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35)
초종광의 안색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그 상자가 열리기 직전까지만 해도 아들 녀석이 이제 좀 분별력이 생겨, 가문의 규율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고 흐뭇해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순식간에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고 만 것이다.
정개산이 누구던가. 자신의 장인이고 초휴는 자신의 아들이다. 그런데 자신의 아들이 장인을 죽였다니. 어떻게 이런 개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단 말인가! 초종광은 대노해서 탁자를 부서져라 내갈기며 벌떡 일어났다.
“이놈! 이게 대체 무슨 짓이냐?”
그러나 초휴는 침착하기만 했다.
“아버님, 정개산은 우리 가문과 사돈의 연을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씨 가문과 결탁해 사적인 이익을 도모했습니다. 명백히 죽어 마땅한 죄를 지었단 말입니다.”
그 말에 둘째 부인이 초종광의 손을 부여잡고 울며불며 난리를 쳤다.
“대인! 제 아비가 초씨 가문을 위해 딱히 세운 공로는 없다 해도, 물심양면으로 애쓴 노고만큼은 인정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저 짐승만도 못한 놈이 무슨 짓을 했는지 좀 보세요. 대인 제발 이 원통함을 풀어주세요!”
그러자 초휴가 둘째 부인을 노려보며 냉소를 지었다.
“공로는 뭐고 노고가 어떻다고요? 지난 세월동안 초씨 가문이 정개산에게 챙겨준 것들이 적지 않았는데도 결과는 이렇습니다. 뒤통수를 쳐도 정도껏 쳐야지, 어디 감히 이씨 가문과 내통해서 우리 가문의 재산을 축낸단 말입니까? 지난밤 제가 이씨 가문에 포위당해 죽을 위기에 처했는데도, 여기 본가에서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은 굳이 따지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지난번 정개산이 우리의 광석을 오만 칠천 근이나 가져가 놓고도 이를 오만 이천 근이라 속인 것만큼은 묵과할 수 없습니다. 나머지 오천 근이 과연 어디로 갔겠는지 생각해 보세요. 정개산, 그자가 우리 재산을 몰래 빼먹어 자신의 잇속을 채웠는데 어찌 살려둔단 말입니까?”
논점이 다소 빗나가기는 했다. 사실 정개산의 가장 큰 죄목은 외부인과 결탁해 초휴를 죽이려 한 점이었다. 그러나 이것만 내세웠다가는 효과가 미흡할 것 같아서, 대신 그가 초씨 가문의 재산을 건드려 손해를 입힌 부분을 부각시키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럴 경우, 정개산의 비리를 들춰내어도 가문 차원에서 그를 죽여 단죄하는 강경한 결정이 내려지지는 않을 거라는 게 문제였다. 따라서 일단 정개산부터 죽여버린 후, 자신이 그를 처단할 수밖에 없었던 합당한 명분을 내세우는 편이 더 효율적일 거라는 게 초휴의 판단이었다.
“닥쳐라! 내 부친께서 어찌 그런 짓을 하신단 말이냐?”
둘째 부인이 초휴를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울부짖었으나 초휴가 담담히 말했다.
“다들 믿지 못하시겠거든 가서 장부를 한번 확인해보십시오. 이씨 상단을 쳤을 당시에 저는 그들에게서 오만 칠천 근의 광석을 회수했고, 전량 모두 우리 남산 광구에서 나온 것임을 확인했습니다. 집사들이 이미 검증도 했습니다. 일전에 광석을 개산무관으로 싣고 갔던 집사를 불러서 장부의 숫자를 고쳤는지의 여부를 확인해보셔도 좋겠지요.”
초종광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집사들을 부른 다음 직접 심문에 들어갔다. 집사들이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이미 대세는 기울었다. 그러니 더 이상 속일 엄두를 못 내고 초종광에게 사실대로 고하였다.
그 사실에 제일 놀라고 당황한 건 둘째 부인이었다. 정개산이 딸한테조차 꼼수를 피웠을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그토록 은자가 필요했다면 자기한테 직접 말했으면 되었을 게 아닌가. 자식 된 도리로 부친의 부탁을 거절했을 리도 없는데. 결과적으로 정개산은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간 셈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초종광의 두 눈이 분노로 이글이글 타올랐다. 초휴가 독단적으로 정개산을 죽이고 뒤늦게 이를 자신에게 보고한 것에 대해서는 확실히 격노했다. 그러나 그를 더 분노케 한 것은 둘째 부인이 가문의 이익을 손상시키면서까지 뒷구멍으로 일을 꾸몄다는 사실이었다.
“여봐라, 둘째 부인을 모시고 나가 안정을 취하게 해라. 슬픔이 과해서 앞으로 바깥출입은 어려울 것 같구나.”
이로써 초종광은 자신의 속내를 공표했다. 정개산이 저지른 짓이 단순하지가 않으니 당장 성급히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둘째 부인을 방 밖으로는 한 발짝도 못 나오게 하겠다는 뜻을 선언한 셈이다.
뒤이어 초종광의 시선이 초생에게로 향하자 그가 다급히 부르짖었다.
