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546)
546화 원수와의 만남
초휴는 영보관에서 자신을 연합 공격했던 하후가와 육가 사람들을 모조리 해치웠다. 그 시신들을 처리하지도 않았다. 남이 알건 말건 상관없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마도인 임엽이 뒤집어쓸 일인데, 한 사람을 죽이건 여러 사람을 죽이건 무슨 차이겠는가.
초휴가 소범천에 들어온 하후세가 무사들을 해치웠다는 말을 들은 사람들은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저 녀석은 하후가와 불구대천의 원수라도 되나? 왜 늘 하후가를 해코지하는 것일까.’
동년배 중 가장 걸출한 인물의 하나였던 하후무강을 없애고도 모자라 소범천에 들어온 하후세가의 정예마저 전부 죽이다니. 하후세가의 정예는 다음 세대를 책임질 인물들이고 어쩌면 개중에서 무도종사가 나올 수도 있지 않은가. 그런 자들이 임엽의 손에 전부 죽었다면 산만큼 원한을 쌓은 셈이었다.
실제로 하후진은 화가 치솟아 미칠 지경이었다. 하후무강이 죽었을 때, 자신의 아들을 잃고 주화입마에 빠진 섭인룡만큼 이성을 잃진 않았으나, 그 역시 하후세가의 모든 힘을 동원해서 임엽을 찾아 아들의 복수를 하려 했었다.
그러나 몇 달을 뒤져도 임엽은 증발이라도 한 것처럼 강호에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임엽의 내력을 조사해 봤으나 별 소득이 없었다. 마치 돌 틈에서 튀어나오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무상마종, 음마종과 밀접한 관계라는 것을 빼면 아무런 단서가 없었다.
결국, 하후진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그는 하후씨의 가주였고, 하후씨의 장로들은 그가 모든 정력을 아들의 복수에 쏟아붓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소범천이 열렸을 때 하후진은 이미 임엽을 죽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임엽은 은마권이 공들여 키우는 준걸이니 반드시 소범천에 오지 않겠는가. 다른 마도 고수가 임엽을 지켜주지만은 않는다면 반드시 그를 죽여 아들의 복수를 할 참이었다.
그리고 하후진은 임엽을 죽였다고 행여 마도가 보복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다. 누구나 상대를 죽일 수 있는 곳이 강호다. 임엽의 뒷배가 정확히 어딘지는 몰라도, 오래도록 구대 세가의 일원이었던 하후씨 정도면 비장의 패도 꽤 있었다.
더군다나 상대방은 마도 출신이다. 만일 마도 고수가 하후씨에게 압력을 가한다면 하후씨 또한 상수 영가에 도움을 청할 수도 있었다. 구대 세가가 서로 화목하지는 않다지만 외적 앞에서는 손을 잡을 수 있고, 만일 상수 영가도 막지 못한다면 다른 정도 종문들이 있었다.
마도가 암암리에 부활하려는 이때 강호의 정도 종문들은 마도에게 그 어떤 기회도 줄 생각이 없었다. 마도가 정말 하후세가를 압박한다면 그들이 동원할 수 있는 강호 인맥은 많았다.
그러나 하후진은 자신이 임엽을 해치우기 전에, 임엽이 먼저 소범천에 들어온 하후씨 정예들을 죽여 버릴 줄은 생각조차 못 했다. 정말 지독한 놈이 아닌가 말이다.
하후진이 막 나서려던 순간 늙은 도사 하나가 또 들어왔다. 순양도문의 진양자였다. 그는 젊은 도사와 함께였는데 바로 순양도문의 하나 남은 젊은 무사였다.
진양자는 원래도 성격이 좋은 편이 못되었는데, 지금은 아예 낯빛이 늪처럼 음침해서 폭발 직전의 화산 같았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노호했다.
“우리 순양도문의 제자를 죽인 자가 누구냐?”
골짜기 바깥에 순양도문 제자들의 시체가 그대로 놓여 있었기에 이를 보고 분노한 것이다.
순양도문은 본래 제자를 공들여 키우는 종문이다. 가장 뛰어난 제자가 살해당한 지 일년도 지나지 않아 동년배들이 또 죽었다.
진양자가 어떻게 이런 꼴을 참아 넘기겠는가. 같은 도문 출신이나, 삼대 도문에는 속하지 않는 무사가 초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진양자 선배님, 바로 저자입니다! 제가 똑똑히 봤습니다. 저자가 순양도문의 사제들을 죽였습니다!”
하후진에 비하면 진양자의 태도는 그야말로 단도직입적이었다. 초휴에게 시선을 돌린 그는 두말없이 곧장 순양강기로 도검을 불태우며 달려들었다. 설령 초휴가 순양도문 제자를 안 죽였어도 진양자는 마도를 제거하겠다며 초휴를 죽이려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제자를 죽인 원수이기까지 하니 더 말해 뭐하겠는가.
