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431)
431화 치고 나가자!
싸늘한 표정의 낙비홍은 사리를 쥔 채 냉담하게 말을 이었다.
“사리는 나의 피에 물들어 벌써 나의 지배 아래 있다. 지금 우리가 서 있는 곳이 대전의 어느 위치인지는 누구보다 당신이 잘 알겠지? 내가 여기서 이 사리를 쥐어 터트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순간 낙구년의 안색이 돌변했다. 무대가 세워진 이 낙가 전당의 정원은 대진으로 뒤덮인 낙가의 생문(生門)이 위치한 자리였다. 사리가 사라지면 일시적으로 대진이 작동하지 않을 뿐, 곧 사리를 대체할 물건을 찾으면 된다. 그러나 사리가 대진과 연결된 지금, 낙비홍이 여기서 사리를 파괴하면 대진의 생문이 파괴되면서 대진 전체가 붕괴할 터였다. 그것은 곧 낙가의 가장 중요한 비장의 절기가 소멸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런 극악무도한 것! 감히 사리에 흠이라도 내면 이 낙가 저택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을 것이다!”
낙비홍이 조상의 사리를 들고 위협하는 파렴치한 짓을 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한 낙구년이 악에 받쳐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초휴 일행은 어느새 낙비홍의 옆에 서 있었다. 자신들이 누구의 편인지를 명확하게 내비친 것이다. 낙비홍이 그들에게 시간을 끌어 달라고 부탁한 이유는 대진의 생문을 찾고 자신의 피로 선조의 사리를 장악하기 위해서였다. 이것이 낙비홍의 계획이었던 것이다. 선조의 사리는 그녀와 낙구년은 물론, 낙가의 피를 이어받은 자라면 누구나 장악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일을 벌이면 낙비홍은 자신의 가문과 죽을 때까지 원한을 맺게 된다는 것이다. 낙비홍의 편에 서기로 한 초휴 일행도 마찬가지였다. 원작에서도 낙비홍은 낙비운을 못 쓰게 만든 뒤 낙가와 결별하지만 지금처럼 심각한 일까지 벌리진 않았다. 그녀는 지금 낙가 전체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는 엄청난 짓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낙구년은 초휴 일행이 낙비홍의 옆에 서자 제일 먼저 막야자에게 차갑게 쏘아붙였다.
“막야자, 내 당신을 오랜 친구로 여겼는데 이렇게 남의 집 불화에 끼어들면 속이 시원한가?”
막야자는 침착하게 대꾸했다.
“낙구년, 친구라는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니야. 난 당신과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낙희명(洛希明)이야 걸출한 인물이었고 나도 도움을 받았으니, 그 정을 봐서 나도 낙가의 무기 제작 의뢰를 수락했던 걸세. 게다가 홍연을 만든 것으로 이미 그 빚은 청산한 셈이지. 하물며 당신들이 지금 겁박하는 건 홍연의 주인이니, 내가 누구 편에 서겠는가? 이번 비무초친으로 낙가의 무능함이 만천하에 드러났네. 여자의 혼사에 기대어 가문을 일으키려고 하다니 이보다 우스운 일이 어디 있나? 내 비홍과의 인연을 생각해서라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네.”
낙구년은 멍하니 초휴 일행의 얼굴을 바라봤다. 모두 켕길 게 없다는 듯 태연한 표정이었다.
사소루로 말할 것 같으면 뒤에는 진청제라는 맹호가 있고, 진청제의 배후에는 천하맹이 있다. 낙비홍이 없는 낙가를 친정제가 안중에나 두겠는가. 낙구년이 천하맹에 이번 일을 문제 삼고 들겠다며 찾아간다면 진청제는 무시무시한 주먹으로 그를 맞이할 게 뻔했다. 진청제는 아군은 챙기고 적은 배척하는 단순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초휴도 꿀릴 것이 없었다. 아직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뒤로는 은마라는 거대한 세력의 일원이고 표면적으로는 낙가보다 훨씬 강한 관중형당 소속이 아닌가. 이들 중 가장 고려할 사항이 많아 찔러볼 빌미가 있는 사람을 꼽자면 그나마 막천림이 있었다. 그러나 이미 그가 낙비홍을 돕기로 마음을 확고하게 굳힌 이상 태도를 바꿀 리는 없었다. 그리고 막가의 세력이 약하다 한들 낙가보다 아래는 결코 아니었다.
낙구년의 분노는 극한으로 치달았다. 낙구년이 아무리 강호에서 존재감이 없어도 그렇지, 낙가에서만큼은 그 누구도 감히 무시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그런 그가 지금은 까마득하게 어린 후배들한테 공공연히 도전을 받고 있지 않은가.
