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545)
545화 아귀도 화신
사실 아귀도 화신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옛날 육도마존도 진정한 화신을 만들어내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옥헌은 초휴를 응시했다.
“아귀도 화신의 정수는 먹어 삼키는 것이다. 동류를 먹어 삼키고 마지막에는 가장 강한 아귀가 되어 모든 것을 씹어 삼키는 진정한 아귀도로 변하지. 너는 아귀가 아니지만, 몸속에 이상한 것이 들어있더군. 아귀의 혼혈(魂血)을 소화하고 정신력마저 삼킬 수 있는 것 말이지. 혼혈을 소화해도 육신을 갖춘 아귀도를 만들어 내는 것은 불가능하지.”
이에 초휴가 무언가 말을 꺼내려 하자 옥헌이 다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정신력으로 아귀도에 제를 올려서 이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여기 있던 아귀는 거의 전부가 네 손에 죽었으니 아귀의 혼과 피는 충분히 모인 셈이야. 진정한 아귀도로 변하지 않은 것은 네가 아귀도 비법을 네 몸에 융합하지 못했기 때문이지. 그것을 내가 전해주겠다. 하지만 아귀도의 힘을 모으는 방법만 알려주고, 아귀를 만들어 내는 마지막 진법의 주문은 알려주지 않을 것이다. 이제부터 너는 이 세상에 하나뿐인 아귀도의 전인이 된다. 동시에, 이 세상 최후의 아귀도 전인이 되는 것이지.”
말을 마친 옥헌은 피리를 입가에 갖다 대며 초휴를 환각 밖으로 내보내려 했다. 순간 초휴가 말했다.
“잠깐, 묻고 싶은 것이 있다.”
“뭐지?”
“상고의 대겁난은 대체 어떤 재앙이었나?”
그것은 초휴가 오랫동안 고민해 온 문제였으며, 동시에 모든 강호인이 알고 싶어 하는 문제이기도 했다. 수무상 등은 대겁난 전에 봉인된 지라 대겁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옥헌은 상고 시대 말기의 사람이니 혹시 알고 있지 않을까.
하지만 옥헌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도 전혀 모른다. 대겁난이 시작될 때는 바람 소리가 들렸어. 하지만 그때 나는 이미 사부를 거역한 죄로 갇힌 채로 아귀를 돌보고 있었다. 극락마궁의 중심에서 멀어진 내게는 아무런 정보도 들어오지 않았어. 대겁난이 시작되었을 때는 이미 아귀로 변해서 잠든 뒤였다. 그러고 깨어났더니 대겁난은 끝났고 모든 곳이 황폐해져 있더군. 극락마궁이 있던 곳도 여기저기 무너진 상태였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나도 정말 궁금하군.”
초휴는 미간을 찡그렸다. 또 여기에서 막히다니 정말 답답한 일이 아닌가.
“참, 삼청전과 영보관을 아나?”
그 말에 옥헌이 멈칫했다.
“당연하지. 삼청전은 도문의 지존이다. 삼대 천존 모두 강호 절정의 고수로 성인의 반열에 올라 선인이나 신과도 견줄 만했지. 영보관은 삼천 도문 중의 하나인데, 사람 수는 적었지만, 실력은 매우 강했어. 영보관의 비법 영보하광(靈寶霞光)을 쓰면 어떤 신병이나 지보라도 깨부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으니까.”
이를 들은 초휴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옥헌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영보관 출신치고 평범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내가 살던 때의 영보관 관주 영무진인(靈武眞人) 역시 세상에 보기 드문 고수였고 말이지. 신중한 성격이었지만 수행의 깊이는 삼대 천존에 필적했어. 무도진단의 내력으로 삼백육십 갈래의 영보하광을 펼치면 신병조차도 그 앞에서는 녹슨 쇠나 다름없었지.”
역시 그의 추측대로 삼청전의 실력은 비범했고, 작은 도관 같아 보이던 영보관 역시 상고 시대에 혁혁한 이름을 떨쳤던 곳이었다. 그는 뭔가 더 질문하려 했으나, 옥헌은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
“시간이 없다. 더 머뭇거리면 아귀 화신의 인격이 깨어날 거야.”
말을 끝낸 옥헌은 대나무 피리를 들어 불기 시작했다. 눈앞의 환각이 깨져나가더니 초휴는 순식간에 현실로 돌아왔다. 환각 속에서 옥헌과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긴 시간이 지났으나, 그것은 정신력이 만들어 낸 가공의 세계인지라 현실에서는 일순간에 불과했다.
광녕도인과 다른 두 사람이 아귀 옥헌에게 맹공을 퍼붓고 있었다. 초휴의 원신 비법 때문에 옥헌은 연신 뒷걸음질하는 중이었다.