진양자는 임엽을 죽여 박살 내겠다는 따위의 말조차 하지 않았다. 오로지 행동으로 모든 것을 보이려 할 뿐이었다.
햇빛처럼 작렬하는 순양검강이 태산 같은 압박감과 함께 초휴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소범천 밖에서 진양자는 운중군을 당해내지 못했으나 그것은 운중군이 너무 강해서였다. 진양자는 진단경에 든 무도종사로 절정의 고수였고, 적어도 초휴가 겨뤄 본 무도종사 중에서는 가장 강한 자였다.
초휴가 인결을 맺자 진옥명왕상이 등 뒤에 나타났다. 명왕은 만계를 제압하는 일장을 내질러 진양자의 순양검강을 막으려 했으나, 진양자의 순양검강은 초휴의 예상보다 훨씬 강해 진옥명왕상은 순식간에 깨져나가고 말았다.
검이 휘둘러지는 순간 순양강기가 찬란하게 빛났다. 백 장 안팎이 온통 타오르는 순양강기로 가득 덮였다. 천자망기술을 써도 온통 새하얗기만 할 뿐 어디에서도 약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설령 가장 약한 곳을 찾아내더라도 지금의 초휴로서는 그것을 깨부수기조차 어려웠다.
초휴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러자 몸에서 진득한 시기가 뿜어져 나왔다. 원신에 있던 아귀의 정혼이 풀려난 것이다. 손바닥만 하던 정혼은 초휴의 정신력과 광기를 미친 듯이 집어삼키며 십여 장까지 불어났다. 한껏 벌린 입에서 마기와 시기가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공격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라 모조리 삼켜버리려는 것이었다. 거센 순양강기가 그대로 아귀도 화신에게 집어 삼켜졌다. 아귀도 화신은 그 정도로 그치지 않고 입을 쩍 벌리며 진양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아귀도화신이 스치는 곳마다 천지 원기조차 시기에 물들며 삼켜져 버렸다.
“이건 무슨 요물이냐?”
진양자는 냉소하며 인결을 맺었다. 끝없는 강기가 모여들어 몸 앞에서 휘돌더니 진양자가 휘두르는 검 끝에서 튕겨 나갔다. 주문이 마치 실체화된 것처럼 검 끝에 엉겨 있다가, 검을 휘두르기 무섭게 백 장은 될 듯한 검강이 천지도 가를 기세로 아귀도 화신을 향해 퍼부어졌다.
진양자는 아귀도 화신의 사악함을 느꼈을 뿐이지만, 광녕도인과 다른 둘은 마주 보며 경악한 표정이 되었다.
‘임엽이 꺼낸 것은 분명 좀 전에 그들과 싸우던 아귀가 아닌가.’
비록 육신은 없었으나 모든 것을 삼키는 아귀의 힘은 그대로였다.
아귀도 화신의 비법은 육도마존을 제외하면 극락마궁에만 있었으니, 임엽이 밖에서 그것을 습득했을 리는 없었다. 그들이 사력을 다해 싸우는 중에, 임엽은 어디서 무슨 기연을 얻었는지 아귀도 비법까지 몰래 배운 게 아닌가!
광녕도인과 다른 둘은 아귀도 비법을 알아보았으나 출수할 생각은 없었다. 울지봉과 황보유명으로서는 누가 죽어 나가든 사람 수가 하나 줄어들 뿐이었다. 가서 불난 데에 부채질을 안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황보유명이 임엽에게 함께 싸우자고 제의하긴 했지만 그건 아귀를 상대하자는 것이지 순양도문의 도사를 상대하자고 한 얘기는 아니었다.
광녕도인은 나설지 말지 고민하기는 했으나, 임엽이 아니라 진양자를 도와야 하지 않을까 고민한 것이었다. 어쨌거나 같은 도문 일파고 순양도문 제자들이 그가 보는 앞에서 죽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녕도인은 호인이었고 의리를 아는 사람이었다. 진양자가 임엽보다 훨씬 강한 데다 좀 전까지 임엽과 힘을 합쳐 싸우기도 했으니, 굳이 임엽을 향해 칼을 휘두르고 싶지는 않았다.
초휴 역시 그들에게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귀도 화신이 진양자의 일검을 막아낸 후, 가면 속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옥헌이 알려준 아귀도 비법에는 문제가 있었다. 사실은 아귀도 비법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초휴의 실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만 말이다.
아귀도 비법을 수련했던 자는 옛날의 육도마존이건 반인반귀의 옥헌이건, 모두 초휴보다 아득히 뛰어났다.
