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50)
결국, 장송령은 머리를 굴린 끝에 그냥 초씨 가문의 재물을 뜯어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기에 이르렀다.
초휴는 멸문 당한 가문의 유일한 생존자인 만큼, 가문의 진귀한 보물이나 수련 자원, 재물 등을 그가 차치하고 있음이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그것들을 전부 빼앗으면 현재의 장씨 가문에게 있어 엄청난 이득이 될 거란 건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으리라.
다만 가문이 습격을 당할 당시에 초휴가 어깨에 중상을 입어 팔 한쪽을 쓰지 못했고, 급기야 심묵도 그의 손에 살해당했다. 이를 감안할 때, 과연 그가 살해현장인 자기 집에 오래 머물 경황이 있었는가. 장송령은 이 대목이 마음에 걸렸다. 만약 몸에 지니고 있던 은자가 그가 집을 빠져나올 때 챙겨 나온 은자의 전부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송령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초휴의 눈빛에 냉기가 짙어졌다.
“장 가주, 당신은 정말 대단하시오! 길지도 않은 시간이었는데, 그새 내 것을 등칠 궁리나 하고 있었다니, 도적 떼와 조금도 다를 게 없는 작자로군.”
장송령이 청동으로 만든 소나무 문양의 예스러운 고검(古劍)을 뽑아 들었다. 이는 파촉(巴蜀) 지방 장인의 손에서 탄생한 사급 장검으로, 그의 큰아들 장백도가 쉰 살 생일을 맞이한 부친에게 바친 선물이었다. 장송령이 초휴를 향해 검을 겨누며 쌀쌀맞게 말했다.
“예로부터 재물이 화를 불러온다고 하였다. 네가 만약 어느 문파에 소속되어 있었다면 감히 건들지 않았을 것이다. 같은 선천경의 경지이기도 하거니와 뒷배가 있는 인물을 함무로 건드릴 수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지금 너는 그저 외톨이 무사에 불과하다.
”또한, 네가 무일푼 가난뱅이였다면 사생 결단으로 싸워서 건질 것도 없으니 귀찮아서라도 너를 내버려 두었겠지. 하지만 지금 너는 뒷배도 없이 재물만 잔뜩 지닌 외톨이다. 게다가, 창란검종의 추격에 쫓기는 상갓집 개 신세이지. 그런 너를 안 건드리면 내가 누굴 건드리겠느냐?”
장씨 가문의 가주로서 장송령은 그간 오랫동안 남과 싸울 일이 없었다. 그는 아무쪼록 초휴가 눈치껏 굴어주어 산양부 실세들의 도움을 받을 일이 없이 이 일을 처리할 수 있기를 바랐다. 내 것을 남과 나눠 먹어야 하는 건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초휴가 홍수도를 쥔 손에 힘을 주며 물었다.
“내가 본가를 떠날 때, 경황이 없어 별로 챙겨 나온 것이 없다고 말하면 믿을 테냐?”
“내가 그걸 믿을 리가 있겠느냐?”
장송령이 비웃으며 되묻자 초휴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물론 믿을 리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 그래도 장 가주, 좀 전에 당신도 말했듯이 목숨이 붙어있어야 재물도 의미가 있는 거요. 그런데 정작 당신이 그걸 모르고 있으니, 딱하기 짝이 없군.”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사방에 살기가 크게 일면서 초휴의 두 눈이 시뻘겋게 변했다. 그의 몸에서 발산되는 기세는 칼로 베는 듯이 날카로웠다. 그 기세가 칼날과 같으니 초후가 손에 들고 있는 칼과 다를 바 없이 매서웠다. 좀 전까지만 해도 칼집 안에 살기를 감추고 있던 칼 그 자체가 된 것 같았다.
그가 그 살기를 뽑아 들어 피를 마시고 사람을 죽이려 한다!
‘번쩍’하고 주황색 검광이 스치고 지나는가 싶더니 어느샌가 홍수도가 칼집에서 벗어나 있었다. 수리청룡의 검술은 초휴가 결정적인 순간에 청룡이 바다를 박차고 솟구치는 것과 같은 강력한 일격을 발출하게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검의 빠르기를 거의 빛과 같은 속도로 끌어 올려주었다.
