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334)
334화 무도의 중간점검
관중형당 본부.
초휴가 올린 보고서와 집형사가 전해온 정보를 번갈아 살펴보던 관사우는 굳은 표정을 지었다. 일단 집형사 측 정보는 초휴가 잔악한 수법으로 공포정치를 펼친 끝에,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관서를 완전히 ‘안정되게’ 장악했다는 내용이었다. 초휴의 보고서 내용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자신이 어떤 수단을 동원했는지 전혀 감출 생각이 없는 듯했다.
관사우는 새삼, 이 초휴란 자를 어찌 평가해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웠다. 소기의 목표대로 관서의 안정은 되찾았지만, 그 과격한 수단이 지역민들의 마음에 큰 상흔을 남겼을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이때 매경령이 하늘하늘 들어오더니 머리가 복잡해 보이는 관사우에게 말을 건넸다.
“나으리,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셔요?”
관사우가 그녀에게 자료들을 건네며 답했다.
“초휴에게 한 달 내로 관서를 안정시키라고 명했더니 이리되었다는군. 결과는 좋은데 수단이 차마 말로 표현하기가 뭣해서 말이지.”
예전의 관사우는 제삼자가 관중형당의 공무에 끼어드는 걸 꺼렸다. ‘철면판관(鐵面判官)’이라는 별호만 봐도 그가 얼마나 극단적으로 강직한 성격의 소유자인지 알만하지 않은가. 그러나 언제부턴가 형당 내 대소사들을 매경령에게 물어보고 의논을 청하는 습관이 생겨났다. 자료들을 다 훑어본 매경령이 고운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너무 염려치 마세요. 기존의 장형관들은 하나같이 물러터져서 문제였는걸요. 초사마는 매사에 워낙 있는 듯 없는 듯하고, 소습은 실력만 강할 뿐 상대를 휘어잡는 성격이 아니라서 독하게 굴지를 못 해요. 이런 쪽으로는 은백통이 그나마 좀 낫다지만, 그자도 잔머리와 심계에 치중하는지라 정공법엔 약하죠. 나리는 형당의 수장이시니 당근과 채찍을 적시 적소에 쓰셔야 해요. 언젠가 나리의 위엄을 과시해야 할 때, 초휴가 요긴하게 쓰일 겁니다.”
“역시 부인의 생각이 현명하오. 그럼 당분간 초휴에게 관서 장형관을 맡겨야겠군.”
관사우는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울지를 불러 초휴를 장형관으로 임명하는 데 관계된 여러 공문과 인장 등을 준비하라고 명했다. 사실 그 한 달의 말미 동안 이런 것들이 준비되지 않고 있었다. 막말로 초휴가 임무를 완수한다는 보장도 없는데 준비해둬서 뭣하겠는가. 공문과 인장 등을 확보하고 난 이제야 초휴는 정식 장형관으로 인정받은 셈이었다.
초휴는 울지가 보내온 장형관 인장 등을 만지작대다가 이내 한옆으로 던져두었다. 관중형당의 모든 구성원이 오매불망 갖고 싶어 하는 것이지만, 정작 초휴에겐 별 의미가 없었다. 어디서건 실력이 가장 중요하다. 실력만 있으면 자연히 자리는 따라오는 것이다. 해서 지금은 최대한 실력을 올리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했다. 관서가 안정된 지금, 초휴는 비교적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폐관 수련에 들어가기는커녕, 되레 자신의 역량과 실력을 점검해보고자 했다.
물론 지금의 그는 천인합일을 손쉽게 죽이는 가공할 성취를 보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에게 죽은 천인합일들은 풍무랭 외에는 위가 노야도, 장만산도, 하나같이 노쇠한 자들이었다. 이는 용호방 십 위권 가운데 적어도 몇 명은 충분히 해낼 만한 일이었다. 해서 실력을 정확히 가늠할 객관적인 잣대라고 할 수 없었다. 죽을 날이 머지않은 천인합일 두 명을 죽인 게 무슨 대수겠는가.
적어도 초휴는 이 정도로 뿌듯함을 느낄 위인이 아니었다. 내가 저 많은 동급의 군웅보다 우위에 있다는 자부심은 풍무랭을 정면승부 끝에 죽였을 때나 비로소 느낀 감정이었으니까. 풍무랭을 이긴 건 정말로 자랑할 만한 경우였다. 아마도 이런 성과를 거둘 만한 자는 현 강호에 몇 명 되지 않을 것이다.