바로 그 순간, 옥헌의 눈에 한 가닥 청명한 빛이 돌아왔다. 온몸을 둘러싼 시기가 폭발적으로 불타오르더니 본원을 소모하며 초휴에게 달려들었다. 이런 공격을 받으면 막는 사람도 다칠 것이 분명해 보였다.
광녕도인은 무의식중에 음양양의검진을 발동시켜 막으려다 실패했고, 나머지 둘은 즉각 옆으로 피해 버렸다. 다들 아귀로 변한 옥헌이 임엽을 증오한 나머지 본원조차 내던져 가면서 임엽을 죽이려 한다고 생각했다.
울지봉과 황보유명은 그렇게까지 목숨을 걸고 달려드는 옥헌을 굳이 막을 생각이 없었다. 그의 손에 임엽이 죽는다고 해도 괴물 역시 원기를 크게 상할 게 아닌가. 어쨌거나 그들에게 불리할 일은 없을 터였다.
시기로 불타오르는 몸을 끌며 달려드는 옥헌의 눈에 한줄기 해탈과도 같은 빛이 스쳤다. 그의 몸이 돌연 터져 나가더니 시커멓고 걸쭉한 혼혈이 초휴의 몸에 스며들었다.
사실 초휴는 크게 놀랐다. 옥헌과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그는 여전히 반신반의하고 있었다. 초휴는 본래 의심이 많았다. 정도 출신의 불가 고승이라도 완전히 믿는 법이 없었는데 옥헌 같은 마도인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해서 처음에는 정신력을 모두 끌어모아, 이상한 점이 발견되면 즉각 그 혼혈을 밖으로 배출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에게는 다른 안전장치가 하나 더 있었으니 바로 유리금사고였다. 유리금사고는 본능만 있을 뿐 이성은 없었다.
그것은 초휴의 몸에 악의를 지닌 것이 들어오면 본능적으로 몰아냈다. 초휴의 몸은 유리금사고의 집이나 마찬가지였으니, 자신의 집을 훼손하려는 것을 어찌 그냥 두겠는가.
그러나 초휴의 예상과는 달리 옥헌은 혼혈에 아무런 수작도 부리지 않았다. 그는 그저 벗어나고 싶었을 뿐이었다. 해탈하기 전, 자신의 마지막을 함께해 준 초휴에게 선물을 주고 떠난 것이다.
그 걸쭉하고 진한 혼혈은 초휴의 원신에 섞여들었으나 이번에는 유리금사고에게 먹히지 않았다. 혼혈은 초휴가 아귀를 죽여 얻어낸 검은 정신력과 하나로 합치더니 흉악하고 사나운 아귀의 모습이 되었다.
그 아귀의 형상은 초휴가 죽인 아귀들과는 좀 달랐다. 커다란 머리와 입, 잔뜩 부푼 배까지는 비슷했지만 반들거리는 검은 피부가 지극히 음산하고 요사한 기운을 뿜어냈다.
머리에는 한 쌍의 뿔이 솟아 있었다. 먹보다도 시커먼 뿔 때문에 더 흉악해 보였다. 초휴의 뇌리에 몇 가지 정보도 함께 흘러들었는데, 아귀도 화신을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사용하는 방법뿐이고, 아귀도 화신을 만들어 내는 방법은 없었다.
사실 초휴가 얻은 것도 완전한 아귀도 화신은 아니었다. 정혼만 있고 강대한 육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상관없었다. 설령 옥헌이 아귀도 육신을 만들어 내는 방법을 전해준다고 했어도, 초휴는 천리를 거스르는 데다 힘만 들고 장점은 없는 방식은 거부했을 터였다.
옛날 육도마존의 말로를 보면 알 수 있는 일이 아닌가. 그야말로 사람과 하늘의 공분을 사서 도, 불, 마 모두가 손을 잡고 그를 죽여 없앴으니 말이다.
초휴는 울지봉과 다른 둘을 쳐다보며 냉소했다.
“아주 재빠르게도 피하셨습니다그려.”
자신의 본원까지 태워가며 목숨 걸고 달려들던 자가 저 혼자 자폭해 버렸으니, 세 사람이 피해 버린 것은 경솔한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미안해하는 사람은 광녕도인뿐, 울지봉과 황보유명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었다.
그쯤 되는 경지에 오른 무사라면 대부분 체면에 목숨을 걸거나, 아니면 체면을 헌신짝처럼 여기는 상반되는 두 가지 특성을 다 갖고 있게 마련이다. 이익 앞에서, 혹은 위험 앞에서라면 체면을 좀 버리면 어떻단 말인가.
여기가 바깥세상이고 수많은 군중 앞이었다면 체면을 따졌을 것이다. 무도종사로서의 위엄을 지켜야 했고 자신의 뒤에 있는 종문의 체면도 지켜야 할 테니까. 그러나 조금 전과 같은 상황이라면야 체면을 버리는 게 훨씬 나은 것이다.