장송령은 초휴가 이처럼 빠르게 선공을 해올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애당초 수하들에게 문을 지키라 한 것도 초휴가 겁을 먹고 도주할 것을 우려해서 행한 조치였다. 때문에 초휴가 도망치기는커녕 선제공격을 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것이다.
비전함을 손에 넣지도 못했는데 초휴가 이대로 포기하고 떠날 리가 있을까.
당황한 장송령이 뒤로 물러서면서 자신의 둔중한 고검으로 연이어 허공에 점을 찍자, 그 검이 남두육성(南斗六星, 여름철 궁수자리에 속하는 여섯개의 별)의 별자리와도 같은 검세를 이루며 그의 몸을 방어해주었다. 무릇 남두육성은 삶을 관장하고 북두칠성은 죽음을 관장한다고 한다. 일찍이 비전함에서 비급을 구해 익힌 장송령의 검법은 본디 강력하고 잔인한 검초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이런 와중에 남두육성이 불어넣은 생기에 힘입어 검세가 물 샐 틈 없이 이어지고 졌다. 강력하고 잔인한 검초를 익혔다고 볼 수 없을 만큼 단단하고 수비적인 태세였다.
그러나 초휴의 검광이 불쑥 그의 시야에 들어온 순간, 그의 낯빛은 또 한 번 화들짝 변하고 말았다. 그는 이토록 아름다운 칼을 본 적이 없었다. 핏빛 도는 몸체에 투명한 칼날은 얼핏 투명한 유리 속에 새빨간 골격이 박혀있는 듯이 보였다. 칼의 몸체는 약간 짧고 칼자루와 이어지는 부분은 마치 절세가인의 가는 허리처럼 요염하게 굴곡진 것이, 천 가지의 운치와 만 가지의 요염함이 깃들어 있었다.
황혼세우(黃昏細雨) 홍수도!
아무리 그 모습이 아름다워도 칼은 칼이었다. 칼집에서 빠져나오기가 무섭게 피를 마시고 사람을 죽이는 칼 말이다. 칼이 머금은 뻘건 핏빛이 초휴의 손에서 어느덧 짙은 살기로 변하며 변화무쌍한 검세를 펼쳐내는가 싶더니, 벼락같은 일격을 내리쳐 단번에 남두육성의 검세를 파괴했다. 초휴가 두 눈을 번쩍였다. 두 눈을 물들인 짙은 핏빛의 살기가 금방이라도 눈가에 넘쳐흐를 것만 같았다.
전생과 이생의 기억이 뒤섞이면서 초휴의 뼛속에는 포악한 인자가 생겨났다. 이는 통주부에 있을 때부터 느끼고 있던 바였다. 그러나 그는 그 포악함을 억누르기보다 그것이 계속 자라나도록 내버려 두는 쪽을 택했다. 때문에 초휴가 싸울 때마다 엄청난 살기가 치솟아 그의 몸과 마음을 지배하곤 했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이성의 끈만은 놓지 않아서, 살의를 느껴며 정신이 혼미해지기는커녕 그 강력한 살의가 자신의 실력을 폭발적으로 늘려주는 자극제 역할을 했다.
이때 초휴의 눈에 비친 장송령은 더 이상 초휴의 공격을 견뎌내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지금 자신의 실력이 너무 강해진 탓인지 아니면 지금까지 장송령이 호사만 누리고 살아온 나머지 실력이 많이 퇴화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초휴는 상대에게서 그 어떤 위압감도 느끼지 못했다. 상대는 일전에 자신한테 살해당했던 심묵에게 한참이나 미치지 못할 만큼 약했다. 초휴의 강공에 화들짝 놀란 장송령은 마침내 수하들에게 협공명령을 내렸다.
