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341)
341화 위기일발(危機一髮)
하후무강의 말에 칠숙은 눈살을 찌푸렸다.
“무강아, 그런 식의 기습공격은 하는 게 아니다. 내 명성은 말할 것도 없고 너의 명성도 땅에 떨어질 수가 있어. 나야 강호에서 위명을 떨친 바도 없으니 내 명예가 상하는 것쯤이야 큰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너와 초휴는 용호방에도 이름을 올린 준걸이 아니냐. 정면 대결도 좋고 암계(暗計)를 쓰는 것도 좋아. 하지만 뒤에서 기습공격을 하는 것은 다르다. 네 명예만 크게 실추될 게야. 하물며 초휴는 지금 관중형당의 장형관이다. 내가초휴를 뒤에서 공격하여 죽이면 관사우(關思羽)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칠숙이 이렇게 말하자 하후무강의 얼굴에 살기가 번뜩였다.
“명성요? 내 명성은 초휴가 선아(蟬兒)를 죽였을 때, 이미 땅에 떨어졌는데, 무슨 명성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원래 강호에서는 이긴 자가 왕이 되는 법입니다. 내가 초휴를 뒤에서 쳐 죽이면 당장은 명예가 실추되겠죠. 그러나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에는 초휴의 이름도 강호에서 먼지가 되어 사라질 텐데, 내가 한 짓을 누가 기억하겠습니까? 그리고 관중형당이라면 걱정하실 거 없습니다. 일전에 아버지께서 말씀하시더군요. 우리 하후씨는 관중형당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고요. 중요한 건 그들을 자극해서 얻는 이득이 무엇이냐죠. 저는 지난번에 초휴에게 덤볐을 때, 이미 그와 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초휴는 관중형당의 장형관이 되었고 장차 관중형당의 당주가 될지도 모릅니다. 지금 초휴를 죽이면 사이가 껄끄러워지는 건 지금의 관중형당입니다. 그러나 초휴가 살아서 훗날 그가 당주가 된 관중형당은 하후씨의 큰 적이 될 게 분명합니다.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결과가 같다면 지금 당장 초휴를 죽여 버리는 게 훨씬 낫습니다!”
칠숙은 전에 하후진이 한 말이 떠올랐다. 하후무강은 다 좋은데 자만심이 지나쳐서 아무것도 안중에 두지 않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보니 하후무강은 전과 달리 성격이 꽤 과감하고 결단력이 있었다. 초휴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아버지 하후진에 의해 사당에 갇혀 반성하는 동안 많은 것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칠숙은 숙고한 끝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하후 가문의 문객이었지만, 오직 하후진의 명령만을 따랐다. 하후진이 그에게 하후무강을 따라가라고 명령한 것은 하후무강이 사고를 치지 않도록 감시하라는 의미였다. 그러므로 하후무강이 지나친 요구를 하면 따르지 않고 오히려 제지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하후무강의 말을 들어보니 일리가 있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지금 초휴를 죽였을 때의 이익이 더 클 것 같았다. 그렇다면 굳이 하후무강의 명령을 거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칠숙은 등에 멘 봇짐에서 이상한 모양의 상자를 꺼냈다. 사람의 팔뚝만 한 상자로 별로 크지 않았다. 칠숙이 상자의 윗부분을 몇 번 누르자 상자 속의 발사 장치가 당겨지며 순식간에 사람 상반신 크기의 거대한 활로 변신했다. 활은 철강으로 주조되어 금속성의 기이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활에 장전된 화살은 모두 열세 발뿐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칠숙 자신이 평생 쌓은 역량을 모두 쏟아부어 강력하게 개조한 화살들이었다. 그는 천인합일 이전에도 오직 열세 발만 쏠 수 있었는데 그건 천인합일의 경지에 오르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지금은 목표한 사람의 혼을 쫓아다니며 빼앗을 수 있다는 점이 달랐다.
칠숙은 활을 들었을 뿐 움직임이 없었고, 초휴를 죽일 결심을 했음에도 단 한 점의 살기도 흘리지 않았다. 인간의 혼을 빼앗는 화살의 위력과 공포는 오직 발사하는 순간에만 느낄 수 있었다.
이때 명진은 기혈을 불사르며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노목금강심경은 대광명사 절정의 연체공법이지만 부작용이 만만치가 않았다. 그는 초휴를 죽이기 전 자신에게 끊임없이 암시했다. 초휴를 죽이려는 건 살의와 원한 때문이 아니라 악인을 없애 강호의 정의를 실현하려는 것이라고.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를 싸움으로 이끈 것은 불심이 아닌 원념이었다.
