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414)
414화 마교 잔당
며칠을 계속 쫓기는 바람에 장초범의 신경은 극도로 예민해진 상태였다. 그는 만두 장수가 괴이한 미소를 짓자 고기만두에 내력을 실어 냅다 던졌다. 순간 거리에서 십여 명이 고수들이 일제히 튀어나와 장초범에게 무기를 겨누며 달려들었다. 장초범이 기력이 쇠진한 상태라고 해도, 덤벼드는 무인들은 삼화취정 미만이었다. 장초범은 필사적인 저항 끝에 그들의 손아귀를 빠져나가 버렸다.
“왕쌍동, 그러게 내가 뭐라고 했어? 이 방법은 안 통한다고 했잖아? 독을 너무 티 나게 넣으니까 놈이 눈치를 챌 수밖에 없지!”
칼을 든 손장초가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투덜거렸다. 만두 장수는 사실 막 초휴의 세력에 합류한 왕쌍동이었고, 매복하다가 달려든 무인들도 왕쌍동과 마찬가지로 과거 이번에 새로 초휴의 수하로 합류한 여봉선의 친구들이었다.
왕쌍동은 모자를 벗으며 콧방귀를 뀌었다.
“헛소리하지 말라고! 내가 만든 독은 무색무취라서 절대 눈치챌 수 없다니까! 분명히 너희들의 매복이 문제였을 거야. 안 들키게 살기를 잘 감추고 있었어야지!”
최근 초휴의 휘하로 들어간 왕쌍동 무리는 공을 세워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었다. 비주류 출신인 그들은 종문 세가 출신 무인들보다 훨씬 세상 물정에 밝았다. 여봉선의 친구가 곧 초휴의 친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는 말이었다.
물론 별다른 공을 세우지 않는다고 해도 초휴가 여봉선의 얼굴을 봐서라도 그들을 험하게 대하지는 않을 터였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이 그런 위치가 되는 것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것은 자신들뿐 아니라 여봉선의 체면을 깎는 일이기 때문이다. 장초범은 이들이 의욕에 넘쳐 온갖 머리를 굴리며 설치한 덫을 간단하게 빠져나간 것이다.
다른 동료들이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말리며 말했다.
“애초에 보통 놈이 아니었어. 아니면 초 대인이 직접 잡으려고 나서시지도 않았을 테지. 그래도 지금까지 쫓기면서 여러 차례 중상을 입었고 초 대인도 오는 중이시니 놈은 절대 빠져나가지 못할 거야.”
그들 모두는 고개를 끄덕이며 즉시 안태부(安泰府)를 향했다.
이때 안태부의 양가(楊家) 앞에 도착한 장초범의 몰골은 처참했다. 온몸에 피와 먼지를 뒤집어쓴 그의 형상은 전쟁터에서 도망쳐 나온 패잔병을 방불케 할 정도로 너덜너덜했다. 양가의 문 앞을 호위하던 양가의 제자들은 장초범의 몰골을 보고 매몰차게 꾸짖었다.
“어디서 빌어먹다 온 거지새끼가 얼쩡대는 게야?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아? 몽둥이찜질 당하기 싫으면 당장 꺼져라!”
그들에게 대들 기운조차도 남아 있지 않았던 장초범은 힘없이 말했다.
“가주께 가서 장초범이 왔다고 전해라. 나중에 혼나고 싶지 않으면 시키는 대로 하라고!”
양가의 제자들은 장초범의 얼굴을 본 적이 있었다. 그는 사극종이 양가를 통해 영입 의사를 전달할 당시 이 저택을 방문했었고, 양가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제자들은 장초범의 말을 듣자 실눈을 뜨고 자세히 그의 얼굴을 살폈다. 처참한 거지꼴을 한 이 인물은 틀림없이 저번에 훌륭한 풍채를 자랑하던 장초범이 아닌가. 기겁한 제자들은 허겁지겁 장초범을 부축해 안으로 들이고는 가주에게 그가 왔음을 알렸다.
대략 쉰쯤 먹어 보이는 가주 양개태(楊開泰)는 천인합일의 고수였고 그의 아들은 사극종의 제자였다. 사극종이 양가를 통해 장초범의 영입 의사를 전달한 것도 아들을 통해서였다. 장초범의 몰골을 본 양개태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장 소협,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꼴이 되었는가?”
장초범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소인도 모르겠다고 대답하면 가주께서는 믿으시겠습니까? 요 며칠간 계속 정체불명의 무리에게 쫓겨 다녔습니다. 날 죽이려고 달려드는가 하면 생포하려는 자들도 있었죠. 당최 그들이 왜 이러는 건지, 그리고 그들의 정체가 무엇인지도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정신없이 수일간 도망쳐다니다 보니 이 꼴이 된 겁니다.”
