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544)
544화 미완성
광녕도인과 다른 두 사람도, 임엽이 다른 자들을 제치고 아귀를 죽이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그래서 임엽이 도대체 왜 저러는 걸까 의아해하던 차였다. 그러나 악전고투하는 상황이라 그런 것을 따질 여유가 없었다.
이제는 심지어 세 사람을 돕겠다고 나서니 더욱 이해가 안 가긴 했다. 순양도문 제자들을 악랄하게 죽이지만 않았다면, 비록 마도 출신이어도 임엽이 한 줌의 의기는 있는 사람인가 보다 여겼을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그저 괴상한 자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래도 임엽의 도움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아귀 청년은 매우 힘든 상대였고, 임엽의 실력은 이미 검증되지 않았는가. 무도종사와 비견할 만한 폭발력을 지녔으니 큰 도움이 될 터였다.
초휴는 아귀 청년과 직접 붙어보고서야 상대가 만만찮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장을 날려도 고작 몇 걸음 뒤로 물러날 뿐이고, 강대한 위력의 진옥명왕상으로 내리치면 그대로 응수해 부숴 버리니 효과라곤 없었다. 한참을 싸우던 끝에 울지봉이 더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젊은이, 등에 메고 있는 도(刀) 일곱 자루는 언제 쓸 셈이오. 그것 신병 아닌가? 보아하니 이놈은 방어력이 강해서 보병까지는 버티겠지만, 그래도 신병은 못 당할 거요. 안 쓸 거면 나한테 주든가. 내가 써볼 테니 말이지!”
울지봉은 거칠고 무식해 보였으나 뱃속이 시커먼 자였다. 초휴가 등에 멘 일곱 자루의 도는 모두 신병이었고, 그것으로 허행에게 중상을 입혔다는 말도 이미 들었다.
울지봉은 진작부터 그 칼들을 탐내고 있었다. 신병의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소문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해 보고 싶던 것이다.
그러나 울지봉의 뱃속이 검은 것처럼 초휴 역시 바보가 아니었다. 그는 냉소했다.
“중요한 물건은 함부로 밖에 내보이지 않는 법입니다. 선배님도 그 정도는 아실 텐데요? 이 도는 제가 가진 비장의 패입니다. 저 혼자 이놈을 상대한다면 물론 뽑았겠지요. 그러나 지금 우리 넷이 함께 싸우면서 아무도 진짜 패를 내보인 사람이 없는데, 후배인 제가 먼저 그리하라는 게 말이 됩니까?”
울지봉은 흐흐 웃더니 입을 다물었다. 임엽이 바보가 아닌 이상은 더 말해 봐야 소용이 없었다. 사대일로 싸우면서도 그들은 아귀 청년을 제압하지 못했다.
초휴는 돌연 정신력을 폭발시켜 진혼유명곡을 펼쳤다. 혼을 제어하는 금의 소리가 아귀 청년을 향해 쏟아졌다.
진혼금 소리를 들은 아귀 청년의 붉은 눈이 빛나더니 미치광이처럼 초휴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속도는 전보다 훨씬 느렸다. 초휴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 자는 원신 비법을 두려워한다!
처음에는 원신 비법을 쓸 생각이 없었다. ‘사람’에게만 통하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귀가 된 청년은 이미 반인반귀와 같은 존재였기에 원신 비법이 통하리라는 확신이 없어서, 굳이 정신력을 낭비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써 보니 초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효과가 좋지 않은가. 초휴는 얼른 말했다.
“세 분이 이놈을 잠시 잡고 계시면 제가 원신 비법을 써서 죽일 수 있습니다!”
광녕도인과 나머지 둘은 서로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싸우는 네 사람 중 임엽만큼 원신 비법을 능숙하게 위력적으로 쓰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니 지금으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셈이었다. 더군다나 그들은 셋이니 임엽도 다른 수작을 부리기는 어려울 터였다.
광녕도인과 다른 둘은 즉각 움직여 아귀 청년을 가로막았고, 초휴는 인결을 맺어 심마륜전대법과 천절지멸이혼대법을 극한까지 펼쳤다. 광대무변한 환상이 아귀가 된 청년을 에워쌌다.
환각 속에서 살진(殺陳)을 펼칠 준비를 하는데, 그가 빨아들였던 흑색의 정신력이 갑자기 기이한 울림을 내더니 초휴의 정신력을 환각 속으로 끌어들여 버렸다.