지금 명진이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상태라면, 이쯤 해서 도주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는 걸 모를 리가 없었다. 승산이 없을 때 물러나는 건 대광명사의 무공에서는 드문 일이 아니었다. 명진이 여기서 도망친다면 아주 약간의 대가만 치르고 끝나는 것이다. 초휴도 굳이 그를 추격하지는 않을 터였다.
그러나 지금 명진의 이성은 점점 더 원념에 잠식되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은 지금 여기서 초휴를 반드시 죽여야 한다는 일념으로 가득 찼다.
선홍색의 혈기가 명진의 몸을 둘러싼 황금빛 강기 속으로 섞여들어, 요기를 뚜렷하게 드러내었다. 손에 칼을 들지 않은 명진이지만, 강기 속으로 흘러 들어간 혈기가 강기와 섞여 서서히 긴 칼 형태로 만들어지며 격출되었다.
명진의 몸을 둘러친 금강상이 수라상(修羅相)으로 변질하자 원래 나와야 할 자비도(慈悲刀)가 아닌 수라참(修羅斬)이 나타난 것이다! 금강의 성난 눈이 잘못되어 수라의 분노가 깨어날 때 등장하는 이 수라참의 위력은 가히 악마적이었다.
초휴는 그 광경을 지켜보며 손을 휘둘렀다. 바닥에 떨어졌던 천마무가 날아들어 다시 손에 잡힌 순간 강력하고 사악한 마기에 휩싸였다. 초휴의 전신이 온갖 사악한 마기와 살기에 뒤덮이는 순간 칼이 격출 되었는데, 싸움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눈앞에서 칼의 삼중 변신을 목격했다.
그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으나 결코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초휴의 아비마도는 이미 최고의 경지로 각성하여 제 삼도로 변신한 상태였다. 제 삼도의 기세는 마치 지옥문이 열리듯 무시무시한 사기를 내뿜었는데, 그 칼을 초휴가 쥔 모습은 악귀처럼 공포스러웠다.
멀리서 지켜보던 칠숙이 드디어 움직였다. 활을 굽혀 화살을 장착하고 당기는 모든 동작이 한 줄기 잔영으로 보일 정도로 신속하고 민첩했다. 천인합일의 강자가 공격을 개시할 때는 응당 엄청난 강기를 내뿜기 마련이지만 칠숙은 달랐다. 그는 숨결을 안으로 최대한 끌어들이며 강기를 최소치로 감췄다. 그가 전신에서 끌어올린 힘과 살기는 단 한 발의 화살로 흘러들어 응축되었고, 활은 새까만 색깔의 신비로운 빛살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칠숙이 초휴를 겨냥하는 순간, 초휴는 등골이 서늘해지며 누군가가 자신을 노려보는 느낌을 받았다. 망아살경 상태인 초휴는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하게 주변의 살기를 포착하는 게 가능했다. 초휴는 자신에게 닥친 위험을 거의 본능적으로 파악하고는 칼을 뽑으며 천자망기술을 시전했다. 그러자 누군가의 모든 힘이 실린 무시무시한 화살이 눈에 들어왔다. 보통 사람이라면 불가능했겠지만, 천자망기술을 시전한 그는 그 화살에 응축된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꿰뚫어 볼 수 있었다. 칠숙은 초휴가 상대했던 그 어떤 천인합일의 강자보다도 강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심지어 이전에 상대했던 풍무랭(風無冷)도 능가할 정도였다.
이미 칼을 격출한 초휴는 수라참의 공격이 엄습한 상황에서 명진을 상대할지, 아니면 명진을 뒤로하고 칠숙의 화살을 막아야 할지를 고민했다. 명진의 수라참을 막아 낸 직후에 칠숙의 화살을 막을 수 있을지, 초휴 자신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뒤로 물러난다면 초휴는 이미 격출한 마도의 힘에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그 상태로 두 사람에게 협공을 당하면 최상의 상태가 완전히 무너지고 통천탑 쟁탈전에서 뒤로 밀릴 확률이 높았다.
