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352)
352화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잠부자 역시 담담한 어조로 맞받아쳤다.
“초휴, 너는 내 제자를 죽였다. 이렇게 깊은 원한을 이 잠부자가 쉽게 잊을 줄 알았더냐? 만약 네가 오늘 살아남는다면 너와 나 사이의 악연은 끝난 거로 치겠다.”
초휴는 입가에 오싹하고 서늘한 미소를 머금으며 대꾸했다.
“오늘 내가 여기서 죽지 않는다면 죽는 것은 당신이 될 것이오!”
잠부자는 초휴가 내뿜는 심상치 않은 살기를 느끼고 마음 한구석이 으스스하게 떨렸지만, 곧 심지를 굳게 다지고 냉소하며 외쳤다.
“헛소리!”
아무리 그래도 강호의 대선배인 자신이 어찌 초휴같이 새파란 자에게 겁을 먹겠는가! 정말 가소로운 일이 아닌가.
그때 칠숙이 옆에서 탈백십삼전 중 한 발을 꺼내, 거대한 활에 장전하며 차갑게 말했다.
“됐소. 불필요한 말싸움이 뭐가 필요하오. 당장 해치워 버립시다!”
칠숙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화살이 시위를 떠나 우레와 같은 속도로 초휴를 향했다.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내박인(內縛印)의 힘으로도 피할 겨를이 없었다. 그리고 피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칠숙의 화살은 눈 깜짝할 사이에 초휴의 영혼을 붙들고 늘어졌고, 초휴는 마치 영혼을 빼앗긴 느낌이 들었다. 그가 어디로 피하든 칠숙의 화살은 그를 따라다니며 놓아 주지 않을 테니까. 초휴가 할 수 있는 건 안간힘을 다해 저항하는 것뿐이었다.
마도가 칼집에서 빠져나오자, 오싹한 마기와 혈기가 한데 응집되더니 폭발적인 힘이 분출되며 아비마도가 세 차례 연속 격출 되었다. 일도는 칠숙이 쏜 화살의 강기에 닿자마자 파열되었고, 이도는 강기를 찢는 데는 성공했으나 곧 빛이 꺼져 소멸했다. 이어서 삼도가 격출 되었을 때가 돼서야, 초휴는 비로소 칠숙의 화살에 대항할 수 있었다.
천지를 흔드는 듯한 금속성이 터져 나오며 칠숙의 화살이 부서지자, 초휴는 삼보를 후퇴했다. 팔이 마비된 듯 저릿저릿했다.
그는 온 신경을 칠숙에게 집중시켰다. 칠숙을 응시하는 초휴의 미간엔 잔뜩 주름이 잡혀 있었다.
칠숙은 그가 지금까지 싸운 천인합일 중 최강자라고 할 만했다. 아마 천죄 타주, 무상마종의 육 선생 같은 무도종사급 고수들 다음가는 실력자일 것이다. 게다가 탈백십삼전의 위력은 실로 무시무시했다. 칠숙은 평생, 이 십삼전 만을 연마했다. 극단적인 선택이기는 했으나 덕분에 화살마다 전신의 모든 힘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동급의 고수 중에서 그의 탈백십삼전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손으로 꼽을 정도일 게 분명했다. 초휴에게는 정말 성가신 상대인 것이다.
그러나 칠숙도 초휴 못지않게 경악하고 있었다. 탈백십삼전의 위력은 칠숙 자신이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런 강력한 화살을 여봉선이 막았을 때도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는데, 초휴마저 자신의 화살을 방어해 냈으니 기가 막혔다. 대체 저 엄청난 젊은 준걸들은 어디서 튀어나온 걸까? 칠숙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후무강은 저 초휴나 여봉선보다 한 수 아래였다.
한편 칠숙이 출수하자 잠부자도 망설임 없이 장검을 휘둘렀다. 새파란 검망이 검에 맺히는가 싶더니 자줏빛 기운이 번쩍하고 번개 같은 속도로 초휴를 향해 쏟아졌다. 그러자 초휴의 옆에 있던 여봉선이 방천화극을 휘두르며 초휴의 앞으로 나섰다. 방천화극은 피를 머금은 달빛 같은 적홍색 기운을 폭발적으로 내뿜고 있었다. 그런 방천화극을 내리치는 그의 모습은 마신처럼 광포해 보였다. 누가 저 모습을 보고 평소 온화한 성품의 미남자 여봉선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그의 실력은 절대 잠부자에게 밀리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막천림 등도 하후무강과 파산검파의 다른 제자들과 뒤엉켜 혈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무고 안의 혼란은 한층 더 고조되었다.
