다. 하지만 사람 자체보다도 비목목장이 워낙 동제 조정에 중요하니까 난리인 거죠. 해서 우리한테까지 도움을 요청하는 거고요.”
이 일이 왜 동제 황실까지 들썩이게 했는지, 그리고 초휴가 호기심이 생긴 끝에 추진성의 실력을 물은 줄 알고 두광중은 이처럼 대답했다. 그의 대답에 초휴의 눈빛이 예리하게 번뜩였다. 추진성이 천인합일의 경지였다면 이미 그 비급을 손에 넣었음이 분명했다.
다만 게임 내용과는 달리 아직 수련을 완성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니라면 이처럼 쥐도 새도 모르게 누군가한테 의문의 죽임을 당했을 리가 없지 않겠는가.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추진성 사후에 그 비급이 누구의 차지가 되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심지어 그의 죽음이 비급과 관련이 있는지조차도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어쨌건 사건의 여하를 막론하고 직접 가서 조사해서 나쁠 건 없었다. 만약 그 비급이 다른 자의 손에 넘어가지 않은 상태라면 초휴가 뜻밖의 횡재를 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지금 당주께서는 누구를 보낼 생각이실까?”
“아직 확정되지 않은 모양입니다. 피살된 자가 무도종사급의 실력자는 아니지만, 워낙 동제 황실에서 중시하던 사람이었으니까요. 해서 엄선된 최고 정예 인력을 보내시려는 거지요. 혹시 대인께서도 흥미가 있으십니까?”
두광중이 다소 의아하여 물었다. 이런 일이 다른 이들에게는 몰라도 초휴에게는 그다지 득 될 게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강호 거대 세력의 초빙을 받아 조사에 투입되는 강호 포두들은 봉록보다도 훨씬 많은 가외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초휴야 돈이 궁한 처지도 아니질 않은가. 관서 전체에서 수입이 생기는 판인데, 그깟 임무 수당이 무슨 대수일까 싶은 게 두광중의 본심이었다.
게다가 초휴가 실력 면에서는 대단할지 몰라도 사건 조사 등 관중형당 본연의 임무에 대해서는 일자무식이나 다름없었다. 아무 선천경 강호 포두나 데려다 놓고 일을 시켜도 초휴보다는 유능할 터였다. 해서 두광중은 초휴가 순찰사보다는 오히려 집형사 쪽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흥미가 생기긴 하는군. 아무래도 본부에 한 번 다녀와야겠네. 내가 파견될 만한 상황인지 봐야 할 성싶으니까.”
형당의 임무는 당주가 분배하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초휴가 처분만 기다리고 앉았던 적이 있었던가. 어떻게든 그 임무를 따낼 방법이 있을 터였다.
그는 두광중과 귀수왕에게 몇 마디 지시를 내린 후, 곧장 관중성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는 형당 본부로 가는 대신 초원승을 만나러 갔다. 초휴가 불쑥 나타나자 초원승은 그가 공무상 관중성에 출장 온 줄 알았다.
“아닙니다, 형님. 도움을 청할 일이 있어 온 겁니다.”
“무슨 도움? 우리 사이에 못 할 말이 무에 있겠는가. 편하게 말해보게나.”
원래 초원승은 남이 하는 부탁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각별한 사이인 초휴의 부탁은 오죽 잘 들어주겠는가. 요새 초원승은 자기가 초휴에게 있어 백락(伯樂, 춘추시대 진나라 사람으로 말을 감별하는 재주가 뛰어났다고 함. 후에 인재를 잘 알아보고 등용하는 능력이 뛰어난 인물을 일컫는 말로 통용됨)이나 다름없는 존재라며 자부심이 대단했다. 해서 그를 챙기는 마음이 더없이 극진했다.
“듣자니 동제 황실에서 우리 측에 사건 조사를 의뢰했다던데, 제가 가고 싶어서요. 동제 상양 막가의 제자인 막천림이 제 절친입니다. 조만간 만나서 의논해야 할 일이 있는데, 딱히 동제에 다녀올 핑계가 없기도 했고요. 이참에 겸사겸사 동제에 다녀오고 싶습니다.”
