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480)
480화 습격
이처럼 초휴와 영백록이 변화무쌍한 공방을 쉴 틈 없이 이어가자 중인들은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이것이 명실상부한 용호방 대표급 준걸들의 실력이었다.
두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백중지세를 이룬 끝에 결국 교착 국면에 빠져들었다. 지난번 종현과의 대결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었다.
초휴는 당시에 계속 팽팽한 접전을 이어나간들 종국에는 자신의 패배로 끝나리라는 예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필승의 자신감이 있는 건 아니었으나 필패의 불안감도 없었다. 가진 모든 걸 동원해서 전력을 다한다면 무언가 가능성이 있지 않겠는가. 영백록도 그런 생각을 하는 건 마찬가지일 터였다. 한마디로 양측 모두 순순히 물러날 리가 없다는 말이다.
이처럼 두 사람 모두 한 치의 양보도 없이 격전을 치르고 있을 무렵, 동제곤 쪽에서는 변화의 기류가 시작되고 있었다.
사실 만년 가까이 억눌려 지냈던 현구유의 실력은 시구령과 별 차이 없는 수준으로 퇴보한 상태였다. 다만 아까는 여온후의 기운을 빌리는 게 가능했기에 강한 위력을 토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무쌍의 봉인이 완전히 해제되어 소멸해버린 여온후의 기운을 현구유는 더 이상 빌려올 방법이 없었다. 해서 싸움이 거듭될수록 실력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해서 처음에 거뜬히 동제곤 등 세 무도종사를 눌렀던 그가 지금은 역으로 제압당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이로써 현구유로부터의 압박감을 덜게 된 교연동의 시선이 초휴와 영백록의 대결로 옮겨갔다. 그들의 싸움을 지켜보던 교연동의 눈가에 비열함이 번뜩였다. 사인곡에서 초휴한테 지레 겁먹고 물러났던 일은 두고두고 그에게 수치심을 안겨주었다. 더욱이 이번에 방칠소와 사소루까지 달고 나타나서는 자기 앞에서 기고만장하게 굴지 않았는가. 이에 괘씸죄까지 더해진 바람에 그는 초휴가 얄미워 죽을 지경이었다.
지금은 초휴의 곁에 방칠소와 사소루가 없는 건 물론이고, 신병 무쌍을 탈취하려고 저렇듯 열심히 싸우고 있지 않은가. 이번만큼은 동제곤도 초휴의 역성을 들어주지 않을 게 분명했다. 지금이야말로 건방진 초휴를 혼내줄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하지만 교연동은 대놓고 손을 쓰진 않았다. 그의 소갈머리가 좁은 건 분명했지만, 남의 입에서 그런 소리를 듣는 건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해서 그는 전음으로 자신의 대제자에게 초휴를 암습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아예 제자 한 명 없는 허정일과는 달리, 그는 많은 제자가 있었고 이번 개산제에도 그중 몇 명과 함께 와 있었다.
대제자 방정(方亭)은 천인합일의 인물로, 초휴와의 맞대결해서 이긴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기습공격으로 타격을 입히는 것 정도는 가능하리라는 게 그의 계산이었다. 기습이 성공하면 영백록과 합세해 초휴를 끝장내 버릴 수 있을 테니 적잖은 수고를 덜지 않겠는가.
그리고 설사 기습이 실패해도 예비 계획이 준비되어있었다. 방정이 부상을 가장하여 물러나면 교연동이 자기 제자를 다치게 했다는 트집을 잡아 초휴를 공격하면 되는 것이다. 교연동의 팔이 늘 안으로 굽는다는 건 강호에 모를 자가 없으니, 이번에 한 번 더 굽어져서 세인의 입방아에 오른들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적어도 대선배가 돼서 너그러이 후배를 봐주기는커녕 대놓고 선제공격을 했다는 소리를 듣는 것보단 훨씬 낫지 않겠는가.
방정은 사부의 전음을 듣자 뒤엉켜 싸우던 무리에서 슬며시 빠져나왔다. 그는 자신의 행동거지를 여봉선이 눈치 못 챘음을 확인한 다음, 일부러 빙 둘러 초휴의 뒤로 갔다. 방정은 나이 오십이 가까워서야 천인합일에 오른지라 교연동과 나이 차도 얼마 나지 않았다. 만약 교연동이 초휴를 정면에서 공격하라고 지시했다면 아무리 사부의 명령이라도 불복했을 것이다. 하지만 뒤에서 기습하는 것 정도야 그리 위험하지 않을 듯했다.
날렵한 묘도를 손에 쥔 순간, 방정의 눈빛이 험악하게 변했다. 그는 핏빛 살기가 도날에 장전되기가 무섭게 초휴의 급소를 향해 힘껏 내리쳤다.
