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490)
490화 초 대인이 돌아왔다!
초휴의 질책에 귀수왕이 쓴웃음을 짓더니 하소연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대인, 저희도 방법이 없어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놈들이 말하길, 밀수 단서가 관남에서 나왔다면서 이 사건을 관서지부로 이관할 테니 인계받을 거면 받으라더군요. 하지만 그리하려면 대인께서 친히 수결하신 명령장이 필요했습니다. 저들은 이미 은백통의 명령장을 가지고 있었고 말이죠. 대인께서 안 계시니 저쪽과 마찰이 빚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안불귀가 출수하려던 걸 제가 막았더랬지요. 저희가 세게 나가고 싶어도 대인께서 안 계시니 자칫 일이 커질까 봐 신중을 기하느라 자제했던 겁니다. 그런데 놈들이 하는 짓이 갈수록 비상식적인지라 아무래도 이상하더란 말이지요. 오죽하면 그들이 막무가내로 나오는 게 일부로 우리의 출수를 유도하려는 계략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였다니까요. 해서 별수 없이 대인께서 돌아오시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해명을 듣고 표정이 누그러진 초휴가 귀수왕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내가 오해를 했구먼. 당신은 매사에 신중한 사람이라 그리 처신하는 게 잘못은 아니오. 십중팔구 당신 짐작이 맞겠지. 은백통 그자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니까.”
관중형당에서 오래도록 잔뼈가 굵은 은백통이 설마 이곳 수칙을 모를까. 함부로 경계선을 넘는 게 분명 수칙위반임을 알면서도 그랬다는 건, 껄끄러운 초휴가 없는 틈을 타서 관서에서 한탕 해보려던 속셈인 게 뻔했다.
“그럼 이제 우린 어찌합니까?”
“일단 몸을 추스르는 게 시급하니, 내가 폐관해 있는 동안 관서와 관남 경계 지역을 계속 주시하도록 하시오. 만약 저쪽에서 또 영역 침범을 시도하면 즉시 내게 알리고.”
귀수왕에게 지침을 내린 후 초휴는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 이번 폐관에서는 원기 회복과 더불어 에도 한번 도전해 볼 생각이었다. 원본 줄거리에서는 이 무공을 여봉선 혼자만 익혔다. 그의 성격상 무공을 누구와 공유하고 자시고 할 위인이 아닌지라, 이 무공에 대한 설명이 모호했다. 해서 우선 어떤 무공인지를 파악하고 싶었다.
이윽고 한 차례 통독을 마친 그는 뜻밖에도 설레는 표정을 짓기는커녕,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예상대로 효력이 막강한 무공인 건 틀림없으나, 여온후의 기운이 강하게 남아 있는 탓에 속성상 거칠기 이를 데가 없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구소’란 가장 높은 하늘을 일컫는 ‘구중천(九重天)’에서 따온 말로, 무공도 총 아홉 경지로 구성되어 있다.
경지별 설명에 의하면 강력한 마기로 몸을 다듬게 되는데, 마기로 몸을 담금질하는 과정이 고통스러운 건 말할 것도 없고, 혹여 육신의 강도가 따라 주지 않는 상태에서 이 수련을 강행하면 자칫 불구가 될 수도 있다고 되어있다.
무공의 등급이 높다고 해서 무조건 좋기만 한 건 아니다. 더러는 등급이 수련자의 실력에 비해 과도히 높은 탓에, 애당초 수련할 자격마저 박탈당하는 자들도 수두룩하기 마련이다. 예컨대 아비도삼도만 해도 평범한 무사가 이를 시전했다가는 미치광이가 되기 딱 좋은 것이다.
초휴가 그러한 무공의 부작용에서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심지도 강하고 체내에 불가의 지보인 유리금사고를 품은 덕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마디로 은 수련자에 대한 요구치가 너무 높았다. 이런 무공을 감히 동가가 가로채려 했다고 생각하니 헛웃음이 나왔다. 설령 탈취에 성공했더라도 동가 내에서 이 무공을 수련할 수 있는 자는 몇 명 되지 않았을 것이다.
동제곤과 같은 무도종사야 기본 가닥이 있으니 아홉 경지 중 일부를 수련할 수 있었겠지만, 이마저도 기껏해야 세 번째 경지 정도가 최선일 게 뻔했다. 그 이상의 경지에서는 이처럼 강한 힘을 그의 육신이 감당하지 못할 테니까.
반면, 워낙 신력을 타고 난 여봉선은 문제 될 게 없었다. 대금강신력으로 근간을 다진 초휴도 자신의 육신이 절대 약하지 않다고 자부하니, 수련할 자격은 당연히 있는 셈이다. 이 무공이 워낙 수련 조건이 까다롭고 난폭한 경향이 짙은 게 문제지만, 위력만큼은 단연 최강이라 할 만했다.
