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314)
314화 폐관과 충돌
초휴가 강호에 이름을 떨치고 온 건 그의 수하들에게도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게다가 근래에 이들은 모두 등 따시고 배부른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럴만한 게 관서 전역에서 감히 그들을 건드릴 자가 없는 터라, 실질적인 위상이 다른 주부의 강호 포두들보다 훨씬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요즘 위가와 장가 놈들이 속을 썩이지는 않던가?”
초휴의 질문에 두광중이 크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들 모두 대인께 혼쭐이 났는데 어찌 그러겠습니까. 요즘은 아주 조용합니다. 우리한테 시비를 걸어온 적도 없고요. 이젠 대인께서 복귀하셨으니, 더더욱 죽은 듯 지내겠지요.”
“그것참 잘 됐군. 하긴 처음부터 그럴 주제들도 못 되었지. 그래 봐야 관중 땅에 빌붙어 사는 무림 족속들이니까. 그 관중 땅을 지배하는 건 바로 우리 관중형당이고 말이지. 제깟 놈들이 뛰어봐야 벼룩이지. 그리고 이제는 그들보다도 위구단 그 늙은이를 경계해야 할 것이야. 은퇴가 머지않다 보니, 이젠 당주님 눈치도 안 보고 막 나가기로 한 것 같아. 그런 자가 나한테 도움 될 게 뭐가 있겠나. 골칫거리나 퍼다 안기지 않으면 다행이지.”
이제 초휴는 수하들 앞에서도 거리낌 없이 위구단을 ‘늙은이’라 불렀다. 하지만 이들 중 그 누구의 귀에도 그 호칭이 어색하게 들리지 않았다. 그들 모두 초휴의 심복이고, 위구단은 이제 곧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될 자가 아닌가. 초휴가 그들에게 위구단 욕을 하라고 명하면, 그들 모두 경쟁이라도 하듯 찰지게 욕을 퍼부을 준비가 되어있었다.
이어서 수하들에게 몇 마디 당부하고 저녁에 열린 환영연에도 참석한 초휴는 곧바로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 그는 연이어 여러 번의 격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터득한 점도 많았지만, 원기 손상도 심했던 터라 이래저래 몸을 추스르고 새로운 깨우침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이만하면 오기조원을 뚫기 위한 수련은 얼추 다 쌓인 듯하고 동제에서 하사받은 오행생화단도 있으니, 이쯤 해서 오기조원을 뚫어볼 생각이었다. 성공할 확률이 십할이라고 감히 장담할 순 없지만 구할 이상의 자신은 있었다. 물론 천자망기술을 한층 더 진전시킬 필요성도 있었는데, 이 또한 일정한 시간이 필요할 터였다.
사실 초휴는 이런 식의 고된 수련 방식보다는 자연스럽게 실전에서 부딪히며 터득하고 향상되는 쪽을 선호해왔다. 물론 전자보다 후자가 위험부담이 더 큰 거야 분명했지만, 속도 면에서 훨씬 더 빠르다는 장점이 있었으니까. 결국, 어느 방식이든 무도의 길을 걷자면 그만큼 많은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건 마찬가지인 셈이었다. 그리고 꾸준한 노력과 굳센 의지력이야말로 성공을 위해 수반되어야 할 필수 조건이었다.
강호에서는 상위 경지로 올라서는 마지막 단계에서 교착국면에 빠져, 살아서 들어갔던 수련을 죽어서 나오기도 하고 한번 폐관했다 하면 수년, 심지어 수십년을 보내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성공리에 폐관 수련을 마치면 실력이 크게 향상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폐관실에서 유골로 발견될 뿐이었다. 그만큼 비장한 각오로 들어가야 하는 게 폐관 수련인 것이다.
초휴는 상한 원기를 회복시키는 데만 장장 한 달을 소비했다. 얼추 원기가 회복되고 나서야 그는 오행생화단을 삼켜 서서히 체화시키기 시작했다. 이윽고 오행의 힘이 다섯 장기로 스며들자, 체내 오행의 힘이 대폭 증강되었다. 그리고 오행합일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오장의 힘을 단련시켜 나갔다. 이 과정에서 절대 요행을 바랄 수는 없었다. 반드시 일정한 시간을 거쳐 약 기운을 완전히 체내로 흡수시켜야만 최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이로써 오기조원에 다다를 수 있는 것이다.