“아버님,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러나 초생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이 말은 설득력이 떨어졌다. 그러니 초종광의 귀에는 얼마나 가소롭게 들렸을까. 여태껏 초종광은 초생이 적어도 규칙이 무엇인지 정도는 알고 처신했기 때문에 그만하면 쓸 만한 아들이라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지금 초종광은 초생이 역겹게 느껴져서 신경질적으로 손을 내저으며 윽박질렀다.
“입 닥쳐! 그동안 네놈의 무공이 왜 그리 형편없나 했다. 뒤에서 쥐새끼마냥 꼼수나 부리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군그래. 우리 집안은 엄연히 무림세가다. 무공실력이 받쳐주지도 않는 주제에 가주 자리를 꿈꿔? 네 큰형과 작은형이 진작 응혈경에 접어든 동안 네놈은 여직 쉬체경 나부랑이가 아니냐. 앞으로 모든 가업에서 손을 떼고 얌전히 방구석에 처박혀 네 어미나 돌보면서 수련만 하거라!”
초생의 얼굴은 새하얗게 변했다. 이로써 초종광은 초생의 가주 승계자 자격을 사실상 박탈한 셈이었다. 하인들이 둘째 부인 모자를 끌어내다시피 데리고 나가자, 초종광이 골치가 아픈 듯 머리를 매만지며 하명했다.
“여러 숙백님들, 그리고 진 집사는 이씨 가문의 재산을 접수할 사람을 보내고 나머지는 물러들 가거라. 그리고 초휴, 너한테는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다음부터는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반드시 내게 먼저 보고해라. 또 거역할 시에는 너도 모든 가업에서 손 뗄 각오를 해야 할 것이야. 당장 사당으로 가서 무릎 꿇고 반성해라.”
이씨 가문을 멸한 것은 경사에 해당될 일이었으나, 초종광은 이 모든 일들이 골치 아프게만 느껴졌다.
초휴는 이미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어서 부친의 명에 고분고분 대답하고 물러갔다. 즉, 이씨 가문을 멸문시켰으나 초종광의 처벌은 피해 갔고, 문중에서 자신의 위상은 하늘을 찌를 듯 올라갔으며, 내친김에 둘째 부인 모자도 가주 경쟁에서 떨쳐버렸다.
무엇보다도 이씨 가문의 재산 중 삼분의 일을 자신이 차지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거사는 의미가 컸다. 이로써 그는 앞으로 당분간 수련에 필요한 자금과 자원이 모자랄 걱정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씨 재산의 나머지 삼분의 이를 문중에 내어놓기로 한 결정은 그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부분이었다. 그거라도 내놓지 않으면 남들이 보기에 초종광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이씨 가문을 멸문한 명분이 부족할 성싶었기 때문이다. 또한 초씨 가문의 다른 이들도 배불리 먹여주지 않으면, 초휴 혼자 독식하도록 놔둘 리가 만무하기도 했다.
초휴가 처소로 돌아오자 고비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그에게 말했다.
“공자님, 이번에 정말 대박이 터졌어요. 이씨 가문의 집과 전답 등은 빼고라도, 순전히 저들의 자산만 계산해도 합해서 백만 냥은 넘을 거 같습니다!”
초휴가 그 말에 되레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통주부에 백여 년 가까이 터를 잡고 살아온 것들이 자산이 고작 백만 냥밖에 안 된다고? 아무리 집과 전답을 계산에 안 넣었다고 해도 너무 적잖아?”
“공자님, 그 정도면 충분하지 뭘 그러세요? 지난날 거기 가주가 죽은 뒤로 사람들 마음도 해이해지고 하인들도 많이 빠져나간 탓에 어수선했으니 타격이 컸겠지요. 이제 가까스로 안정을 되찾아가던 참이었으니까요. 게다가 이씨 가문의 주력사업은 병기제조인데 그건 연나라 청원진 쪽에서 하고 있으니 계산에 포함되지 않기도 했고요.”
고비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하자 초휴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알았다. 네 말도 일리가 있다. 그리고 이씨 재산 가운데 우리가 삼분의 일만 갖고 나머지는 문중에 바치기로 했어. 무엇보다도 수련자원의 확보가 최우선이라는 걸 명심해.”
고비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큰일을 할 그릇은 못 되어도 작은 일은 깔끔하게 잘 처리하는 편이었다. 그는 거의 하루 동안 문중 집사들과 함께 이씨 가문의 재산을 정리하면서 초휴가 원했던 수련자원을 우선적으로 확보했다. 이씨 가문의 수련자원은 여러모로 초씨 가문보다 미흡해서 그 흔한 단약 제련사도 없이 단약 종류를 죄다 외부에서 사들여오는 형편이었다.
이미 응혈경에 이른 초휴에게 보기산 및 응혈단 같은 것들은 별로 의미가 없었다. 대신 그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한 것은 뜻밖에도 이씨 문중에서 발견된 벽옥단(碧玉丹) 세 병이었다.
