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317)
317화 당아와 안불귀의 협공
위장릉이 초휴와 맞붙어서 좋은 꼴 본 적은 여태 한 번도 없었다. 귀수왕의 말마따나 초휴가 폐관 중이 아니었다면 그는 건주부 당구 문턱을 넘을 엄두도 못 냈을 것이다. 하지만 초휴는 폐관에 들어간 지 오래고 앞으로도 언제 나올지 기약할 수 없으니 어깨에 절로 힘이 들어갈 만도 했다. 해서 위장릉은 귀수왕을 노려보며 언성을 높였다.
“감히 윗전도 몰라보다니, 초휴가 네놈들을 이리 가르쳤더냐! 위진이 초휴를 욕했다고는 하나, 염연히 진주부에서 한 일이었다. 건주부와는 아무 상관 없는 남의 주부 일에 아랫것들이 멋대로 끼어들어 일을 키워! 관서의 장형관이 위구단 대인이시냐 아니면 초휴더냐?”
위장릉이 이렇듯 입씨름까지 마다하지 않는 걸 보니 허장성세에 끝이 보이지 않을 성싶었다. 실력이야 귀수왕이 위장릉만 못할지 몰라도 강호 경험의 노련함에서는 압도하고도 남았다. 해서 그는 상대의 유도성 질문에 휘말리는 대신 담담하게 대꾸했다.
“위 대인께서는 이만 돌아가시지요. 그리고 제가 딱 한마디만 더 합지요. 그자는 절대 내어드릴 수 없습니다. 정 데려가야겠거든 우리 대인께서 나오신 뒤에 직접 말씀을 나누시지요. 초 대인께서 내어주라 명하시면 저희도 군말 않고 따르겠습니다.”
“흥, 내어주지 않겠다? 나는 기필코 데려가야겠다. 누가 감히 나를 막을 테냐!”
위장릉이 서릿발 같은 호통을 치자 건주부 당구 밖에서 열 명 남짓한 무사들이 밀물처럼 들이닥쳤다. 위장릉이 데려온 수하들이었다. 하지만 이때 밖의 동정을 엿듣자니, 다른 곳에 가 있던 두광중 등의 건주부 측 인원들이 어느샌가 돌아와서는 그들을 에워싼 채 한껏 경계의 날을 세우고 있었다.
현재 초휴의 수하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져 있었다. 하나는 두광중을 비롯한 기존 건주부 강호 포두들이요, 다른 하나는 청룡회 출신 살수들이었다.
이 두 무리는 출신도 성격도 크게 달랐다. 아직은 별다른 갈등이나 충돌이 없었지만, 그래도 서로 대하기가 껄끄러운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지금 외부의 적이 난입한 판국에 그간의 껄끄러움이 대수겠는가. 해서 자연스럽게 다시 뭉쳐 함께 맞설 태세를 갖춘 것이다. 이를 본 위장릉이 한껏 조소를 머금었다.
“대동단결이라······, 보기 좋군! 그러나 네놈들이 초휴라도 된다더냐? 나 같은 삼화취정에 맞설 자가 너희 중에 있을 턱이 있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위장릉은 정색하며 성큼 앞으로 나서더니 강력한 강기를 터뜨려냈다. 그러자 음산하고 서늘한 강기가 대청 전체를 뒤덮었다. 초휴의 안방인 건주부에서 자기가 먼저 무력을 쓰는 것에 대해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나름 그럴 만한 명분이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치대로라면 이 일은 화노의 잘못이 컸다. 남의 주부에 넘어가 현지 사람을 잡아갔다는 건 엄연히 도를 넘은 월권행위였으니까. 그러니 이를 따지러 온 위장릉에게는 아무런 잘못도 없었다.
더욱이 건주부 당구를 단속할 초휴가 없는 지금, 위장릉은 여기서 지위가 가장 높은 순찰사다. 어디 감히 강호 포두 나부랭이들이 알짱대며 맞먹으려 든다는 말인가. 상관이 자리를 비우고 없으니, 버릇없이 설쳐대는 옆 동네 수하들을 자신이 나서서 가르쳐주려는 것뿐이다. 그리고 이 가르침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고 대항하겠다면, 이는 곧 심각할 하극상으로 간주할 것이다!
물론 초휴 수하들도 비상식적으로 구는 성격이 상관과 다를 바 없으니, 나중에 초휴가 출관한 후 문제가 커질 소지가 컸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도 위장릉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위묵구가 시켜서 한 일이니, 뒷일도 당연히 그가 든든히 책임져줄 게 아닌가. 그건 위구단 쪽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지금 그가 초휴와 한창 껄끄러운 사이라는 건 익히 들어 아는 바다. 나중에 일이 시끄럽게 되더라도 위구단이 누구의 편을 들어줄지는 뻔하지 않은가.
이런저런 까닭으로 배짱이 두둑해진 위장릉이 어깨에 더 힘을 주었다.