일단 검왕성의 검도천재인 ‘검수’ 방칠소와 용호산 천사부의 절세 기재(奇才)인 ‘소천사’ 장승정 정도가 그 몇 명에 들 터였다. 그리고 신비의 장막에 가려져 있는 현 용호방 사 위인 그자도 아마 가능하리라. 비록 용호방에 오른 그의 전적은 그리 많지 않지만 말이다. 칼로 일격필살을 한 게 열한 건이고, 비도 한 방에 열 명을 꽂아 죽였다. 유일하게 칼을 두 번 휘둘러서 죽인 상대가 예전 용호방 이 위였던 순양도문의 천재 제자로, 그 일로 순양도문의 미래는 치명적인 타격을 맞게 되었다.
이 천재들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왔지만, 그들이 앞으로 어떤 길을 걸을지는 초휴도 알지 못했다. 그보다도 당장 우려되는 건 자신이 봉착한 무도상의 결점이었다. 물론 초휴의 무도는 실로 복잡다단하되, 그 때문에 질적으로 하자가 있는 건 아니었다. 어느 무도를 막론하고 초휴에게는 다 같은 살인 도구일 뿐이니까. 이 모든 게 다 살인을 위한 것이니, 한마디로 그의 무도는 살도(殺道), 다시 말해 ‘투전지도(鬪戰之道)’인 것이다.
하지만 어떤 무도건 간에 완벽할 순 없었다. 지금 초휴가 연체공법에 있어 아쉬움을 느끼듯이 말이다. 무릇 무도란 단계별로 서서히 깊이를 더해가기 마련이며, 육신의 단련이 기본을 이룬다. 무도의 초입 단계가 연체삼경인 것만 봐도 신체 단련의 중요성은 분명했다. 먼저 육신을 단단히 담금질해놓아야만 더 많은 진기와 내력을 계속 장악하여, 더 강한 힘을 폭발시킬 수 있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육신이 강이나 호수, 바다라면 내력과 진기는 그곳을 흐르는 물과 같다. 더 많은 물을 담고자 한다면 내 육신부터 강이나 호수가 아닌 바다로 만들어야 하는 이치인 것이다. 일부 무도종사 경지의 고수가 특별히 연체공법을 수련하지 않는데도 어느새 그들의 육신이 강하게 바뀌는 이치가 여기에 있었다.
지금 초휴는 역량에 있어 충분했다. 우선 선천공으로 기반을 닦은 데다, 유리금사고의 힘마저 더해졌다. 또한, 대혼원공으로 강화된 내력까지 가세하니, 단순히 힘만으로 논할 것 같으면 초휴는 이미 노쇠한 천인합일 경지와 충분히 비견될 만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처럼 막강한 힘에 비해 그의 육신이 아무래도 약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로 인한 문제점은 무엇일까?
이 막강한 힘을 폭발시킬 때마다 상대적으로 취약한 그의 몸은 이 힘을 견디지 못하는 부작용을 겪곤 했다. 이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었다. 때문에 초휴는 연체공법, 그것도 효과가 강력한 연체공법이 절실히 필요했다. 초휴의 머릿속에 있는 강력한 연체공법 중 다수가 아직 세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아직 초휴의 실력이 부족하여 취득할 수 없거나, 또는 시간대가 맞질 않아 인연이 닿지 않고 있는 공법들이다.
그래도 계속 머리를 굴리다 보니 그의 요구 조건에 부합할 만한 곳 한 군데가 생각났다. 머지않아 세상에도 알려지게 될 곳인데, 꽤 괜찮은 것들이 많았다. 원본 줄거리에서도 거기서 쓸만한 연체공법을 확보한 자가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초휴가 있는 곳에서 가깝다는 사실이었다. 미리 시간을 갖고 준비만 잘한다면 충분히 확보할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그는 부하에게 관서에서 서초로 통하는 길이 표시된 지도를 가져오게 해서 그중 한 지점을 찍었다. 유적지가 있기도 한 그곳은 바로 제양산(帝陽山) 통천탑(通天塔)의 소재지였다. 원래 제양산은 관중형당 관할권 밖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초의 속지도 아니었다. 한마디로 서초에서 관중형당으로 통하는 통상로 중 하나인 셈인데, 주요 도로도 아닌 오솔길에 불과한지라 서초에서도 신경 안 쓰고 방치한 상태였다.
