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445)
445화 필살의 표적
이들 넷이 돌연 반기를 들 거라곤 이원은 물론, 다른 남서 세력들도 전혀 예상치 못한 탓이었다. 기습을 성공시킨 후 원래의 자리에 계속 머물 용기가 안 난 이들 넷은 곧장 초휴 쪽으로 집결했다. 하지만 너무 놀란 탓에 아무도 이들의 이동을 저지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나 놀란 건 정천도 일당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배신자는 자기 하나뿐일 거라고 예상했건만, 이처럼 ‘동지’가 많을 줄이야!
그제야 상황이 파악된 이원이 이들 넷을 노려보며 미친 듯이 소리쳤다.
“정천도! 그리고 거기 세 사람! 감히 태자 전하를 배신하고도 목숨을 부지할 것 같으냐?”
도대체 초휴가 무슨 농간을 부렸기에 태자 편이 되기로 얘기가 다 되어있던 주요 세력들이 갑자기 등을 돌렸단 말인가. 물론 이는 초휴와 무관한 일일 수도 있었다. 저들 네 세력이 갈피를 못 잡고 망설이는 걸 이황자가 진작 감지하고서 미리 손을 썼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제대로 싸워보기도 전에 최상위 세력이 무려 넷이나 빠져나간 데다, 천인합일 객경을 비롯한 아군 넷이 죽었으니 자칫하다간 전세가 역전될 판이었다. 그리고 원래 중립을 지키려다가 뒤늦게 대세를 따르는 것을 고민하던 세력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기 시작한 게 큰 문제였다. 한쪽은 태자요, 다른 한쪽은 이황자다. 사실 누구 밑으로 들어가건 간에 그들로서는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이럴 때 가장 안전한 선택은 누가 더 센지 봐서 그편에 붙는 것이리라.
지금까지는 당연히 태자 쪽이 더 강하리라 여겼다. 하지만 인제 보니 이황자 쪽이 더 센 것 같기도 했다. 이원의 추궁에 정천도 등은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 그들로서는 배반해야 할 뚜렷한 이유는 없었다. 그저 초휴의 강압에 못 이겨 이리된 것이니 대답할 말이 궁색할 수밖에. 잠시 고민하던 정천도가 다소곳이 양손을 모아 보이며 말했다.
“이 대인, 우리도 선뜻 원해서 한 일이 아니외다. 운명의 조화로 인해 말 못 할 고충이 있었소. 어쩔 수 없이 태자 전하와 대립하는 처지에 설 수밖에 없음을 너그러이 양해 바라오.”
다른 세 사람이 고개를 푹 숙인 거와는 달리 옆에 있던 송렴은 입만 실룩거렸다. 사실 그는 말 못 할 고충 따위는 없었다. 그저 이황자가 태자보다 씀씀이가 훨씬 화통하다는 이유만으로 배신한 것이니까. 보다 못한 초휴가 끼어들었다.
“정 문주, 배신했으면 배신한 거요. 그런 의미 없는 말들을 늘어놓아봤자 무슨 소용이 있소이까. 인제 와서 새삼 후회라도 한단 말씀이오?”
그러자 정천도를 필두로 그들 넷이 황망히 고개를 저었다. 이미 태자에게 배신자로 낙인찍힌 이 마당에 이황자한테까지 믿기 어려운 자들로 몰려서야 되겠는가. 살고자 한다면 절대로 일이 그렇게 흘러가선 안 되었다.
“후회하지 않는다니 되었소.”
초휴가 고개를 끄덕이는가 싶더니 별안간 손을 매섭게 휘저으며 일갈했다.
“죽여라!”
그의 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 공공과 방진기가 수하들과 함께 치고 나갔다. 이번 일의 계획단계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 두 사람은 줄곧 초휴의 보조 역할에 머물러왔다. 하지만 이는 그들의 실력이 변변치 않아서가 결코 아니었다. 수많은 황궁 태감들 가운데 여륭기의 측근 태감으로 선택받을 정도면 이 공공의 실력이 어떨지 짐작 가고도 남을 터.
그는 무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의 양손이 이미 최상의 무기였기 때문이다. 일 장을 내리칠 때마다 얼음을 머금은 한기가 상대의 경맥과 진기를 얼려버렸으니 어찌 사악하지 않다고 하겠는가. 방진기는 이 공공과 상반된 공세를 보였다. 더없는 강맹함을 무도로 삼는 그의 손에는 긴 창이 들려 있었는데, 그걸 한번 휘두를 때마다 산도 가를 위력이 마구 터져 나왔다.
