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351)
351화 사공이 많은 배
초휴가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문이 폭발하며 한 인영(人影)이 미친 듯이 밖으로 뛰어나왔다. 누군가 했더니 당아(唐牙)였다. 당아의 뒤에서 강기로 형성된 무형의 화살 세 발이, 줄에 꿰인 구슬처럼 당아를 향해 쏘아지고 있었다.
당아는 폭발적인 강기를 내뿜는 화살 한 발을 단도 두 자루로 겨우 막았다. 그러나 두 번째 화살을 막자 단도는 폭발을 견디지 못하고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당아의 입에서도 피가 흘러내렸다. 그가 필살기를 사용하여 세 번째 화살을 막으려던 순간, 허공을 가로지르며 날아오는 강기 화살을 한줄기 검은 도망이 휙 하고 베어 없앴다. 한숨 돌린 당아가 고개를 드니 미간을 잔뜩 찌푸린 초휴가 다가오고 있었다.
“어찌 된 건가. 안에 우리보다 먼저 온 사람들이 있는 건가?”
당아는 초휴인 걸 확인하고는 한시름 놓으며 대답했다.
“하후씨의 사람과 잠부자가 안에 있습니다. 월녀궁과 다른 사람들도 있고요. 그런데 하후가문 놈들이 이 무고를 독차지하고 싶었는지, 갑자기 전력을 쏟아 잠부자를 제압하고는 나머지 사람들도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안불귀(雁不歸)도 안에서 놈들을 막고 있습니다만, 하후씨의 그 천인합일 무사를 당해내기는 어려울 거 같습니다.
여봉선은 여기 들어오기 전에 이미 칠숙의 탈백십삼전을 거뜬히 받아쳤었다. 그러나 당아는 여봉선이 아니다. 칠숙이 아직 삼화취정인 당아에게 탈백십삼전을 쏘았다면 그는 순식간에 격살 당했을 터였다. 그러나 칠숙이 쏠 수 있는 탈백십삼전은 단 열세 발뿐이었다. 이미 밖에서 한 발을 사용한 그는 당아 같은 잔챙이에게 화살을 낭비하기 싫어 그냥 강기로 출수했던 것이다. 하지만 당아에게는 그것도 벅찼다. 때마침 힘이 바닥났을 때, 초휴가 공격을 막아 주어서 천만다행이었다. 초휴가 아니었으면 죽지는 않았어도 큰 부상을 입었을 것이다.
초휴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안에 있는 보물을 하후씨가 독차지하게 둘 수는 없지. 다들 들어가서 공격하세!”
초휴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일행은 무고 안으로 진입했다. 통천탑의 무고 내부는 제법 커서 둘레가 백 장 정도는 되어 보였다. 둘레는 헐벗은 듯 텅텅 비었지만, 정중앙에는 거대한 청동 나무가 우뚝 서 있었고, 청동 나무의 가지마다 각기 다른 크기와 모양의 비전함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아무리 머리가 모자란 사람이라도 꼭대기로 갈수록 귀한 물건이 있을 거라는 짐작은 할 터였다. 그러나 지금은 청동 나무의 가장 아래층만 텅텅 비어 있었고 상부에 달린 비전함은 그대로였다. 윗부분에 달린 비전함이 더 귀하다는 것을 몰라서 남겨둔 게 아니었다.
보물을 차지하려고 몰려든 자들이 피아 구분 없이 상부로 올라가려고 피 튀기게 싸우는 바람에 아래층은 이미 아비규환이었다.
잠부자와 격렬하게 싸우고 있는 칠숙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칠숙의 탈백십삼전은 아홉 발이 남아 있었고 잠부자가 쥔 장검엔 금이 가 있었다. 칠숙에게 호되게 당한 게 분명했다. 칠숙은 탈백십삼전을 거두고 강기로 만든 화살만으로 잠부자를 상대하고 있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부자를 압도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조만간 승부가 날 것 같았다.
그 아래에서는 하후무강이 안비연과 겨루고 있었다. 순수하게 실력으로만 논한다면 하후무강보다 안비연이 훨씬 월등할 것이다. 안비연은 하후무강보다 빨리 오기조원에 이르렀고 월녀궁의 월녀검전은 일대일 대결에서 가공할 파괴력을 발휘하니까 말이다. 정정당당하게 겨뤘다면 하후무강이 고전했을 테지만, 그는 안비연의 사매들을 어신술로 조종하며 인간 방패로 쓰고 있었다. 치사하고 비열한 수단이었지만, 안비연이 사매들이 다칠까 봐 전력을 다한 공격을 못 하고 있으니 효과만큼은 확실했다.