초휴와 막천림이 절친 사이인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해서 초원승도 딱히 의심하지 않고 흔쾌히 승낙했다.
“염려 말고 이 일은 나한테 맡기게나. 마침 내일 당주께서 사람을 뽑으신다고 하니, 그 자리에서 자네를 천거하도록 하지. 당주께서 자네를 마다하실 이유가 없을 테니, 일이 잘 풀릴 걸세.”
“성가신 부탁을 드려 송구합니다.”
“우리 사이에 그런 인사가 왜 필요한가. 일단 우리 집으로 가서 한잔 걸치세.”
초원승은 그를 자기 거처로 데려가 거나하게 대접했다. 그리고 이튿날 날이 밝자마자 관중형당 회의실로 향했다. 이 무렵 회의실 내에는 관사우와 집형사 수령인 ‘혈유도’ 사명 외에도, 검은 도포 차림에다 수염은 한 가닥도 없는 희멀건 얼굴의 태감 하나가 와있었다. 태감이 다소 앙칼지게 들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운을 떼었다.
“관 당주님, 폐하께서 이번 일을 철저하게 규명하라는 특명을 내리셨습니다.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서 되도록 많은 인력을 보내주시면 그만큼 많은 대가가 지급될 겁니다.”
관사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무슨 말인가를 하려는데 초원승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관사우가 초원승에게 태감을 소개했다.
“이분은 동제 황궁의 전전사(殿前司) 부총관이신 왕근(王瑾) 태감이시네.”
초원승이 예를 갖췄다. 상대가 결코 직급이 낮지 않은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동제 황실에는 총 삼사(三司)가 있다. 모두 황궁에 충성을 다하는 조직으로, 그중 총관직은 하나같이 무도종사급 대태감(大太監)이 맡고 있었다. 알려진 바로는 동제 황궁에 한 명의 삼사대총관이 있어서 황궁 전체를 통솔하는 힘을 가졌다고 한다. 그는 지난 수 대에 걸쳐 황실을 보좌해온 닳을 대로 닳은 능구렁이로, 실력 또한 대단하다고 알려져 있었다.
왕근이라는 자는 직급이 부총관에 불과하지만, 천인합일의 고수로 황제의 심복 중 하나였다. 황실 측에서 특별히 그를 파견한 것만 봐도 이 사건을 얼마나 중요시하는지를 알만했다.
관사우가 이번에는 초원승을 왕근에게 소개했다.
“이쪽은 초원승이라 하오. 관중형당의 전임 당주이신 초광가 대인의 아드님이지요.”
왕근은 초광가라는 이름을 듣자 즉각 몸을 일으켜 공손히 예를 표했다.
“제가 관중대협을 몰라보고 실례를 범했습니다그려. 비록 환관에 지나지 않으나, 평생 가장 존경해온 분이 바로 초광가 거협이십니다. 그저 거협 생전에 직접 뵙지 못한 게 한스러울 뿐이지요.”
왕근의 태도에서는 전혀 작위적인 냄새가 풍기지 않았다. 심지어 초원승에 대한 그의 태도가 관사우에 대한 것보다 더 깍듯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닌지라, 초원승은 담담히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초원승을 보자마자 대뜸 선친의 함자부터 들먹이며 자기가 그분을 얼마나 존경해 왔는지, 얼마나 숭모해왔는지 하며 설레발을 처대는 사람들을 그는 너무도 많이 봐왔으니까. 해서 이제는 그저 그러려니 했다.
“그나저나 무슨 용무로 온 게냐? 지금 왕 공공과 긴요한 일을 의논 중이니, 급하지 않으면 나중에 다시 오도록 하면 어떻겠나.”
관사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초원승이 기다렸다는 듯이 답했다.
“저도 그 일 때문에 왔습니다. 관 대형께서 동제에 누구를 보낼지를 두고 숙고를 거듭하시는 줄 알고 있습니다. 초휴가 어떨까 해서 말이죠. 관중형당의 젊은 무사들 가운데 최강의 실력인 데다 동제 제주부에도 다녀온 경험이 있질 않습니까. 제주부는 비마목장과 멀지도 않으니 그보다 더한 적임자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초휴는 초원승이 천거한 인물이다. 해서 지금 초휴에게 중요 임무를 밀어주려는 그의 행동은 조금도 이상할 게 없었다. 다만 관사우를 망설이게 한 건 초휴의 능력이었다.