초휴가 영백록과 치열하게 싸우는 중이긴 하나, 늘 그렇듯이 뜻밖의 상대에 대한 경계도 늦추지 않고 있었다. 방정이 묘도를 뽑기도 전부터 초휴는 이미 등 뒤의 살기를 감지하고 있었다.
사실 방정 정도의 천인합일이라면 초휴가 오기조원 시절이었어도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다만 지금은 여러모로 기력의 소모가 큰 환일대법으로 싸우는 중인지라, 방정의 습격은 매우 시기적절하게 결행된 셈이었다.
등 뒤가 싸늘해지는 걸 느꼈음에도 초휴는 뒤돌아 반격하기는커녕 눈빛에 당황한 기색이라곤 없었다. 대신 그의 몸에서 돌연 불음이 뇌성벽력처럼 터져 나오며 불광이 번쩍였다. 그 가공할 울림이 방정의 일도를 무력화시키니, 그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몸이 뒤로 튕겨 나갔다. 바로 외사자인을 출수해 반격한 것이었다!
쾌만구자결을 시전하려면 먼저 수인을 결해야만 한다. 하지만 지금 초휴는 워낙 이 무공에 숙달된 지라, 두 손에서 제각기 다른 인법을 동시에 취하는 것까지도 가능했다. 머지않아 이 아홉 인법을 하나로 합치게 되면 본연의 최강 위력까지도 기대할 수 있을 터였다. 방금 초휴는 결인 대신 그저 진기로만 외사자인을 터뜨린 것이다. 이게 다 그가 쾌만구자결에 완벽히 통달한 결과인 셈이었다. 물론 이런 경우의 위력은 직접 인법을 취했을 때와는 비교가 안 되지만, 방정 같은 수준의 상대를 물리치는 데는 별 무리가 없었다.
이때 영백록은 누군가가 초휴를 습격한 상황에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리고 서서히 힘을 거두어들여 구룡호신(九龍護身)을 소멸시켰다. 그가 초휴와 겨루고 싶은 건 분명하나, 그렇다고 밀려난 용호방 순위에 연연해서 싸우려는 건 아니었다.
영백록의 인품이 세간의 평판만큼 그렇게까지 고결하지는 못해도, 최소한 자신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은 있었다. 상대가 습격받은 틈을 노려 승리할 수 있다 한들, 그런 떳떳하지 못한 승리로 올라간 용호방 순위를 받아들일 생각은 그에게 없었다. 이처럼 영백록이 먼저 출수를 거두자, 초휴도 환일대법을 거두며 뒤돌아섰다.
초휴가 방정을 노려보았다. 초휴와 방정,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했다. 초휴와 눈이 딱 마주친 순간, 방정은 마치 상고의 흉수가 자기를 노려보는 듯한 위압감에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뒤이어 심장 한쪽이 싸해지며 물밀 듯이 밀려드는 공포감에 사지가 얼어붙고 말았다. 궁색한 변명이나마 해보려 했으나, 초휴의 눈이 벌써 시뻘겋게 물든 뒤였다. 그가 일권을 내지르기가 무섭게 온 천지의 살의가 응집되며 천지 원기마저 교란되었다.
망아살권의 일격에 방정은 부랴부랴 일신의 강기를 터뜨리며 묘도를 내지른 후, 전력을 다해 옆으로 몸을 날려 피했다. 하지만 이중삼중에 걸친 안전장치도 망아살권의 위력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실체인 양 응집된 살기가 엄청난 폭음과 더불어 방정의 몸에 적중하자, 그의 몸은 혈무만 남긴 채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초휴!”
이 광경을 본 교연동이 살기에 눈이 뒤집혀 미친 듯이 소리쳤다. 그가 말리고 자시고 할 겨를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애초에 기습이 실패해도 별 탈 없으리라 여겼던 건 초휴가 영백록과 교전 중일 때나 해당할 얘기였다. 영백록이 하필 그 순간 출수를 거두고 초휴에게 암습한 자를 처리할 기회를 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단 일격에 대제자 방정이 죽다니!’
사실 교연동이 이처럼 분노하는 건 단순히 초휴가 자기 제자를 죽였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었다. 가장 쓸만한 조력자를 잃었다는 허탈감에 기인한 분노였다. 교연동의 그 많은 제자 가운데 방정은 서열 일 위의 대제자였으나, 실은 천부적 자질도 사부의 총애도 그저 그런 제자 중 하나에 불과했다. 다만 교연동을 도와 가장 많은 일을 처리해온 요긴한 제자임은 확실했다.
대제자로서 교연동과 지내온 시간이 긴 만큼, 사부의 눈빛만 봐도 그의 속내를 알아채고 척척 알아서 일을 처리하곤 했다. 따라서 그간 교연동의 지시를 가장 많이 이행해 온 제자도 당연히 방정이었다. 그런 방정이 초휴의 일초에 허무하게 죽었으니 이는 교연동의 오른팔이 잘려나간 거나 다름없는 셈이었다. 어찌 분노하지 않고 배길 재간이 있겠는가.