순간 칠숙의 탈백십삼전이 활을 떠나 벼락이 내리치는 듯한 폭발음을 울리며 날아들었다. 화살이 공중을 활공하는 동안 엄청난 굉음이 폭발하듯 진동했다. 칠흑같이 검은 강기에 휩싸인 화살의 속도는 영혼을 따라잡을 정도로 빨라서 초휴에게 고민할 틈을 주지 않았다. 초휴는 긴박한 상황에서 결국 화살을 막기로 결심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통천탑 안의 물건을 차지하는 것보다는 칠숙의 화살을 막는 게 더 급했다. 초휴가 칼을 거두고 방어 태세를 갖추려는 그때 누군가의 청량한 목소리가 허공을 울렸다.
“초 형! 내가 돕겠소!”
이 말과 함께 새하얀 옷을 입은 신형이 산 밑에서 위로 순식간에 뛰어오르며 적홍색의 강기에 휩싸인 방천화극(方天畫戟)을 휘둘렀다. 방천화극이 피에 젖어 하늘에 떠오른 달과 같은 궤적을 그리며 칠숙의 화살을 쫓아 충돌하자 엄청난 폭발음이 울렸다. 흰옷을 입은 사내는 폭발의 충격을 못 이기고 세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칠숙의 화살은 방천화극의 맹렬한 공격에 폭발하여 공중 분해되어 버렸다.
소온후(小溫侯) 여봉선(呂鳳仙)!
난데없이 등장한 인물은 한동안 서초를 주름잡다가 오래전에 자취를 감췄던 여봉선이었다.
여봉선은 그사이에 오기조원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 초휴와 견주어도 결코 손색이 없는 힘이었다. 천인합일의 강자인 칠숙이 쏜 화살을 무력으로 격파할 정도니 그 힘이 얼마나 강한지 충분히 알만했다.
여봉선이 칠숙을 막아서자 초휴는 막 거두려던 칼에 힘을 더욱 맹렬히 실어 명진에게 휘둘렀다. 하늘과 땅을 동시에 집어삼킬 듯 활활 타오르는 마기가 명진을 덮치며 수라참이 소멸하는 순간, 명진은 초휴의 칼에 베여 날아갔다. 가슴에서 붉은 피가 처참하게 터져 나왔다.
이미 기혈이 손상된 명진의 몸은 전보다 훨씬 약해져 있었다. 조금 전이었다면 육신의 힘만으로도 초휴의 칼을 충분히 막았겠지만, 지금은 속수무책으로 큰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초휴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은 명진을 노려보며 살벌한 살기를 내뿜었다. 더는 망설일 것이 없었다. 치열하게 싸우던 적은 이미 중상을 입었다. 인제 와서 화해의 손을 내밀 리가 만무하지 않은가.
그는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날아올라 눈 깜짝할 사이에 명진의 앞에 착지하며 대금강륜인으로 전광석화 같은 공격을 가했다. 명진은 처음 몇 번은 간신히 공격을 막아 냈지만 결국에는 인이 날아들 때마다 처참하게 왈칵왈칵 피를 쏟았다. 참혹해서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이를 지켜보던 칠숙이 화살을 재장전하여 들어 올리는 순간, 두 사람이 연이어 산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놀랍게도 막천림(莫天臨)과 사소루(謝小樓)였다. 두 사람이 여봉선 옆에 서서 사나운 눈길로 칠숙을 노려보자 그는 잠시 갈등하다가 활을 내렸다.
칠숙은 조금 전에 여봉선이 큰 힘을 들이지도 않고 자신의 화살을 공중분해 했을 때 충분히 놀란 상태였다. 게다가 방금 등장한 두 사람이 누군지도 알고 있었다. 든든한 세력을 뒤에 두고 있는 인물들을 건드렸다가는 앞으로 얼마나 큰 평지풍파(平地風波)에 휩싸일지 모를 일이 아닌가.
칠숙의 방해에서 벗어난 초휴는 더더욱 무시무시한 살기를 띤 눈으로, 숨이 꺼져가는 명진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모든 살기를 한주먹에 모았다.
천절지멸망아살권!
살기가 주먹처럼 뭉쳐진 선홍색 섬광이 쾅쾅 가슴에 적중하자 명진은 가슴이 함몰되어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 명진의 눈동자에 서글픈 감정이 희미하게 떠오르는가 싶더니 결국 바닥에 맥없이 널브러지고 말았다. 쓰러진 그의 입에서 새빨간 피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명진의 외관은 온전했으나 몸 안의 심장과 내장은 초휴의 일권에 모조리 찢어져 형체도 남지 않았다.
초휴가 명진을 한주먹으로 박살 내자 좌중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련의 사건에 어떻게 반응해야 좋을지 모두가 감을 잡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