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493)
493화 형당의 비밀
은백통의 말에 좌중의 시선은 일제히 초휴를 향했다.
실상을 놓고 보면, 그간 관중형당 내부에서 다툼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초휴만큼 심한 짓을 했던 자가 드문 건 사실이었다. 다른 관중형당 사람들은 대부분 몰래 손을 썼기 때문에 설령 죽거나 다치는 자가 나와도 겉으로는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초휴는? 대놓고 무력을 휘둘러 모두가 보는 앞에서 관남 무사 여덟 명을 폐인으로 만들어 버렸다. 이건 그야말로 오만무도의 극치가 아닌가.
그러나 관사우는 딱히 분노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는 초휴를 바라보며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초휴, 할 말은 없는가?”
초휴는 탁상을 두드려 가며 한숨을 쉬다가, 비분에 찬 어조로 말했다.
“은백통, 당신 말을 들으니 정말 간담이 서늘해지는구려. 이 초휴가 만일 다른 마음을 품었다면 지금 여기 앉아 있을 수 있겠소? 은백통, 이건 알고 있소? 저번에는 북연 황제가 가장 총애하는 십삼황자 항충이 친히 찾아와 나를 영입하려 했소. 중임을 맡기겠다는 약속까지 하면서 말이지. 동제 태자보다도 위세가 대단한 이황자 여륭광 역시 나를 휘하에 들이려 한 적이 있소. 서초에서는 천하맹의 진청제도 나를 높이 평가했고, 나는 그의 직계 제자 사소루와 막역한 친우 사이요. 동제든 북연이든 서초든, 지금 나 초휴의 실력과 명성으로 이 드넓은 천하에 가지 못할 곳은 없단 말이오. 그런데도 내가 관중형당에 있는 것은 은의를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오! 이 관중형당은 내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 나를 받아 주었던 곳이오. 비록 지금 어느 정도 명성이 쌓였다고는 하나 그 은혜를 저버리고 떠날 생각은 없소. 하지만 당신은 나를 쫓아내기 위해 헛소리를 늘어놓으며 생트집을 잡는군그래. 은백통, 대체 무슨 흉계를 꾸미는 거요?”
초휴의 발언은 떳떳하고 당당하여, 자신이 엄청나게 억울한 일을 당하고 있다는 투였다. 그러나 왜 관남 무사 여덟 명을 폐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이 없었다.
은백통은 냉소했다.
“초휴, 말을 돌리지 마라! 내 수하 여덟 명을 폐인으로 만든 건 어떻게 할 테냐?”
초휴가 눈을 가늘게 떴다.
“어떻게 하냐고? 은백통, 그들이 어디서 그런 일을 당했소? 내 관할인 관서 땅이오. 당신네 관남 무사들이 왜 우리 관서에 와 있었는지는 당신이 잘 알지 않소?”
은백통은 무어라 말하려 했으나, 초휴가 한발 먼저 가로챘다.
“핑곗거리는 늘어놓을 거 없소. 듣고 싶지 않으니까. 내가 당신 수하 여덟 명을 폐한 일이 어쨌다는 거요? 나는 관서 장형관이고 지위로 따지면 그들의 상관이오. 그자들은 상관을 존중하지 않았으니, 그대로 두면 관중형당의 기강이 문란해지고 말았을 거요. 내가 그들을 폐한 것은 관중형당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서였는데, 뭐가 문제란 말이오?”
초휴는 대놓고 억지를 쓰고 있었다. 은백통은 슬그머니 관사우를 바라보았으나,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초조해진 은백통은 슬쩍 방살에게 눈짓을 보냈다. 방살이 초휴에게 무력을 쓰도록 할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자신을 돕는 말 몇 마디쯤은 해줄 수도 있지 않겠는가?
방살은 헛기침하더니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초휴, 아무리 기강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어도 자네가 나설 일은 아니었네. 관서 장형관이 관남 소속을 처벌하는 것은 월권 아닌가?”
“그럼 어떻게 해야 했습니까?”
“형당 본부에 보고했어야지.”
초휴는 냉소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멀쩡한 관서 장형관이 지위가 크게 차이 나는 아랫사람 몇 명 처리하는 일을 본부에까지 보고한다는 말입니까? 그래서 장형관의 위엄이 서겠습니까? 월권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진짜 월권은 방 대인이 하고 계십니다. 집형사가 무얼 하는 곳인지는 방 대인께서 잘 아실 텐데 이 자리에는 왜 오신 겁니까?”
방살의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쳤다. 그는 입을 놀리는 것보다는 손발을 사용하는 것을 더 좋아하는 편이었다. 순간 관사우가 돌연 입을 열었다.
“됐다. 다들 입 다물어라!”