이 공공과 방진기를 필두로 정천도 무리까지 출수하자 전세는 순식간에 이황자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자 여전히 태자 편을 택한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남서 세력이 관망세로 돌아섰다. 사실 그간 이들은 태자와 끈끈한 군신 관계를 다질 기회조차 없었다. 살육의 전장에서 모진 세월을 버틴 야수와도 같은 이곳 무사들이 아닌가. 이들에게는 마지막 승자만이 진리일 뿐이었다. 해서 누군가에게 의탁해야 한다면 당연히 가장 강한 자를 택하는 게 순리일 터였다.
초휴가 칼을 빼 들고 이원에게 달려들었다. 이토록 많은 계략을 꾸며가며 여기까지 온 데에는 태자에게 복수해야겠다는 생각이 컸고, 무엇보다도 이원을 죽여 그의 기연을 빼앗을 목적이었다! 초휴가 자신을 향해 덮쳐오자 이원이 안색이 돌변하여 고래고래 소리쳤다.
“초휴를 막아라!”
그의 명령에 태자의 오기조원 수하 여러 명과 천인합일 객경 한 명이 일제히 초휴 앞을 막아섰다. 그를 막아내려면 한 명으로는 어림도 없을 테니 아예 떼로 움직인 것이다. 사실 이원의 실력은 객경들만 못한지라 더럭 겁을 먹을 만도 했다. 그는 단지 태자의 심복으로서 태자의 수하들 가운데 위상이 높았을 뿐이다. 이처럼 고귀한 몸이신 그와 진 공공은 다른 수하들의 호위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
초휴에게 출수한 객경은 강호에서 보기 드문 병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것은 도금 처리된 거대한 도끼로 크기가 사람 키 정도로 거대했다. 골격부터가 장대한 인물이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는 것으로 봐서 육신의 힘을 기르는 수련을 해왔음이 분명했다. 주위의 강기가 도끼의 힘으로 교란되는가 싶더니 이내 막강한 기세가 초휴의 정수리를 향해 쏟아져 내렸다. 이런 무도를 수련한 자라면 굳이 기교 따위는 필요치 않을 터. 이미 극강의 수위에 달한 힘만으로도 파죽지세를 내기에 충분하지 않겠는가.
다만 애석하게도 이 객경은 아직 그런 경지에는 이르지 못한듯했다. 초휴 앞에서는 본연의 힘을 전혀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초휴의 두 눈에 일월성신이 어리더니 무수한 변환을 일으키며 천자망기술이 시전되었다. 동시에 내박인이 출수되자, 초휴는 거대한 도끼의 가격을 빛의 속도로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초휴의 몸이 도끼를 피하자마자 오기조원 무사들이 그를 에워싸며 포위망 안에 가두려 했다. 거부(巨斧)를 다루는 천인합일 객경에게 초휴를 양단할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함이었다. 이에 초휴가 천마무를 내리치자 마기와 살기가 일신에 응집되며 아비도삼도의 도의를 끌어냈다. 이 모든 게 실린 일도는 좌중의 눈에 더없이 두렵게 느껴졌음은 물론이다.
조금 전 초휴가 이 가공할 일도로 천인합일 고수를 두 동강 냈던 장면이 아직도 눈앞에 선했다. 다섯 오기조원 무사도 예외는 아닌지라 낯빛이 허옇게 질려서는 일단 피하려고 했다. 그나마 네 명은 제때 몸을 피했으나 동작이 느린 한 명은 삽시간에 천마무의 도강에 휩싸이고 말았다.
‘펑’하는 굉음과 함께 혈무가 피어오른 현장에는 그의 모습이 더는 보이지 않았다. 시신조차 보존되지 않다니! 이건 서가 가주의 죽음보다 훨씬 더 참혹하지 않은가.
초휴가 일보 전진하자 뒤에 있던 오기조원 무사가 이 기회를 이용해 그를 습격하려 했다. 하지만 이를 감지한 초휴가 원만보병인으로 강력한 불광을 터트리자 그 무사는 충격으로 왈칵 피를 토하며 저만치 나가떨어졌다.
곧이어 초휴가 한 손을 내젓자, 강렬한 마기가 터져 나옴과 동시에 무사 체내의 모든 피가 그 마기에 흡착되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처럼 마혈대법으로 무사의 전신이 미라처럼 변해버린 건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사실 마혈대법은 살인용으로 창안된 게 아니라, 그저 교전 시 화혈신도의 운용과 더불어 보조적 역할을 하는 게 목적이었다. 게다가 실력이 엇비슷한 상대와 싸울 때는 마혈대법으로 상대의 기혈을 죄다 뽑아내기란 어렵다고 봐야 했다. 다만 초휴가 상대 무사와 같은 오기조원이라고 해도 전투력에서는 거의 경지 하나가 높기에 이런 결과를 빚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초휴가 또 일보 전진하며 한 손을 내젓자, 아까 마기로 흡착해낸 상대의 선혈이 혈도(血刀)로 응집되며 번개처럼 떨어졌다. 오기조원 무사는 좌충우돌하며 피하려 했으나 그 혈도는 상대의 움직임을 미리 꿰뚫기라도 한 양, 순식간에 불가사의한 각도로 그의 몸을 관통하고 말았다.