초휴의 낯빛이 변했으나 정신력의 변화는 너무 빨랐다. 마음을 먹는 순간 환각은 이미 펼쳐졌고, 초휴는 저항할 틈도 없이 환각 속으로 빨려들었다.
그 자신이 만들어 낸 환각이었으나 막상 안에 들어오니 몹시 낯설게 느껴졌다. 궁궐 같은 전각들에 화초와 수목이 무성하여 매우 수려한 풍경이었다.
자세히 살펴본 초휴는 이것이 지금의 극락마궁 모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단지 꽃과 풀이 없을 뿐이었다.
조금 전의 청년이 대나무 피리를 들고 전각에서 걸어 나왔다. 아귀처럼 사나운 얼굴 대신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었고, 피부색도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청년을 바라보다가 미간을 찡그렸다.
“나를 환각으로 끌어들인 것이 너냐? 내가 상대를 얕봤던 같군.”
청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아니라 너 자신이 한 일이다. 너는 아귀의 정혼을 너무 많이 집어삼켰고, 그 힘은 나와 근원이 같다. 해서 너도 여기에 오게 된 것이지. 네가 수련한 심마륜전대법 역시 본래는 우리 극락마궁 비전의 무공이었다. 몇백 년 전쯤일까? 정확히 언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도 출신의 강자 하나가 온 적이 있다. 내가 보는 앞에서 무기고의 심마륜전대법을 가져갔는데 다른 무공은 눈에 안 찼던지 손대지 않더군. 지금 너처럼 그자도 도, 불, 마에 모두 통달하여 전율이 일 정도로 강한 자였다. 내가 살던 시대 기준으로도 절정의 고수였을 것이다.”
초휴는 순간 놀랐다.
“독고유아인가?”
매경령의 말로는 독고유아 역시 소범천에 들어와서 많은 것을 얻어 절세의 마공을 만들어 냈다고 했다. 상고의 대겁난 이후에도 마도에는 적잖은 거물들이 나왔다. 그러나 상고 시대에도 최절정의 강자였을 것이라는 평을 듣는 사람은 독고유아가 유일했다.
청년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고수를 만난 것은 본래의 내가 아니라 아귀가 된 나였다. 반인반귀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그런 고수와 말을 나누겠나? 해서 그자의 이름은 모른다.”
초휴를 잠시 바라보던 그가 다시 말했다.
“그렇게 경계할 필요는 없어. 나는 저 바깥의 요마와 다르다. 그리고 정신이 든 이상 더는 구차하게 살고 싶은 생각이 없다. 죽기 전에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을 뿐이야. 네게 줄 것도 있고 말이지.”
초휴는 의아했다.
“바깥의 요마가 아니라고? 그럼 넌 대체 누구지?”
청년은 양 손바닥을 위로 펼쳐 보였다.
“나는 옥헌(玉軒)이라고 한다. 극락마궁의 직계 제자이자 극락마궁의 별종이고, 버림받은 제자이기도 하지. 밖에 있는 그 요마도 나이긴 하다만, 동시에 내가 아니기도 하고······. 이거 말하기 복잡하군.”
사방의 전각과 누대를 둘러보던 옥헌이 탄식했다.
“아귀도의 비법은 하늘의 조화를 해치는 짓이다. 너도 우리 극락마궁이 지독하다고 생각하겠지?”
“나는 마, 도, 불을 모두 수련했다. 무도는 힘에 불과해. 도와 불이 양이라면 마는 음이니, 마도가 곧 인간성의 멸절을 뜻하지는 않는다. 어쨌거나 무고한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죽여대서 유명해진 마도 거물은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힘은 수단일 뿐이지. 힘을 얻으려다 힘에 자신이 휘둘려서 헤어나지 못하는 건 미치광이거나 약자다. 아귀의 화신 같은 것을 만들어 내는 자들이라면 마보다는 오히려 요괴라고 부르는 게 낫지 않겠는가.”
옥헌은 쓰게 웃었다.
“그래. 힘을 얻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것 자체가 이미 힘 속에서 헤매는 꼴이지. 너는 상고 시절 무사가 아니니 모를 것이다. 육도마존이 얼마나 강력했는지, 얼마나 놀라운 재능을 타고났는지! 그의 육도화신비법 역시 도, 불, 마의 비전을 융합시킨 것이었다. 수백 년 전 들어왔던 그 고수의 다음가는 수준이었지. 정말 육도화신을 완성했다면 그 마도 고수와 필적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육도마존의 행위는 선을 넘었다.”