“마지막으로 기회를 한 번만 더 주겠다. 위진을 내어주겠느냐 못 주겠느냐?”
하지만 귀수왕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위 대인의 결심이 이미 서신 모양인데 더 얘기할 게 뭐가 있습니까. 당아, 안불귀, 자네들이 나서게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귀수왕이 뒤로 빠지자, 당아와 안불귀가 몸을 휘적대며 느릿느릿 앞으로 나섰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연체동물인 양 몸을 휘적댄 건 당아였고 느릿느릿 굼뜨게 움직인 건 안불귀였다.
지난날 천죄 분타의 간판급 살수이기도 했던 이 두 사람은 초휴의 휘하에 들어온 이후로 줄곧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었다. 여유로운 생활로 인해 폐관 수련에 시간을 할애할 때가 많은지라, 진작 외강경 정상급을 돌파해서 삼화취정을 목전에 둔 상태였다.
두 사람의 실력은 귀수왕도 잘 알고 있었다. 해서 위장릉 하나 상대하자고 초휴까지 귀찮게 할 것 없이, 이 둘로 그냥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다. 당아가 수중의 용미추혼표를 만지작대며 유들유들하게 상대를 약 올렸다.
“헤헤, 물론 저희가 초 대인에 비할 수나 있겠습니까만 위 대인 당신도 우리 초 대인과 비교할 주제가 못 되는 건 마찬가지 아닙니까. 피차 비슷할걸요?”
안불귀는 늘 그렇듯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행동으로 보여 주면 될 일에 군말이 왜 필요하겠는가. 해서 맞바로 등에 메고 있던 중검(重劍)을 벗어드니, 검 끝이 바닥에 끌렸다.
위장릉은 기가 막히다 못해 실소가 터질 지경이었다.
“좋아, 좋다고! 이런 미친놈들을 봤나! 오늘 내가 윗전 공경하는 법을 제대로 가르쳐 줄 테니 잘 봐둬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위장릉의 장검이 시리도록 차가운 강기로 물들더니 무지막지한 한기가 당아를 덮쳤다. 그러나 당아는 그저 가만히 있었다. 안불귀 수중의 중검이 이미 붕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이 둘은 청룡회 시절부터 함께 임무 수행에 나선 적이 많아서 이심전심 합이 잘 맞았다. 둘이 한 몸인 양 출수하면 삼화취정인들 대수겠는가. 여느 때와 같이 위장릉 정도는 충분히 눌러버릴 자신이 있었다.
안불귀의 검세는 극강의 힘 자체로, 힘에서는 초휴에게 참살당한 정불휘보다도 더 극단적이었다. 다른 건 모조리 포기하고 힘의 광폭성과 강함만을 추구하는 외곬의 검도였다. 안개처럼 몽롱한 강기가 중검의 검신에 응집되자 검은 천근의 무게가 실린 도끼처럼 변했다. 이 무게가 고스란히 허공을 가르며 직하하는 가운데 격렬한 폭발음이 연발했다.
이윽고 중검과 장검이 충돌한 순간, 그 엄청난 힘 앞에서 위장릉의 검세가 속절없이 파괴되고 말았다. 이 충돌로 인해 중검에 실렸던 힘도 소멸하긴 했으나, 충격을 이기지 못한 위장릉의 오른손이 그만 마비되고 말았다. 위장릉은 어이가 없었다. 대체 어디서 이런 괴물이 튀어나왔단 말인가!
삼화취정 무사의 강력함은 정기신 합일에서 비롯된다. 이는 강기에 대한 장악력이 크게 증강됨으로써 폭발력에서 외강경을 크게 능가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아직 정기신 합일을 이루지도 못한 안불귀가 일검에 이처럼 엄청난 힘을 실어낼 줄이야! 위장릉보다 절대 약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단순히 힘의 강도만 논한다면 오히려 더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안불귀가 출수하자마자 당아의 출수도 곧바로 뒤따랐다. 당아의 출수는 안불귀에 비해 훨씬 더 현란하고 매서웠다. 그의 수중에서 순식간에 일련의 금망이 떠오르는가 싶더니, 예리한 강기가 실린 용미추혼표 열 개가 잇따라 발출되어 위장릉을 향해 날아들었다. 당아가 강기로 조종하는 가운데, 용미추혼표는 마치 살아있는 양 허공에서 변화무쌍한 궤적의 변화를 보이며 동시다발적으로 위장릉의 여섯 요혈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위장릉도 이에 질세라 검세의 전환을 꾀하자, 촘촘하던 한빙강기가 우박처럼 응결되어 용미추혼표를 죄다 튕겨내 버렸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안불귀의 중검이 태산의 무게로 거듭 덮쳐 오니 단순하기 그지없는 일검의 위력은 전의 공격보다 훨씬 더 위압적으로 휘몰아쳤다.