정혼만 남은 아귀도 화신을 쓰는 데에만도 초휴의 정신력과 강기는 전부 뽑혀나가는 듯했다. 뭐든지 집어삼키는 아귀의 특성은 피아를 가리지 않았다. 잠시라도 방심하면 힘을 다 빼앗길 것 같았다.
무도종사의 경지에 들어서면 좀 나을지 몰라도, 지금의 초휴가 아귀도 화신을 쓰는 것은 매우 위험했다. 칠마도를 썼을 때만큼 부담이 크지는 않았지만, 위험성은 더 높았다. 비장의 패는 많았으나 개중 수월하게 쓸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는 셈이었다.
진양자의 순양강기는 온 세상을 비추는 해처럼 격렬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차가운 눈으로 초휴를 노려보았다.
“마도 애송이가 지독하기도 하구나. 이렇게 사악한 마공을 익혔으니 무고한 인명을 얼마나 많이 해쳤을꼬? 우리 순양도문의 원한이 아니라도 널 죽여 강호의 해악을 없애야겠다!”
말과 함께 진양자는 다시 움직였다. 손에 들린 장검이 일순간 수천 개로 불어나더니 빽빽한 검영이 허공에서 끝없는 순양강기를 뿜어냈다. 그리고 검영들은 거대한 검의 진으로 변했다. 거대한 해가 아래를 내리비추듯 사납고 강한 위력이었다.
하후진 역시 몸을 날리며 인결을 맺었다. 금빛이 번쩍이더니 강대한 원신의 힘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며 천지의 힘을 끌어냈다. 하후씨의 어신술은 초급 단계에서는 어신으로 사람을 부릴 수 있다. 그러나 수련을 대성하면 천지를 부리게 되는 것이다.
초휴는 동시에 무도종사 고수 두 사람의 공격을 당하게 되었다. 게다가 하후진이나 진양자 같은 고수는 초휴 같은 천인합일은커녕, 어지간한 무도종사도 상대하기 힘든 인물들이 아닌가.
초휴는 원한도를 쥐었으나, 신경은 온통 극락마궁 뒤편에 쏠려 있었다. 하후진이든 진양자든 한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버텨 보겠으나, 두 사람이 덤빈다면 살길은 도주하는 것 외엔 없었다. 지금 그의 희망은 원한도가 충분한 위력을 발휘해 그에게 살길, 다시 말해 도망칠 길을 열어주는 것뿐이었다.
초휴가 막 원한도를 뽑으려 할 때, 새까만 도포를 입은 인영이 뒤에서 나타났다. 거센 마기가 하후진을 둘러싸더니 무수한 천녀수라(天女修羅)가 춤을 추며 그의 정신을 침식하기 시작했다.
순간 하후진은 너무 놀라서 초휴에게 퍼붓던 공격을 멈추었다. 원신의 힘을 확 끌어모으자 금빛이 찬란하게 퍼지며 천녀수라를 모두 흩어 버렸다.
“천마무상묘법(天魔無相妙法)! 무상마종의 요물이구나!”
무상마종은 은마권의 대문파였고 여러 가지 사건을 일으키기도 해서, 강호에서 꽤 이름이 알려져 있었다. 하후진은 무상마종과 직접 싸워 본 적은 없었으나 무상마종의 천마무상묘법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새까만 도포를 입은 인영은 바로 육 선생이었다. 그리고 육 선생은 이미 무도종사의 경지에 오른 상태였다. 비록 새 경지에 오른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그의 실력은 하후진에 크게 뒤처지지 않았다.
같은 무도종사라도 천인합일 경지에서 쌓은 경험이 다르면 무도종사가 된 후의 실력 역시 다른 법이다. 초휴나 종현처럼 천인합일이면서도 무도종사와 겨룰 만한 사람이 무도종사 경지에 오르면 같은 급의 무사들보다 뛰어난 것이 당연했고 육 선생이 바로 그런 경우였다.
그는 초휴나 종현보다 나이가 많았으나 누적된 경험 역시 놀라울 정도였다. 천인합일로서 그런 실력을 갖춘 자는 얼마 되지 않았다. 용호방 오 위권에 드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초휴가 만나 본 사람 중에는 육 선생과 천죄 타주가 유일했다.
천죄 타주 덕분에 고생깨나 했지만, 그의 실력만큼은 정말 대단했다. 그러니 청룡회 수장, 보천남의 심복 자리까지 오르지 않았겠는가.
육 선생이 나서서 하후진을 막자 초휴는 즉각 원한도를 쥐었던 손을 놓았다. 그는 기혈을 불태워 마기와 융합해서 요사하기 그지없는 살생마라상을 만들어 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마염으로 둘러싸인 마불이 혈도를 휘둘렀다. 마기와 기혈이 뒤엉켜 타오르며 순양검진을 깨부수자 검진의 강기가 터져나가는 소리가 사방을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