양개태는 장초범의 이야기를 듣다가 미간을 잔뜩 찌푸렸지만, 특별히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사실 그는 오만방자한 장초범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있었다. 하늘이 내린 기연을 얻은 지 얼마나 됐다고 천하무적인 양 으스대며 거들먹거리지 않았는가 말이다. 영입하고 싶다는 사극종이 그를 영입하고 싶다며 제안을 해 온 것을 자신이 그에게 전해 줄 때도 그랬다. 어찌나 건방지게 으스대며 설치던지, 자신이 들어가면 사극종이 최강이 되는 건 식은 죽 먹기라고 말하며 돌아다니던 모습이 꼴사나워 봐주기가 어려웠다.
그가 장초범을 대우하는 척하는 이유는 순전히 사극종과의 관계 때문이었다. 사극종의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양개태로서는 장초범과 척을 져서 좋을 게 없었다. 장초범이 사극종에 가입한다면 그의 앞길은 창창할 터였다. 사극종은 실력이 약한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크게 강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줄곧 인재 양성에 전력을 쏟아부어 왔는데, 그렇게 해서 두각을 나타낸 인재가 바로 혈마심경(血蛟心經)을 성공적으로 연마한 엽천사였다. 장초범이 사극종의 제자가 되어도 서열은 당연히 엽천사보다 아래겠지만, 정예로 활약할 가능성은 충분했다. 그러니 그와 좋은 관계를 만들어 두는 것이 양가에 이로울 거라는 건 확실했다.
그리고 양개태는 장초범이 낙안군(樂安郡)에서 벌이는 행태에 관해서도 소문을 들어 잘 알고 있었다. 이름이 좀 알려졌다고 하룻강아지처럼 설쳐 대면서 벌써 적지 않은 사람에게 원한을 산 것이다. 그러니 죽여버리겠노라고 쫓아다니는 사람들이 생겼다 해도 별로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양개태는 속마음은 숨기고 짐짓 안심하라는 듯, 장초범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장 소협, 너무 겁낼 거 없네. 우리 양가에 숨어 있는 한 자네는 절대 안전할 걸세. 조만간 사극종에 가입해서 제자가 될 몸이 아닌가. 사극종이 자네를 보호하게 되면 몇 명이 죽이겠다고 쫓아다니든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을 거야. 아 그리고 우리 양가의 몇몇 제자들도 사극종에서 수련하고 있으니 앞으로 소협이 신경 좀 써주면 좋겠군그래.”
양개태의 말에 장초범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양 가주님, 염려 마십시오. 이 장초범은 원수는 원수로, 은혜는 은혜로 갚는 놈입니다. 오늘 양 가주님이 베풀어주시는 도움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뜻밖에도 예의 바르게 대답하는 장초범의 모습을 보고 양개태는 속으로 흠칫 놀랐다.
‘이 자식이 죽을 때가 가까웠나? 왜 평소에 전혀 안 하던 행동을 하는 거지?’
그때 양가의 제자들이 안으로 뛰어들어와 큰소리로 외쳤다.
“가주님, 큰일입니다! 수백 명의 무인이 우리 양가를 포위하고는 마교의 잔당을 내놓으라고 아우성입니다. 내놓지 않으면 전부 다 마교의 잔당으로 간주하겠다면서요.”
양개태는 놀라 휘둥그레진 눈으로 장초범을 바라보며 말했다.
“조금 전에는 십여 명에게 쫓긴다고 하지 않았나? 저 많은 인원이 어디서 튀어나온 건가?”
장초범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매번 십여 명에게 공격을 당했고, 공격당한 횟수가 십여 차례가 습니다. 다 합쳐서 도대체 몇 명이 저를 쫓는 건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양개태는 눈살을 찌푸렸다. 낙안군에서 위세를 떨치는 양가를 감히 포위하다니! 필시 낙안부에서 양가가 얼마나 두려운 존재인지를 모르는 외부인들이 아니겠는가. 아직 부릴 배짱이 두둑한 양개태는 장초범을 다시 안심시켰다.
“장 소협, 걱정할 필요 없어. 낙안군에서 위세를 떨친 세월이 유구하고 명성이 드높은 우리 양가가 아닌가. 게다가 우리는 안태부 주변의 무림 세력들과도 교분이 두터우니, 밖에 있는 무리가 누구든 감히 우리에게 무례를 범하지는 못할 걸세.”