다행히도 초휴가 폐관 수련에 들어간 동안 바깥 동정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특히 관서 지역은 초휴가 기세도 당당하게 금의환향한 이후로 감히 찍찍대는 쥐새끼 한 마리 없었다. 그가 자리를 비웠을 때는 어떻게든 문제를 일으켜보려던 자들마저, 그가 복귀한 후로는 그런 생각을 접어버렸다.
이 무렵 진주부에 위치한 주루의 구석진 자리에 화노가 앉아 있었다. 안줏거리 몇 가지를 시켜놓고 홀로 자작하는 모습은 꽤 여유롭고 유쾌해 보였다. 얼마 전부터 초휴의 심복들은 관서 여러 지역으로 흩어져 상권을 장악하고 관리하는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그중 진주부를 맡은 이가 화노였다. 그는 꿈이라면 깨지 않길 바랄 정도로 요즘의 생활이 만족스러웠다.
사실 화노는 안분지족(安分知足)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힘겨웠던 과거를 견딘 이력이 있는 만큼, 현재 생활이 예전보다 조금만 나아도 만족할 줄을 알았다. 사소한 일에도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마음도 즐겁기 마련이다. 해서 지금 화노는 정말로 행복했다. 서역 이민족 노예 출신인 그는 개, 돼지만도 못한 대접을 받다가 청룡회 살수가 된 후, 다른 이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데서 희열을 느꼈었다.
하지만 살육의 연속인 나날이 계속 만족스러울 수는 없었다. 관중형당 강호 포두가 된 지금, 그는 초휴를 모시는 덕에 다른 주부 순찰사들한테서도 존중받고 지냈다. 매월 챙기는 봉록도 두둑했고, 출동 횟수 많지 않은 덕에 수련 시간도 넉넉하게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고도 남는 시간에는 이처럼 여유를 만끽할 수 있으니, 예전에 비하면 무릉도원의 신선이라도 된듯한 기분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의 의지력이 해이해진 것은 아니었다. 이런 생활을 즐길수록, 이런 생활을 더 길게 보장받기 위해서라도 각고의 노력으로 수련에 임했다. 이 모든 게 실력으로 얻어진 대가임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애당초 실력이 받쳐준 덕에 서역을 탈출했고 청룡회에도 들어갈 수 있었으며, 이렇듯 초휴의 신임을 받는 게 아니겠는가.
화노가 이렇게 여유를 즐기고 있는데 문득 멀찌감치 떨어진 탁자의 젊은 무사들이 그의 눈길을 끌었다. 비단 도포 차림새로 봐서는 세가 출신의 공자들인 듯 보였고, 실력은 그리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선천경 일색이었다. 그중 남색 옷의 공자가 맞은편의 흰옷을 입은 공자에게 물었다.
“위 형, 어쩐 일로 요즘 두문불출하셨소? 어르신께서 금족령이라도 내리신 건가?”
질문을 받은 흰옷 공자는 바로 구원 위가의 직계 제자인 위진(衛辰)이었다. 가주 위묵구의 친아들은 아니지만, 엄연히 문중 내 실권자인 장로의 아들이라 위가에서는 위상이 낮지 않은 인물인 셈이었다. 그는 심드렁하니 질문에 답했다.
“흥, 금족령은 개뿔! 본 공자가 무얼 잘못했다고 금족령에 묶인단 말이오? 그저 노야께서 위가 제자들은 당분간 잠자코 죽은 듯 지내라 명하시니 말씀에 따르는 게지. 내 가친이 얼마나 소심한 양반이신지는 자네들도 잘 알 거 아닌가. 집안에서 수련만 하라고 하시니 숨 막혀 죽을 지경이오.”
“건주부 순찰사 초휴 때문에 그러시나 보군. 하긴 지난번 위가가 초휴한테 한 방 제대로 먹었다고 관서 전역에 소문이 파다합디다. 지금 몸을 사리는 게 현명한 선택이긴 하오.”
상대가 빈정대듯이 말하자, 위진은 안색이 돌변해서는 술잔을 거칠게 내려놓으며 받아쳤다.
“한모(韓慕), 쓸데없는 소리 작작 하시오! 대체 누가 그따위 망발을 지껄여? 막판에 장형관이 나타나 말리지만 않았어도 우리 위가가 그놈을 반쯤 죽여놓을 뻔했단 말일세! 장형관 대인께서 굳이 당신 관할의 주부로 사업을 옮겨주겠다고 달래며 중재에 나서셨지. 해서 대인의 체면을 봐서 초휴한테 상권을 넘겨주기로 한 거요. 그게 아니라면 어림도 없었지. 알아듣겠나?”