그때 낙천양이 조용히 만류했다.
“노야 님. 그냥 가게 놔두시지요. 낙비홍은 선조의 사리를 손에 들고 있습니다. 낙비홍이 미쳐 날뛰는 날에는 양쪽 모두 망한단 말입니다. 억지로 비홍을 붙잡아봐야, 저 아이는 기어코 낙가의 원기를 훼손할 거라고요!”
낙가와 낙비홍을 모두 고려한 발언이었다. 어쨌든 낙비홍은 그의 친딸이니 혈육의 정이 없다면 이상할 터였다. 만약 낙비홍이 정말로 사리를 훼손하여 낙가의 대진을 파괴한다면 그때는 그녀를 아무리 살리고 싶어도 불가능할 터였다. 막야자가 저들 편에 섰다지만 그는 전투력이 전혀 없는 허수아비 무도종사고, 초휴 등이 아무리 강해 봐야 강호의 신출내기들 아닌가. 저들이 무슨 수로 낙가 전체를 막아 내겠는가.
그러니 낙비홍은 자유롭게 이곳을 떠나고 낙가는 약간의 체면만 잃는 것이 서로에게 가장 출혈이 적은 그림인 셈이다. 낙천양은 나름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권고를 한 것이지만 그가 간과한 것이 있었다. 낙비홍이 자신의 딸이라는 사실과 낙구년의 분노가 상상 이상이라는 점이었다.
다른 사람의 말이었다면 낙구년도 화를 가라앉히고 한발 물러섰을지 모르지만, 낙천양이 그렇게 말하니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낙구년은 음산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일갈했다.
“저런 것도 딸이라고 목숨을 살려주고 싶은가? 애초에 딸아이 교육을 어떻게 한 게야? 가주 노릇을 제대로 못 하니, 아들 하나는 고자가 되었고 딸은 패륜아로 키웠잖은가! 오늘부로 당장 가주 자리에서 물러나라!”
낙천양은 호된 꾸지람에 넋을 잃었다. 한순간에 가주 자리를 잃자 그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낙구년은 이어서 낙비홍을 향해 싸늘하게 말했다.
“요망한 것! 네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지금 바로 사리를 넘기면 목숨은 살려주고 선조의 사당에서 참회하는 선에서 처벌을 끝내겠다. 그러나 계속 고집을 부린다면 결국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야!”
낙구년의 노기 가득한 말에 겁을 집어먹을 만도 했지만 낙비홍의 성격은 낙구년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강경했다. 낙비홍은 낙구년이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손에 힘을 주어 사리를 터트렸다. 그곳에 있던 모두가 경악했고 낙가 사람들의 눈은 충격으로 벌겋게 충혈되었다.
선조의 사리는 낙가의 비장의 절기이기도 했지만 낙가의 선조 그 자체를 상징하는 물건이었다. 그런 귀중한 물건을 파괴한 건 선조 무덤을 파헤치고 그 유골을 사방에 뿌린 것에 버금가는 패륜 행위였다.
“네가 정녕 죽음을 자초하는구나!”
낙구년이 포효하자 그의 몸에서 맹렬한 기세가 뿜어져 나와 낙비홍을 직격했다. 그러나 낙비홍이 사리를 파괴한 순간, 낙가의 지면 전체가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어서 엄청난 지진과 함께 지표면에 눈 부신 빛을 발하는 진문(陣紋)이 떠오르더니 산산이 부서지며 소멸하였다.
낙가의 가주는 그 광경을 보고 다급하게 외쳤다.
“노야! 비홍을 놔두세요! 사리는 대진의 눈입니다. 진법이 파괴되면 낙가의 사당도 파괴된다는 말입니다!”
낙가의 사당은 선조들의 위패를 모신 곳이므로 큰 의미를 지닌 곳이었다. 그런 신성한 곳이 그들의 세대에서 무너져 내린다면 죽어서 조상들의 얼굴을 무슨 낯으로 대하겠는가. 그러나 낙구년은 이미 분노로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아직 시간이 있어. 진법이 소멸되기 전에 내가 반드시 저 요물을 쳐죽일 테다!”
낙구년이 분노하며 외치자 막야자가 낙비홍에게 탄식하며 말했다.
“결국엔 낙가와 영원히 의절하게 되었구나.”
그러나 낙비홍은 전혀 꺼릴 게 없다는 듯 담담하게 말했다.