좌중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관사우는 은백통을 바라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은백통, 관남에서 퍽 할 일이 없었던 모양이군? 관서까지 찾아가 여기저기 설쳐댔으니 말이다. 앞으로는 자네 관할이 아닌 일에는 나서지 마라!”
은백통은 아연한 낯으로 관사우를 바라보았다. 관사우가 왜 갑자기 자신에게 으름장을 놓는지 알 수가 없었다.
초휴는 속으로 냉소했다. 은백통은 온갖 잔꾀를 다 부리고선 정작 가장 중요한 부분을 깨닫지 못했다. 방살을 찾아가 자기편을 들어 몇 마디 해 달라고 부탁한 순간, 은백통은 자신이 관사우의 사람이 아니라고 선언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관사우에게 밉보이지 않을 방법이 있겠는가. 은백통은 뭐라 반박하려 했으나, 관사우의 표정이 심상치 않은지라 결국 하려던 말을 도로 삼켰다.
관사우는 시선을 초휴에게 돌리더니 차갑게 웃었다.
“그리고 초휴. 요즘 밖에서 일을 많이 벌였지. 관중형당에 돌아와서도 여전히 이곳이 밖인 줄 아는 건가? 한동안 얌전히 관서 땅에서 반성하고 있도록. 관서 밖으로는 한 발짝도 나가지 말란 말이다!”
그렇게 말한 관사우는 손을 내저었다.
“됐다. 이번 일은 이것으로 끝내고, 다들 가서 일을 보도록 해.”
다들 알 수 없다는 표정이 된 가운데 은백통의 얼굴만 일그러졌다. 관사우가 사실은 초휴를 싸고돈 것임을 누가 모르겠는가. 남을 해친 것은 초휴인데 정작 은백통이 질책을 당한 것이다.
초휴 역시 반성하라는 벌을 받았다고는 하나, 그에게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초휴는 천인합일의 경지에 발을 들인지 얼마 되지 않은지라, 마침 폐관에 들어가 자신의 힘을 가다듬고 기초를 다져야 할 때였다. 반성한다면서 폐관을 하면 그만인 것이다. 어차피 초휴 자신도 나갈 생각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이 다 떠난 뒤에도 초휴는 대청에 남아 있었다.
그때, 홀연히 울지가 나타나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
“초 대인, 사부님께서 잠시 보자고 하십니다.”
초휴는 고개를 끄덕이고 울지를 따라 관사우의 서재를 향했다.
관사우의 얼굴에는 아무런 희로애락이 없었다. 조금 전에 은백통과 초휴를 꾸짖었던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초휴를 본 관사우는 탄식하더니 갑작스럽게 말했다.
“지금 상황이 이해가 가나?”
다소 앞뒤 없는 말이었으나 초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지금 집형사 안에서 삼수령 사명을 제외한 나머지 두 사람은 당주님을 그다지 존중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관사우는 또 한숨을 쉬었다.
“나는 당주 자리를 계승한 이래 전전긍긍 애쓰며 관중형당을 현재의 위치까지 발전시켜 왔지. 그러나 어떤 자들은 내가 요행으로 이 자리에 앉아 있다고 생각하더군.”
관사우가 당주 자리를 물려받은 것은 요행이 아니라 초광가의 안목이 뛰어났던 때문이었다. 그 당시 관중형당 내에는 관사우보다 위세가 높은 자들도 있었다. 그런데도 초광가가 관사우를 차기 당주로 낙점한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결국 관사우는 성공했다. 그가 성공적으로 관중형당을 지금의 위치까지 발전시키자 의문을 품었던 사람들도 결국은 그를 인정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관사우를 인정하지 않는 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실력만이 아니라 경력으로 따져도 관사우보다 뒤처지지 않는 자들이었다.
초휴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
“관중형당이 오늘날의 규모를 갖추게 된 것은 초 거협이 터를 닦으신 위에 당주 대인께서 벽과 지붕을 올리신 덕이지요. 그 은덕을 모르는 자들에게 그 사실을 똑똑히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관사우가 눈을 가늘게 떴다.
“이미 알아듣게 말했으니 두 번 반복할 필요는 없네. 초휴, 자네는 추살에 쫓기던 처지에서 관서 장형관까지 올랐지. 관중형당은 자네에게 많은 걸 베풀었어. 자네가 형당을 배반하지 않길 바랄 뿐일세. 이번 징계는 내가 내릴 수 있는 가장 가벼운 처분이었어. 다음에 또 이런 일이 벌어지면 중벌이 떨어지는 게 불가피하네.”
그 말을 들은 초휴는 고개를 숙였다. 관사우는 알아듣게 말해야 할 자들이 있다고 했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훈계의 대상은 초휴로 바뀌어 있었다. 초휴의 이번 행위는 확실히 규율에 어긋나는 짓이었고, 변명이랍시고 한 것도 궤변이었다. 관사우가 그의 편을 든 것은 순전히 어리석은 은백통이 집형사와 손을 잡았기 때문이었다.
