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521)
521화 기고만장한 초휴
안류년이 대놓고 매경령을 윽박지르자, 관사우가 전신의 기세를 극한까지 응집시켜 본인의 몸을 무저갱 속을 휘몰아치는 소용돌이처럼 만들었다. 삽시간에 주위의 천지 원기가 그 속으로 빨려 들어가니, 그 섬뜩한 광경에 좌중이 화들짝 놀랐음은 물론이다.
이들 모두 관사우가 출수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번 하후진과의 대결에서도 이처럼 두려운 기세를 보여주진 않았었다.
이때 누구보다도 단연 놀란 자는 안류년이었다.
오랫동안 관사우의 출수를 볼 기회가 없었던 그는 최근에 있었던 하후진과의 일전도 보지 못했다. 지금에야 관사우가 어느 정도나 강해졌는지를 똑똑히 목도하게 된 셈이다.
무도종사의 경지를 뚫은 시기도 안류년이 그보다 수십 년은 앞섰다. 그러나 지금 그의 실력을 보니 일찌감치 안류년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게 분명하지 않은가.
관사우의 풍운방 십 위권 순위가 그의 실제 실력과 비교하면 과대 포장된 감이 있다고 말하는 강호인들이 적지 않았다. 진화련신 경지의 고수들과 자웅을 겨룰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게 그들의 주장이었다.
이건 외부의 강호인뿐만 아니라, 안류년과 같은 내부 인사들도 그리 생각해 온 게 사실이었다. 관사우가 높은 순위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초광가의 후광이 크게 작용한 덕분이라며 아니꼽게 생각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야 확실히 알 듯했다. 관사우의 실력이 순위에 걸맞은지는 논외로 치더라도, 적어도 그들이 생각해왔던 것만큼 형편없는 약체 당주가 절대로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관사우가 이처럼 공포스러울만치 기세를 응집시키자, 그의 몸은 삽시간에 그 기세를 한껏 머금게 되었다. 그 기세가 봇물 터지듯 일거에 방출되는 날엔 관중형당 본부 건물 전체가 무너져 내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놀란 눈으로 관사우를 쳐다보던 안류년은 그를 당해내기 어렵겠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며 말했다.
“신통구변 중 ‘탄천’이로군! 이건 지난날 내가 처치했던 마도 잔당의 수중에서 발견한 의 잔본에 기반한 초식이 아닌가. 내 덕분에 얻은 초식으로 날 공격하겠다고?”
이에 관사우가 낯빛 하나 변하지 않고 받아쳤다.
“ 잔본은 아직도 무고 내에 잘 보관되어 있소. 지금 이건 오로지 나만의 신통구변이오! 안류년, 그간 그대가 무슨 짓을 해도 나는 죄다 용인해 주었소. 당신은 관중형당의 대선배이자 지난날 초광가 대인과 더불어 무수한 혈전을 치러온 영웅이며, 오늘날의 관중형당이 있게 한 일등공신이기 때문이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관중형당의 현임 당주가 나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곤란하지. 내가 예전에도 이 말을 한 번 했으니 오늘로써 두 번째 말하는 셈이군. 단언컨대 세 번째는 없을 거요!”
말을 마친 관사우는 그 무지막지한 기세를 거두어들였다. 그제야 좌중은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이때를 놓칠세라 관사우가 매경령에게 말했다.
“부인, 이제 얼마든지 발언해도 좋소. 아무도 그대의 말을 끊지 않을 테니까.”
이에 매경령이 보란 듯이 벌떡 일어나 목청을 높였다.
“그럼 소첩이 몇 말씀 드리지요. 열쇠는 세 개뿐입니다. 지위나 실력 등을 배제하고 공로만을 놓고 볼 때 초 대인에게도 갈 자격이 있습니다. 방 수령, 내 말이 고깝게 들리더라도 양해해주세요. 솔직히 말해서 최근 몇 년 사이 방 수령이 집형사를 이끌며 딱히 공을 세운 적이 있었던가요? 대답은 ‘아니오’ 일 겁니다. 웬만큼 소소한 일은 죄다 삼수령 사명이 처리했고, 중대사는 안 대인이나 우리 당주께서 나서시어 처리하셨으니까요. 그 와중에 가장 한가하게 계셨던 분이 바로 방 대인 아니셨던가요?”
그리고 초휴를 바라보며 말했다.
“반면, 초휴 장형관을 좀 보세요. 관중형당에 들어온 이래로 실질적으로 조직의 명예를 드높이는 공을 여러 차례 세웠습니다. 그의 예전 공적은 차치하고라도, 근자의 공로만 봐도 방 수령의 공이 초 장형관의 것만 하겠습니까?”
