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397)
397화 동황태일의 공포
다른 마도 종문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배월교의 실력이 강호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만큼은 의문의 여지가 없었다.
모두가 경악하고 있을 때, 허공에 떠오른 동황태일이 분천마염을 응집해 독고이에게 격렬하게 퍼부었다. 독고이의 검기가 거센 폭발과 함께 붕괴하고 그의 몸이 허공에 붕 떠올랐다. 새하얗게 질린 독고이의 입에서는 피가 쏟아지고 있었다.
분천검결(焚天劍訣)은 강력한 무공이고 맹렬한 화염을 사용하지만, 역시 강맹한 화염을 사용하는 분천보감에 비하면 지금은 위력을 꽤 낮춘 듯 보였다. 무공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상대의 실력 때문이었다. 동급의 진화련신이라고 해도 독고이의 실력은 동황태일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
한편 연지의 통제를 벗어난 절연검이 사납게 사방을 날뛰며 날아다니자 동황태일은 ‘흥!’ 하고 콧방귀를 끼며 분천마염을 내뿜었다.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강력한 화염에 뒤덮인 절연검이 불에 녹아 쇳물로 변한 것이다.
동황태일이 가볍게 한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쇳물로 변한 절연검이 서서히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더니, 사납고 검은 화염을 내뿜는 장도로 재탄생하여 동황태일의 손에 쥐어졌다. 검은 화염 속에서 태어난 장검은 동황태일의 손에서 흉맹한 기운을 맹렬하게 뿜어 댔다. 먼 옛날 주검 대종사마저 힘겹게 제련했던 절연을 동황태일은 분천마염을 이용해 간단히 다른 형태로 제련한 것이다.
동황태일이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괜찮은 칼이군. 풍운검총이 오래도록 길들이지 못했던 놈이, 이제야 주인을 제대로 만났어. 이제부터 강호에는 절연검은 없다. 분천도(焚天刀)가 있을 뿐!”
이 광경을 지켜보던 정파 인들의 얼굴이 잿빛으로 질렸다. 가장 어두워진 건 오대 검파의 얼굴이었다. 그들은 패했다. 그것도 철저히 처참하게!
독고이는 돌이킬 수 없는 중상을 입었고 풍운검총은 흉병 절연검을 잃었다. 이보다 더 처참한 패배가 있을까?
그 순간, 난데없이 이파순과 치열하게 싸우던 심포진이 폭발했다.
제육천마종의 이파순이 거머리처럼 끈질기게 달라붙자 심포진은 결국 분통을 터뜨리며 비장의 패를 꺼냈다. 심포진은 검과 죽적 한 개를 항상 몸에 지니고 다녔는데, 사람들은 그 죽적을 심포진이 한가할 때 꺼내서 부는 피리로 알고 있었다. 심포진은 그 죽적으로 느닷없이 연주를 시작했다.
피리 소리가 울려 퍼지자 이파순의 낯빛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감미롭게 귀를 간질이는 피리 소리가 평범한 연주음이 아니라 곡조마다 살기가 가득한 검무(劍舞)였기 때문이다!
생성된 피리 소리는 무수히 많은 허상으로 변해 하늘과 땅 주위를 맴돌다가 천지의 힘을 강력히 끌어당기더니 검의 형상을 띠며 춤추기 시작했다.
수천수만 검도(劍道)의 합일, 창생검무(蒼生劍舞)!
창생검무 속에서 이파순의 욕계 육천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이파순은 사악한 기운을 모조리 흡수하는 창생검무에 대적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뒷걸음질을 쳤다. 이파순이 뒤로 물러서자 그가 펼쳤던 욕계 육천의 환각이 결국 무너져 내렸다. 이파순은 자신이 만든 가상의 세계가 무너져 내린 뒤에도 연신 뒤로 물러서며 피를 토했다.
원래 이파순의 실력은 심포진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다만 성가신 술법으로 심포진을 집요하게 붙잡고 늘어졌던 것뿐이다. 참다못한 심포진이 마침내 자신의 성명절기를 꺼내니 이파순도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
그때 분천마염의 시커먼 불꽃이 창생검무를 덮치자 창생검무의 사나운 기운이 멎었다. 그러나 모든 것을 녹일 듯한 기세의 분천마염도 심포진의 창생검무까지 소멸시키지는 못했다.
동황태일은 눈을 가늘게 뜨며 심포진에게 말했다.