옥헌은 주먹을 꽉 쥐었다.
“결국, 강호의 모든 고수들, 정도만이 아니라 마도 일맥까지도 다 함께 손을 잡고 그를 공격했다. 육도마존은 아수라도 화신을 만들어 내기 위해 마도에서도 대학살을 벌였으니까. 그 싸움에서 수많은 사람이 죽었고, 육도마존도 죽었다. 하지만 아귀도 비법은 우리 극락마궁의 손에 들어왔지. 나는 사부님께 그 비법을 없애자고 했으나, 몰래 아귀도 화신을 만들어 보자는 사람이 더 많았다. 육도마존과 싸울 때, 미완성의 아귀도 화신이 엄청난 살상력을 발휘하는 걸 보았기 때문이야. 아귀도 화신의 강력함과 공포를 보았기에 더욱 그 힘을 갈망하게 된 거지.”
초휴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래서 아귀도 비법을 없애자는 당신의 주장은 거부당한 건가?”
옥헌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부님도 들어주지 않으셨고, 거의 아무도 나를 지지하지 않았다. 그렇게 강력한 비법을 없애는 게 싫었던 거지. 그리고는 몰래 아귀도 화신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나는 반복해서 직언하다가 사부님께 미움받게 되었다. 결국, 아귀들을 직접 키우고 먹이라는 벌을 받아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들과 온종일 함께 지내야만 했지.”
초휴는 담담히 말했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아귀가 되는 길을 선택했잖나. 괴물 같은 존재가 되기로.”
세상에 성인 같은 것은 없다. 초휴는 성인을 믿지 않았다. 사람이면 누구나 욕심이 있다. 심지어 초휴에게 환일대법을 전수해 준 담연대사조차 평범한 승려에서 시작해, 한 걸음씩 나아가서 성승이라 칭송받은 그도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자신의 무공을 이어받을 제자를 찾아다니지 않았는가.
옥헌은 마도 사람이었으니, 아무리 선량한 마음을 품었다 해도 정말로 순진무구한 사람일 리는 없었다.
옥헌의 쓴웃음이 더 짙어졌다. 그는 자조하듯 말했다.
“맞아. 나 역시 죽음이 두려웠다. 후회했지. 사부를 거역하지 않았다면 이런 꼴이 되지는 않았을 텐데. 나는 그들이 돌아와서 나를 데려갈 줄 알았어. 하지만 아무도 오지 않았고 극락마궁은 진법으로 봉인되어 나갈 수도 없었다. 살아남으려면 비상한 방법을 생각해 내야만 했다. 아귀의 화신이 되면 천 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다. 피와 살을 충분히 먹고 제때 휴식을 취한다면 만 년도 살 수 있지. 그렇게 잘못된 선택을 해서 삿된 길에 들어서고 말았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귀가 된 후로 나는 더는 내가 아니었어. 지성은 점차 침식되었고, 마지막에는 아귀의 인격이 분열되어 나갔다. 본래의 나는 영혼의 가장 깊은 곳에 숨어 있을 수밖에 없었지. 네가 원신 비법을 써서 나의 정신 깊숙이 침입하지 않았다면, 평생 다시는 산 사람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예전에는 죽음이 두려웠다. 하지만 지금 보니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은 죽느니만 못한 삶이야. 네 원신 비법이 아귀의 인격에 중상을 입혀서 내가 잠시나마 몸을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잠시 후면 나 스스로 이 생명을 끝낼 거야. 기쁜 일이지, 드디어 벗어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감사의 뜻으로 네게 선물을 주마.”
“무슨 선물?”
옥헌이 나직하게 말했다.
“아귀도 화신. 진정한 아귀도 화신이자 이 세상에 남은 마지막 아귀도 화신이기도 하지.”
초휴는 눈썹을 치켜세웠다.
“너를 이 지경이 되도록 해친 것들인데, 그걸 내게 주겠단 말인가. 하지만 난 너처럼 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 마가 되는 것은 상관없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이고 싶다는 말이지.”
옥헌은 고개를 저었다.
“나를 해친 것은 아귀도 비법이 아니라 인간의 탐욕이었어. 진짜 아귀도 비법은 화신을 만들어 낼 뿐, 너 자신을 나처럼 사람도, 귀신도 아닌 존재로 만드는 것이 아니야. 바깥의 저 흉물스러운 아귀들, 그리고 나 자신도 사실은 미완성에 불과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