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540)
540화 마도의 위세진무교가 가장 강성했던 때는 말할 것도 없이 영현기 시절이었다. 영현기가 독고유아를 죽이고 실종된 후에도 진무교는 오랜 세월 강한 실력을 자랑했다. 그때는 대광명사마저 진무교를 정도의 영수로 인정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영현기의 후광은 백 년 정도밖에 유지되지 않았으니, 영현기라는 강자를 잃은 진무교의 몰락은 필연적이었다. 지금 삼대 도문 중 가장 존경받는 곳은 용호산 천사부였다. 그리고 장승정이 있는 이상 천사부는 다음 세대에도 계속 강성할 터였다.
삼대 도문은 도통을 둘러싸고 격렬하게 싸운 적도 없었고, 다 같은 도문이라는 자각도 있는 편이었다. 해서 광녕도인도 호의로 충고해 준 것이다.
그러나 후배 무사들이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면 광녕도인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 후배들을 상대로 누가 옳은가를 두고 한 판 해 보자고 할 수도 없지 않은가.
광녕도인은 더 나서려 하지 않았으나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초휴, 아니 임엽이었다. 그는 조용히 한쪽에 서 있었을 뿐 아무도 도발하지 않고 시비를 걸지도 않았다.
이만하면 매우 잘 처신하고 있는 건데, 굳이 자신을 건드리는 자가 있을 줄이야. 그는 싸늘한 눈으로 순양도문 제자들을 바라보며 차갑게 물었다.
“마도를 제거한다고? 잔챙이 세 명이 그런 말을 입에 담을 주제가 된다고 생각하나? 나는 여기 있으니 어디 덤벼 봐라. 무슨 수로 마를 없애고 도를 바로 세울 셈인지 한번 보자는 얘기다.”
말을 마친 그의 몸에서 묵직한 살기가 피어올랐다. 그 싸늘한 살의가 덮쳐오자 순양도문 제자들은 얼음 굴로 떨어진 듯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지금껏 초휴의 손에 죽은 사람이 얼마인지, 직간접적으로 그 때문에 죽은 자가 얼마나 되는지 초휴 자신도 모를 정도였다. 이런 살기를 강호에 갓 나온 애송이 셋이 감당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초휴는 원래 성격이 나빴고, 욕을 얻어먹고 가만히 있는 것은 더더욱 그의 취향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지금 그는 임엽이라는 마도 신분으로 이 자리에 와 있었다. 그러니 오만무도하게 설치는 것이야말로 마도답지 않겠는가.
순양도문 무사들은 임엽의 살기에 제압당해 벌벌 떨면서도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굴하지 않으려 했다. 입만 열면 마도를 제거한다고 떠드는 그들의 모습이 남의 눈에는 어디 아픈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순양도문의 제자인 그들에게는 신앙이었고 어려서부터 주입 당해온 강고한 신념이었다.
순양도문 사람들이 이렇듯 편협한 사고방식을 가지게 된 것은 장문들뿐 아니라 순양도문 자체의 위치 탓이기도 했다. 옛날 순양도문이 천하 도문의 우두머리, 심지어 정도 전체의 영수였을 때에는 반드시 마도 제거에 나서야만 했다. 남들은 관심이 없어도 그들은 그 일을 통해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강호란 본래 흑백이 분명하지 못한 곳이다. 순양도문의 행위는 마도와의 원한만 쌓았을 뿐 종문에 별다른 이득을 가져오지 못했다. 그들이 지금 임엽을 건드린 것처럼 말이다.
초휴는 광녕도인이 아니었으므로 그들을 봐 줄 생각 같은 건 없었다.
서슴없이 살초를 쓰려는 초휴의 기세를 본 광녕도인은 진법 파해도 중지하고 다급히 말했다.
“임 소협, 노부의 얼굴을 봐서라도 넘어가 주시오. 후배들이 물정을 몰라 그런 것이니 마음에 담지 말길 바라오. 저자들이야 소범천의 중요성을 모른다지만 소협은 알지 않소? 저들을 죽여봐야 순양도문과 원수가 될 뿐, 소협에게 이득 될 게 무에 있겠소.”
정말 마음씨 좋은 노인이었다. 순양도문이 정신 못 차리고 죽을 길로 뛰어들겠다고 설치고 있으니, 못 본 척 진법이나 풀고 있으면 그만일 텐데 말이다. 게다가 그는 이미 세 사람에게 일을 크게 벌이지 말고 얌전히 있으라는 충고도 해 주었다.