방살은 뭐라도 반박하고 싶어 미칠 지경이었으나 자신이 쌓은 공로가 초휴에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인지라 입을 떼기도 난감했다. 사실 그에게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는 집형사 이수령이자 무도종사급 실력자로서 조직의 정상급 요직에 앉아있다. 그리고 위로는 연륜이나 실력을 막론하고 그보다 앞서는 안류년이 버티고 있고, 아래로는 관사우의 심복인 사명이 받치고 있다.
그간 무슨 문제가 생겼다 하면 복잡하고 까다로운 문제는 안류년이 맡고, 쉽고 간단한 문제는 사명이 맡기 마련이었으니, 중간에 어중간하게 걸쳐있는 그로서는 공을 세울 기회조차 없다시피 한 실정이었다. 이런 점은 고려하지 않고 결과론으로 공로의 유무만 따진다는 것은 방살의 입장에서는 억울한 처사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공이 없는 이유를 변명하기도 전에 매경령의 말이 이어졌다.
“그러나 공이 많고 적고는 논외로 하고, 소범천 열쇠 세 개의 내력에 대해 한번 살펴볼까요? 그중 한 개는 관중형당 대대로 내려오는 유물이고, 두 개는 전임 당주 초광가 대인께서 개인적으로 확보하신 겁니다. 그렇다면 엄밀히 말해서 열쇠를 어찌 분배할지에 대한 문제와 관련하여 응당 초광가 대인의 유일한 후손인 초원승에게 의견을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방살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다. 초원승에게 물어보면 열쇠를 초휴에게 주자는 대답이 나올 것이 뻔한데, 굳이 물어보고 자시고 할 필요가 뭐란 말인가.
애당초 초휴를 이곳에 들인 장본인이 초원승이라는 사실을 누가 모른단 말인가. 막말로 초원승이 대놓고 초휴의 편을 들더라도, 방살은 반박 한마디 못할 거라는 게 무엇보다도 기분이 엿같았다.
이는 관중형당에서 초원승의 지위가 워낙 특수한 때문이었다. 그에게 실권은 없을지라도 초광가의 외아들이라는 신분만으로도 방살은 말할 것도 없고, 안류년조차 그를 함부로 대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매경령이 일거에 방살의 입을 다물게 하자 관사우가 최종 결정을 내렸다.
“그럼 결론을 내립시다. 최종적으로 이번에 나와 안류년, 그리고 초휴가 소범천에 다녀올 것이오. 방 수령은 너무 억울해 말게. 소범천이 다시 열리기까지 그대의 몸이 받쳐줄지가 걱정된다면 무고에 있는 만년 묵은 양매청(楊梅靑) 액즙을 복용토록 하면 될 것이네. 그걸 마시면 그대의 수명이 십 년에서 이십 년은 너끈히 늘어날 테니까. 그렇지않아도 그대는 망아살권 수련의 부작용으로 인해 일찌감치 폐부에 후유증이 남지 않았던가. 양매청 액즙이 후유증 치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야.”
하지만 관사우의 이런 말에도 방살의 불만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물론 무고에 있다는 그 양매청 액즙이 탐나지 않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거라면 앞으로 얼마간 공을 세우기만 하면 얼마든지 상으로 받을 수도 있을 터였다.
어찌 무수한 기연이 널려있는 소범천과 동급으로 취급할 수 있단 말인가. 막말로 소범천에서 양매청 액즙보다 훨씬 더 진귀한 무언가를 찾을 수 있다면? 그런 기회를 날린다고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는 판이었다.
“당주의 명에 따를 수 없습니다!”
방살이 벌떡 일어나며 단호히 말했다.
“지난 세월 저는 관중형당의 발전을 위해 무던히도 헌신해 왔습니다. 다른 일에 있어서라면야 까짓것 새카만 후배한테 한 번쯤 양보할 수도 있을 테지요. 그러나 소범천에 들어갈 자격만은 절대 양보할 수 없습니다. 저는 명색이 무도종사가 돼서도 소범천에 들어갈 자격이 없는 판국에, 대체 초휴는 뭐가 그리 잘났다고 대뜸 자격을 주시는 겁니까! 근자에 제 공로가 다소 부족했어도 그렇지, 그간 관중형당에 몸 바쳐온 세월이 절대 짧지 않건만, 어찌 그 많은 공로가 저깟 후배 놈이 최근에 밖에서 위세 몇 번 떤 것만도 못하다는 겁니까!”