각 경지를 넘어설 때마다 수련자의 힘이 무섭게 증강되는 데다, 마기에 의해 몸이 보호받을 수 있는지라, 마지막 경지까지 도달하면 불멸의 마신(魔身)과도 같은 몸을 갖게 된다. 막말로 절단된 사지가 다시 돋는 건 일도 아닌 셈인 것이다.
여온후가 도달했던 경지까지 이르면 아무리 죽여도 죽지 않는 불사의 존재가 될 수 있다. 지난날 도가와 불가가 힘을 합쳐서야 간신히 그의 육신을 진압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지금 초휴의 몸은 불가와 마도의 연체공법 모두를 수련한 상태였다. 만약 여기에 구소연마금신까지 수련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불멸의 금신(金身, 금칠한 불상)과 불멸의 마신(魔身)을 동시에 갖게 되는 걸까?
하긴 그동안 도불마(道佛魔)의 무공을 한꺼번에 수련했어도 무공끼리 충돌을 일으켜 부작용이 생긴 적은 없었으니까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긴 했다.
* * *
초휴가 폐관 수련에 들어간 지 수 일째 되던 날, 귀수왕이 수련실 문을 두들겼다.
“대인, 관남 놈들이 또 넘어왔습니다!”
초휴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죽일 놈들! 함께 가보세.”
이때 관서와 관남 경계 지역에 소재한 유가(柳家) 앞에서 유가 가주 유승전(柳承前)이 흥분을 누르려 애쓰며 관중형당 강호 포두 몇 명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관서의 작은 가문에 불과한 유가는 가주도 내강경에 불과했다. 그중 한 포두가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유 가주, 서초로 가서 금지품목을 밀수거래 하려던 놈을 우리가 쫓고 있소. 그런데 그 건과 관련하여 아무래도 여기서 찝찝한 냄새가 나는 것 같단 말이지. 어디 해명 좀 해보시구려. 물론 해명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좋소. 그러나 우리 형제들이 관남에서부터 불원천리 땀 빼가며 왔는데 그냥 개고생만 하고 빈손으로 돌아갈 순 없지 않겠소? 가주가 우리의 노고를 위로해주겠다면 그 건은 잠시 덮어줄 수도 있는데 말이지.”
사실 유가에게 이런 일은 익숙했다. 이번이 처음 당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관남 출신 강호 포두들은 오래전부터 경계 지역의 약한 가문들을 갈취해왔다. 유가만 해도 이번이 세 번째였다. 이런 횡포가 계속될수록 당하는 쪽의 원성은 높아만 갔고, 당연히 초휴에 대한 원망도 깊어 갔다.
관서지부 관할지에 속한 그들은 초휴의 요구로 매월 적지 않은 액수를 상납해왔다. 하지만 자신들이 이처럼 속절없이 당하는데도 정작 초휴는 그림자 한 번 비치지 않고 있으니 어찌 울분이 솟구치지 않겠는가. 해서 이 지역 세력들은 초휴가 자기 집구석에서나 큰소리치며 독하게 굴 뿐, 밖에서는 기도 못 펴는 모양이라며 그를 욕해댔다.
관남 강호 포두들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더니 본론으로 들어갔다.
“많이 달라는 것도 아니오. 우리가 모두 여덟 명이니, 한 사람당 자금 십 냥으로 쳐서 팔십 냥만 내놓으면 되겠군그래.”
그 말에 유가 가주가 화들짝 놀라 항변했다.
“여러분, 그 많은 자금을 우리처럼 작은 가문에서 어찌 감당하라 하시오? 그렇게는 못 하오.”
사실 예전에야 유가에 팔십 냥이 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저들이 근자에만 벌써 두 차례나 뜯어간 바람에 더는 그렇게 줄 능력이 없었다. 가주의 항변에 그 강호 포두는 싸늘히 조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뭐라고? 그렇게는 못 한다고! 그럼, 어쩔 수 없지. 우리를 따라 관남지부에 한 번 다녀가셔야겠소이다.”
애초부터 관남 강호 포두들의 목적은 트집을 잡으려는 것이었다. 어차피 여기는 관서 땅이니 관서 무림세력들이 들고일어나 봐야 관남의 포두들인 자신들을 어쩌겠는가? 관서지부 사람들이나 골치 아플 터였다. 더군다나 은백통은 본래부터 말썽을 일으킬 생각이었던지라,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얼마든지 심하게 굴어도 된다고 수하들에게 말해 둔 참이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자신이 책임질 것이라면서 말이다.
유가 사람들은 모두 분노에 가득 찬 기색이었다. 이제는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 관서지부에서 관여하지 않겠다면 관중형당 본부에 가서라도 따지는 수밖에!
바로 그때, 사람들의 뒤쪽에서 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관남지부에서 여기 관서까지 사람을 잡으러 오다니, 누가 그래도 된다더냐?”
초휴가 귀수왕, 당아 등 십여 명을 데리고 나타난 것이다. 노한 얼굴은 아니었으나 현장을 압도하는 분위기에 관남 포두들의 낯빛이 살짝 변했다.