실력이야 이미 신병대회에서 모든 걸 입증해 보였으니 더 말할 나위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 임무는 엄연히 사건을 수사 능력으로 해결하는 것이다. 초휴더러 누구를 죽이라는 임무를 주는 건 문제 될 게 없지만 그를 보내서 사건의 조사가 가능할까?
이때 왕근이 불쑥 끼어들었다.
“여러분이 말씀하신 그 초휴가 혹시 신병대회에서 창란검종 심백을 폐인으로 만들고 사극종 동개태를 죽여 용호방 육 위에 올랐다는 그자가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왕 공공께서도 그의 이름을 들어보셨나 보군요?”
초원승의 질문에 왕근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관중형당 젊은 무사들 가운데 최고로 뛰어난 준걸의 이름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수개월 전 신병대회에서 대단한 활약을 했다고 들었는걸요. 저는 그 사람이 마음에 듭니다. 그를 보내주십시오.”
이번 사안은 동제 황제가 친히 왕근에게 분부한 일로, 신속하고 안정적인 해결을 위해 조사에 참여하는 인원이 많을수록 좋았다. 다만 문제는 관중형당 내 인력들에 대해, 왕근이 하나도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이었다. 지금 초원승의 제안을 듣고서야 초휴의 이름을 기억해냈다. 워낙 명성을 얻은 이름이다 보니 그의 귀에 쏙 들어왔고, 옳다구나 싶어 덥석 문 것이다.
사건 조사 능력까지는 몰라도 명성만으로 볼 때, 누군지도 모를 인물을 데려가는 것보다는 그를 황제 앞에 들이미는 게 매우 근사한 그림이 될 터였다. 모름지기 잘 모를 땐 일단 명성과 실력이 뛰어난 자를 데려가서 낭패 볼 일은 없을 테니 말이다. 아니 낭패는 고사하고 되레 왕근이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왕근이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오자 관사우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좋소이다. 그럼 초휴가 조사단을 이끌고 동제에 다녀오는 거로 하지요. 많은 수가 가는 게 여러모로 좋을 테니 초사마의 양자 초효덕, 소습의 제자 정주해, 은백통의 신입 제자 왕천평도 함께 보내겠습니다. 그리고 사명, 그대의 제자인 종평도 동행케 하시오.”
관사우는 초휴 혼자 보냈다가 일을 감당치 못할 게 걱정되어 여러 명을 함께 보내기로 한 것이다. 이들 중 초효덕과 정주해는 나이는 젊어도 강호 포두로서 경험이 풍부해서 사건 조사 능력이 뛰어났다. 은백통은 예전 제자 여천호가 초휴에게 불구가 된 후, 왕천평(王千平)을 새로 제자로 받아들였다. 그도 역시 강호 포두로 잔뼈가 굵어 능력이 뛰어난 인물이었다.
유일하게 이 방면에서 까막눈인 자가 초휴와 종평인 셈인데, 둘 다 살인에는 능하니 적어도 밥값은 하지 않겠는가. 관사우가 왕근에게도 말했다.
“내가 호명한 이들 모두 관중형당에서 가장 촉망받는 젊은 인재들이오. 이 정도면 왕 공공께서도 흡족하시지 않을까 합니다만.”
“그럼요. 흡족하다마다요. 이번에 관 당주께 큰 수고를 끼쳐드렸습니다.”
초휴 등이 구체적으로 어떠어떠한 인물들인지 왕근이 알 리가 있겠는가. 그러나 듣기에 하나같이 장형관의 제자 혹은 양자, 집형사의 제자라고 하니 범상한 인물들은 아닐 게 분명했다.
이들을 동제에 데려가는 것만도 임무의 절반은 완수한 셈일 터. 피살자는 무도종사급 인물도 아닌 그저 천인합일에 불과하다. 이런 인물의 사인 조사에 이 정도 조사단의 파견이라면 당연히 왕근도 흡족하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