관사우의 표정이 굳어졌다. 방살이 이 정도로 집요하게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당주의 명에도 불복하며 죽어도 자기가 가야겠다고 고집을 부리다니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관사우가 이 상황을 어찌 해결할지 고심하는데 갑자기 초휴가 입을 열었다.
“방 수령, 아까부터 말끝마다 무도종사 타령을 해대시는데, 말인즉슨 무도종사이기만 하면 거기에 갈 자격이 생긴다는 겁니까? 그렇다면 좋습니다. 신분, 지위, 영향력, 공로 등등 전부 다 떼버리고 오로지 실력만으로 결판을 봅시다. 만약 제가 이기면 순순히 열쇠를 양보해 주시지요. 어떻습니까. 제 도전에 응하시겠습니까?”
소습을 비롯한 좌중의 모든 이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저 녀석이 미쳤나, 감히 무도종사에게 도전장을 내민다고!’
일전에 초휴가 무도종사를 죽였던 일을 그들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의 상대는 낭인 출신 나부랭이에 불과했다. 무도종사 간판을 달았다고 해서 다 같은 무도종사가 아니라는 말이다.
어찌 교연동 같은 자를 집형사 이수령씩이나 되는 방살과 같은 수준으로 논하겠는가.
이때만큼은 매경령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기가 막혀 말을 잇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초휴를 쳐다보았다.
‘저 인간이 갑자기 간덩이가 불어 터지기라도 한 걸까?’
매경령이 이제 손을 다 써 놓은 상태였으니, 초휴 본인이 직접 나서서 일을 크게 벌일 필요가 없지 않은가. 이미 방살 대신 초휴를 보내기로 관사우를 설득한지라, 방살이 아무리 승복하지 않고 버텨봐야 내려진 결론이 바뀔 리가 없었다.
하지만 초휴가 눈치 없이 끼어들어, 한판 붙어서 이기는 사람이 가는 거로 하자고 큰소리를 쳐버린 것이다. 초휴가 패하면 일이 엉망이 되는 게 아닌가 말이다.
초휴가 부쩍 두 눈에 힘을 주며 방살을 노려보았다.
매경령의 짐작이 맞았다. 지금 초휴는 확실히 간덩이가 부어 있었다. 어쩌면 취의장의 추살에 쫓겼던 당시의 울분을 차제에 풀고 싶은 건지도 몰랐다.
섭인룡과의 격전이 양패구상으로 끝난 것을 계기로 초휴는 무도종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예전에야 무도종사의 경지가 요원한 줄만 알고 일종의 경외심마저 느꼈다. 그건 굴종이 아니라, 힘의 격차에 대한 본능적인 경외심이었다.
개미만도 못한 자가 인간의 정성과 노력으로 천명을 바꿀 수 있다고 온종일 외쳐댄들 정신병자 취급이나 받을 뿐이다. 천명을 바꾸려면 하늘과 승부를 겨룰 실력을 갖춘 뒤에야 바꿀 자격도 생기는 것이다.
초휴는 무도종사 한 명을 죽여봤고, 풍운방 출신 무도종사와의 대결에서도 살아남았다. 이 정도면 간덩이가 불어 터질 자격이 충분하지 않을까. 무도종사와도 어깨를 나란히 하며 싸울 수 있는 그런 자격 말이다.
방살은 말끝마다 초휴를 어린놈이니, 새카만 후배니 해가며 멸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그에게 위아래의 구분은 경력이나 나이에 의한 게 아니라, 실력에 의한 것임을 똑똑히 알게 해줄 때가 온 것이다.
초휴의 갑작스러운 제안에 한동안 넋을 놓고 있던 방살은 갑자기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네 입으로 말한 것이니 나중에 딴말하진 않으렷다! 당주님과 그 외 여러분, 확실히 들으셨지요? 저놈이 먼저 도전장을 내민 것이니, 나중에라도 선배가 후배를 괴롭혔다는 등의 말은 일절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에 관사우가 못마땅한 눈초리로 초휴에게 물었다.
“정말 겨루어 볼 작정이냐?”
“물론입니다. 저렇듯 죽어도 승복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분이 계시니 어쩌겠습니까.”
“그렇다면 좋다. 둘이 겨루되, 절대 서로 다치는 지경까지 가서는 안 될 것이다. 명심들 하기 바란다.”
이에 방살이 실실 웃으며 말했다.
“당주, 마음 푹 놓으십시오. 조심조심 출수하겠습니다.”
초휴도 담담히 말했다.
“저도 심하게 굴지는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