“이것은 너희 좌망검려의 역대 강자들이 남긴 집념과 검의(劍意)로군. 창생검무라고? 하하! 죽어서도 변변치 못한 후손들을 위해 필사적으로 싸워야 한다니. 어떻게 보면 너희 정파 놈들이 하는 짓이 우리보다 훨씬 지독하단 말이야.”
죽적을 손에 든 심포진이 담담한 어조로 대꾸했다.
“좌망검려의 선배들이 남긴 창생검무는 백성을 지키려는 일념으로 만든 것이다. 백성을 아끼는 마음이 있었기에 집념과 검의를 남길 수 있었던 것이지. 이 귀중한 유산을 사당에 두고 먼지만 쌓이게 하는 것이야말로 선배들에 대한 불경이다.”
동황태일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사실 되는대로 비아냥거리기는 했지만, 그도 이것이 좌망검려의 역대 강자들이 남긴 비장의 패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게다가 좌망검려 중에서 심포진 외에는 아무도 이것을 구사할 수 없다는 것도!
역대 강자들이 남긴 집념과 검의의 결정체인 창생검무를 자유자재로 다루려면 상당한 수준의 검도 실력과 모든 종류의 검도를 하나로 꿰뚫고 아우르는 통찰력이 있어야 했다. 그런 수준이 아닌 자가 섣불리 다루다가 수많은 검도 중 하나와 충돌한다면 부작용이 일어나는 것은 물론, 오랜 세월 내려온 좌망검려 선조들의 필살기가 순식간에 공중분해 될 터였다.
치열한 정마대전은 이제 어느 쪽이 우세한지를 판가름하기도 어려운 지경이었다. 정파의 독고이가 동황태일에게 크게 당했고 마도의 이파순은 심포진에게 치명상을 입었으니 겉보기에는 양측의 균형이 팽팽했다.
시간이 흐르자 무도종사 쪽의 피해가 생기기 시작했고, 그 아래의 무수한 천인합일, 오기조원 무인들이 참혹하게 쓰러져 갔다. 싸움이 계속되면 양쪽 모두 막심한 피해를 볼 게 불 보듯 뻔했다. 그러면 결국 새로운 병력이 투입될 터였다.
아직 출전하지 않은 인물은 배월교의 야소남이 있었고, 음마종의 몇몇 늙은 괴물들도 아직 싸움에 가세하지 않았다. 오대 검파 쪽에서도 풍운검총 등의 종문에 비장의 무기가 남아 있었다. 이들이 모두 싸움에 뛰어든다면 오늘의 싸움은 부옥산 정마대전이 아니라 천하 정마대전이라고 불리게 될 터였다.
그러나 마도나 정파 모두 예전과 같은 강호 대겁이 일어나는 것 피하고 싶었다. 해서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잠시 싸움을 멈추었다.
동황태일은 뒷짐을 진 채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이 정도 했으면 충분할 테니, 당장 조화천마기를 내놓아라. 굳이 더 피를 봐야겠다면 나도 사양할 생각은 없다만.”
심포진은 잠시 침묵했다. 모든 이가 심포진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그는 놀랍게도 조화천마기를 휙 동황태일에게 던지며 말했다.
“원하는 물건을 넘겼으니 그만 부옥산을 떠나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 오대 검파도 끝까지 싸워 너희를 파멸시켜 주겠다.”
지켜보는 이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더 싸워보지도 않고 심포전이 순순히 깃발을 내놓다니, 패배를 인정하는 것일까?
그러나 상황 파악이 빠른 이들은 심포진의 결정을 수긍하는 기색이었다. 출혈이 막심한 상황에서 조화천마기를 목숨 걸고 지키는 건 의미가 없다. 정파는 이미 패배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마도를 붙들고 자폭할 게 아니라면 여기서 더 싸워 본들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 의미 없이 사상자만 늘어나고 세간의 비웃음만 살 뿐이다.
조화천마기를 되돌려 받았지만, 동황태일의 얼굴은 밝지 않았다. 그가 조화기를 크게 휘둘러 부옥산 하늘 위로 거센 마기를 일으키자, 모든 마도인들이 동황태일이 있는 쪽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그렇게 조화천마기를 휘두르는 동황태일을 따라 마인들은 썰물처럼 부옥산을 빠져나갔다. 사실 마도 역시 이번 전쟁에서 정파 못지않은 손실을 보았으니, 승자인지 패자인지 승패를 가리는 건 무의미했다.
오대 검파는 조화천마기로 마도 세력을 유인하여 오대 검파 중 누가 으뜸인지를 가릴 심산이었다. 그러나 애초의 목적과는 달리 마도의 위신만 세워 주었고, 조화천마기마저 배월교의 손에 넘기고 말았다.
