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374)
374화 의외의 인물, 방칠소
용호방 삼 위인 방칠소는 천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검의 천재로 강호에 명성이 자자했다. 일곱 살에 검을 배우기 시작한 이래로 불과 오 년 만에 검왕성 사대 검당(劍堂)을 두루 섭렵했으며, 그 수련 수준이 검왕성 검술 교두도 능가할 정도였다.
초휴와 검왕성 간에는 풀기 힘든 응어리가 있다. 검왕성 내에서 방칠소 다음가는 걸출한 제자로 알려진 임개운이 초휴에게 패한 충격으로 정신적인 폐인이 된 것이다. 또한, 초휴에게 신체적으로 폐인이 된 이도 검왕성에 있었는데, 정예 제자 중 하나인 ‘대광명검’ 비묵이었다. 이 두 사람 때문에라도 검왕성이 초휴에게 시비를 걸어오는 건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해서 상대가 마구 을러댈 거로 생각한 초휴는 미리 방어 태세를 갖추려 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방칠소는 난감한 표정과 함께 목소리를 낮추더니, 숨도 안 쉬며 의외의 말들을 읊어대기 시작했다.
“내가 왜 당신한테 왔는지 짐작은 했겠지만, 사실 내가 원해서 온 게 아니오. 사실 나는 좀 게으른 인간이라서, 검 수련 외의 다른 일이나 사람한테는 일절 관심이 없소이다. 임개운은 줄곧 내가 너무 잘 생기고 멋있다는 둥, 혼자서 독보적으로 다 해 먹는다는 둥, 검세가 거침없이 용맹하다는 둥, 성격이 시원시원 호방하다는 둥, 암튼 별의별 이유로 나를 시기하며 험담을 일삼았던 녀석이요. 나는 그렇게 옹졸해 터진 놈의 복수 따윈 귀찮아서라도 해 주기 싫소. 그리고 비묵은 말이지······ 그 자식도 주둥이가 더럽기로 호가 났었지. 이름부터가 지지리도 재수 없기도 하고 말이지. (역주: 비묵의 이름을 중국식으로 발음하면 ‘날 폐인으로 만들어 달라(廢我)’는 말처럼 들리는 걸 비꼬는 말)해서 내가 진작 경고도 했었소. 그렇게 막살다가 임자를 제대로 만나서 된통 걸리는 날엔 뼈도 못 추리게 될 거라고 말이지. 내 말대로 딱 되지 않았소? 인제 보니 나한테 미래를 내다보는신통력도 있지 뭐요. 내친김에 용호산 도사 놈들에게 점치는 재주나 배우러 갈까 하는데 그대가 보기엔 어떨 것 같소? 나와 장승정 간의 친분을 봐서라도 천사부가 나를 문전박대는 안 하지 싶은데, 당신 생각엔 아니 그렇소? 아이고, 얘기가 엇나갔구먼. 실례했소이다. 내 말인즉슨, 나야 그 머저리들의 복수를 할 생각이 없지만, 사형제들은 그렇지 않으니 문제라는 거지. 방금만 해도 당신한테 가서 시비를 가리고 오라고 내 등을 떠밀지 않겠소. 검왕성의 가장 출중한 제자가 안 나서면 누가 나서냐면서 나한테 그 난감한 일을 떠맡기니, 이것 참······. 아, 하지만 이미 말했듯이 나는 전혀 당신과 싸울 의사가 없단 말이오. 피차 기운도 아낄 겸, 차라리 이러면 어떻겠소? 이따가 비무대에 올라가면 일단 내가 세 번, 그대도 세 번 출수하는 거요. 그런 다음 그대가 나를 못 당해내는 척하는 거지. 용호방 순위도 그대가 육 위, 내가 삼 위이니, 내가 그대보다는 좀 세지 않겠소? 그러니 나한테 패한다고 해서 그대가 민망할 일은 아니지 싶은데? 대신 일이 다 끝난 다음 내가 거하게 한턱내리다. 그대 생각은 어떻소?”
방칠소의 입놀림은 자신의 도법보다도 빨랐다. 그가 쉴새 없이 줄줄 자기 할 말을 다 뱉고 나자, 초휴는 어안이 벙벙하여 대꾸할 말도 잊고 멍하니 그를 올려다보았다.
생각지도 못했다. 정말이지 이럴 줄은 몰랐다. 천하의 그 유명한 검수 방칠소가, 천년에 한 번 배출되기도 어렵다는 천재 소리를 듣는 그가 이처럼 방정맞은 수다쟁이에다 촐싹대는 인물이라니!
사소루도 어이가 없어 말문이 막힌 건 마찬가지였다. 용호방 순위는 뛰어난 영웅적 기질에 대해 서열을 매긴 것이라고 대체 누가 그랬는가. 그렇게 매겨진 순위라면 당연히 여봉선이 일 위가 되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초휴는 그나마 사소루보다는 이 충격을 잘 견뎌냈다. 자고로 천재란 남들과 다른 부분이 있기 마련 아니겠는가. 방칠소 이 사람은 그 격차가 좀 큰 것일 테고 말이다.
