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411)
411화 소인배의 득세
제원례의 설명을 들은 초휴가 장탄식을 내뱉었다. 원본 줄거리와 비교할 때 아무래도 큰 변화가 생긴 듯했다. 일단 줄거리 상의 마심당 후예는 이름부터가 장초범이 아니었다. 게다가 세간에 처음 출현했을 당시 삼화취정이 아니라 천인합일의 실력자였다. 짐작하건대, 나비효과의 영향으로 인해 예정되었던 시기보다 이르게 마심당의 후예가 나왔음이 분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초휴가 개입하지만 않았어도 안락왕 강문원이 그리 일찍 죽지는 않았을 테고, 장초범도 여전히 안락왕부에서 문객 노릇을 하며 편히 지내고 있지 않았겠는가. 그런데 강문원이 죽은 뒤로 상갓집 개 신세가 되었을 장초범이 어쩌다가 대운이 트여 마심당의 전승 마공을 입수했는지는 모를 일이었다. 어쨌거나 그는 곧 죽을 운명이니 대운을 누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이게 다 과도하게 설치고 다닌 본인 탓일 수밖에 더 있겠는가.
그는 한낱 낭인 출신으로 견식이 좁은 탓에 곤륜마교와 관련된 세간의 금기사항이나 공포심 등을 몰랐다. 해서 자기가 곤륜마교의 직계 후예라는 소리를 겁도 없이 떠들어댔다. 설령 초휴가 손을 쓰지 않는다고 해도, 조만간 일이 커져 정도 무림으로부터 살신지화(殺身之禍)를 면치 못할 터였다.
똑같은 기연과 맞닥뜨리더라도 그걸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사람마다 다르기 마련이다. 초휴의 눈에 비친 마심당 후예라는 자는 안목이 낮고 생각도 짧아 자기 묏자리를 고르고 있는 머저리로 보였다. 원본 줄거리에서 마심당 전승마공을 취득했던 자는 이처럼 저급한 수준의 인물이 아니었다.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정도와 마도 사이에서 적잖은 풍파를 일으켰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정보를 들어보니 지금 이자는 소갈머리도 좁고 실력도 변변치 않은 주제에, 벌써 강호에서 잘난 척 행세할 궁리부터 하고 있지 않은가. 이래서야 언제 누구 손에 맞아 죽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터였다. 원래 강호란 장소가 눈에 띄게 설칠수록 더 빨리 죽는 곳이 아닌가. 물론 초휴로서는 장초범이 설쳐주는 게 고마운 일이긴 했다.
기연을 얻어 실력 좀 늘었다고 동네방네 떠벌리고 다닌 덕에 매경령의 귀에까지 들어갔고, 초휴도 발 빠른 대처가 가능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가 신중하게 때가 무르익길 기다릴 줄 아는 인물이었다면, 그래서 초휴도 대적하기 어려운 실력으로 나타나 일대 풍파를 일으켰더라면 그야말로 큰일 날 뻔하지 않았는가.
“부루주께서는 현재 그자의 행방을 아십니까?”
“사실 주목할 만한 인물이 못 되었던지라 우리도 굳이 기운 빼가며 행적을 좇진 않았소. 그러나 지금 낙평군에 있다고 보면 거의 틀림없을 거요. 물론 그대가 원한다면 우리 풍만루가 그자의 소재 파악을 해드리리다. 그것도 아주 빨리, 사흘 내로!”
그간 장초범이 말끝마다 자기가 마심당의 전승자라고 떠벌리고 다니긴 했지만, 사실 풍만루는 별로 거들떠보지 않았다. 곤륜마교가 현 강호에서 얼마나 금기시되는 존재인지를 풍만루 정도 되는 세력이 어찌 모르겠는가. 누구든 곤륜마교와 관계되었다면 그 사실을 숨기며 도망 다니기 급급할 판에 미치지 않고서야 언감생심 이를 떠벌리려 들까.
해서 제원례는 말할 것도 없고 애초에 장초범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던 정보원조차, 그를 어쩌다 알량한 기연 하나 얻은 주제에 좋아서 실성한 놈 정도로 치부했던 것이다. 곤륜마교의 마공을 전승했다는 말도 세간의 이목을 끌기 위한 헛소리로 간주했음은 물론이다. 제원례의 호언장담에 초휴가 정색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실 것까진 없습니다. 제가 찾으면 될 일이니까요. 부루주님, 비용을 얼마나 치르면 될까요?”
“이처럼 일 같지도 않은 일을 해주고 비용을 받을 순 없지. 그리고 정보료를 받을 만한 인물이 못 되는 자이기도 하고. 그러니 비용은 놔두시게.”
제원례가 이렇게까지 말하자 초휴도 더는 고집 부리지 않고 감사를 표했다.
“정 그러시면 부루주님의 호의를 감사히 받겠습니다.”
