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49)
결국, 열 번의 가격 경쟁 끝에 더 이상 가격을 올릴 수도 없게 되자 대머리 사내가 먼저 장송령의 의중을 떠봤다.
“장 가주, 우리 흑호방(黑虎幇)은 산양부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장 가주와 얼굴 붉힐 일도 없었잖소. 그런데 굳이 내 물건을 빼앗아야 속이 시원하겠소?”
다른 정도 문파에서는 마도의 물건이라며 이 비전함을 경원하는 것과 달리, 정사 지간인 대머리 사내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장송령이 난처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曹) 방주, 나는 절대 그런 의도가 아니고 정말로 저 비전함이 갖고 싶어서 그런다오. 다들 아시다시피, 우리 둘째 녀석이 어찌나 한심한지 제 형과 차이가 심합니다. 우리 가문에서 전승되는 무공들이 많이 있지만, 녀석의 실력은 조금도 진보가 없어요. 그리고 마도의 비급은 단기 속성에 중점을 두고 있으니, 운에라도 기대어볼 요량으로 이러는 거지요. 큰 건 바라지도 않고, 그저 무공을 익히는 속도가 조금이라도 빨라졌으면 좋겠구려.”
장송령의 핑계가 그럴싸해서 흑호방 방주는 더 이상 고집을 부리기 어려웠다.
“아드님 때문이라고 하니, 내 입장만 고집하기도 곤란하군. 그럼 내가 은자 십만 냥을 받고 물러나리다.”
이처럼 한쪽이 양보를 하면 상대가 대가를 치러 성의를 표시하는 게 경매대회의 관례였다. 은자 십만 냥이 결코 적은 액수는 아니지만, 그 비전함을 원한 당사자는 초휴이고 은자도 그의 것이니 결과적으로 장송령은 손해 볼 게 없었다. 그래서 흔쾌히 승낙하고 나니, 비전함은 순조롭게 장송령에게 낙찰되었다.
정작 초휴는 예상을 초과하는 액수에 심기가 불편해졌다. 그 비전함을 차지하기 위해 자그마치 오십만 냥을 써버렸고, 이로써 본가에서 가지고 나온 은자가 거의 바닥난 셈이었다. 그래도 장씨 가문과 동업을 한 건 현명했다. 만약 초휴 혼자서 나섰더라면 그 흑호방인지 뭔지의 조 방주가 양보하리라는 보장이 없었을 터. 최악의 경우, 초휴가 다시금 도적 떼를 동원해 방주를 처치하고 물건을 빼앗는 길을 택해야 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 뒤로 이어진 경매에 초휴는 더 이상 참여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게임에서 이번 경매대회에서 가장 가치 있는 물건이라고 알려진 것이 자기 수중에 들어왔다. 다른 물건에는 관심 가질 필요도 없었다.
경매 대회가 끝나자 장송령이 초휴의 은자로 값을 치른 후 말했다.
“임 공자, 조금만 기다리시게. 비전함 주인이 받은 액수를 확인하면, 오늘 저녁까지 우리 집에 물건을 보내올 걸세.”
“알겠습니다. 그럼 저녁에 댁으로 비전함을 가지러 가지요. 그때 잔금을 마저 드리겠습니다.”
장송령이 경매장을 나서 집으로 돌아오자, 그동안 산양부를 떠나 있었던 한위가 돌아와 있었다. 한위가 장송령의 귀에 대고 이렇게 말했다.
“가주님, 풍만루에서 정보를 얻어왔습니다. 그 임엽이라는 자의 신분에 확실히 문제가 있더군요.”
임엽의 신분에 문제가 있다는 한위의 보고에 장송령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저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어떤 위험한 세력이 배후에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 조치를 취한 것이다. 무슨 악의가 있어 임엽의 신분을 조사하라고 시킨 건 아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장송령도 당황스러웠다.
“풍만루에서 뭐라고 하였나?”
“풍만루에서 조사한 바로는 이런 인물은 없다고 합니다. 임중군에는 임엽이란 이름의 젊은 선천경 무사가 아예 없습니다. 북연 전체로 보면 그런 이름의 젊은 선천경 무사가 있긴 하나 용모가 일치하지 않습니다. 풍만루에서는 임엽이 가명일 거라고 말하더군요. 그때 마침 정보가 들어왔는데, 최근 위군 통주부에서 크지도 그렇다고 작지도 않은 일이 하나 터졌다고 합니다.”