초휴가 아무 대꾸도 하지 않자 방칠소가 바짝 얼굴을 디밀더니 눈을 똥그랗게 떠 보였다.
“절대 농담하는 게 아니오. 죄다 진심에서 우러난 말이니 의심일랑 말구려. 정녕 못 믿겠으면 내 이 진실한 눈동자를 똑똑히 보시오. 이 눈동자가 누굴 속일 사람의 것으로 보이시오? 나 방칠소는 여태 단 한 번도 식언한 적이 없었다니까. 밥은 꼭 사리다!”
이때 주위의 무사들은 감히 방칠소의 말을 엿듣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검 수련자들은 더욱 몸을 사렸다. 오대 검파 젊은 제자의 실력을 보자면, 일단 장검산장 출신은 평범한 축이었다. 좌망검려와 풍운검총은 저력이 심후하긴 하나 젊은 제자의 실력에 대한 종문의 요구치가 하도 높다 보니, 심지어 강호 문턱도 못 밟아본 제자들도 허다했다. 그나마 월녀궁 안비연이 강호에 실력이 알려져 있었지만, 안비연이 여자이다 보니 당대 젊은 검객들은 다른 누구보다 방칠소를 자신의 우상으로 떠받들었다.
만약 자신들의 우상이 이런 말을 하는 걸 듣는다면 그들이 품고 있는 환상이 와장창 깨어지며 심장이 찢겨나가는 아픔을 느낄지도 몰랐다. 방칠소의 얘기가 길어지는 것을 보자, 검왕성 측 천인합일 중년 무사가 참을 수가 없었는지, 누가 들을세라 한껏 소리를 죽여 재촉했다.
“방칠소, 이놈! 썩 돌아오지 못할까! 한마디라도 더 헛소리를 지껄였다가는 사문에 보고해서 일 년은 가둬놓을 줄 알아라!”
말을 마친 그 무사는 어지간히 창피했던지 손으로 얼굴을 다 가렸다. 딱 봐도 울고 싶어 미치겠다는 표정이었다. 용호산 ‘소천사’ 장승정은 실력으로나 기품으로나 ‘용호방 최고의 준걸’ 소리를 들을 만하다. 그를 한 번이라도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그를 칭찬했다.
대광명사 ‘명왕’ 종현은 또 어떤가. 최근 몇 년 동안 극북 지역에서 고된 수련을 한 끝에 강호로 복귀한 그는 진정한 항마(降魔)의 기세를 내뿜으며 강호의 열화와 같은 칭송을 받는 중이다.
그렇다면 툭하면 이 두 사람과 함께 거론되는 방칠소를 보자. 검왕성이 어쩌다가 이런 녀석을 배출했단 말인가. 물론 방칠소의 천재급 자질은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선배들로서는 검왕성의 미래가 염려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훗날 검왕성을 통째로 방칠소의 손에 맡기는 게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
종문 선배의 다그침에 방칠소가 뻘쭘한 듯 어깨를 으쓱해 보이더니, 자기 무리로 돌아갔다. 이에 그 무사가 죽일 듯이 그를 노려보며 으름장을 놓았다.
“이번 천하검종대회야말로 우리 검왕성이 오대 문파의 태산북두로 올라설 절호의 기회라는 걸 명심해야지. 그 진중치 못한 태도는 이제는 제발 집어치워라. 장승정과 종현이 오지 않았으니, 젊은 연배에서는 네가 지존이란 말이다! 그러니 종문의 명예를 걸고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이야. 알아들었느냐?”
방칠소가 맥이 빠져서는 성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중년 무사는 울화가 치밀어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소리 내서 대답하지 못할까!”
그러자 방칠소가 자기 입을 가리켜 보이며 한껏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아까는 말하지 말라면서요. 그런데도 말을 했다가는 선배님이 또 사부님께 일러바칠 거 아닙니까. 저는 정말이지 다시는 갇히기 싫거든요.”
무사가 재차 얼굴을 감싸며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었다. 정말이지 더는 그와 말을 섞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한편, 사소루는 여태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저게 오늘에야 외부에 실체를 드러낸 용호방 삼 위 준걸의 모습이라니! 이 예상을 뒤엎는 반전에 말을 잇지 못하던 그는 연무장 중앙에서 고막이 터질세라 검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 퍼지자 정신이 번쩍 났다. 소란스럽던 장내는 그 엄청난 굉음에 일순 조용해졌다.
이윽고 누각에 서 있던 평범한 외모의 좌망검려 무도종사가 중앙의 연무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주위의 관중을 향해 공수의 예를 취한 후, 낭랑한 목소리로 인사말을 시작했다.