“뭐 이 정도로 그러시오. 고마워할 일도 못 되오.”
제원례가 마구 손을 내저어 보였다. 풍만루는 강호에서 절대 중립적 입장으로, 일종의 장사치나 거간꾼으로 생각하는 게 빨랐다. 돈만 내면 여기서 정보를 마음껏 사고팔 수 있으니, 지금 초휴의 잠재력으로 볼 때 앞으로 풍만루의 큰 고객이 될 소지가 다분했다. 그렇다면 당장 푼돈을 챙기느니, 훗날의 더 큰 거래를 담보하는 차원에서 초휴와 좋은 인연을 맺어두는 게 좋다. 그게 제원례의 생각이었다.
초휴가 풍만루에서 나오자 대기하고 있던 당아가 물었다.
“대인, 지금 손을 쓸까요?”
“물론이지. 지체하다가는 무슨 변수가 생길지 모르니 즉시 귀수왕 등에게 알리게. 죄다 소집해서 동제 낙평군으로 놈을 치러 간다. 낙평군이 크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작지도 않으니, 우리가 함께 움직였다가는 놈이 눈치채고 도주할 수도 있어. 그러니 인원을 나눠서 낙평군을 포위 수색한다. 표적을 발견하면 내 명령을 기다릴 필요도 없이 출수하게. 생사를 막론하고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것도 명심하고. 물론 생포하는 게 좋겠지만 여의치 않을 시엔 죽여도 무방하네.”
만약 장초범을 생포하면 그에게 마심당 전승에 관한 일을 추궁하여 알아낼 생각이었다. 지금으로서는 그에게서 전승물을 빼앗아서 초휴 본인이 진정한 마심당의 후예로 거듭나는 게 가장 좋았다. 물론 그가 죽어도 상관없긴 했다. 진짜가 죽어 없어지면 초휴는 자연히 진짜가 되지 않겠는가. 초휴의 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안불귀가 고개를 끄덕이며 습관이 된 살기등등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러자 신중한 당아가 그를 제지했다.
“제발 서둘지 좀 말라고! 아직 대인께 못 여쭤본 게 있단 말이다.”
안불귀를 제지한 당아가 초휴에게 물었다.
“대인, 낙평군은 우리 세력권도 아닌데 함부로 출수했다가 현지 무림세력과 충돌이라도 빚으면 어찌합니까?”
초휴의 눈가에 서릿발 같은 살기가 스쳤다.
“나는 장초범을 반드시 죽여야만 한다. 누군가 이를 방해한다면 그자 역시 죽어야겠지. 낙평군에는 이렇다 할 강한 세력이 없어. 그러니 마찰이 생기더라도 내가 나서서 처리하겠다.”
초휴가 보충 지시를 하자 비로소 당아는 확신에 찬 얼굴이 되어 안불귀과 함께 길을 떠났다. 이처럼 매사에 과감하고 결단력 있는 초휴의 성격은 늘 당아를 매료시켰다. 일단 표적을 죽이기로 작심한 이상, 이것저것 잴 것 없이 화끈하게 손쓰는 것! 물론 더러는 지나치게 화끈해서 문제이긴 했지만, 이런 상관을 모시다 보니 당아도 어느새 익숙해짐을 넘어서 희열을 느낄 정도가 되었다.
* * *
낙평군(樂平郡) 백산부(白山府).
초휴가 열심히 쫓고 있는 장초범은 백산부의 주요 세력 중 하나인 임가(林家)에서 주인 행세를 즐기는 중이었다. 대청 상석에 떡하니 다리를 꼬고 앉아서는 한껏 위세를 떨어대는 모습이 가관이었다. 그는 서른 살 남짓한 나이에 외모는 그런대로 준수한 편으로, 표정에는 기고만장한 심리상태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지난날 이곳 낙평군에서의 그는 나름 형편없이 지내던 인물은 아니었다. 낭인 출신이긴 해도 자기 실력만으로 젊디젊은 나이에 선천경까지 올랐으니 말이다. 그가 안락왕부의 문객으로 들어갔던 것만 봐도 이게 절대 쉬운 성취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왕년에 강문원의 권세가 하늘을 찌르던 시절, 시시껄렁한 시정잡배들은 그의 문객으로 들어갈 꿈도 꾸지 못했으니까.
앞으로 자기 인생에 꽃길만 펼쳐질 줄 알았건만, 생각지도 못하게 강문원이 참살되면서 안락왕부는 하루아침에 몰락하고 말았다. 장초범도 상갓집 개 신세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다더니, 뜻밖의 대운이 트여 상고시대 곤륜마교 산하 조직이었던 마심당의 전승물을 손에 넣게 되었다. 하지만 초휴가 판단한 바와 같이, 그의 미천한 식견으로는 마심당 후예라는 신분이 작금의 강호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 수 없었다.