“일단 통주부의 초씨 가문이 명문 당했고, 그 와중에 창란검종의 대제자인 ‘낙우검’ 심백의 아우가 죽었다는 것만으로는 그리 큰일은 아니죠. 그런데 창란검종이 이 일로 위군 전체에 초휴의 용모파기를 돌리며 수배령을 내렸는데, 그걸 보니 임엽과 꽤 닮았더군요. 그래서 작은 일도 아니라고 말씀드린 겁니다. 다만 수배령에 따르면 초휴가 응혈경에 불과한 것과는 달리, 임엽은 선천경의 경지라는 것이 이상합니다. 그래서 풍만루에서도 두 사람을 동일인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으니 의뢰비를 팔 할만 받겠다더군요.”
“팔 할이면 되었네. 뜻밖에 좋은 건수를 건졌구먼.”
장송령이 차갑게 웃으며 내뱉자 한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주님, 혹시 임엽이 초휴라는 정보를 창란검종에 파시려는 겁니까? 하지만 창란검종은 위군이 세력권인 종문입니다. 위군과 우리 북연과의 관계가 별로인 건 가주님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저들이 초휴의 행방을 알게 된다 해도, 대놓고 이곳까지 잡으러 오진 못할 텐데요.”
“왜 내가 초휴의 정보를 창란검종에 팔 거라고 생각하는가? 풍만루 정보의 핵심은 창란검종이 초휴를 잡아 죽이려고 수배령을 내렸다는 게 아니라, 그자가 아무 뒷배도 없이 꽁지 빠지게 도망쳐 나온 상갓집 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있네. 초씨 가문이 망했으니 그 가문의 자산과 재물이 죄다 어디로 갔겠는가? 당연히 초휴 그자의 몸에 있겠지. 놈을 쥐어짜기만 하면 창란검종에 넘기는 것보다 훨씬 더 남는 장사가 될 걸세.”
장송령의 설명에 한위가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가주님, 그럼 초휴한테 손을 대실 건가요? 그저 선천경 초입에 들어섰을 뿐이라고 해도, 창란검종의 추격을 받을 정도라면 만만한 인물은 아닐 겁니다.”
그러자 장송령이 담담히 말했다.
“제아무리 만만치 않아도 혼자서 뭘 할 수 있겠나. 우리 가문에 이처럼 사람이 많은데 설마 그놈 하나 처리를 못 하겠는가. 물론 조심해서 나쁠 건 없겠지. 일단 자네는 산양부 밖으로 수하들을 보내서 대기하라 이르게. 만약 초휴가 순순히 재물을 내어놓으면 문제없겠지만, 혹여 놈이 내 호의를 무시하고 스스로 명줄을 재촉하려는 낌새가 보이면 수하들더러 도씨 가문을 비롯한 산양부 실세들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일러두게. 물론 그들에게 자세한 얘기까진 할 필요 없네. 그저 우리를 도우러 오면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만 해둬. 그들이 우리를 도와 초휴를 막아주면 까짓것 콩고물이야 조금 나눠줘도 문제없으니.”
한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의 뜻을 표했다. 실세들 간에 경쟁을 벌이는 와중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힘을 합치기도 하는 것이 산양부의 관례였다. 즉, 혼자서 먹기에 너무 버거운 떡은 못 먹고 내버려 두느니 남들과 나눠 먹는 것이다.
날이 저물자 경매 대회에서 초휴가 낙찰받은 비전함이 장씨 댁에 도착했다. 그걸 본 장백신이 옆에서 끼어들었다.
“아버지! 임엽, 아니, 이제 초휴라고 해야 맞지. 그놈한테 어떤 내막이 숨겨져 있을 거라 하셨으니, 안에 뭐가 들었는지 확인해보는 게 어떨까요?”
장송령도 궁금했던지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들 부자가 막 비전함을 열어보려는 순간, 밖에서 하인이 초휴의 도착을 알려왔다. 장송령은 음침한 미소를 지으며 비전함을 도로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잠시 실내로 들어선 초휴는 어딘가 모르게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느껴졌다.
오늘 낮까지만 해도 장송령은 예를 갖추어 초휴를 대했었다. 둘 다 같은 선천경의 경지였으나, 장송령은 나이가 많다고 위세를 떨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은 초휴가 온 것을 보고도 자리에 앉아서 쳐다보고만 있을 뿐, 인사말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장백신이 부친의 옆에 서서 뭔가 머리를 굴리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그 눈빛에서 확실히 적대감이 느껴졌다.
초휴는 굳이 내색하지 않고 태연히 먼저 말을 걸었다.