그때 월녀궁의 완아는 기회다 싶어 한껏 흥분한 말투로 안비연에게 말했다.
“사저, 모두가 초휴를 집중하여 공격하고 있으니 우리도 가세하는 게 어때요?”
완아의 철딱서니 없는 말에 안비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나무랐다.
“안 된다. 나는 아까 초휴에 대한 악감정을 거두기로 여봉선과 약조했어. 인제 와서 약속을 깨면 월녀궁의 체면이 어떻게 되겠니? 초휴가 네 검을 망가뜨려서 화가 많이 난 건 알지만, 너도 이제부터는 화 다스리는 법을 좀 배워. 우리 월녀궁은 옛날의 월녀궁이 아니야. 옛날에는 성질대로 굴어도 아무 문제 없었지만, 지금의 강호인들은 달라. 옛날처럼 모두가 우리의 체면을 살려 주지는 않을 거란 말이지. 그냥 저 사람들끼리 싸우도록 놔두고 우리는 비전함이나 챙기자꾸나. 네 검은 월녀궁으로 돌아가면 내가 다시 주조해 주마.”
완아는 입을 삐죽거리면서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월녀궁의 제자 중 가장 위세가 큰 안비연의 말을 어찌 거역할 수 있겠는가. 월녀궁에서 안비연의 위세는 몇몇 사장(師長, 스승이나 나이 많은 어른)을 능가할 정도였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안비연이 사매들을 챙기는 마음이 극진한 것도 한몫했다. 누군가를 편애하여 파벌을 조성하는 행동이 눈곱만큼도 없는지라 월녀궁의 사장들은 그녀를 차세대 궁주감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무고 안의 보물을 챙기는 것도 현재로서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고 안에서 득시글대는 낭인, 군소 문파 출신의 무사들은 실력이 약하긴 했으나 수가 너무 많아 당해 내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실력 자체는 약하지만 괴상한 능력으로 천인합일의 경지에 오른 윤라화 같은 괴걸(怪傑)도 있었다. 물론 안비연의 실력이 그들보다 월등히 높았고 월녀궁 제자들도 그들에 비해 약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보물을 빼앗기고 싶지 않은 마음이 모두 강렬했기에 꽤 힘겨운 혼전을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때 칠숙이 또 탈백십삼전을 손에 쥐었다. 여봉선에게 막히고 초휴에게 또 한 발 막혔으며, 잠부자를 상대할 때 세 발을 쐈으니 남은 건 여덟 발이었다. 이 남은 여덟 개의 화살로 초휴를 죽일 수 없다면, 적어도 심각한 부상이라도 입혀야 했다.
중상을 입은 초휴라면 두려워할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칠숙이 정신을 집중하자 그의 눈에서 찬란한 광채가 번쩍였다. 작은 태양이 뜨기라도 한 것처럼 눈이 부실 정도로 밝고 신비로운 광채였다. 그러자 시위를 떠난 화살 위에서 휘몰아치던 폭풍이 천지의 힘을 집어삼키며 점점 거세게 확대되더니, 초휴 가까이 이르렀을 때는 십여 장 길이나 되는 맹렬한 소용돌이가 되어 용솟음쳤다. 실로 무시무시한 기세였다.
초휴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칠숙 쪽으로 다가가며 지권인을 취했다. 강기 영역이 지권인의 힘으로 흩어지며 소용돌이가 눈에 띄게 느려지자, 초휴는 칼을 휘둘러 화살을 흔적도 없이 베어 버리는 데에 성공했다. 그러나 초휴가 숨을 돌릴 틈도 없이 요란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고개를 드니 두 번째 화살이 어느새 코앞까지 도달해 있었다.
* * *
혼을 빼앗는 칠숙의 탈백십삼전은 단 여덟 발이 남아 있었다. 이 여덟 발로 초휴에게 중상을 입힌다면 초휴는 통천탑을 쉽게 빠져나가지 못할 터였다. 첫 번째 화살은 초휴의 지권인에 막혔지만, 두 번째 화살은 이미 초휴의 코앞에 와있었다. 첫 번째 화살이 광란의 폭풍이었다면 두 번째 화살은 소름 끼치도록 날카로웠다.
아직 몸에 적중하지 않았는데도 무지막지한 압력이 초휴의 전신에 밀려들었다. 뼛속까지 뚫리는 듯한 거대한 힘이었다. 초휴는 큰소리로 기합을 넣으며 대금강륜인을 내질렀다. 양손으로 한 번, 또 한 번 반복해서 내지르다 보니 순식간에 십여 차례에 이르는 대금강륜인을 출수했다.