지난날 강호를 호령했던 곤륜마교의 막강한 실력에 대해서 막연히 아는 그로서는 마심당의 후예라는 신분이 꽤 근사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이로써 조만간 괜찮은 뒷배를 또 마련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음은 물론이다. 어느덧 자기 몸값이 올랐다고 생각되자 그는 마심당에 관한 일을 동네방네 떠벌리기 시작했다. 정말로 자기가 대단한 인물이 되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의 착각과는 달리, 웬만한 대문파 사람들이 보기에 그는 어릿광대에 불과했다. 자기가 익혔다고 떠벌린 마공조차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믿어주려 하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그나마 그의 명성과 실력이 통할 만한 곳은 이곳 낙평군이 유일했다. 근래에 줄곧 이곳에서 허장성세를 부려온 데다, 왕년에 어울렸던 불량배들을 자기 수하로 거둬들여 나름 세력을 구축한 덕이었다. 해서 지금 그는 자기한테 밉보였던 사람들과 세력들을 찾아다니며 하나하나 손봐주는 중이었다. 오랫동안 묵혀둔 복수를 통쾌하게 실행하는 쾌감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낙평군 세력들이 그의 횡포를 눈감아주는 이유가 정말로 그를 곤륜마교의 전승자로 여겨서인지, 아니면 그와 사이가 틀어져 생길 후환을 두려워한 탓인지는 모를 일이었다. 어쨌거나 여기 임가도 못 이기는 척, 그에게 장단 맞춰주는 세력 중 하나였다. 하지만 위세를 부리는 것도 정도가 있어야 할 게 아닌가? 보다 못한 임가 가주가 한껏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대청에 나타나 따졌다.
“장초범, 이미 원하는 건 다 내주었건만 뭘 또 어쩌라는 거요?”
임가가 백산부에서는 한가락 할지 몰라도 낙평군 전체로 놓고 보면 상위권에 들 만한 세력이 못 되었다. 가주도 내강경에 불과한지라, 지레 장초범을 못 이길 거라 판단하고 꼬리를 내렸던 거다. 그게 아니라면 저따위 무뢰한이 버젓이 자기 집 대청을 차지하고 거들먹거리는 꼴을 어떻게 참아주겠는가. 임가 가주의 항변에 장초범이 코웃음 쳤다.
“흥, 뭘 어쩌라는 거냐고? 난 그냥 예전에 여기서 잃어버렸던 내 몫을 돌려받으려는 것뿐이라고. 지난날 당신이 사윗감을 고르겠다며 비무초친(比武招親)을 열어서 내가 우승을 차지했던 건 기억하겠지? 그런데 내가 번듯한 세가 제자가 아니고 비빌 언덕 없는 낭인 출신이라고 약속을 통째로 씹었잖냐고! 당신 딸을 내게 주지 않은 건 물론이고 우승자에게 혼수 삼아 주기로 했던 상금조차도 떼먹었지. 고작 고기만두 몇 개 던져주고 때우려 했잖냔 말이다. 당신 눈에는 내가 거지새끼로 보였나 보지? 금이야 옥이야 하던 그 딸년은 어느 늙어빠진 놈팡이한테 시집보냈더군. 인제 와서 그 닳아 빠진 딸년을 주겠다 해도 내 쪽에서 사양할 거라고. 하지만 애당초 당신이 약속했던 상금은 원금의 열 배로 받아야겠어. 왜, 지나친 것 같아! 그리고 천엽자란(千葉紫蘭)도 이자로 받아야겠어. 설마 이것도 지나치다고 생각하나?”
임가 가주는 너무도 기가 막혀 혼절할 뻔했다. 장초범이 적정선의 배상을 요구한다면야 임가에서도 내놓을 의향이 있었다. 하지만 입을 열자마자 원금의 열 배라니! 게다가 그간 임가에서 공들여 키운 끝에 가까스로 숙성시킨 천엽자란은 무사의 수명을 연장해주는 영물이었다. 이걸 내놓으라는 건 임가의 목숨줄을 내놓으라는 소리와 마찬가지였다. 가주의 입술이 들썩이려는 걸 보자 장초범이 한껏 정색하며 밀어붙였다.
“내 입에서 같은 말이 튀어나오게 하지 않는 게 좋을 텐데? 내가 요구한 대로 내놓을 거냐, 말 거냐? 그 대답만 하란 말이다!”
마침내 가주가 이를 악물며 답했다.
“내놓겠소.”
사람이 굽혀야 할 때는 굽혀야지 어쩌겠는가. 그럴 깜냥도 못 되던 소인배가 득세하니 눈에 뵈는 게 없는 모양이다. 요구대로 하지 않았다가는 이를 빌미 삼아 멸문지화를 당할지도 모를 일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