광녕도인이 헛기침을 하더니 말을 돌렸다.
“요물이 죽었으니 이제 극락마궁은 안전할 거외다. 진법만 좀 조심하면 상관없을 터이니 다들 살펴보시오. 극락마궁에 뭔가 가져갈 것이 있는지 봅시다.”
좀 전까지는 극락마궁에 조금도 훼손이 없다고 생각했으나 지금 보니 역시 망가지기는 했다.
상고의 대겁난 이후 옥헌이 수리를 했을 뿐이었다. 해서 물건들 역시 망가진 것이 적지 않았다. 기분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막 극락마궁을 수색하려는데 뒤에서 술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에서 십여 명의 무사들이 연이어 들어오고 있지 않은가. 심지어 무도종사 급 실력의 파장까지 느껴졌다. 울지봉의 안색이 확 변했다. 그는 광녕도인을 바라보며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도장, 왜 진법을 다시 봉해 두지 않으신 거요!”
유적에 걸린 진법을 풀고 들어갈 때는 자신이 들어간 후, 다시 봉해 놓는 것이 보통이었다. 기껏 힘들여 열었는데 남에게 빼앗기면 그 얼마나 재수 없는 일이겠는가. 해서 울지봉 역시 광녕도인이 당연히 진법을 봉해 놓았겠거니 생각했다.
그는 진법은 조금도 몰랐으므로 광녕도인이 알아서 조치한 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광녕도인은 그를 마주 노려보았다.
“다른 진법은 전부 봉해 놓았소만, 극락마궁의 진법은 너무 완전한 형태로 남아서 요즘의 진법과는 판이하오. 그것을 다시 봉하려면 하루는 족히 걸렸을 거요. 그때까지 기다릴 수 있었겠소?”
극락마궁을 제일 먼저 발견한 건 광녕도인과 그 외 두 사람이었고, 죽음을 무릅쓰고 싸워 위기를 해결한 것도 그들이었다. 그러니 지금 들어오는 자들은 아무런 위험도 무릅쓰지 않고 열매만 따 먹는 셈이 아니겠는가.
울지봉만이 아니라 광녕도인이나 다른 무사들의 기분도 좋지 않았다. 두 사람의 말다툼이 계속될 것처럼 보이자 황보유명이 말했다.
“두 분, 극락마궁은 우리가 먼저 발견한 거요. 빼앗으려는 자들이 있으면 당연히 힘을 합쳐 싸워서 막아야지요. 그런 뒤에 극락마궁의 물건을 우리끼리 나누면 되지 않소?”
울지봉과 광녕도인은 마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황보유명은 초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임 소협, 전에는 내가 오해를 했소이다. 지금 다른 자들이 보물을 빼앗으러 왔는데, 임 소협도 가만히 앉아서 저들에게 넘겨줄 생각은 아니겠지요. 그러니 우리와 함께하는 게 어떻소?”
임엽의 실력은 그들이 보기에도 놀라웠다. 일곱 자루 칼을 제외하고, 그 자신의 힘만으로도 대부분의 무도종사와 비길 만했다. 임엽과 손을 잡는다면 손해 볼 일이 없을 터였다.
그때 뒤에서 금색 장포를 입고 위엄이 가득한 무사가 걸어 나왔다. 그 중년인을 본 황보유명은 정말 아슬아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바로 하후세가의 가주 하후진이었다.
무도종사 중 하후진은 상대하기 까다로운 축에 속했다. 원신 비법이란 워낙 방어가 어려운 것인데, 하후씨의 어신술은 원신 비법 중에도 절정의 기술에 속하는 것이었다. 일단 충돌이 벌어지면 하후진은 어신술을 이용해, 혼란 속에서도 좋은 물건을 적잖이 챙길 게 뻔했다.
그러나 이쪽에는 임엽이 있었다. 임엽의 정신력은 무도종사에 필적했고 마도권의 원신 비법 역시 강력했으니 하후진과 충분히 맞서 싸우는 게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황보유명은 문득 임엽과 하후진 간의 원한을 떠올렸다. 임엽이 강호에서 처음 출수했을 때, 하후진의 아들 하후무강을 죽였다. 하후진에게는 다른 아들도 있었지만 용호방 십 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하후무강은 하후진이 심혈을 기울여 키운 제자이기도 했다.
그런 아들이 임엽에게 죽었으니 그 원한이 얼마나 크겠는가. 과연 하후진은 임엽을 보자 눈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노호했다.
“임엽!”
“하후 가주였구려. 오랜만이오. 여기는 어쩐 일이시오. 아들의 원한을 갚아주러 오셨나?”
하후진이 이를 갈았다.
“내 아들만이 아니다. 여기 소범천에 들어온 우리 하후가 정예들도 네 손에 무수히 죽어 나갔다. 네가 독고유아의 재림 아니, 환생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네 놈을 오늘 내 손으로 박살을 내버릴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