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522)
522화 생각지도 못한 결과 (1)
명색이 무도종사와 무도종사를 죽인 전력이 있는 자 간의 대결인 만큼 파괴력이 클 수밖에 없을 터. 해서 사람들은 아예 본부의 가장 안쪽 깊숙이 있는 연무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연무장은 평소 관사우와 같은 무도종사들이 수련하는 곳으로, 무도종사의 출수로 인한 충격도 거뜬히 견딜 수 있도록 사방 곳곳이 진법으로 보호되고 있었다.
이윽고 연무장에 자리 잡은 방살이 초휴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저놈이 미치지 않고서야 대뜸 어디서 용기가 솟구쳐서 자신에게 도전장을 내민 건지 모를 일이다.
일전에 방살은 은백통을 도와 초휴와 잠시 겨룬 적이 있었다. 당시 초휴가 자신의 일권을 막아내는 바람에 그를 적잖이 놀라게 했던 건 사실이나, 힘에 있어 초휴가 그보다 훨씬 아래였던 것도 분명했다.
게다가 초휴가 자신과 같은 경지라면 긴장할 법도 하겠으나, 현재 둘 간에는 엄연히 넘기 어려운 경지의 격차가 존재했다.
지난 수 개월간 초휴가 폐관 수련을 했다고는 하나, 그새 초휴가 그 격차를 극복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머리로는 그렇게 냉정하게 생각해도 초휴와 다시 맞서니 몸에 힘이 들어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해서 그는 선제공격으로 일거에 초휴를 제압할 생각으로 매섭게 일권을 내질렀다. 그러자 무진장한 살의가 실체인 양 응집되어 그의 몸 뒤로 핏빛 마신의 형상을 응집해냈다. 바야흐로 망아살권의 전력 출수에 들어간 것이다!
이 살기는 백전노장인 집형사 수령이 실제 피의 살육전을 펼치는 과정에서 쌓은 것이다. 그의 실력이 우아하게 폐관실에 들어앉아 만들어낸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비록 마음 한쪽에 초휴를 얕잡아보는 심리가 없진 않았지만, 거의 본능적으로 이번 일격에 온 힘을 실어냈다. 상대를 얕보다가 승부가 뒤집히는 경우를 수도 없이 봐온 만큼,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선 안 될 터였다.
방살의 일권을 지켜보던 초휴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감돌았다. 마찬가지로 주먹을 불끈 쥔 그가 순식간에 살의를 응집하여 망아살경으로 빠져드니, 이 또한 망아살권이 아니겠는가!
현장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눈살을 찌푸렸다. 초휴가 망아살권에 능하다는 사실은 그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초휴가 가진 수많은 무공 중 하나일 뿐, 그의 성명절기는 아니었다.
반면, 방살은 망아살권만으로 지금의 자리에 오른 인물이다. 초휴가 그 많은 무공을 마다하고 굳이 망아살권을 택했다는 건 누가 봐도 방살에 대한 도발의 의미로 보였다.
하지만 초휴가 일권을 내지른 순간, 사람들은 초휴와 방살의 일권이 다 같은 망아살권임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조금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다.
초휴는 기본적으로 도(刀)를 병기로 쓰는 무도를 견지해왔다. 하지만 근접 살상을 위해서 권법, 장법, 지법(指法), 인법 등도 열심히 수련했다. 이를 달리 말하자면 그 많은 근접 살상법 중 어느 하나 제대로 절정의 경지에 이르도록 터득한 게 없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 원신도 손상되고 본인의 정체를 드러낼 소지가 있는 천마무도 쓰지 못하는 상태로 추살에 쫓기자, 근접 살상법으로 해결을 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 난관들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부지불식간에 권의에 있어 진전을 보게 되었고, 이는 새로운 차원의 경지를 깨우치는 계기가 되었다.
이때 초휴가 시전한 것이 표면상으로는 망아살권임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가 내지른 일권을 목도한 자라면 누구라도 예전과는 여러모로 다른 요소가 가미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금빛 불광이 초휴의 팔뚝을 찬연히 물들인 가운데, 마기와 살기가 용솟음치며 한데 융합되더니 심장 떨리는 악귀의 노호성마저 터져 나왔다.