바로 그때 거대한 폭음과 무시무시한 파열음이 저택을 가득 울려서 양개태의 호언장담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허겁지겁 뛰어들어온 양가의 무인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며 외치고 있었다.
“가주님! 큰일 났습니다! 놈들이 문을 부수고 안으로 밀고 들어왔습니다!”
순간 양개태의 눈빛이 분노로 번뜩였다. 안태부의 사람이라면 양가에게 무례를 범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기가 무섭게 문을 부수고 들어오다니, 명백한 도발이 아닌가.
양개태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너희는 노조(老祖)께 알리고 안태부 안의 모든 세가와 세력을 소집해서 외부인이 안태부에 쳐들어와 행패를 부린다고 전해라. 나머지는 나와 함께 나가보자. 대체 어떤 간덩이가 부어터진 놈들이 몰려와서 몰상식한 도발을 하는 것인지, 이 두 눈으로 확인해야겠다.”
양가의 대문을 부순 건 안불귀의 검이었다. 대문은 물론 내부 여기저기가 처참하게 부서져 내렸고 땅바닥은 양가 무인들의 시신들이 즐비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시신들의 이마에는 하나같이 투골정(透骨釘)이 박혀 있었는데 몸에 있는 상흔이라고는 그것뿐이었다.
사실 죽음을 자초한 건 이들이었다. 초휴의 목표는 오직 장초범이었는데 양가의 호위들이 대뜸 초휴에게 무례한 언동을 보인 것이다. 그들을 상대하기 귀찮았던 초휴는 그냥 찍소리도 못하게 모두 숨통을 끊어 버렸다.
다른 일이었다면 초휴도 이토록 강경하게 나서지는 않을 터였다. 하지만 장초범은 자신의 안위를 근본적으로 위태롭게 만들 존재였다. 그가 존재하는 한 초휴는 음마종(陰魔宗)에서 곤륜마교의 계승자라는 가짜 신분을 유지할 수가 없으니까. 그러니 어떤 방해가 있더라도 장초범은 반드시 제거해야 했다. 사실 장초범은 지금까지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단번에 초휴와 마주치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만약 처음에 초휴를 만났더라면 안태부까지 도망쳐 들어올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양가 저택의 마당 한가운데에는 전신에 검은색 옷을 두르고 뒷짐을 진 초휴가 있었고 그의 주변에는 온통 검은색, 회색 옷을 입은 관중형당의 무인들이 늘어서 있었다. 그들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간담을 서늘케 만드는 맹렬한 살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관중형당의 강호 포두 중에는 특수한 성격을 가진 집단이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집형사(緝刑司)라고 불리는 관중형당의 살수 집단이다. 이들은 사건 수사가 아니라 살인만을 집행하는 살인 병기들이었다. 나머지 하나는 바로 초휴의 직속 수하들이다. 이들은 초휴가 순찰사(巡察使)가 된 이래로 그와 함께 다니며 수많은 가문과 집단을 초토화시켰다. 그 중에도 특히 청룡회의 살수 출신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살을 떨리게 하는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뿜었는데, 심지어는 집형사 출신의 무인보다 더 공포스러웠다.
양가는 낙안군의 대 가문으로 안태부의 패자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그러나 초휴의 수하들 앞에서는 막 강호에 첫발을 들인 풋내기처럼 처량하게 보였다.
장초범과 함께 나온 양개태는 바닥에 널린 시신들을 목격하자 분을 못 이겨서 초휴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힐문했다.
“넌 대체 누구냐? 왜 겁도 없이 양가로 쳐들어와 행패를 부리는가? 목적이 무엇이냐?”
초휴는 차분한 어조로 대답했다.
“숨 쉴 틈도 없이 세 가지씩이나 질문을 하는군. 첫 번째와 마지막 질문에만 답하겠다. 나는 초휴다. 내 이름은 들어봤을 테지. 목적이 무엇이냐고? 매우 간단하다. 당신의 등 뒤에서 쥐새끼처럼 벌벌 떨고 있는 그놈만 넘기면 된다. 그자의 정체는 당신도 잘 알 테지? 마교의 잔당을 감싸면 양가 전체는 무림의 죄인으로 전락할 것이다. 무림의 죄인이 되면 어떤 일을 당하게 되는지는 알고 있나? 아직 모르는 것 같으니 내가 친절하게 일러주지. 일가가 한 사람도 남김없이 멸족을 당한다. 내가 농담을 하는 줄 알면 곤란하네. 난 농담을 즐기지 않는 성미거든. 못 믿겠다면, 어디 한번 시험해 보시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