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542)
542화 마도가 아닌 요괴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만 멀뚱히 쳐다보았다. 모두 기이한 느낌을 받았다. 극락마궁 사람들은 아주 다급하게 이곳을 떠난 듯했다. 만 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그들은 허둥지둥 떠났다는 것을 이곳의 흔적으로 알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늦었다가는 목숨이 달아날 것처럼 말이다.
챙겨간 것이 너무 많아서 바닥은 엉망이었고, 아무렇게나 널려 있는 물건도 많았다. 사람들은 열심히 뒤져보았지만, 가치 있는 것은 하나도 찾아내지 못했다. 그들은 더 들어가 보기로 했다.
대전 뒤에는 누각과 전당이 여럿 늘어서 있었다. 극락마궁 제자들이 폐관하거나 거처하던 곳이었다. 극락마궁에서 가장 중요한 곳일 무기고와 단약방은 그 뒤에 있었다.
사람들이 그 구역으로 들어서자 내하교보다 더 짙은 안개가 몰려왔다.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였고, 다소 억누르는 듯한 느낌을 주었으나 심하지는 않았다. 광녕도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다들 조심하시오. 극락마궁 사람들은 기이한 일로 급하게 이곳을 떠난 것 같소. 해서 진법을 펼쳐둔 채, 물건들을 다 챙기지도 못하고 간 모양이오. 무엇인지 확실히 알기 전에는 아무것도 건드리지 마시오. 일단 진법이 발동되면 우리가 모두 다치게 될 가능성이 크니.”
광녕도인으로서는 모두를 위해 한 말이었다. 상고 시대의 진법은 본래 요사한 것이고, 특히 여기는 극락‘마궁’이니만큼 더욱 사기가 강하지 않겠는가. 자신부터도 조심해야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광녕도인 같은 무도종사를 상대로 보물을 다투는 건 그들로선 불가능하니, 콩고물이라도 주워 먹어야 하는 처지였다.
기회가 되는 대로 보물 하나라도 건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득이 아닌가. 위험할 수는 있겠지만,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호랑이 새끼라도 잡는 법이다.
이익을 앞에 둔 사람들은 곧잘 공포를 잊는다. 애초에 그렇게 조심스럽고 신중하며 온갖 것을 꼼꼼히 걱정하는 성격이었다면 지금의 경지까지 수련하지도 못했을 터였다.
사람들의 표정을 본 광녕도인은 저도 모르게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울지봉이 냉소했다.
“도장, 신경 쓰지 마시오. 자진해서 죽을 길로 가려는 자들을 무슨 수로 막겠소. 정말로 무슨 변을 당해도 저들의 사문에서 슬퍼할 일이지, 당신이 마음 쓸 일은 아니올시다.”
광녕도인은 대답 없이 조심스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는 미간을 찡그린 채 여기저기 걸어 다녔다.
“좀 이상하구려. 이곳의 진법은 너무 완벽하게 유지되고 있으니 말이오.”
“매우 큰 마도 문파였던 거 같으니 그렇게 할 실력이 있었겠지요. 대겁난 와중에 보존되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오.”
광녕도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처음에는 나도 그리 생각했소만, 볼수록 뭔가 이상하오. 대전 안의 광경을 봤잖소. 극락마궁 제자들은 몹시 서둘러 떠났소. 마도의 대문파가 그 정도로 당황할 만큼 위급한 상황이었다는 이야기요. 극락마궁의 진법이 대겁난마저 버틸 정도로 강력하다면 그리 다급히 도망갈 이유는 없었겠지. 진법 안에 있으면 안전할 테니 말이오. 빈도(貧道)는 이번 소범천 행이 세 번째요. 소범천의 유적을 여러 곳 다녀 보았으나, 어느 유적이든 크고 작은 훼손이 있었고 전혀 망가지지 않은 유적은 단 한 번도 보지 못했소. 너무 멀쩡한 것은 오히려 요괴의 소행이라는 말도 있소이다. 여하간 빈도가 보기에 극락마궁은 이상하오. 아주 이상해.”
바로 그때, 무리 속에서 갑자기 비명이 들렸다. 모두 화들짝 놀라서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바라보았다. 오기조원 무사 하나가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라서 외쳤다.
“제 사형이 없어졌습니다! 좀 전까지 뒤에 있었는데 순식간에 없어졌어요!”
골짜기에 들어온 사람들은 전부 합치면 칠팔십 명쯤 되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숫자였다. 모두 다급하게 주위를 둘러보니 십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라진 게 아닌가.
그 자리에는 여러 잡다한 문파의 무사들이 뒤섞여 있었다. 그래서 개중 누군가 보이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광녕도인의 충고를 듣지 않고 제멋대로 돌아다니는가 보다 생각했던 것이다.