관사우의 거처를 나온 초휴는 곧장 관서로 돌아가려 했으나, 샛길에서 갑자기 매경령이 나타났다. 절세의 미모에 한 가닥 웃음이 어려 있었다.
“본부에 왔으면서 나도 안 보고 갈 생각이었나요? 초휴, 정말 양심이라고는 없군요.”
초휴는 쓴웃음을 지었다.
“부인, 지금 제가 부인께 찾아가는 것은 부적절하지 않겠습니까. 관 당주가 계신 곳에서 방금 나왔는걸요.”
매경령이 손짓했다.
“마음 놓고 따라와요. 관사우는 지금 근심이 가득해서 당신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을 테니까.”
매경령이 그렇게까지 말하자 초휴도 더 거절치 못하고 그녀를 따라 방 안에 들어섰다. 문을 닫은 매경령이 살짝 웃었다.
“서초에서 제법 명성을 날렸더군요. 무도종사를 죽였다면서요?”
초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성녀 대인, 제 실력을 아시는 분이 그런 말씀 마십시오. 제가 죽인 그 무도종사는 실력이 약한 낭인 무사였을 뿐입니다. 그리고 저도 이런저런 수단을 동원해서 간신히 죽인 것이고요. 진짜 무도종사와 맞닥뜨리면 저는 도망쳐서 목숨부터 구할 겁니다.”
“겸손이 과하군요. 지금 당신의 실력이라면 종현이나 장승정과도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해요. 우리 은마권의 청년 세대에 당신이 있으니 참 다행인 셈이지요. 그렇지 않았으면 종현이나 장승정과 다퉈 볼 여지도 없었을 테니까. 배월교의 그 계집애는 알려진 것도 없는 데다 명마 일맥의 사람이니 우리 은마를 대표할 수는 없고 말이죠.”
“참, 성녀 대인. 관사우가 아직도 관중형당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것은 집형사의 그자들 때문입니까?”
매경령이 콧방귀를 뀌었다.
“아니면 뭐겠어요? 관사우는 해결할 수 있지만 다른 자들은 내가 어찌할 수 없으니 문제죠. 그 눈엣가시 같은 놈들이 없었으면 관중형당은 진작 은마권의 비밀 지부가 됐을 테니까요. 그러면 지금처럼 조심스럽게 굴 필요도 없을 텐데.”
매경령은 관중형당에 오래 있었으니 형당 내 갈등에 관해서도 초휴보다 훨씬 잘 알았다. 음마종의 성녀가 왜 정체를 감추고 관중형당에 있는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매경령이 줄곧 목적을 이루지 못한 것은 관사우가 아니라 집형사의 두 수령과 그 부하들 때문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관사우의 실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관중형당을 이어받는 과정이 너무 갑자기 진행되어서였다. 사실 진작부터 관사우를 당주 자리에 앉힐 생각이었던 초광가가 너무 갑작스럽게 죽은 게 문제였다. 만일 초광가에게 관사우의 위신을 세워줄 만한 시간이 충분했다면 지금 같은 상황은 아닐 터였다.
초휴는 눈을 가늘게 떴다.
“성녀 대인, 집형사의 그 둘이 그렇게 거슬린다면 해치워 버리면 그만 아닙니까? 은마권의 실력으로 그들을 죽이기는 어렵지 않을 텐데요?”
은마권이 관중형당을 장악하면 초휴로서도 지금처럼 이것저것 감추는 불편을 감수할 필요가 없을 터였다. 매경령은 초휴를 흘깃 보더니 다소 놀란 기색으로 말했다.
“젊은 나이에 퍽 악독하군요. 툭하면 죽일 생각부터 하니 말이죠. 그렇게 못할 것도 없죠. 그러나 내가 원하는 것은 온전한 관중형당이지, 다 깨지고 허술해진 관중형당이 아니에요. 관사우가 내 말을 들어줄 때도 있으나 꼭두각시처럼 굴지는 않아요. 그는 집형사가 자신한테 완전히 복종하지 않는 것에 불만을 품고 있지만, 그렇다고 독한 수를 써서 집형사를 처리할 수는 없죠. 관중형당 비장의 패니까요. 내가 정말로 그렇게 했다가는 관사우가 필경 이상한 점을 눈치챌 텐데, 그때는 어떻게 하죠? 관사우까지 죽여 버릴까요?”
초휴는 고개를 끄덕였으나, 사실 매경령의 말에 완전히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이미 있는 것을 깨뜨리지 않고서는 다시 세울 수가 없다. 은마도 영원히 그림자 속에 숨어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더 큰 세력을 일구고 싶다면 비상한 수단을 써야 할 때도 있는 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