연나라에서 많이 재배되는 진귀한 약초로 만든 벽옥단은 그 형상이 벽옥을 닮았다 하여 그리 불리는데, 진기를 양성시키고 골수 정화 및 신체 단련 효능이 뛰어났다. 연나라의 일부 대형 문파들이나 이를 제조할 능력이 있다 보니 한 알 가격이 수백 냥에 달하기도 하여, 웬만한 사람 주머니 사정으로는 엄두도 못 낼 비싼 단약이었다. 이 세 병의 벽옥단은 애당초 이승 형제가 복용하려고 연나라에서 특별히 사온 듯한데, 결국 초휴의 수중에 떨어지고 만 것이다.
벽옥단 여러 알을 연달아 복용한 초휴는 선천공을 운용하여 단약의 힘을 체내로 흡수했다. 이것이 바로 고급 무공을 익힌 이점이었다. 평범한 사람 같았으면 초휴처럼 그렇게나 여러 알을 통째로 연달아 삼키기는 불가능했으니까.
응혈경에서 선천경으로 도약하는 과정이야말로 무엇 하나 쉬울 게 없는 험난한 여정이라서, 충분한 자원과 천부적 자질이 뒷받침되어야만 했다. 쉬체경에서는 근골과 육신을 단련하고 응혈경에서는 기혈을 응축시키는 수련을 행한다. 선천경에서는 이 두 가지 경지를 한데 합쳐 기혈과 근골을 철저히 하나로 융합시킴으로써, 갓 태어난 아기와도 같이 체내에 불순물이라고는 전혀 섞이지 않은 경지에 이르게 된다.
쉬체경과 응혈경은 평범한 강호인들도 도달 가능했다. 그러나 강호에서는 고수의 대접까지는 못 받더라도 행세를 하고 다니려면 선천경에 이르러야 했다. 통주부처럼 작은 도시에서는 초종광이 선천경이 되고서 한 가문을 세울 정도였으니, 이 경지가 갖는 의미는 긴 설명이 불필요했다. 천부적 자질이 따라준다면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히 선천경에 이를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라면 자신의 깨달음과 의지력으로 죽어라 노력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간 수련과정을 거치면서 초휴는 자신의 천부적 자질이 이씨 가문 형제들과 별반 차이 없는 평범한 수준임을 깨달았다. 그나마 자신이 내세울 만한 강점은 선천공을 수련했다는 것이다. 이 무공은 초휴의 무공토대를 개선해주어 그의 기본기를 탄탄히 다져주었고, 덕분에 수련 속도도 동급의 무사들보다 훨씬 빨랐다. 물론 이 빠름의 비교대상은 평범한 무사들이고, 진정한 천재들과 비교한다면 또 얘기가 달라지는 것이지만 말이다.
지금 초휴가 의구심을 갖는 것은 자신이 대관절 어떤 절호의 기회를 만나기에, 훗날 강호를 혼란에 빠뜨릴 마교 교주가 되는가 하는 것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리 궁리에 궁리를 거듭해도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무릇 강호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는 무조건 무공실력으로 승부가 판가름 나게 마련이다. 일전에 이택에게도 말했듯이 사람이 제아무리 마음속에 천 가지 만 가지의 술수를 품고 있어도, 무공실력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남 좋은 일만 시켜주게 될 뿐이었다.
초휴는 그런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벽옥단을 손에 넣자마자 폐관수련에 들어가기로 했다.
통주부의 시국이 하루가 다르게 급박히 돌아가는 것을 보통사람들은 감지 못했는지 몰라도, 강호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무사들은 지난 며칠간 격랑이 몰아쳤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곳에 백 년간 터를 잡아온 이씨 가문이 고작 초휴 한 사람에 의해 하루아침에 멸문을 당했다는 사실은 그 누구도 믿기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세간에서는 초씨 가문이 뒤에서 초휴를 도와준 것이 분명하다고도 했고, 심지어 초종광이 초휴에게 가주 자리를 물려주기 위해 일부러 공을 세울 기회를 만들어준 것이라고도 했다.
이 소문이 초씨 가문에도 흘러 들어가자, 평소 초종광이 초휴를 대하는 태도가 어떠한지 잘 아는 문중 사람들은 어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다.
한편으로는 개산무관 정개산의 의문스러운 죽음을 두고 사방에서 유언비어가 난무하기 시작했는데, 초씨 가문이 이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이틀 만에 유야무야 사그라지고 말았다. 그로부터 보름이 지나자 길거리에서 그 얘기를 꺼내는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
그즈음 초휴도 폐관수련을 마치고 나왔다. 그동안 벽옥단 한 병치 분량을 모두 체내에 흡수시켰고, 나머지 두 병은 잠시 보관해두기로 했다. 폐관수련도 순서에 맞게 이루어져야 효과가 있는 만큼, 벽옥단 한 병 분량을 연달아 흡수한 다음에는 반드시 일정한 시간 동안 휴식을 취하여 그 약성분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체화시켜야만 했다.
후원에서 잠시 검법을 수련하자 단전에서부터 기혈이 끓어오르더니 그 뜨거운 흐름이 혈맥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초휴는 자신의 진기가 그 사이 또 한 번 강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막 수련을 시작했을 때의 진기가 시냇물에 불과했다면 지금은 하천만큼 불어났다고나 할 수 있었다.
끝
ⓒ 봉칠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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