그들이 관서에서 날뛴 지 꽤 되었지만 초휴는 지금껏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와 맞닥뜨리면 써먹으려고 준비했던 핑곗거리를 사용할 기회조차 없었다. 귀수왕 등도 그들에게 맞설 엄두를 내지 못했으니 관남의 강호 포두들은 한껏 들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초휴가 나타나자 그에 관한 관중형당의 각종 소문과 강호에서의 위명이 떠올랐다. 이미 대비를 했음에도 마음이 불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관남지부 포두들은 자신들의 뒤에 은백통이 있다는 걸 떠올리며 애써 용기를 냈다. 그들 중 하나가 말했다.
“초 대인, 저희가 관서로 일부러 넘어온 것이 아닙니다. 밀거래 단서를 추적하다 보니 자연히 관남에서 관서로 발길이 옮겨진 것뿐입니다. 관중형당의 규칙에 따라 초 대인께서 이 사건을 인계받으시겠다면 저희야 당연히 넘겨 드려야지요. 그러나 지금까지는 초 대인이 안 계셨고, 다른 자들은 저희에게 사건을 넘겨받을 자격이 안 되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관남지부의 무사를 응시하는 초휴의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고, 어조도 평온했다.
“대답해라. 여기 관서까지 사람을 잡으러 오다니, 누가 그래도 된다고 하더냐?”
초휴의 시선을 받은 관남지부 무사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배어 나왔다. 그는 억지로 버텨 보려 했다.
“초 대인, 말씀드렸잖습니까. 규칙이······.”
초휴는 손을 내저어 그의 말을 끊었다.
“똑같은 질문을 세 번 하게 만들지 마라. 누가 그래도 된다고 했는지 말하지 않겠다면, 네놈들의 간덩이가 부어서 생긴 일로 간주하겠다. 그리고 내 앞에서 규칙을 운운하지 마라. 실력을 갖춘 자만이 규칙을 논할 자격이 있고, 함께 그 규칙으로 어울릴 수 있는 것이다. 네깟 놈들이 뭔데 내게 규칙을 들이대는 것이냐!”
초휴는 몸을 돌려 당아와 부하들에게 말했다.
“이것들을 죄다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공을 폐해라. 관남까지 기어서 돌아간 뒤에도 이런 짓을 또 저지르는지 한 번 보겠다.”
관남지부 무사들의 낯빛이 변했다.
“초 대인, 저희는······.”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당아와 부하들이 움직였다.
지금껏 귀수왕이 막는 바람에 당아는 울화를 꾹 참고 있어야 했다. 이제 초휴가 돌아왔으니 무슨 일이 생기든 그가 책임져 줄 것인데 뭐가 겁나겠는가?
당아와 부하들은 순식간에 관남지부 무사 여덟 명의 양다리를 전부 부러뜨렸다. 참혹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유승전과 유가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면서 덜덜 떨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초휴를 원망했으나, 이제는 감히 원한 같은 걸 품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초휴가 유승전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유 가주, 그간 고생이 많으셨소.”
유승전이 공손하게 답했다.
“천만의 말씀이십니다. 관남지부 사람들이 도가 지나쳤던 거지요.”
초휴는 무공 비급을 하나 꺼냈다. 자신의 것은 아니고, 관중형당에서 소속 강호 포두들에게 전수하는 평범한 삼급 무공이었다. 하지만 유가 입장에서는 매우 진귀한 물건이라 할 만했다. 유 가주도 그 비급이 탐이 났으나 입으로는 다른 말을 했다.
“대인,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제가 어떻게 이런 걸 받겠습니까.”
“어허 받으라는 데도 그러시는군. 나더러 같은 말을 두 번 하게 할 참이오.”
그 말에 유가 가주는 냉큼 비급을 받아 챙겼다. 초휴에게 감격한 나머지 원한 같은 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뒤에 서 있던 귀수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초 대인의 수완이 갈수록 능란해지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은혜와 위세를 함께 베푼다면 유가는 대인을 원망하기는커녕 앞으로 훨씬 더 공경할 테니 말이다.
초휴를 따르기만 하면, 어떤 억울한 일을 당해도 그가 갚아 준다. 반대로 거역하겠다면? 어떻게 될지는 아직도 땅바닥을 뒹굴며 울부짖고 있는 관남지부 무사들이 그 본보기를 보인 것일 터다.
하루가 지나자 관서 무림 전체가 이 일을 알게 되었다.
‘초 대인이 돌아왔다!’
초휴가 있을 때만 해도 관서 무림세력은 그에게 원한을 품고 있었다. 초휴가 너무 많은 일을 너무 엄혹하게 간섭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남지부에서 시비를 걸어왔다가 경을 친 뒤로는, 초휴가 혹독하긴 해도 일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 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 사건은 초휴의 명성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더 높여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