“낙가가 날 팔아먹으려고 결심한 순간부터 결정된 일이었어요.”
막야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너희는 비홍을 데리고 나가라. 내가 여기서 최대한 시간을 끌어 보마.”
말을 마친 막야자는 공간 비전함에서 검 네 자루를 꺼냈다. 날카로운 날이 서늘하게 빛나는 장검들은 놀랍게도 신병급의 무기였다. 막야자가 진기를 불어넣자 장검의 검기가 바람을 따라 일어나 낙구년을 향했다.
막야자는 무예를 익히지 않았고 전투력 없이 오직 경지만을 높이며 수행해 왔지만, 그렇다고 저항할 능력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주조에 있어서 만큼은 대종사인 막야자에게는 강력한무공은 없어도 강력한 병기가 있었다. 무인이라면 누구나 신병을 가지려고 안달하는 법이다. 그리고 막야자는 재료만 있으면 신병을 뚝딱 하고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막야자가 꺼낸 네 자루의 장검 역시 그가 직접 주조한 것은 물론, 매일 자신의 피의 정기를 불어넣어 가며 길들인 신병이었다. 그가 가진 것은 그뿐이 아니다. 그에게는 병기 제작의 대가로 진무교의 고수에게 요청해서 받은 검진이 있었다. 지금처럼 필요할 때 진기를 불어넣으면 네 자루의 검이 스스로 진무검진(真武劍陣)을 형성하며 위력을 발휘했다. 비록 막강하지는 않아도 얼마간 시간을 끄는 용도로는 충분할 것이다. 낙구년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겠지만, 아무리 그라도 단시간에 검진을 파훼하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
막야자가 후방을 사수하자 초휴가 눈을 부릅뜨며 외쳤다.
“치고 나가자!”
말을 내뱉음과 동시에 초휴가 손에 쥔 천마무에 도강과 마기가 무시무시한 위력으로 맺혔다. 초휴가 천마무를 마구 휘두르며 나아가자 가장 먼저 달려든 낙가의 무인 몇 명이 처참하게 목숨을 잃었다.
“겁도 없구나!”
낙가의 한 천인합일 고수가 강기를 가득 모으며 달려 나와 초휴를 향해 검을 겨눴다. 이제 막 검에 모인 검세가 초휴를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초휴가 뼛속 깊숙이 도의(刀意)를 연단한 아비삼도의 일도가, 지옥에서 격출된 심판의 칼날처럼 사악함과 신성함을 동시에 발산하며 발출되었다. 그러자 낙가의 무인은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초휴에게 사로잡혔다. 초휴가 천자망기술로 그의 움직임을 예측해 퇴로를 완전히 봉쇄했기 때문이었다. 무인은 거미줄에 걸린 곤충이라도 된 듯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초휴는 그가 발버둥을 치기도 전에 칼을 내리쳤고, 무인의 무기는 강기를 잃으며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건 사방으로 흩날리는 피의 안개뿐이었다. 무려 천인합일의 무인이 경악스럽게도 단칼에 두 동강이 난 것이다.
내장 사이로 선혈이 솟구치는 무시무시한 광경이 펼쳐지자, 연이어 초휴에게 달려들 참이었던 낙가의 천인합일 무인들은 얼어붙은 듯 그 자리에서 멈춰 버렸다. 낙가에는 천인합일 고수들이 꽤 있었다. 낙천양이 그랬고 낙가의 장로들도 천인합일이었다. 그러나 초휴는 낙가의 천인합일 고수를 무 썰 듯 베어 버렸다. 무려 천인합일의 고수가 몇 합을 겨루지도 못하고 단칼에 끝나 버리다니, 저 초휴는 얼마나 무시무시한 인간이란 말인가!
기세를 몰아 초휴 일행은 거침없이 바깥 대청까지 전진했다. 그들이 바깥 대청에 이르도록 낙가의 그 누구도 감히 그들을 저지하지 못했다.
영백록은 이 광경을 보고 탄식처럼 중얼거렸다.
“낙가가 망할 날이 머지않았구나.”
한 세가의 실력이 약한 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시시각각 대세가 변화하는 게 세상사가 아닌가. 낙가처럼 기울기 시작한 세가가 망하는 것이 대수로울 것도 없었다. 그러나 현재의 낙가는 한 줌의 패기도 없어 보였다. 이 많은 인원으로 초휴 한 사람을 막아서지 못하고, 열조의 사당을 훼손한 낙비홍이라는 대역죄인을 눈앞에 두고 출수할 용기조차 내지 못하다니. 이 정도면 갈 데까지 갔다고 봐야 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