“이 자리에서 은자와 물건을 맞바꾸면 되겠군요. 장 가주님, 이번에 함께해서 즐거웠습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초휴는 손을 뻗어 탁자 위의 핏빛 비전함을 집으려 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장송령이 그것을 가로채더니, 자기 품 안에 집어넣고 표정을 굳혔다.
초휴가 물었다.
“장 가주, 이건 무슨 뜻입니까?”
“별 뜻 없소. 그저 임 공자와 몇 마디 한담이나 나눠볼까 해서요.”
“한담? 무슨 한담을 나누자는 겁니까?”
초휴의 표정이 굳어지자 장송령은 숙이고 있던 상체를 곧게 펴더니 음침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야 당연히 그대의 신분에 대해서가 아니겠소? 임엽? 아니면 초휴? 허허, 초 공자. 이번에 내가 알아보지 못했으면 이렇게 대단한 분이신 걸 모르고 그냥 넘어갈 뻔했군. 그래, 자그마치 칠종팔파의 일원인 창란검종에게 쫓기는 기분이 어떠하신가?”
장송령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초휴의 손은 이미 홍수도에 가 있었다. 초휴는 임중군에 온 이후로 창란검종 쪽의 소식을 모르고 지낸 터라, 자신이 현장을 조작한 사실이 들키지 않은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 보니 다급하게 일을 처리한 탓에 허점이 남아 있었고, 그걸 누군가가 간파해낸 것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초휴는 여전히 동요하지 않고 담담하게 응수했다.
“장 가주는 나를 창란검종에 넘길 생각이시오? 그러나 창란검종은 위군에만 수배령을 내렸으니 북연까지 날 잡으러 올 리가 만무할 터. 더군다나 내가 죽인 건 창란검종 대제자인 심백의 아우지, 심백 본인도 아니거든.”
그러자 장송령이 코웃음을 쳤다.
“물론 창란검종이 동네방네 떠들어가며 그대를 잡으러 올 수야 없겠지. 그러나 내가 그대를 잡아다가 창란검종에 넘겨주면 저들이 나한테 엄청나게 고마워하지 않겠나.”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손뼉을 몇 번 쳤다. 그러자 수십 명에 달하는 장씨 가문의 정예무사들이 나타나서 출입구를 겹겹이 막아섰다. 그들 중 응혈경 무사가 다섯 명이 넘었고, 나머지도 나름 장씨 가문의 정예 무사들처럼 보였다.
이를 본 초휴의 눈빛이 얼음장처럼 차갑게 변했다.
“귀댁과 손을 잡으면서 당신을 진정한 벗으로 여겼건만, 이제 와서 내게 무력을 쓸 참이오?”
“미안하지만, 나도 무력을 쓰기는 싫소. 다만 그대가 자신의 처지를 직시하기만을 바랄 뿐이오. 나도 쥐똥만 한 이익을 보자고 번거롭게 창란검종과 접촉할 생각은 없소. 여기서 그대의 목숨값을 내놓기만 하면 곱게 보내줄 수도 있소. 그뿐 아니라 그대에 대한 정보가 산양부에 퍼지는 것도 우리가 알아서 막아주도록 하지.”
장송령은 대놓고 시커먼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초씨 가문이 명문 당하고 그대 혼자 살아남았으니 대부분의 문중 재산이 그대 수중에 있겠지? 죄다 꺼내놓아 보게. 목숨이 붙어있어야 재물도 의미가 있는 걸세. 죽고 나면 재물이고 뭐고 다 무슨 소용이겠나.”
사실 처음부터 장송령은 초휴에 관한 정보를 창란검종에 팔 생각이 없었다. 그를 잡아다 창란검종에 넘길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창란검종은 초휴에 대한 수배령만 내렸을 뿐, 그의 정보를 가져오거나 산 채로 넘겨주면 포상금을 주겠다는 말은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창란검종이 위군의 제일 문파인 만큼, 위군 전역의 무림세력들은 돈을 못 받아도 창란검종의 위신을 세워주기 위해서라도 발 벗고 나서서 협조할 게 뻔했다. 더 나아가 그렇게 해서 창란검종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게 되는 것만으로도 흐뭇하게 생각할 터였다.
그러니 한낱 북연의 작은 가문이 자발적으로 창란검종에 초휴의 정보를 넘겨주거나 초휴 본인을 붙잡아서 창란검종에 바친다 한들, 콩고물이 떨어지기는커녕 심백의 감사 인사 한마디로 끝날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고 창란검종에 먼저 대가를 요구하기라도 하는 날엔, 장씨 가문의 앞날에는 뼈도 못 추릴 참담한 결말이 기다고 있을 게 뻔했다.
끝
ⓒ 봉칠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