말을 듣지 않은 것은 저쪽이었다. 지금 못 본 척하더라도 이미 할 도리는 다한 셈인데, 굳이 그들을 위해 나서 주었으니 정말 관대한 사람이라 할 만했다. 그러나 순양도문 제자들은 광녕도인의 호의를 받을 생각이 없었다. 그들 중 하나가 분노하여 외쳤다.
“광녕 선배님, 마도 악인을 주살하긴커녕 소협이라고 부르시다니요. 정도 종문으로서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습니까? 저희가 비록 실력은 모자라지만 죽음이 두렵지는 않습니다. 마도의 악인이 감히 저희를 건드리면 순양도문의 스승님과 선배들이 복수해 주실 테니까요!”
초휴는 얌전하기 그지없다던 전 용호방 사 위의 준걸, 이비렴 같은 자가 어쩌다 순양도문의 천재를 죽였는지 이제는 좀 알 것 같았다. 이 자들은 적당히 물러나는 법이 없었다. 곧 죽어도 일을 막다른 곳까지 몰고 가 버리는 것이다.
광녕도인이 이미 싸우지 말라고 권하지 않았는가. 그는 심지어 강호 선배이면서도 마인인 임엽을 동등한 상대로 대해 주었다. 다들 체면이나 살리고 넘어가면 그만이었다. 더군다나 다들 광녕도인이 진법을 풀기만 기다리는 상황에서 그도 끝장을 볼 각오로 덤빌 생각까지는 없었다.
세 사람이 적당히 굽히기만 했으면 초휴도 혼만 좀 내고 목숨은 살려 주는 정도로 그쳤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초휴가 살초를 쓰도록 몰아가고 있었다.
광녕도인을 바라보던 초휴가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광녕도장께선 현명한 분이시군요. 여기는 정마대전의 싸움터가 아니니 저도 일을 벌일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굳이 죽겠다고 제게 덤벼드는 데야 어쩌겠습니까. 제 코앞에서 삿대질해가며 마도의 씨를 말리겠다는데, 제가 찍소리도 안 하고 넘어가면 마도의 체면은 뭐가 되겠습니까?”
광녕도인은 안색이 변해 도검을 꽉 움켜쥐며 다급히 말했다.
“잠깐······.”
그러나 이미 늦은 뒤였다. 초휴가 오기조원 무사 셋을 상대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가 한 손을 휘두르자 정신력이 뒤틀린 금의 현으로 변해 나타나고, 초휴의 움직임을 따라 섭혼금의 소리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듣는 이를 황천으로 보내는 진혼유명곡이었다.
초휴의 정신력은 이미 무도종사 대부분을 넘어서는 수준이었으니 오기조원 무사 셋쯤이야 간단히 짓뭉갤 수 있었다. 순양도문 무사들의 칠공에서 선혈이 흐르기 시작했다. 호신 순양강기는 아무런 효과도 발휘하지 못했고, 강대한 정신력이 온몸을 뚫고 들어왔다.
순양도문 무사들은 단말마의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차례차례 쓰러졌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가슴이 서늘해지고 말았다.
* * *
사람들을 가장 놀라게 한 것은 임엽의 사악한 수법이었다. 본래 정신 공격이야말로 가장 막아내기 어렵다. 원신 비법을 쓸 줄 아는 사람은 적었으나, 일단 수련하여 경지에 이르면 대단히 두려운 것이다.
예컨대 남창 하후씨의 어신술도 단순하고 직접적이면서도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긴 했다. 그러나 지금 임엽이 쓴 원신 비법은 마도의 특색이 농후했고 너무나 사악했다.
두 번째 놀라운 점은 임엽이 거리낌 없이 제멋대로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이었다. 근래 마도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
들려오는 이야기라고는 정도의 영재나 준걸이 어디의 사마외도를 죽여 강호의 칭송을 받았다는 것뿐이었고, 반대로 어느 문파의 뛰어난 제자가 마도 손에 죽었다는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부옥산 정마대전에서 배월교가 위세를 뽐냈던 것을 제외하면, 마도가 정면으로 나서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초휴는 아무렇지도 않게 순양도문의 청년 제자들을 해치워 버린 것이다. 정말 과감하고 무정한 손속이었다.
순양도문의 천인합일 제자 하나는 이미 이비렴의 칼에 죽었다. 진양자가 데려온 네 명의 제자 중 소범천의 경험을 통해 천인합일에 이를 사람이 한둘은 나올 터였다. 그런데 임엽의 손에 넷 중 셋이 죽었으니 순양도문은 그야말로 피를 토할 판이 된 것이다.
눈앞에서 순양도문 제자 셋이 살해당하는 것을 본 광녕도인의 얼굴에도 노기가 비쳤다. 도문의 근원이야 다 이어져 있으니, 세 사람은 그의 도문 후배이기도 했다.