마교 역시 자신들의 힘을 한껏 과시하고 조화천마기를 탈환했으나, 배월교에게나 다른 마교 종문에게나 결코 득이 되는 결과라고 할 수가 없었다. 마교 세력은 곤륜마교가 멸망한 이후로는 실력을 감추며 죽은 듯이 지내왔다. 그동안은 실력을 감추며 비록 정파의 멸시를 받아 왔어도, 세력을 재정비하고 힘을 키울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로써 그런 날들은 끝났다. 정파가 마도의 엄청난 세력과 실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았는가. 이제부터는 마도가 힘을 더 키우도록 방관하지 않고 그들을 적극적으로 억압하고 견제하려들 게 분명했다.
부옥산에 있는 모두는 앞으로 정마 양측의 갈등이 더욱 격화되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앞으로 강호에 바람 잘 날이 없으리라는 것도!
물론 규모가 작은 종문이나 낭인 무사들은 앞으로 강호가 어찌 되든 개의치 않았다. 강호의 제일 밑바닥 계층인 그들은 정마간의 갈등이 격화되든 말든, 눈앞에 떨어지는 콩고물이나 주워 먹는 게 중요한 것이니까.
마인들이 물러가자 오대 검파는 정파 무인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번 정마대전의 설계자는 그들이다. 그들이 짜놓은 어마어마한 싸움판에 휘말려 수많은 이들이 큰 피해를 보았다. 그런데 사례도 하지 않고 나 몰라라 한다면 그 얼마나 치졸한 모습이겠는가. 오대 검파가 철면피라면 모르는 척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체면과 명성을 중요시하는 세력이었다.
심포진 등의 진화련신 강자들이 떠나자 한정일이 모두를 향해 가슴 높이로 두 손을 맞잡으며 예를 표했다.
“오대 검파를 도와 마도에 대항해 주신 여러분, 제가 오대 검파를 대표해 감사 인사를 올리겠습니다. 이번에 부옥산 정마대전에 참여한 모든 분들에게 선물을 드릴 것이고, 마도 악귀들을 참살해 공을 세운 분들께는 더 큰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세력이 대단한 오대 검파가 내놓는 선물이 하찮은 것일 리가 없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들이 성의를 표시한다는 게 중요했다. 체면을 중시하는 대광명사 등의 대형 종문은 오대 검파가 내놓는 선물보다 그들이 얼마나 성의를 표시하는가를 더 중요하게 여겼다.
반면 규모가 작은 종문이나 낭인 무사들에게는 오대 검파가 내놓는 가장 하찮은 선물일지라도 값진 보물일 수밖에 없었다. 해서 그들은 선물을 받기도 전에 흥분하기 시작했다.
한정일은 마인을 얼마나 많이 죽였나를 기준으로, 가장 귀중한 보물부터 대형 종문의 무사들에게 나눠주었다. 대형 종문의 무인들은 체면을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에, 누가 다른 사람의 공을 가로채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누가 누구를 얼마나 죽였는지는 서로 대강 알고 있었으니 공을 가로챈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한정일은 먼저 대광명사의 허언에게 비전함 몇 개를 건네며 예를 표했다.
“이렇게 열심히 싸워 주셨으니 대광명사에게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한정일의 말은 진심이었다. 대광명사는 이번 정마대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싸워 마도 악귀들을 죽인 일등 공신이었다. 대광명사는 마도를 소탕하는 일에는 항상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따라서 피해도 적지 않았다. 혜진이 초휴의 손에 죽었고, 그 외에 많은 천인합일 제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오기조원과 삼화취정의 손실 또한 만만치 않았다.
허언은 숙연한 표정으로 합장하며 대답했다.
“대광명사는 악을 소탕하기 위해 나선 것뿐이오. 오대 검파가 아니라 다른 종문이 주도한 일이었어도, 우리 대광명사는 망설임 없이 뛰어들어 마인들을 소탕했을 것이외다.”
한정일이 당황스러워하자 옆에서 허도가 히죽거리며 끼어들었다.
“사제도 참, 그렇게 뻣뻣하게 대꾸하면 듣는 분이 무안하지 않는가.”
허언은 그를 힐끔 보며 대꾸했다.
“출가인은 원래 말을 꾸며서 하지 않는 법이오. 우리 대광명사는 언제나 직언을 할 뿐, 인사치레에는 서툽니다.”
허도가 끼어드는 바람에 더 무안해진 한정일은 대충 얼버무리며 다음 사람을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