선천경과 응혈경 무사 간에는 엄연히 격차가 존재하긴 하나, 그렇다고 해서 하늘과 땅 차이까지는 아니었다. 적어도 응혈경의 경지에 다다른 자라면 선천경에게 다다른 자에게 최소한의 부상을 입히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장송령의 명령이 떨어지자, 밖에 있던 장송령의 수하들이 황급히 대청으로 들어왔다. 그들은 일제히 초휴를 향해 병기를 휘두르며 공격해왔다. 수하들의 협공은 그런대로 조화롭게 이루어지는 듯 보였다.
이에 몸을 솟구쳐 곧장 그들의 한가운데로 뛰어든 초휴가 홍수도의 위엄을 토해내기 시작하니, 그 도광의 반짝임이 유난히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으로 잔혹했다. 서슬 퍼런 칼날이 한번 스치고 지나가기가 무섭게 응혈경 무사의 머리 하나가 분수처럼 사방에 선혈을 뿜으며 허공으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그 바람에 본디 새빨갛던 칼날은 어느새 더욱 강렬한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초휴는 마치 황혼 무렵 부슬부슬 내리는 가랑비에 몸을 맡긴 듯, 발길 가는 대로 정원을 산책하듯 검을 휘둘렀다. 그렇게 초휴는 유려한 몸놀림으로 장송령의 수하들 사이를 누볐다. 도광이 한 번씩 빛을 발할 때마다 마치 빨간 꽃봉오리가 터지듯, 어김없이 무사들이 목이 떨어져 나갔다. 초휴가 삽시간에 십여 명의 목을 연달아 베어내자 어느새 대청 전체가 온통 시뻘건 선혈의 바다가 되어 버렸다.
장송령은 위기감을 느꼈다. 이대로 계속 초휴의 살생이 이어졌다가는 장씨 가문의 안위가 뿌리째 흔들리게 생겼다. 장송령은 강력하고 잔인한 검초만을 익혔지만 남두검법은 본디 수비에 최적화된 검법이라 공격에는 능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게 오히려 그의 성격과 비슷했다. 그는 늘 상대방의 공세 속에 굳건히 수비로 버티며 상대의 기운이 소진되길 기다렸다가, 상대의 밑천이 바닥나서 더 이상 내밀 패가 없어지면 공격하는 수법을 택했다.
난공불락의 거대한 태산 같은 초휴, 저자와 맞닥뜨리기 전까지는 산양부 내에서 그런 방식이 통해왔다. 그러나 그의 거대하고 강력한 공격은 막아낼 수 없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강공으로 나가는 수밖에!
장송령이 비록 공격에 능하지는 않았으나 그가 익힌 검법이 비단 한 가지뿐인 것은 아니다. 초휴가 한창 수하들을 공격하느라 신경이 분산된 틈을 노려 장송령이 급습을 감행했다. 그의 손에 들린 소나무 문양 고검의 끝에서 찬란하기 그지없는 검망이 폭발하듯 발출되자 무수한 검영(劍影)이 사방으로 쏟아져 내렸다. 다만 이는 어기오중에 이른 고수의 검망이 아니라, 검의 움직임이 너무 빠른 탓에 생겨난 일종의 착시현상이었다.
해남난피풍검법(海南亂披風劍法)!
지금은 소실되었다고 알려진 해남검파가 창시해낸 검법이다. ‘해남난피풍검법’은 강호에서 널리 알려진 검법이긴 하나, 급수는 그리 높지 않은 삼급에 속했다. 검영이 마치 소나기가 퍼부어대듯 쏟아져 내리는 통에 얼핏 정신을 쏙 빼놓고 검을 휘두르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사실 이 검법의 요체는 상대를 혼란에 빠뜨리는 ‘어지러움(亂)’을 유발하는 데 있다.