당아가 버들가지처럼 몸을 가볍게 놀리더니 어느새 위장릉의 뒤로 이동하여 허공에서 몸을 몇 차례 비틀었다. 그러자 일순간 서늘한 광망이 사방을 온통 수놓으며 터져 나왔다. 알고 보니 그 실체는 폭우처럼 쏟아지는 무수한 은침들이었다. 언뜻 보기에는 찬란한 빛의 향연처럼 보일지 몰라도, 실상은 위험스럽기 짝이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으로 상대를 몰아넣은 것이다. 그 은침에 독을 바르지 않았다는 보장이 없는데, 어찌 이를 소홀히 취급하겠는가.
위장릉은 급한 대로 전신의 강기를 터트려 이를 막아내기에 급급했다. 하지만 무수한 은침 공격으로 인해 위장릉의 운신 폭은 좁아질 대로 좁아지고 말았다. 이미 사방팔방이 봉쇄된 거나 다름없었다. 해서 제대로 피하지도 못한 채, 제자리에서 고스란히 안불귀의 일검을 막아낼 수밖에 없었다.
격렬한 폭발음과 함께 중검의 힘에 위장릉의 몸은 휘청하고 몇 걸음을 밀려났다. 그의 안색이 창백해진 것도 잠시, 이내 비정상적으로 보일만치 붉은색을 띠었다가 가라앉았다. 당아와 안불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는 놀라움과 두려움이 가득했다. 대체 초휴는 어디서 저런 괴물을 둘씩이나 데려왔단 말인가!
안불귀의 검세는 지극히 침중하고 흉악했으며 가히 광폭함의 극치라고 할 만했다. 당아의 신법과 암기는 괴이하기 그지없는 가운데 음험하고 사악하기까지 했다. 이런 두 사람이 협공을 하는 것이다. 당아는 끊임없이 암기를 쏟아 내어 상대가 운신할 공간을 원천봉쇄함으로써 안불귀의 공격을 도왔다. 그 바람에 위장릉은 꼼짝없이 안불귀의 중검을 받아낼 수밖에 없었고, 그 가공할 힘에 온몸이 노출된 탓에 삼화취정의 몸임에도 피까지 토할 뻔한 것이다.
위장릉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 둘의 협공은 계속 이어졌다. 이번에는 역할을 바꿔서 안불귀가 당아의 공격을 도왔다. 안불귀의 검세가 위장릉의 손발을 묶어놓은 가운데 당아가 단도 두 자루를 빼 들고 지척에서 바짝 압박하니, 위장릉은 그 매서움에 맥을 못 추고 연신 뒷걸음치다가 구석까지 밀려나고 말았다.
이제 더는 후퇴할 곳도 없게 된 위장릉이 한바탕 포효성을 터뜨리자, 수중의 장검에서 날카로운 얼음 조각들이 떠올랐다. 거기에 기혈을 불어넣자 푸르스름하던 강기에 괴이한 핏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윽고 검강이 폭풍처럼 몰아치며 안불귀의 중검과 정면충돌했다. 그 충격으로 안불귀가 수 장 뒤로 밀려나며 하마터면 중검을 놓칠 뻔했다. 과연 삼화취정이 순간적인 힘의 폭발에서 외강경을 압도한다는 이론이 확인된 순간이었다. 방금 위장릉은 기혈의 힘을 폭발시켜 안불귀를 힘으로 제압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때 당아 수중의 단도 두 자루가 칼끝을 맞대며 결합하여 회전날과 같은 형상을 갖추었다. 곧이어 눈도 멀게 할 금망이 발출되더니 막 전력을 쏟아 낸 끝인 위장릉을 덮쳤다. 이와 동시에 당아가 전신의 강기를 터트리며 도대체 몇 가지인지도 모를 암기를 연달아 퍼부어 대기 시작했다. 추혼정, 매화표, 투골침, 솔수전(甩手箭)······등등, 셀 수조차 없는 엄청난 양의 온갖 암기들이 일제히 위장릉의 정수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광경은 그저 이 한마디 말로 표현할 수 있을 뿐이었다.
‘많다!’
도대체 몸 안에 얼마나 많은 암기를 숨기고 있는지 궁금해질 정도였다. 순식간에 대청의 절반이 당아가 쏟아 낸 암기로 수북이 덮이고 말았다. 이처럼 엄청난 암기 공격을 한 당아인들 온전할 리는 없을 터. 어느덧 그의 안색도 창백해졌다. 그리고 사방이 암기로 수북한 가운데 곳곳에서 금속의 충돌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위장릉이 일신의 모든 강기를 폭발시키다시피 하여 암기를 일일이 쳐 내는 중이었다. 어느덧 난무하던 암기가 얼추 정리되자 위장릉은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때 당아가 단도를 합쳐 만들었던 회전날이 어디선가 날아들더니 위장릉 수중의 장검을 단번에 쳐 내는 게 아닌가. 회전날은 장검을 부러뜨린 데 이어서 아슬아슬하게 그의 팔뚝을 스쳐 지나갔다. 선혈이 뚝뚝 떨어지는 데 그치지 않고 하마터면 팔뚝이 날아갈 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