통천탑 유적지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 필경 수많은 고수를 끌어들일 게 분명했다. 그 와중에 초휴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면 속히 이곳에 포석을 깔아놓아야만 한다. 하지만 아무런 연고도 목적도 없이 그 낯선 곳으로 뜬금없이 가겠다고 하면 의심을 살 게 분명했다. 해서 한동안 고심 끝에 묘안을 떠올린 그는 형당 본부로 향했다. 초휴가 온다는 보고를 받은 관사우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었다. 관서는 이미 안정을 되찾은 것으로 아는데, 그새 또 무슨 일이 터지기라도 했단 말인가.
이윽고 관사우의 서재로 들어선 초휴가 공손히 예를 올렸다.
“당주님을 뵙습니다.”
“어쩐 일인가?”
“당주, 현재 관서가 완벽히 안정된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저는 조금 더 욕심을 부려보고 싶습니다. 관서가 더욱 막강해지고 번영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무슨 방법?”
“관서 지역의 땅덩이 자체가 그리 큰 편이 아니지 않습니까. 발전 잠재력에 있어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지요. 최근에 우연히 서초에서 관서로 통하는 작은 통상로가 관리하는 곳 없이 방치된 걸 알게 되었습니다. 삼국 중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지라 혼란이 극심한 곳이기도 합니다. 해서 이 지역엔 여러 군소 세가 및 종문, 거기다 비적, 산적 떼까지 여러 세력이 난립하고 있습니다. 관중형당에서 이 길을 장악한다면 장차 주요 통상로로 키워나갈 수 있을 겁니다. 그리되면 관중형당의 영향권을 확장할 수 있음은 물론이오, 관서 땅도 더욱 번창해지지 않겠습니까.”
초휴의 말에 관사우는 의아한 기색이 역력했다. 근래 들어 관중형당은 줄곧 안정을 추구해왔고, 지금은 한창 실력을 다지며 내실을 기하는 단계였다. 그래서 관사우를 비롯한 그 누구도 형당의 외연 확장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런 판에 형당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참이 이런 야심찬 계획을 말하니 관사우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생각 끝에 관사우가 입을 열었다.
“생각은 가상하지만, 그 계획에 엄청난 위험이 따를 거라는 건 알고 있나? 우리가 밖으로 더 세력을 확장하기 싫어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니라네. 지리적으로 삼국 사이에 껴있는 상황이다 보니, 어느 방향으로 뻗어나가도 필경 그 방향의 나라와 충돌이 불가피하기 때문이지. 우리의 실력이 약한 건 아니지만, 아직 어느 나라와 충돌해도 상관없을 만큼 막강한 것도 아니라는 말이네.”
이것은 관사우가 솔직하게 자신의 심정을 말한 것이었다. 관중형당은 아무런 관리도 받지 못하고 삼국의 틈바구니에 무법천지로 내 버려진 채, 단 하루도 병기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지 않은 날이 없었던 과거를 딛고 오늘날 당당히 삼국의 교역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그 과정이 절대로 쉽지 않았음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런 경우가 전무후무(前無後無)하리라고는 장담 못 해도, 적어도 과거에 유사한 선례가 없는 것은 사실이었다.
때문에 관중형당이 돌다리도 두들겨가며 걸음마다 신중을 기하려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은 반푼어치의 모험도 용납할 수 없는 중요한 시기였다. 이에 초휴가 침착히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 점은 저도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 해서 서초의 황무지나 다름없는 곳부터 시작해보자는 겁니다. 이는 관서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것이지만, 동시에 제 수하들의 투지를 북돋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관서 땅이 워낙 좁다 보니, 일부 순찰사와 강호 포두들이 일정한 위치까지만 올라가면 나태해집니다. 계속 전진하고자 하는 노력을 일절 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렇다고 그들만 탓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제아무리 노력한들 그들이 관할하는 땅 크기가 갑자기 커지는 것도 아니고, 주부 개수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니 말입니다. 해서 지금 그들에게 도전할만한 목표를 던져주려는 겁니다. 바로 눈앞에 보이는, 실익이 뚜렷한 목표는 동기부여를 하는데 충분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