불가의 대금강신력과 마도의 구소연마금신이라는 두 연체공법을 동시에 익힌 초휴는 방살과 같은 급수의 무도종사와 맞섬에 있어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물론 무엇보다도 가장 큰 차이점은 초휴의 일권과 방살의 망아살권 간의 권의에 있었다. 초휴의 일권이 지향하는 바는 천하의 모든 걸 오시하고도 남을 막강함 그 자체의 권의였다. 그리고 그 일권을 내리침과 동시에 강력한 권의가 전신을 뚫고 나오는가 싶더니 불광과 마기, 그리고 혈기까지 한데 합쳐지며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이윽고 양측의 주먹이 부딪히며 초휴와 방살을 중심으로 발밑 지면이 쩍쩍 갈라지기 시작했다. 진법의 보호를 받고 있음에도 바닥이 그 지경이 되어가는 걸 지켜보며 소습 등은 그저 입만 떡 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지금 초휴는 여전히 천인합일에 머무는 중이지만, 어느새 자기들과는 엄연히 다른 급수의 존재가 되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를 본 관사우의 눈에도 이채가 번뜩였다. 자기도 모르게 그의 입에서 이름 석 자가 튀어나왔다.
“진청제!”
관사우의 옆에 앉아있던 매경령도 굳이 소리 내어 말하진 않았지만, 초휴의 이번 일권에서 진청제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관사우와 매경령 모두 진청제의 출수를 본 적이 있었기에 그들의 짐작이 터무니없는 건 아니었다. 일전에 고릉 동가에서 본 진청제의 일권을 본 것이, 초휴가 그 권의를 깨닫는 데 있어 지대한 영감을 준 셈이었으니 말이다.
진청제의 권의는 얼핏 그저 단순해 보이기만 한 일권이었으나, 힘의 극치를 보여준 일권이기도 했다. 또한, 아무런 변화도 가미되지 않은 힘이었으나, 그 위력만은 거칠고 매섭기 그지없었다.
초휴는 사소루와는 달리 진청제의 직계 제자가 아닌지라 그 진정한 권의까지는 전수받지 못했다. 다만 길가의 나뒹구는 돌이 더러는 옥석을 깰 수도 있다고 했던가. 사부의 가르침을 받은 적 없는 여타의 낭인 출신 무사들과 비교할 때, 그만의 장점이라면 혼자라도 적극적으로 ‘사고(思考)’라는 걸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낭인 무사들은 고수들 간의 대결을 볼 때 너무 들뜨고 격앙된 나머지 그저 구경꾼의 심정이 되어 나앉아있곤 했다. 고수의 실력이 얼마나 강한지, 또 선보인 무예가 얼마나 다양한지에 감탄하며 함성만 질러댈 뿐인 거다.
그 대결 모습을 잘 기억해 두었다가 자기 발전의 자양분으로 삼기는커녕, 훗날 남들 앞에서 침 튀겨가며 자랑할 거리가 늘어난다는 생각만으로 신이 나는 것이다.
하지만 초휴의 마음가짐은 이들과 달랐다. 그 고수가 어떻게 저토록 강해질 수 있었는지, 또 어느 면에서 강한지, 어찌하면 자기도 저렇게 강해질 수 있을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것이다.
이런 습관이 그가 고수들과 한 번씩 교전을 치를 때마다 뭐라도 깨우침을 얻는 계기를 마련했고 미약하게나마 진전도 볼 수 있게 했다.
아무리 사소한 진전일지라도 십시일반(十匙一飯) 격으로 이것이 모이고 쌓여 육안으로도 볼 수 있는 큰 진전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이때 방살은 표정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새 초휴의 힘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증폭될 수 있었더란 말인가. 삽시간에 그의 심중에 쿵 하고 바위 하나가 내려앉았다.
초휴가 간덩이에 헛바람만 잔뜩 들어 기고만장한 줄 알았더니만, 인제 보니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패기였음을 알 듯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그는 더는 초휴를 얕볼 수 없게 되었다.
첫 일격이 무위로 돌아가자 방살은 일신의 살의를 한껏 응집시켰다.
그러자 양쪽 장심에서 적홍색 강기가 가닥가닥 피어오르더니, 이것이 무진장한 천지의 힘마저 끌어들여 순식간에 거대한 그물 형태의 강기망을 형성했다.
살기로 충만한 그 강기망은 피할 여지도 없게끔 초휴의 사방팔방을 봉쇄한 채 덮쳐왔다. 자칫 그 강기망의 한 가닥이라도 건드렸다가는 이내 그 망에 단단히 휘감겨 질식사하고 말게 분명했다.
물론 관사우가 지켜보고 있는 앞에서야 방살이 그렇게까지 독하게 굴지는 못할 터이나, 도검에는 눈이 없고 권각에도 마음이 없으니 알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여하튼 방살로서는 초휴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혹독한 교훈을 맛보일 필요가 있으니 말이다.