오기조원 무사가 사형이 사라졌다고 하자 사람들은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그 순간, 안개 속에서 와그작거리는 소리가 울렸다.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오한이 들었다.
시커먼 그림자가 안개 속을 스치고 지나는 순간, 어떤 무사가 끔찍한 비명을 지르더니 안개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삽시간에 모두의 모골이 송연해졌다.
광녕도인이 크게 외쳤다.
“모두 주변을 경계하시오!”
말이 떨어지자마자 안개 속에서 수십 개의 검은 인영이 그들을 향해 덮쳐왔다. 속도가 어찌나 빠르던지 천인합일 무사조차 간신히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울지봉이 코웃음을 치더니 온몸에서 백호살신강의 기운을 폭발시켰다. 인영 하나가 그의 몸에 부딪혔으나 날카롭기 이를 데 없는 강기에 그대로 뭉그러져 검붉은 연기를 뿜어내는 혈무(血霧) 덩어리로 변했다. 매우 역겨운 광경이었다.
광녕도인은 손에 든 불진을 휘둘렀다. 가볍고 편안해 보이는 동작이었으나 인영들은 단번에 쓸려 날아갔다. 황보유명은 둘에 비하면 실력이 다소 처지는 편이었으나 그 역시 무도종사였다.
검은 그림자는 오기조원 무사에게는 큰 위협일지 몰라도 천인합일에 비하면 약했고, 무도종사에게는 위협조차 되지 못했다.
그리고 초휴에게는 더욱 손쉬운 상대였다. 그의 제일가는 장기가 빠른 자를 상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천자망기술을 사용하자 검은 인영들의 움직임은 매우 느려졌다. 그는 폭발할 듯한 마기를 손으로 끌어올려 곧장 검은 인영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것의 정체를 알게 되자 초휴마저 깜짝 놀랐다.
그것은 보통 사람 키의 반밖에 되지 않는, 사람 모양의 ‘무언가’였다. ‘무언가’라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람 모양을 갖추긴 했으나 도저히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손과 발에 날카로운 손발톱이 달렸는데 머리는 보통 사람보다 두 배는 컸고, 둥글게 부푼 배는 그 머리보다도 더 컸다. 얼굴도 흉악했다.
피부는 바싹 말라 쪼글쪼글해서 한 겹만 남은 듯했다. 입에는 날카로운 이가 돋았으며 눈에는 피를 탐하는 광기가 어려 있었다. 살갗에 핏기라고는 전혀 없었다.
가장 기이한 부분은 머리였다. 피부가 거의 투명해서 머리통 속의 칠흑처럼 검은 액체가 선명히 보였다. 전설에 나오는 지옥도의 아귀와 매우 비슷한 생김새였다.
극락마궁은 도대체 뭘 만들어 낸 것이란 말인가?
초휴의 손에 붙들린 그것이 끊임없이 발버둥 치는 동안, 초휴의 심장이 갑자기 두근거리며 진동하기 시작했다. 유리금사고가 어떤 사념을 계속 내보내고 있었다. 초휴의 손에 들린 그것을 매우 갈망하는 것처럼 말이다.
유리금사고는 살아 있는 생물이다. 그러나 힘이 아무리 강한들 벌레일 뿐이므로 이성이랄 것은 없고 본능만 있었다. 초휴는 유리금사고의 갈망을 뚜렷하게 느꼈으나, 정확히 무엇을 원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는 손에 힘을 주어 그것을 으깨 죽이려 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겉보기에는 약해 보이는 그것은 쇳덩이처럼 단단해서 강기조차 튕겨내는 힘을 갖고 있었다.
마기를 거세게 폭발시키자 아귀 같던 그것은 초휴의 손에 완전히 목이 부러졌으나, 그러고도 죽지 않고 몸뚱이가 꿈틀거렸다. 초휴는 눈썹을 치켜세우고는, 손가락을 하나 세워 강대한 마기를 응축시켜서 곧장 그것의 머리를 터뜨려 버렸다.
순간 그것의 머리에 들어 있던 검은 액체가 초휴의 몸에 스며들더니 전신의 경맥과 혈관을 타고 흘러 유리금사고에게 삼켜졌다.
초휴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유리금사고가 한 짓이었다.
초휴는 깜짝 놀라 막으려 했으나 이미 늦은 뒤였다. 유리금사고는 초휴와 한 몸이고 초휴의 일부분이기도 했다. 자기 몸속의 일부분이 움직이는 것을 어떻게 막겠는가?