위진은 아쉬운 것이라곤 조금도 없이 제멋대로 자란 탓에, 문중에서도 평판이 별로였다. 그러나 위가의 제자 된 몸으로서 자기가 누리는 이 모든 게 위가의 힘과 위상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해서 누가 위가의 명예를 폄훼하는 말을 할라치면 절대 좌시하지 않았다. 위진이 발끈하자 한모라는 자는 실실 웃더니 이내 진지한 태도를 보였다.
“위 형, 관서에서 위가가 어떤 세력인지 모르는 이가 어디 있겠소. 굳이 거듭 강조할 필요 없다니까. 그러나 초휴 그자가 보통 독종이 아닌 건 사실 같아. 듣자니 이번에도 동제에서 강동오협을 참살한 데 이어서 그들의 복수를 하겠다는 자들도 죄다 골로 보내고, 종국에는 천인합일 고수의 명줄까지 끊어놨다더군. 그뿐인 줄 아는가. 관중형당으로 복귀해서도 감히 당주 앞에서 장형관 은백통한테 대들었다지 뭐요.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평소에 위구단에게도 어찌 대할지 알조라니까. 내가 보기에 장차 관서의 주인이 누가 될지는 장담 못 하지 싶소. 그 인물이 초휴가 아니라는 법이 없다는 거지.”
한모가 속한 한가는 초휴와 갈등을 빚은 적이 없었다. 진주부의 상권이 초휴에게 넘어가자 재빨리 상황 파악을 하고 가장 먼저 그에게 투항한 세력 중 하나였다. 따라서 초휴에게 악감정을 품을 일은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위진의 입장은 그와는 판이했다.
“흥, 밖에서 몇 명 죽이고 온 게 무슨 대수라고! 자기가 천하무적이라도 된 줄 아나 보지? 가소로워서 말도 안 나오는군. 관중에서만 수백년째 버텨온 우리 위가를 뭐로 보고 감히 맞서려 든다는 말인가! 같잖지도 않아서, 정말! 소문은 그저 소문일 뿐이요. 천인합일 죽이기가 그리 쉬운 줄 아나? 그리 쉽게 죽을 것 같으면 막강 고수라고 불리지도 않겠지. 초휴가 그런 고수를 죽인 건, 더러운 술수를 부린 게 통했든지 아니면 상대 실력이 애당초 쓰레기였기 때문이야. 그게 틀림없다고!”
실제로 초휴와 대면한 적도 없었건만, 위진은 시종일관 그에 대한 적대감을 감추지 못했다. 여세를 몰아 악담의 수위를 더 높여가려던 그는 문득 그림자 하나가 자기 앞에 드리워진 걸 감지했다.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한 참이라 욕이라도 퍼부어주려던 그때. 상대가 돌연 그들의 탁자를 향해 가공할 일장을 내리치는 게 아닌가. 적홍색을 띤 장력이 불꽃처럼 터져 나오더니 삽시간에 탁자를 한 줌의 재로 만들어 버렸다. 물론 그림자의 정체는 화노였다.
그들이 여기서 불평을 늘어놓는 데 그쳤더라면 화노도 굳이 끼어들지 않았을 것이다. 만민의 일거수일투족을 죄다 감시하고 통제할 권한이 강호 포두에게 있는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문제는 위진이 감히 초휴를 모욕했다는 것이었고, 화노는 이를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외강경에 이른 지금, 화노의 장력은 예전보다 한층 더 심후한 위력을 띠고 있었다.
“비싼 술을 처먹고 개소리를 함부로 짖어대면 곤란하지. 뭘 믿고 초 대인을 모욕하는 것이냐?”
화노가 위진을 똑바로 응시하며 험악하게 묻자, 놀라 벌떡 일어났던 위진도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
“네놈은 대체 누구냐? 썩 이름을 대지 못할까!”
화노는 개인적으로 여유를 즐기러 나온지라 관중형당 관복이 아닌 사복 차림이었다. 해서 위진이 그의 신분을 알아채지 못했다. 하지만 진주부 현지 세력인 한모는 이내 그를 알아보았다. 요즘 들어 화노가 줄곧 진주부에 머물렀던지라, 한모에게는 익숙한 얼굴이었다. 물론 그의 불같은 성질도 익히 들어 잘 알았다. 독해도 단순히 독한 게 아니라, 제대로 광기에 빠지면 자기 자신에게도 위해를 가하는 인물이라고 했다. 얼핏 봐서는 개미 한 마리도 죽이지 못할 순하고 착한 외양을 하고 있지만, 한번 발작했다 하면 그 누구든 봐주는 법이 없다는 말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