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273)
273화 마교를 ‘사칭’하다
이혼대법과 쾌만구자결을 수련한 초휴를 성공적으로 기습한다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혼대법으로 인해 초휴의 정신력이 대폭 증강된 상태인 데다, 쾌만구자결 중 외박인이 감지력 증강에 효과가 커서, 돌발적인 위험을 피하기에 최적화된 무공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나의 효과도 큰데 두 가지가 협응하여 상승효과를 일으키니, 웬만한 동급 무사가 초휴를 암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심지어 그보다 상위 실력자일지라도 절대 쉽지 않을 터였다.
물론 그를 훨씬 능가하는 막강 고수가 오면 천하의 초휴라도 별도리가 없겠지만 말이다. 바로 지금이 그런 상황이었다.
돌발 기습을 가한 자는 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막강했다. 오죽하면 상대가 이미 출수하고 나서야 초휴가 살기를 느끼고 뒤늦게 반격했을 정도였다. 아비마도에서 짙은 마기가 용솟음치는가 싶었으나 벼락같은 소리와 함께 사악하기 그지없는 장력이 이를 튕겨냈다. 상대의 장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천마무를 타고 초휴의 경맥에까지 흘러들었다. 초휴가 다급히 내사자인을 출수한 다음에야 가까스로 그 지독한 장력을 몰아낼 수 있었다.
“어허, 과연 천마령을 주재료로 만들어진 병기가 다르긴 하군! 아주 위력적이야!”
온몸을 흑포로 감싼 육 선생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전신을 감싼 가공할 마기가 섬찟함을 더해서 괴기스럽기까지 했다.
초휴가 눈가에 힘을 주며 물었다.
“무상마종? 나는 무상마종과 아무런 원한이 없는데? 게다가 나는 지금 천마령으로 만든 병기를 들고 있소. 나를 해치려면 정도 문파에서 죽이러 드는 게 마땅할 터. 뜬금없이 무상마종이 왜 나를 죽이려 한단 말이오?”
“나는 사람을 죽이기 전에 구구절절 말을 늘어놓는 걸 삼가는 편이야. 그러나 자네 수중의 천마령 병기를 보니 반가운 마음에 인생 선배로서 한마디 충고해주고 싶군. 사람은 그저 물 흐르는 것처럼 사는 게 좋아. 큰 나무는 바람도 세게 맞는 법이니까.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면 이점을 꼭 명심해서 장수하기 바라네. 그 칼은 볼수록 마음에 드는군. 그러니 염려 말게. 자네가 죽고 나서도 내가 잘 보관해 줄 테니까.”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육 선생은 무도종사의 바로 아래 급수인 천인합일의 최고봉에 상당할 실력을 유감없이 내보였다. 기세 면에서도, 초휴를 압도했던 천죄 타주를 능가하고도 남을 수준으로 보였다.
물론 지금의 초휴는 천죄 타주 앞에서 잔뜩 위축되었던 왕년의 초휴가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여기서 도주할 자신도 있었다. 다만 그러려면 어떠한 대가를 치러야 할지 가늠조차 어렵다는 게 문제였다.
순간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초휴가 뜬금없이 어떤 문구를 낭독하기 시작했다.
“천마무상, 대도무강. 성화련심, 마염탄천 (天魔無相, 大道無疆. 聖火練心, 魔焰呑天: 천마는 지존이니, 그 큰 도에 한계란 없다. 성화로 마음을 단련하니, 마염이 천하를 삼키도다)!”
막 출수하려던 육 선생의 몸이 얼어붙기라도 한 듯, 멈췄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경악을 금치 못하며 피를 토할세라 소리쳤다.
“너는 대체 누구냐!”
방금 초휴가 읊은 네 구절의 문구는 놀랍게도 지난날 곤륜마교의 구호였다. 그것도 곤륜마교의 직계만이 읊을 자격이 있는 존귀한 구호였다. 수백년 전에야 이 문구를 아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곤륜마교가 몰락하고 그들과 관련된 모든 흔적이 말살된 지금에는, 무상마종처럼 여전히 곤륜마교에 충성을 다하는 극소수만이 겨우 알고 있을 따름이었다.
초휴가 내친김에 입에서 나오는 대로 술술 읊어댔다.