눈앞에서 그들이 참혹하게 죽어 나갔으니 시비야 어찌 됐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광녕도인을 보던 초휴는 손을 뻗어 등 뒤의 원한도를 쥐면서 담담히 말했다.
“광녕도장, 세상만사는 순리를 따라야 하는 법입니다. 도장께서 제게 물러날 길을 열어 주셨으니 저도 가급적이면 체면을 세워 드리려 했습니다. 그러나 저 멍청이들이 죽겠다고 달려드는데 제가 어쩌겠습니까? 제가 죽인 것이니 도문에서 저를 찾아와 따지겠다면 얼마든지 받아들이지요. 솔직히 말해 무도종사와 한두 번 싸워 본 것도 아니니까요.”
흑마탑에 있었던 사람들은 모두 그때의 싸움을 떠올렸다. 달마원 상좌 허행은 임엽이 등에 메고 있는 저 칠마도에 중상을 입었다. 그러나 칠마도를 쓰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를 아는 사람은 없었으니, 그들이 보기에 지금 임엽의 실력은 무도종사 급의 강자와 별 차이가 없었다.
일촉즉발의 순간 황보유명이 광녕도인의 손을 잡아끌며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
“광녕도장, 고정하시오. 당신도 말했듯이 우리는 마도를 제거하러 소범천에 온 것이 아니잖소. 순양도문 사람들이 죽음을 자초한 것이고 당신은 이미 할 도리를 다했는데 굳이 이 일에 말려들 필요가 뭐가 있소?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갑시다. 임엽은 은마권에서 공들여 키우는 제자로 평범한 청년 무사와는 다르오. 허행의 실력은 잘 아시겠지요. 삿된 마를 물리치는 금강불염이 온몸에 가득하고, 특히 상대가 마공을 익힌 무사라면 위력이 삼 할은 더 강해집니다. 그런 인물조차 저 애송이의 칠마도에 중상을 입었다고 하지 않소. 당신 자신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진무교를 생각하시오. 당신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소범천에 남아 있는 진무교의 두 젊은 제자는 누가 챙겨 주겠소?”
울지봉 역시 이번에는 기름을 붓지 않고 좋은 말로 권했다.
“옳은 말씀이오, 도장, 침착하게 생각하시오. 정 저자를 혼내주려거든 다음에도 기회가 있을 거요. 지금 서두를 일이 아니외다.”
물론 황보유명과 울지봉은 순전히 좋은 마음으로만 광녕도인을 달랜 건 아니었다. 광녕도인이 임엽과 싸우면 진법을 열 사람이 없어져서 유적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이었다. 상고의 대겁난을 겪고도 이렇듯 진법이 온전하게 보존된 곳이라면 분명 좋은 물건이 적잖게 있을 터였다.
광녕도인도 순양도문 사람은 아니었으므로 결국은 그들의 말을 따랐다. 그는 손에 쥐었던 도를 내려놓고 말없이 몸을 돌려 진법을 풀기 시작했다.
그 자리의 모두가 한시름 놓았다. 어쨌거나 광녕도인이 진법을 열어주기만 하면 그들도 콩고물을 건지게 될 터였다. 그러나 그가 임엽과 사생결단을 낸다면 나머지 사람들은 싸움 구경이나 할 뿐 아무것도 얻을 게 없었다.
여봉선만이 남몰래 식은땀을 훔쳤다. 초휴가 너무 세게 나오는 것 아닐까. 마도 신분을 드러낸 이후에는 일 처리 방식마저도 마도와 비슷해진 것 같았다. 아니, 마도보다 더 과격하다고 해야 할 터였다.
광녕도인은 한 시진 좀 넘게 걸려서야 진법을 다 풀어냈다. 골짜기에 걸려 있던 금제에서 맑은소리가 울리더니 만 갈래 노을빛이 뿜어져 나왔다. 모두의 눈이 빛났다. 드디어 진법이 풀렸다!
진법이 해제되면서 골짜기 입구의 광경도 변하기 시작했다. 입구 전체가 파동이 이는 물의 막으로 한 겹 둘러싸인 듯했다. 광녕도인이 손을 찔러 보자 별 이상 없이 파문을 뚫고 들어갔다.
그는 파동이 일어나는 수면 너머로 성큼 들어섰다. 그것을 본 울지봉과 나머지 사람들도 뒤를 따랐다. 수면을 통과하니 맑은 향기가 느껴졌다. 꽃이 만개하고 새가 지저귀는, 별세계의 도원처럼 수려한 광경이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