“천하검종대회에 참석해주신 여러분 모두를 환영합니다. 혹여 접대에 실수가 있더라도 널리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얼핏 평범하기 그지없는 중년 무사의 등장에 청중들은 다시금 소란스러워졌다. 어디로 봐도 길가의 장삼이사(張三李四) 같은 이 무사가 사실은 대단한 인물이었으니, 좌망검려 무도종사로서 풍운방 이십구 위에 올라있는 ‘공명검(空明劍)’ 한정일(韓庭一)이 그의 정체였다. 좌망검려는 제자들의 수가 그리 많지 않다. 엄격한 의미에서의 내문 제자는 삼천 명도 못 되니 말이다. 나머지는 그저 잡일이나 거드는 외문 제자들로, 그나마도 만 명이 채 안 되었다.
이처럼 조직의 규모가 작다 보니, 한정일은 좌망검려 내에서 별다른 직위도 없었다. 그저 무도종사로서 일부 제자들의 양성 및 잡무 처리 등의 일만을 담당했다. 좌망검려 무사들은 검도를 깨우치고, 검의에 통달하고, 검리를 터득하며, 검법을 익히는 순서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는지라 기본기가 견실하기로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이는 곧 좌망검려 무사들이 외부 활동은 자제하고 대부분 시간을 폐관 수련에 할애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한정일도 예외가 아닌지라 소싯적엔 용호방에 오를 기회조차도 없었다. 그가 하산을 결심했을 때는 이미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였고, 무도종사의 경지를 지척에 앞둔 상태였다. 그리고 강호에 첫발을 내디디면서 발군의 실력을 증명할 호기를 맞은 것이다. 좌망검려의 제자가 귀왕종에 피살당하고 그 시신이 찢겨 단약 제련에 사용되자, 한정일이 복수의 칼을 빼 들고 나선 것이다.
그 결과, 단신으로 귀왕종 이백여 명을 추살했으며, 천인합일 열 명 남짓을 연이어 참살하고 죽은 제자의 유골까지 수습하여 돌아왔다. 무도종사의 경지에 오른 뒤에는 한술 더 떠서 검왕성 사대 검당 당주 중, 두 명을 잇달아 격퇴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없이 평범해 보이는 이 중년 사내가 사실은 비범하기가 하늘을 찌르는 실력의 소유자였다.
천하검종대회의 개최를 주관한 오대 검파를 대표해서 인사말을 하는 것만 봐도, 현 강호에서 그가 차지하는 위상을 짐작하기는 충분했다. 그리고 오늘 이 대회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도 알만했다. 예전에 대회 참석자가 많지 않던 시절에는 천인합일 무사가 개막 선언을 맡았었으니 말이다. 한정일은 근엄히 말을 이어갔다.
“천하검종대회는 검도계의 큰 행사입니다. 자고이래로 검은 모든 병기 중 으뜸으로 인정받아왔습니다. 오늘날 우리 검도가 이처럼 번창하여 여러분이 자웅을 겨룰 수 있는 장을 마련하게 된 것을 실로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한정일의 이 발언은 참가자 중, 검을 사용하지 않는 무사들의 심기를 불편케 했다. 언제부터 검이 만병지왕(萬兵之王)으로 군림했단 말인가. 그런 논리라면 검이 아닌 다른 병기를 쓰는 무사들은 검객보다 한 수 뒤지고 들어간다는 말인가? 하지만 심기가 불편한 것과 별개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기도 했다. 당금 강호에서 검 수련자들이 우세를 띄는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았으니까. 예컨대 현 강호에 오대 검파는 있어도 오대 도문(刀門)은 없지 않은가. 창이나 곤봉 등을 쓰는 무사들은 소수에 불과하니 더 말할 나위도 없는 것이고 말이다.
한정일의 발언이 계속되었다.
“석년(昔年)과는 달리, 금번 천하검종대회에는 수많은 무림동도께서 참석해주신 만큼, 대회 규칙도 수정이 불가피했습니다. 대회는 총 삼 부로 나뉘어 치러집니다. 일 부에서는 젊은 무사들이 기량을 겨루게 됩니다. 무림(武林)이 왜 무림이겠습니까. 홀로 자란 나무는 숲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젊은 무사들이 무림의 미래임을 감안하여 훗날 무도를 더욱 번성케 해달라는 염원에서, 이들의 대결을 제일 먼저 치르기로 한 겁니다. 이 부에서는 무도종사들의 대결이 펼쳐집니다. 무도(武道)란 원래 전투와 살상을 위한 도가 아니겠습니까. 무사 된 자로서 실제로 출수하지 않고 탁상공론만 읊어대서는 안 될 일이지요. 설령 무도종사라 해도 고고하게 혼자 틀어박혀 수련만 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더러는 남들 앞에서 자신이 수련한 바를 몸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뜻이지요. 일 부와 이 부에는 검 수련자는 물론, 그 외 다른 병기를 쓰는 분들도 참가할 자격이 주어집니다. 마지막 삼 부에서는 검도를 논하는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우리 오대 검파에서 각자 무도종사급 인물을 한 명씩 내세워 검도에 대한 견해를 발표할 예정이니, 만약 이들의 견해에 누락된 점이나 오류가 있을 시에는 기탄없이 나서서 직언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