그 기이한 검은 액체는 초휴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았다. 그 힘의 일부를 집어삼킨 유리금사고의 박동이 좀 더 강해졌을 뿐이다. 남은 일부분의 힘은 초휴의 정신력을 더한층 강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 외에도 뭔가 알 수 없는 느낌이 들었으나 초휴로서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초휴는 이것들을 죽여서 머릿속의 검은 액체를 빼앗으면 유리금사고에 이득이 되고 정신력도 강화시킨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실력이 약한 무사들은 여기저기서 악귀 같은 그것들에게 맹렬하게 공격받고 있었다. 광녕도인이 미간을 찡그리더니 진반(陳盤)을 꺼내 던졌다. 진반 속에서 음양의 힘이 회전하며 검고 흰 장검 두 자루가 나타났다.
검기가 세차게 터져 나오면서 주변 수백 장의 안개를 깡그리 몰아내자 두려운 광경이 드러났다. 끔찍한 형상의 악귀들이 제각기 시체에 달라붙어 미친 듯이 물어뜯고 있지 않은가.
여러 악귀가 시체 한 구에 다 같이 달라붙어 있기도 했다. 그야말로 지옥 같은 모습이었다. 울지봉마저 그 광경을 보고 소름이 돋았다.
“도장, 저게 다 뭐요? 저렇게 생긴 흉수도 있소?”
광녕도인의 안색은 어두웠다.
“흉수는 무슨! 이것들은 본래 사람이었소. 극락마궁은커녕 지옥마궁 같은 미친놈들! 아귀도의 악귀를 만들어 낼 생각을 하다니! 진무교에 있는 상고 시대 전적에서 본 적이 있소. 상고 시대, 강호에 해를 끼쳤던 육도마존(六道魔尊)이라는 마두가 있었소. 한마디로 미치광이였지. 정말로 정신에 문제가 있는 자였단 말이오. 그는 자신에게 여섯 개의 인격이 있다는 환각에 빠져 있었는데, 그 인격 하나하나가 무도의 천재였소.”
그는 갑자기 달려드는 악귀를 불진으로 후려치며 말을 이었다.
“그자는 육도윤회의 화신을 만들어내기 위해 자신의 혼백을 여섯 조각으로 나누어 화신에 섞어 넣으려 했소. 육도마존은 수없이 많은 사람을 죽여 시험했는데, 아귀도의 화신이 이런 모습으로 만들어진 것은 어린 아기를 잡아다 만들었기 때문이오. 온몸에 진법을 그려 넣어 점점 정신을 갉아먹게 만들면서 가끔 영약을 먹이는 것이오. 그렇게 혼백과 정신이 다 갈려 사라지면 걸어 다니는 시체처럼 본능만이 남게 되지. 그것들을 밀폐된 공간에 던져 놓고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주지 않으면 저들끼리 죽고 죽이며 서로의 피와 살을 먹이로 삼는 거요. 그렇게 고독충을 키우듯 만들어지는 것이 아귀도의 화신이오!”
광년도인의 크게 숨을 토했다.
“내가 그 전적에서 봤던 아귀도 화신의 그림이 바로 저렇게 생겼소. 다만 저것보다 훨씬 컸고, 힘도 더 강해서 그야말로 지옥의 아귀나 다름없었지. 그 책에서는 육도마존이 완전히 인간성을 포기했기 때문에 강호의 고수들이 손을 잡고 죽였다고 했소. 그런데 극락마궁이 그 비법을 손에 넣어 이렇게 악독한 것을 만들어냈을 줄이야!”
눈앞에 보이는 아귀 한 마리마다 수없이 많은 무고한 아이들의 목숨이 들어간 셈이었다. 비록 만 년 전의 일이라 해도 광녕도인은 분노를 참을 길이 없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초휴 역시 미간을 찌푸렸다. 그는 마공 여러 가지를 수련하긴 했으나 인간성을 저버리는 마공을 익힐 생각은 없었다.
마(魔) 역시 하늘과 땅 사이의 존재다. 정통 마공은 천지 사이의 부정적 힘을 대표하는 것이기는 하나, 세상만사는 음이 있으면 양이 있는 법이었다. 무공은 하나의 속성일 뿐, 정도의 무공이든 마공이든 그것을 써서 남을 구한다면 선이고 반대로 남을 해친다면 악이 되는 게 아니겠는가.
무공 자체는 인간성이 없다. 그러나 익히는 자가 사람인 이상 어떻게든 한 가닥의 인간성이 있기 마련이었다. 강호에 이름을 떨친 마도의 거물들을 보면, 옛날 천하를 제압했던 독고유아건 지금 배월교 교주 야소남이건 적지 않은 인명을 죽였다.
그러나 그들의 손에 묻은 것은 모두 무사의 피였지, 어느 마도 거물이 평범한 사람들을 도살해 악명을 떨쳤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었다. 그런 자들은 마도에서조차 침을 뱉고 욕하는 것이다. 그것은 마도가 아니라 요괴라고 해야 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