쾌만구자결(快慢九字訣)의 모든 초식은 적지 않은 내력을 소모한다. 초휴가 가장 처음 숙달한 인법인 대금강륜인은 위력이 약하지 않은 데 비해 다른 인법 보다 힘의 소모가 적어 초휴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기술이었다. 하지만 그런 대금강륜인이라도 연속으로 열 번을 내질렀으니, 체력 소모가 극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칠숙의 화살은 겨우 박살 냈지만, 그의 손아귀에서는 어느새 피가 배어 나왔고 어깨는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다.
초휴는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칠숙을 노려봤다.
칠숙은 그에게 단 두 발만 쏘았을 뿐이고 아직 쏠 수 있는 화살이 여섯 발이나 남아 있었다. 초휴는 과연 자신이 저 화살들을 막을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계속 이런 식으로 싸운다면 결국 힘이 다하여 칠숙에게 목숨을 잃을 게 아닌가.
해서 초휴는 두 번째 화살을 막자 즉시 내박인을 취해 섬광처럼 칠숙에게 달려들었다. 초휴에게 칠숙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오직 근접전뿐이었으니까. 칠숙의 무공은 오직 그의 활과 화살로 이루어져 있었다. 탈백십삼전을 쏘지 않을 때는 내력의 강기로 무형의 화살을 만들어 쏘기는 했다. 그러나 그 외의 다른 무공을 칠숙이 쓰는 것을 초휴는 전혀 보지 못했다. 그러나 혹시 다른 무공을 할 줄 안다고 해도 큰 상관은 없을 터였다.탈백십삼전을 저 정도 수준으로 연마했다면 다른 무공에 그 정도의 공을 들일 여유는 없을 게 뻔하지 않은가.
한편 칠숙은 초휴가 자신을 향해 몸을 던지자 입꼬리를 올려 냉소했다.
활을 주무기로 쓰는 무사는 강호에서 보기 드물다. 사실은 거의 없다고 하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활은 지나치게 극단적인 무기이기 때문이었다. 원거리에서는 무적이지만 근접전에서는 치명적으로 약해서, 단번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이 활이라는 무기의 특성이었다.
게다가 칠숙은 선천경에 오른 이후, 오로지 탈백십삼전의 연마에만 전념하여 지금 이 수준에 이르렀다. 활을 쓰는 다른 무사들이 근접전에 필요한 무공을 함께 익히며 실력을 키운 반면, 칠숙은 극단적으로 탈백십삼전의 연마에만 주력했다.
그에게는 수많은 격전 끝에 살아남으면서 터득한 나름의 요령이 있었다. 적이 다가오지 못하게 하는 방법은 사실 간단했다. 적이 달려드는 도중 화살을 쏘아, 가까이 접근할 여지 자체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초휴가 태세를 바꾸어 몸을 던지자, 칠숙은 재빨리 화살 세 발을 집어 거대한 활에 장전했다. 세 발의 화살은 각기 다른 힘을 지니고 있었다. 첫발에는 금방이라도 내려칠 듯한 천둥, 두 번째 발에는 모든 것을 얼려버릴 듯한 냉기, 마지막 화살에는 작열하는 뜨거운 화염이 서려 있었는데, 화살이 끌어당긴 천지의 원기가 그 주변을 불타듯 활활 맴돌았다.
세 발의 화살, 탈백추혼(奪魄追魂)!
벼락이 내려치는 듯한 굉음이 울리는 동시에 강력한 기세가 무고 전체를 순식간에 휩쓸었다. 무고 안에 있던 모두의 시선은 칠숙과 초휴가 싸우는 쪽을 향했다. 푸른색, 남색, 붉은색의 화살 세 발이 마치 유성이 쏟아지듯, 초휴에게 날아가 무시무시한 돌풍을 일으키며 폭발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경악해서 입을 다물지 못했는데, 잠부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칠숙은 종전에 잠부자를 공격하여 제압하기는 했지만 죽이려고 전력을 다해 달려든 게 아니라 보물을 빼앗으려 했을 뿐이었다. 하후씨와 파산검파는 깊은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목숨을 빼앗으면서까지 싸울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통천탑 안에서 언제 어떤 위기에 봉착할지 예측할 수 없으니 열세 발의 탈백십삼전 전부를 잠부자에게만 쏟아부을 수도 없었다. 그러나 지금 잠부자가 눈으로 직접 칠숙의 화살 세 발이 우레처럼 몰아치는 것을 확인하니, 자신이었다면 저걸 막을 수 있었을지 장담하기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