그러나 초휴가 당하고만 있을 리 없었다. 초휴가 발출해낸 칼의 기운이 현란하게 쏟아지는 난피풍검법의 검영을 뚫고 한 바퀴 크게 도는가 싶더니, 가로로 치고 들어온 홍수도가 장송령의 가슴팍 앞까지 뚫고 들어갔다. 이처럼 검영을 내세운 공세가 깨지면서 더 이상 난피풍검법으로 초휴의 손발을 묶어둘 수 없게 되자, 장송령은 당장 이 섬뜩한 핏빛 칼날을 피하고 볼 작정으로 다시 남두검법을 펼쳐내며 방어하려 했다. 그러나 얼마 가지 않아 홍수도의 일격에 고검이 튕겨 나가면서 검을 쥐고 있던 손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졌다. 피로 물든 그의 손은 급기야 충격의 여파로 연신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때 수하들 틈에 잠자코 숨어 있던 한위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왼손을 갈퀴 모양으로 구부린 채, 한 마리 맹호처럼 초휴의 등 뒤에서 습격을 감행했다. 초휴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왼손으로 대기자금나수를 시전해 마치 쇠못을 박기라도 하는 양 한위의 손바닥을 찍어 누르더니, 그대로 그가 팔을 못 쓰도록 제압해버렸다. 뼈가 우두둑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한위가 참담한 비명을 질렀다. 초휴는 그가 전해준 교훈을 잊지 말라는 듯 대기자금나수를 써서 한위의 팔뚝을 가루가 되도록 으스러뜨렸다.
“각골난망(刻骨難忘), 한 번 살려줘서 은혜를 베풀었으면 교훈을 뼈에 새겼어야지.”
그가 한위에게 은혜를 준 것은 아니었지만, 초휴는 빈정거리며 말했다.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초휴의 손이 한위의 머리통을 가볍게 돌리자 참혹한 광경이 벌어졌다. 그의 머리통이 마치 고무공처럼 빙그르르 한 바퀴 돌더니, 피가 사방으로 솟구치면서 허공으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그게 어느 부위이건 간에 일단 대기자금나수에 잡힌 몸은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된다. 그 끔찍한 광경에 다들 심장이 얼어붙고 말았다. 장씨 문중의 문객과 하인들도 나름, 견식이 있는 자들이다. 사람이 죽는 것도 많이 봐왔고, 사람을 죽이는 일도 대수롭지 않게 행해왔다. 그런 그들조차 사람 목을 생으로 한 손에 뽑아버리는 참극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자, 혼백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 상황에서 누구보다도 놀란 건 장백신이었다. 이 천하에 쓸모없는 못난 장씨 자손은 늘 누군가의 보호를 받아왔다. 집에서는 가주인 부친이 든든한 뒷배가 되어 주었고, 밖에서는 형님 장백도가 믿음직한 울타리가 되어 주었다. 어미 뱃속에서부터 품은 뜻이라곤 하나 없이 태어난 그는, 자신의 형과 가주 자리를 놓고 다툴 마음도 없어서 어려서부터 형제간에 우애도 돈독했다. 그렇게 온실의 화초처럼 곱게 자라온 그가 이처럼 잔혹한 광경을 봤을 리가 만무했다. 그 바람에 완전히 정신이 나간 그는 이성을 잃고 미친 듯이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를 본 장송령이 크게 놀라며, 다급하게 소리쳤다.
“가지 마라! 어서 돌아와!”
그러나 초휴는 이미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띤 채, 성큼성큼 그를 뒤따르고 있었다. 자기를 막아서는 무사 둘의 머리를 단칼에 날려버린 초휴는 우악스럽게 장백신의 몸을 움켜잡았다. 장백신은 자신의 눈앞에서 살벌하게 어른대는 칼날에 온몸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초휴를 바라보는 장송령의 두 눈에 후회의 빛이 가득 차올랐다. 애당초 초휴를 건드린 것이 후회되는 게 아니라, 좀 더 주도면밀하게 일을 꾸미지 못한 것을 한탄했다. 초휴를 건드리기로 한 결정 자체는 잘했다고 생각했다. 주인도 없이 쫓기는 신세인 상갓집 개 한 마리를 건드리는 게 대수란 말인가.
다만 자신이 간과한 부분이 있었으니, 그건 초휴의 가공할 만한 실력이었다. 선천경에 이른 자신과 장씨 문중의 수많은 무사들까지 합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잡기는커녕 되레 그의 손에 자신의 아들이 잡히고 말았다. 이건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끝
ⓒ 봉칠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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