“무상마종 선배님, 엄밀히 따지면 사실 저도 성교의 제자인 셈입니다. 제가 전승받은 무공이 바로 곤륜마교 산하 마심당(魔心堂) 당주이셨던 ‘구전마심(九轉魔心)’ 남궁무명(南宮無明) 어르신의 것이니까요. 지난날 저는 그저 초야의 낭인 무사에 불과했으나, 남궁무명 어르신의 무공을 익힌 덕에 지금과 같은 실력을 갖추게 된 겁니다. 그리고 제가 성교 출신임을 숨길 요량으로 일부러 불가와 도가의 무공까지 익혔고, 이런저런 무공들이 한데 섞여 지금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이곳은 안전하지 않으니, 자리를 옮겨 자세한 얘기를 나누세나.”
육 선생이 한껏 말소리를 낮춰 말했다. 보아하니 그는 초휴의 말을 믿는 눈치였다. 곤륜마교의 조직구조는 상당히 복잡했다. 산하에 ‘당(堂)’이 있고 ‘전(殿)’도 있으며 이 밖에도 각기 다른 기능을 가진 조직들을 두고 있었다. 이들 조직은 곤륜마교 내부인이 아닌 이상 절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초휴가 무려 마심당 당주의 이름까지 들먹였으니, 육 선생으로서는 초휴의 신분을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곤륜마교가 정도 무림의 협공에 무너졌을 때 사방으로 흩어져 쫓겨 다녔던지라, 여기저기서 곤륜마교의 전승물과 같은 흔적이 발견되는 건 이상할 게 없었다. 초휴처럼 우연한 기회에 습득하는 경우가 종종 있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게다가 그간 초휴가 벌여온 짓만 보더라도, 그가 마도에 대해 반감이 없고 극강의 마공을 적잖이 익혔음을 알 수 있다. 이는 마도의 신분을 숨긴 채, 강호에 잠복해있는 자가 흔히 보일 법한 행보였다.
그리고 사실 초휴가 읊어댄 얘기 중 신분만 가짜일 뿐, 나머지는 사실인 셈이었다. 물론 죄다 미래에 일어날 일이긴 했지만 말이다. 수년 후 마도의 신예가 혜성처럼 강호에 나타나 이름을 떨치게 되는데, 그의 신분이 바로 남궁무명의 전승자였다. 그 신분 때문에 수많은 정도 고수들에게 추살되는 위험을 맞게 된다. 엄연히 존재했던 인물이고 잠시 그의 신분을 빌린 것뿐인지라, 초휴의 해명에 딱히 의심 살 만한 구석은 없었다.
육 선생은 초휴를 데리고 성 외곽의 다 쓰러져가는 빈민굴로 들어갔다. 이 일대 주민들은 죄다 평범한 백성들로, 부유한 자들은 이런 곳에 절대 발을 들일 리 없고 무림 고수는 더 말할 나위도 없었다. 그러니 은밀한 대화를 나누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육 선생이 초휴에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
“천만다행으로 초 소협이 제때 신분을 밝혀주어서 출수를 거둘 수 있었구려. 정말 큰일 날 뻔했소.”
육 선생은 공손하기 그지없는 태도로 초휴를 대했다. 자신에 비해 새카맣게 어린 그를 아예 동년배 취급하고 있었다. 그는 이미 초휴를 곤륜마교의 후예로 단정 지은 상태였다. 무상마종은 곤륜마교에 종속된 종문이었으니, 조직 내 규칙을 따르면 그가 초휴보다 서열 면에서 하나 아래인 셈이었다. 다만 곤륜마교가 더는 존재하지 않으니 옛날처럼 꼬장꼬장하게 규칙에 얽매여 서열을 따질 필요는 없었다.
“선배님께선 너무 개의치 마십시오. 워낙 신중히 행동해야 할 신분인지라, 자칫 강호에 노출될까 봐 제가 철저히 숨긴 탓입니다. 사실 저번 신병대회 때도 무상마종 선배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상황이 워낙 긴박하게 돌아가는 바람에 때를 놓치고 말았죠.”
“당연히 그럴 만하오. 다들 성교 타도를 부르짖고 있으니, 정도 놈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앞으로도 계속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으니까. 그대가 관중형당에 들어간 건 정말이지 묘수중의 묘수라고 할 수 있소. 관중형당은 조정과 강호 사이에 껴있는 건 물론, 정도와 마도 사이에도 걸쳐있는 정체성이 애매한 조직이니, 설령 그대가 마공을 쓴다 해도 별 탈이 없을 테지. 다른 조직에서였다면 그대의 신분은 금세 발각되고 말았을 거요.”
“맞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선배님, 아까는 왜 저를 죽이려 하셨습니까? 저는 무상마종과 나쁘게 얽힐 일이 없었으니, 무상마종 차원에서 저를 해치려 하셨을 것 같진 않습니다만.”