교연동은 지금까지 싸우던 현구유는 팽개치고 살기 번뜩이는 표혈신도를 휘두르며 초휴에게 달려들었다.
“초휴, 내 막내 제자를 불구로 만든 것도 모자라서 대제자까지 죽여? 노부가 오늘 네놈 목줄을 따지 못하면 서초에 얼굴 들고 살 자격이 없다. 죽어라!”
그가 노호성을 내지르며 표혈신도를 내지르자 도 끝에서 수십 장 길이의 도망이 격출되어 초휴를 향해 뻗어 나갔다. 끝없이 무진장하게 펼쳐진 그 도세는 백 자루의 칼날과도 맞먹을 위력을 발했다. 무도종사의 실력을 한순간에 남김없이 토해낸 것이다.
비록 그가 몸담은 사문도 없이 무도종사 중에서도 하위에 속하는 실력이긴 하나, 그래도 엄연히 무도진단을 응집해낸 종사급 고수다. 다른 건 차치하고라도 출수 시 발휘할 수 있는 역량은 천인합일과 함께 논할 수준은 아니었다.
초휴가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이에 질세라 천마무에서 강력한 마기와 살기를 내뿜었다. 하지만 도를 내지를 때마다 가까스로 교연동의 공세를 막아 내는 정도에 불과했다. 무도종사가 괜히 무도종사라고 불리겠는가. 교연동이 무심히 내지른 일격에도 초휴는 전력을 다해 응수해야 했다. 한창 현구유와 교전 중이던 동제곤과 허정일은 서로 눈치만 살필 뿐, 딱히 싸움을 말릴 의사는 없어 보였다.
지금의 현구유는 걱정할 상대도 못 되었다. 교연동 없이 그 둘만으로도 충분히 해치울 수 있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까 교연동도 짐작했듯이 동가는 초휴와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아까는 개산제에 영향을 미칠까 봐 우려되어 말렸을 뿐, 지금은 저 둘 간의 사사로운 원한 싸움에 개입할 이유가 없었다.
영백록도 한옆에서 관망만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딱히 초휴와 교분이 깊은 사이도 아닌 데다, 아까 상대가 위기에 처한 틈을 타 공격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많이 봐준 셈이니까. 그런 그가 초휴를 도우리라는 건 지나친 기대라 해야 할 터였다.
이로써 현장에 초휴를 도울 만한 이는 여봉선 하나였지만, 오기조원의 실력으로 섣불리 끼어들었다가 진작 교연동이 내지른 공격 한 방에 나가떨어질지도 몰랐다. 자그마치 두 경지의 격차는 여봉선도 어찌해 볼 방법이 없었다. 초휴야 가까스로라도 버티고 있다지만, 여봉선에게는 이마저도 힘에 부치는 일이었다.
무도종사라는 이름이 주는 압박감은 매우 컸지만 초휴는 나름 선방하는 중이었다. 용호방 상위 세 사람이라면 전력을 다해 출수할 경우 무도종사와도 맞먹을 실력이 나올지도 모른다. 교연동이 지금 자신을 거세게 몰아붙이는 건 사실이나, 일전에 종현과 맞붙었을 때를 능가하는 위협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교연동은 초휴를 압박하는 데 그칠 뿐, 그를 쓰러뜨리지는 못하고 있었다. 갈수록 싸움이 여의치 않게 돌아가자 교연동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세상 모든 노강호가 흔쾌히 젊은 후배와 겨루려고 하는 건 아니다. 이유는 간단했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싸워서 이기면 당연한 거고, 자칫 후배를 괴롭히는 선배라는 오명이나 쓰지 않으면 다행이다. 만에 하나 패하면 젊은이들이 밟고 올라설 발판 취급을 받다가, 늙은 퇴물 소리를 들으며 강호에서 퇴장할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 교연동이 우위에 있는 건 맞지만, 눈앞의 상대가 자기보다 아래의 경지라는 걸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 명색이 무도종사가 돼서 이토록 오래 싸우면서도 상대를 제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아니나 다를까. 왠지 자기를 지켜보는 다른 무사들의 눈빛도 달라진 듯했다. 아직도 후배 하나 어쩌지 못하는 자기를 비웃는 것만 같았다.
이에 교연동은 분발이라도 하려는 듯, 한층 더 광기를 발하며 핏빛 도강을 장마철 폭우처럼 퍼부었다. 물론 결과는 매한가지였다. 번번이 천마무의 반격에 산산이 와해되거나, 독고인 등 방어수단에 막혀 소멸하였으니까. 물론 그 과정에서 초휴가 낭패를 면치 못하는 몰골을 보이기는 했으나,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교연동의 공격을 막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