물샐 틈 없이 빽빽한 강기망 공격을 마주한 초휴의 눈동자에서 일월성신의 바쁜 움직임이 엿보였다.
어느샌가 천자망기술을 최고조로 시전한 그는 후퇴는커녕, 물에서 노니는 한 마리 물고기인 양 유려한 몸짓으로 강기망 사이를 교묘하게 오가며 번번이 틈새로 빠져나갔다.
이런 식으로 조금씩 앞으로 전진함에 따라 방살과의 거리도 점차 좁혀져 갔다. 이처럼 초휴가 잇달아 강기망 공격을 무력화시키며 접근해오는 바람에 방살은 똥줄이 타기 시작했다.
대체 초휴 저놈이 무슨 귀신같은 수작을 부리기에 자기 마음을 꿰뚫기라도 한 듯, 번번이 한발 앞서 피해간단 말인가.
한껏 정색한 방살이 양손을 결인한 순간, 무궁무진한 천지 원기가 강기망 내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그 엄청난 힘이 일거에 유입되자 과부하를 견디지 못한 강기망이 엄청난 폭음과 함께 파훼 되었다. 이에 강기망 한가운데 있던 초휴는 충격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덮어쓸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하지만 강기망이 파훼 됨과 동시에 초휴가 무외인을 취했다. 그러자 온몸에서 불광이 터져 나와 대일여래의 허상을 응집시켰다. 천고(千古)에 찬란히 빛날 그 불광이 강기망 파훼의 충격 속에서도 그를 굳건히 버텨내게 하니, 다름 아닌 환일대법이었다.
이는 담연대사가 동해에서 창시한 무공으로 중원 무림에서 선보인 적이 극히 드물었던지라, 아직 제대로 공인받을 기회도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그 강력한 폭발력만큼은 무도종사가 전력을 다한 출수도 막아낼 수 있음을 입증해 보인 것이다.
짙은 불광에 뒤덮인 초휴의 신형이 어느샌가 방살의 바로 앞까지 치고 나가 일권을 내지르자, 불광과 마기가 압살의 위력을 발하며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방살이 아니었다. 그도 망아살권으로 응수하니, 이미 변화가 가미된 초휴의 망아살권과 비교할 때 한층 더 본연의 속성에 충실한 순도 높은 망아살권이 격출되었다.
방살의 일권에서 강기가 작열하며 폭발을 일으켰다. 초휴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잇따라 망아살권을 내지르니, 이는 방살과 강대강의 정면승부를 내려는 의도로 보였다. 그러나 관전하는 이들의 눈에는 초휴의 이런 강경한 대응이 자충수를 두는 것으로 보였다.
초휴의 폭발력이 가공할 수준이라는 건 이미 확인되었다지만, 그는 아직 무도진단을 응집한 무도종사가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마냥 힘을 소모해나간다면 종국에는 버텨내지 못할 게 뻔했다.
끈질기게 시종일관 덤벼들기만 하는 초휴에 맞서서 방살도 계속 맞충돌을 일으키는 응수법을 택했다. 그런데 양측의 괴력이 부딪힐 때마다 생성된 충격파로 인해 방살의 기혈이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초휴도 멀쩡하지만은 않았다.
그때 초휴가 돌연 출수를 거두더니 뒤로 멀찍이 물러났다. 뒤이어 그가 양손을 결인하자 삽시간에 엄청난 기세의 마기가 터져 나오며 방살 체내의 기혈을 요동치게 만드는 게 아닌가!
방살은 내심 ‘아뿔싸!’를 외쳤다. 초휴에게 당했음을 깨달은 것이다! 초휴가 마도의 그 사악한 혈마대법을 쓸 줄 안다는 사실이 이제야 떠올랐다.
원래 마혈대법은 무도종사급 존재에게 그리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해서 초휴가 본인의 탈진을 감수하고서라도 장장 수십 차례에 걸쳐 망아살권을 연발하는 전력 출수를 감행했던 것도, 사실은 방살의 기혈을 끓어오르게 유도함으로써 마혈대법이 최상의 효과를 발휘할 기회를 만들어내기 위함이었다.
방살의 얼굴이 온통 시뻘겋게 달아오르며 입에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고통을 참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의 전신 기혈이 가마솥의 기름처럼 끓어오르는 가운데 초휴가 흘려보낸 마기가 그의 체내 기혈을 흡착해 끌어내기 시작했다. 마기와 한데 섞인 기혈이 초휴의 몸 주위를 부유하며 그의 사악함을 한층 더 부각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