현재 무상마종이 강문원과 협력 관계에 있긴 하나, 그야말로 그건 협력에 불과했다. 초휴가 곤륜마교의 후예임이 입증되었으니, 이제 진정한 자기편은 강문원이 아니라 초휴인 것이다. 협력자와 자기 사람 중 누구를 택할 것인가. 그건 물으나 마나 한 질문일 터였다. 해서 육선생은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강문원을 배신하고 말았다.
“자네를 죽이라 명한 건 안락왕 강문원일세.”
그의 답변에 초휴는 놀람을 금치 못했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이름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강문원과 마찰을 빚었던 게 바로 오늘 낮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일이 있자마자 초휴를 죽이라 명할 정도로 강문원이 우매하단 말인가.
하지만 굳이 그런 결정을 내린 덕에 오히려 초휴를 죽인 혐의에서 벗어날 수도 있을 터였다. 그간 초휴는 강문원이 줄곧 죽어지낸다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멍청하다고 여겨왔다. 그러나 지금 보니 멍청하지도 않고, 다만 집념이 비정상적이리만치 강할 뿐임을 알겠다. 얼핏 얼토당토않아 보이는 꼼수도 거리낌 없이 쓸 정도로 말이다.
“그럼 무상마종은 강문원과 손잡은 건가요?”
“손이야 진작 잡았지. 지난번 경호산장 둘레에 설치했던 그 거대한 진법이 바로 강문원 수하의 솜씨였소. 지난 수년간 우리는 끊임없이 경호산장 내에 제자들을 잠입시켜왔소. 그 과정에서 강문원의 도움이 컸고 말이지. 현재 성교의 사정을 그대도 잘 알겠지만, 드러내 놓고 일을 도모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닌지라 애로가 많소. 현실적으로 우리와 흔쾌히 손잡으려는 종문도 거의 없다시피 한 실정이니까.”
“그런데 고맙게도 강문원이 보통 야심가라야 말이지. 자신의 야심을 이루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라도 할 작자니까. 해서 우리와 손잡는 것에 거리낌이 없더군. 아까 자네더러 조용히 지내라고 했던 건, 그저 비꼬기 위한 말이 아니었네. 자네가 과감하고 대범하게 행동한 탓에 강문원이 노리는 표적이 되고 말았으니까. 그래서 죽이려는 거고. 그자는 지금 제정신이 아니오. 무슨 짓을 벌일지 나도 예측 불가일 정도니까.”
육 선생의 말을 듣고 보니 초휴도 깨닫는 바가 컸다. 본인이 느끼기에도 요즘 들어 자신의 행동이 아슬아슬 도를 넘을 뻔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기고만장까지는 아니었어도 그저 이해관계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사람의 마음 쪽으로는 소홀히 여긴 게 사실이었다.
이해관계야말로 가장 예측이 쉬운 법이 아닌가. 지금 초휴는 관중형당을 대표해 동제까지 와서 사건 조사 중이다. 말인즉슨, 관중형당과 동제 조정이 그를 든든히 받쳐주고 있다는 말이었다. 누구든 그를 건드리면 이는 곧 관중형당과 동제 조정에 도발하는 거나 다름없다. 따라서 정상적으로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이라면 감히 누구도 그를 건드릴 수 없을 터였다.
그러나 강문원은 앞뒤 재지도 않고 그를 죽이려는 무리수를 두었다. 정상이 아닌 상태인 게 분명했다. 그의 야심은 이미 위험수위에 근접했다. 자신의 야심에만 얽매여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 하나하나에만 집착하고 있으니 말이다. 초휴를 죽여야겠다는 집념에 눈이 먼 나머지 더 크고 중요한 걸 잃게 생겼다.
“그런데 선배님, 추진성 사건은 어떻게 된 겁니까? 정말로 강문원이 죽인 건가요?”
줄곧 궁금했던 것을 초휴가 질문했다. 사실 취룡각에 가서도 그는 확신이 없었다. 얼핏 봐서는 강문원과 추진성 사이에 아무런 연결고리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를 죽여서 강문원이 무엇을 얻는단 말인가. 의문을 풀지 못해 그는 온몸이 다 근질거릴 지경이었다.
이에 육 선생이 냉소를 날리며 답했다.
“추진성을 없애라 명한 건 강문원이고 그를 죽인 건 건 나일세. 그 이유가 궁금할 테지. 한마디로 동제 황실 내 암투가 아주 진흙탕 싸움 수준에 이른 때문이야. 강문원이 그 진흙탕을 더 휘저어 놓으려고 이처럼 엄청난 사건을 벌인 거지.”
초휴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정말로 이번 사건이 동제 황실의 내부 암투에서 비롯된 거라면 이 사건을 술술 푸는 것은 애당초 글렀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