눈 깜짝할 새에 오기조원 무사 여럿을 해치운 초휴는 이원을 향해 또 한 발을 내디뎠다. 이제야 현실을 직시하게 된 이원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무리 봐도 낙가에서 봤던 그 초휴가 아닌 듯했다. 어떻게 그사이에 저토록 강해질 수가 있다는 말인가.
“초휴를 막으라니까!”
이원은 이 말만 남기고 부리나케 도주하기 시작했다. 남들 눈에는 이런 행동이 비굴하게 보일지 몰라도 초휴에 대해 잘 아는 그로서는 현명한 판단일 터였다. 초휴는 줄곧 이원만을 노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를 죽이고야 말리라는 눈빛을 한 채로 말이다. 지금 당장 도망치지 않는다면 도망갈 기회는 영원히 사라지고 말 게 뻔했다.
초휴가 이원을 뒤쫓으려 하자 뒤에 있던 천인합일 무사는 다급한 나머지 수중의 거부에 강기의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막아섰다. 그러자 방금까지만 해도 거부를 피하는 움직임을 보이던 초휴가 돌연 몸을 홱 돌리더니 그를 향해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어느샌가 두 눈이 시뻘건 살기로 흠뻑 젖은 초휴는 어김없이 망아살권을 토해냈다.
그 위압적인 권력(拳力)에 가격당한 거부가 격하게 떨렸다. 원래 거부의 주인은 초휴가 노리는 게 단지 이원이라고만 생각해서 무방비 상태로 막아선 것이었다. 워낙 급작스레 이루어진 출수인 데다 망아살권에 가격까지 당하자 하마터면 수중의 거부를 놓칠 뻔했다.
초휴의 공세에 상대는 속수무책으로 허둥댈 수밖에 없었다. 거부를 손에서 놓칠뻔할 만큼 강력한 공세에 내몰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가 정신을 가다듬기도 전에 초휴의 후속 공격이 이어졌다. 대금강륜인의 불광이 금강역사의 폭발적인 항마력을 과시하자 상대는 속절없이 몇 발짝을 뒤로 밀려났다.
뒤이어 일륜인이 오행의 순환을 끌어내자, 영원히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은 강력한 힘이 그의 손을 찢은 데 이어서 수중의 거부마저 날려버렸다. 천인합일 무사는 입가에 피를 흘리며 경악한 눈빛으로 초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의 양손은 손가락 몇 개가 꺾여서 피범벅이 되어있었다.
연체무공의 수련에 심혈을 기울여온 그는 힘 하나만큼은 자신이 넘쳤다. 비록 대광명사 무승들과 겨뤄본 적은 없었지만 절대로 그들에 뒤지지 않으리라는 확신도 있었다. 그러나 대광명사는 고사하고 생각지도 못했던 상대에게 그간의 확신이 와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자기보다 경지도 하나 아래인 상대에게 힘에서 패하다니! 그것도 압도적인 패배가 아닌가.
하지만 감상에 오래 젖을 겨를도 없이 초휴가 마도를 휘둘러왔다. 병기를 잃은 그는 선택의 여지 없이 주먹을 들어 그 마도에 맞섰다. 천지를 찢어발길 기세로 매섭게 권풍(拳風)이 몰아치니 그 위력은 거부 못지않았다. 하지만 돌연 초휴의 도세가 가물가물 아지랑이처럼 변하더니 상대의 일권에 맞서 예측할 수 없게 방향을 바꿔버렸다. 그러자 마기가 몰아치더니 너무도 쉽게 상대의 팔 한 짝이 날아가 버렸다.
그는 짐승 같은 노호성을 내지르더니 물러나기는커녕 전신의 기혈을 태워 나머지 한쪽 팔을 시뻘겋게 물들였다. 그러고는 아까와 다름없는 위력적인 기세로 초휴를 공격해왔다. 물론 이 모든 게 부질없는 짓임을 본인은 모르고 있었다. 이 정도로 단순하고 일차원적인 무도는 천자망기술에 의해 당장 간파될 수준이었다. 어느덧 초휴가 펼쳐놓은 그물에 걸려든 그는 가여운 사냥감처럼 아무리 몸부림쳐도 그 영향권을 벗어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