더 아래에서는 파산검파의 제자들과 낭인, 군소 문파 무사들, 초휴의 수하들이 청동 나무의 비전함을 차지하기 위해 난장판으로 뒤엉켜 싸웠으나 어떻게 해도 비전함을 차지할 수는 없었다. 누군가가 비전함에 손을 대려고만 하면 칠숙이 화살을 쏘는 바람에 당아처럼 부상을 당해 나가떨어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치열하게 싸우는 와중에 초휴가 등장하자 모두 속으로 망했다고 중얼거렸다. 안 그래도 난장판인 쟁탈전에 초휴 일행까지 끼어들면 그야말로 개판 오 분 전이 되지 않겠는가.
초휴가 여봉선에게 눈짓하자 두 사람은 동시에 정중앙의 청동 나무를 향했다. 두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한 잠부자와 칠숙은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를 겨눈 무기를 거두고 여봉선과 초휴에게 화살과 검망을 쏘아대며 다가오지 못하게 막았다. 조금 전까지 죽어라 싸우던 그들이었지만, 초휴 일행이 어부지리를 챙기게 해줄 수는 없었던 것이다.
잠부자와 칠숙이 앞을 가로막자 초휴는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사공이 한 사람이면 혼자서 노를 젓고, 사공이 두 사람이면 힘을 모아 노를 젓지만, 사공이 세 사람이면 배가 산으로 가는 법이라고 했지.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계속 이런 식으로 싸우다가는 아무도 열매를 얻을 수 없소. 통천탑이 열린 후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알 수 없고, 그사이에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는지도 알 수 없소. 그러니 셋이서 나무에 달린 보물들을 공평하게 나누는 게 어떻겠소?”
잠부자는 초휴의 제안에 마음이 살짝 동하여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떻게 나눈단 말이지? 보물은 모두 비전함에 담겨있소. 비전함을 하나하나 다 열어보자는 말인가? 그리고 가장 꼭대기에 달린 게 통천탑에서 가장 귀한 보물일 거 같은데, 그건 누가 차지하지? 그걸 명확히 하는 게 우선이오.”
잠부자에게 있어 통천탑은 횡재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초휴와의 원한은 초휴의 실력을 눈으로 확인한 순간 내려놓기로 했다. 초휴의 실력이 보잘것없고, 그의 뒤에 관중형당이라는 세력이 없다면 잠부자는 진작에 아끼는 제자의 복수를 했을 터였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초휴를 죽이기도 어려울뿐더러, 죽인 뒤에도 후환이 심각할 테니 수지가 맞지 않는다.
초휴가 말한 것처럼, 무수히 제자가 많은데 그중 한 명의 복수에만 집착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따라서 자신이 손해 보지만 않는다면 셋이서 공평하게 보물을 나누자는 초휴의 제안에 응할 생각이었다.
아래에서 싸우던 낭인, 군소 문파 무사들은 초휴의 말을 듣고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난장판으로 혼전을 치르다 보면 어찌해서 값진 것을 하나라도 손에 넣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저 셋이 공평하게 보물을 나누면 자신 같은 잔챙이들엔 콩고물도 떨어지기 어려울 게 아닌가.
이때 하후무강이 월녀궁과 싸움을 멈추고 다가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잠 장로, 제자의 복수는 아예 포기한 겁니까? 파산검파는 칠종팔파(七宗八派)의 한 갈래로 서초에서는 명성이 드높은 문파가 아니오? 잠 장로도 서초 무림에서는 비중이 꽤 높은 분이고 말이오. 사부가 제자의 복수를 제쳐두고 보물에 혈안이 돼서 적과 손을 잡다니! 비명에 간 제자가 이 사실을 알면 구천에서도 편히 눈을 감지 못할 거요!”
잠부자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하후무강의 말이, 초휴를 공격하도록 자신을 부추기려는 의도인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이런 지적을 당하다니, 자신의 치부가 드러난 것 같아 부끄러움을 견딜 수가 없었다.
잠부자는 알고 있었다. 오늘 있었던 일은 반드시 여기 모인 낭인, 군소 문파 무사들이 강호에 널리 퍼트릴 것이다. 그리고 당장 내일 아침이면 강호 사람들이 저마다 시끄럽게 떠들 것이다. 그 유명한 잠부자가 자신의 제자를 죽인 철천지원수 초휴가 두려워 벌벌 떨며 마지못해 손을 잡았다고 말이다. 강호의 호사가들이 일제히 주둥이를 열어 수다를 떨기 시작하면 자신의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과장되고 왜곡되어 퍼질지 모를 일이 아닌가.
하후무강이 의도한 대로 잠부자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그런 하후무강을 바라보는 초휴의 눈동자에는 냉기와 살기가 가득했다. 신병대회에서 충돌한 이후, 하후무강은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다. 적어도 오합지졸을 부추겨 자신을 죽이려 했던 당시보다는 현명해 보였다.
당시의 하후무강은 재능과 좋은 집안 배경을 믿고 함부로 날뛰는 싹수가 노란 망나니였다. 고작 여자 하나 때문에 구대 세가의 후예 중 하나인 막천림을 건드릴 정도로 경솔하고 유치한 인물이었는데, 지금은 초휴가 경계해야 할 만큼 무시 못 할 인물로 성장한 것이다.
초휴는 잠부자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잠 장로, 통천탑이라는 귀한 기회를 눈앞에 두고 그냥 빈손으로 돌아갈 생각입니까? 듣자 하니 파산검파의 장로는 다른 문파와는 다르다더군요. 천인합일에 오르고 나이가 쉰이 넘으면 자연히 오르는 자리여서 대우가 별로 좋지 않다고 들었소. 그러나 이 통천탑이라면 적어도 지난 몇 년간 그대의 종문이 준 것보다 훨씬 많은 자원을 손에 넣을 수 있을 겁니다.”
초휴의 말에 잠부자는 다시 마음이 움직였다. 파산검파 장로의 명성이 대단하긴 하지만 실질적인 대우는 그렇지 못했다. 다른 문파는 오랜 세월 인격과 덕망이 충분히 입증되고 실력 또한 초절정에 오른 노선배에게 장로의 지위를 부여했다. 그러나 파산검파에서 장로가 되는 것은 별로 어렵지 않았다. 실력과 연령이 조건에 맞으면 즉시 장로로 임명하는 대신, 대우는 다른 문파의 장로와 비교할 수 없이 낮았다. 해서 그는 통천탑의 보물이 절박했다. 이익과 명예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선택 장애를 일으키는 그에게 하후무강이 큰 소리로 외쳤다.
“잠 장로, 나는 보물이 필요 없으니 이곳의 보물은 모두 장로께 드리리다. 대신 나와 칠숙 편에 서서 함께 초휴를 해치워 주면 됩니다. 그러면 하후씨는 통천탑에서 쟁탈한 모든 보물에서 손을 떼겠습니다!”
무고 안에 있던 모두가 깜짝 놀랐다. 뜻밖에도 하후무강의 초휴에 대한 감정의 골은 통천탑의 모든 보물을 포기할 정도로 깊었다. 물론 하후무강도 통천탑의 보물이 탐나기는 했지만 잠부자 만큼 절실하지는 않았다. 하후무강은 하후 가문의 걸출한 젊은 세대였고, 그의 부친 역시 하후씨의 가주인지라 원하는 자원을 풍족하게 얻을 수 있었다. 하후씨의 모든 자원이 하후무강 한 사람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지만, 젊은 제자들에게 제공되는 자원의 거의 절반은 하후무강의 차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게다가 하후씨의 제자들은 어신술의 특성 때문에 다른 무공을 연마하지 않았다. 해서 하후무강은 여기서 얻은 무공비급을 다른 가문에게 넘기고 그 대가로 다른 보상을 챙길 생각을 처음부터 하고 있었다. 내친김에 잠부자에게 보물을 제공하고 대신 초휴를 제거하는 것도 손해 보지 않는 장사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후무강이 조건을 제시한 순간 잠부자의 마음은 결정되었다. 그는 장검을 굳게 쥐고 칠숙의 옆에 섰다. 제자의 복수는 둘째 치고 통천탑의 모든 보물을 넘겨받는 것이 훨씬 중요했다. 힘을 합쳐 초휴를 죽이면 월녀궁과 기타 잔챙이 무사들만 남는다. 월녀궁 쪽은 천인합일 경지의 고수가 없고 잔챙이들이야 쉽게 쓸어버릴 수 있으니, 하후씨만 보물에서 손을 뗀다면 모든 게 자기 것이 되지 않겠는가. 깊게 생각할 필요도 없는 간단한 문제였다.
초휴는 차갑게 얼어붙은 살벌한 시선으로 잠부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잠 장로, 나와의 원한은 잠시 내려놓은 줄 알았는데 굳이 다시 나에게 검을 겨누다니, 큰 실수를 했다는 걸 깨닫게 될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