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552)
552화 어설픈 연극
매경령이 관중형당을 손에 넣으려 한다는 것은 육 선생도 아는 바였다. 아무리 음마종이 유명무실해졌어도 매경령 자신의 실력과 은마권의 인맥만 갖고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었다.
그렇게 당당한 음마종의 성녀이자 무도종사 경지의 실력자인 매경령이 굳이 관사우의 아내 노릇을 하는 이유가 뭐겠는가. 당연히 관중형당을 차지할 목적이 아니겠는가.
육 선생이 보기에, 관사우도 강호에서 나름 인물이기는 했으나 매경령과 비하면 어림도 없었다. 그러나 관중형당에 들어간 지 몇 년 되지도 않은 초휴 역시 관중형당을 노린다는 것은 육 선생으로서도 뜻밖이었다.
언제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초휴 자신도 알지 못했다. 그의 실력이 점점 강해져서인지도 모르고, 혹은 부하가 점점 더 많아지면서 안정적으로 입신양명할 곳이 필요해져서인지도 모를 일이었다.
관중형당은 자체적인 기반을 지녔고 정도 마도 아닌 세력이니 딱 좋지 않은가. 하지만 초휴가 보기에 가장 큰 문제는 매경령이 너무 머뭇거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벌써 몇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관중형당을 손에 넣지 못하다니?
어쩌면 그것은 매경령과 초휴가 일을 처리하는 방법에 있어서 보이는 차이일지도 몰랐다. 매경령은 일을 처리하는데 있어서 항상 더 많은 것을 생각한다. 신중하게 일을 진행하는 것이다. 아마 초휴라면 훨씬 더 빠르고 거친 방법을 썼을 터였다.
육 선생은 턱을 만지작거렸다.
“만일 안류년이 관사우를 따르지 않는다면 손을 써볼 만하지. 그리고 안류년을 죽이는 거야 어렵지 않을지 몰라도, 관중형당을 장악하려 한다면 일단 관사우부터 해결해야 하네. 관사우가 성녀 대인에 비하면 턱도 없지만 그래도 대단한 인물인 건 분명하니까. 성녀 대인에게 그리 쉽게 미혹 당하지는 않을 걸세. 음마종의 차녀대법(姹女大法)이 신이하다 하지만 나는 아무래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초휴가 나직하게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 저도 성녀 대인께 여쭤본 적이 있습니다만, 모든 것이 계획대로라고만 하시더군요. 제가 소범천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도 성녀 대인이 관사우에게 건의해준 덕분입니다. 아니었으면 관중형당의 열쇠 세 개는 모두 무도종사에게 갔겠죠.”
육 선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의아했던 부분인데, 성녀 대인도 그러시더군. 관사우는 성녀 대인을 아주 깊이 믿고 의지하고 있다고 말일세. 차녀대법은 그렇게 미세한 심령의 파동에 아주 민감하지. 만일 관사우에게 이상한 점이 있다면 성녀 대인이 알아차리셨을 걸세.”
그렇게 말한 육 선생은 자조하듯 웃었다.
“지금 불필요한 이야기는 그만두세나. 그나저나 안류년을 어떻게 상대하려는가? 나는 그자의 실력을 잘 모르네.”
기실 매경령의 진짜 나이는 육 선생과 비슷했다. 다만 매경령은 삼화취정과 무도종사의 경지를 아주 젊은 나이에 뚫었고, 그 두 경지가 용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금도 절세의 미모와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삼화취정의 경지에 일찍 도달한 무사들은 그 시절의 용모를 아주 오래도록 유지하게 된다. 그리고 그 용모가 시들기 전에 무도종사의 경지까지 오르면 젊은 모습을 오래도록 보존할 수 있었다.
해서 무도종사들은 대부분 겉보기에 중년의 나이로 보였다. 심지어 젊은이로 보이는 사람이 있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건 그 사람이 젊은 시절에 매우 강했다는 뜻이었고 매경령 역시 그랬다.
매경령이 육 선생보다 약했던 시기는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니 육 선생까지 나서서 매경령에게 그런 일을 일깨워 주지 않아도 본인의 생각이 있을 터였다. 초휴 역시 그 문제에 더 매달리지 않았다.
“크게 어렵지는 않습니다. 두 분이 저와 함께 연극을 한바탕 해 주시면 됩니다.”
공수원이 옆에서 말했다.
“연극이야 어렵지 않네만, 자네도 주의할 게 있어. 죽일 때 조심해야 한단 말이야. 신체를 훼손하면 안 돼. 다 망가진 육신으로는 괴뢰를 만들 수 없어. 생포하는 게 가장 좋지. 산 사람으로 괴뢰를 만들면 본래 실력의 칠할까지는 낼 수 있어.”
육 선생과 초휴는 서로를 마주 보았다. 무도종사를 죽이는 것까지는 자신 있으나 생포는 어불성설이 아닌가. 토끼도 다급하면 사람을 무는 법인데 무도종사 같은 강자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최후의 순간에 죽기 살기로 싸우려 들지 않는 자가 어디 있겠는가.
안류년을 죽이려면 일단 안류년의 동태부터 파악해야 했다. 소범천이 넓기는 했으나 다른 무사와 마주치는 빈도는 낮지 않았다. 이리저리 알아보면 안류년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을 터였다.
그러나 소범천 내에서는 통신용 옥간 같은 물건을 쓸 수 없었다. 해서 초휴와 육 선생은 가장 단순한 방법을 선택했다. 즉 소범천에 온 은마권의 무사들을 하나씩 붙들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좀 느리기는 했으나 어차피 너무 빨리 움직이는 것도 위험했다. 소범천 내에는 기연과 비보가 널렸으니 지금 당장 안류년을 찾지 못해도 결국은 마주칠 기회가 있을 터였다.
* * *
다행히 초휴와 육 선생은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이틀 후 만난 은마권의 제자 하나가 안류년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해서 대략적이지만 수색의 범위를 좁힐 수 있었다. 안류년이 매우 급하게 움직인 것이 아니라면 그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을 터였다.
안류년은 서둘러 움직이지 않았지만, 안색은 다소 어두웠다. 그는 소범천에 들어온 지 며칠이 되었으나 영기의 세례를 한 번 받아 실력이 약간 향상된 것 말고는 원래의 목적을 거의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그건 안류년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는 소범천의 법칙 때문이었다. 분명 무작위로 보내졌건만 그는 다른 무도종사 여러 명과 같은 곳에 떨어지고 말았다.
안류년은 오만하지는 않았으나 실력에는 자신이 있었다. 한 사람이면 충분히 싸울 수 있었고, 두 명이라도 붙어볼 만했다. 그러나 상대가 여러 명이라면 안류년도 상대방을 이긴다고 자신할 수가 없었다. 덕분에 고작 몇 개의 물건을 건진 후 그대로 떠나야 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안류년은 며칠 동안 쓸모있는 물건을 거의 찾지 못했다. 젊은 후배 무사들이 거둔 수확도 그보다는 많았다.
그렇다고 해서 후배 무사들의 것을 빼앗을 수는 없었다. 안류년이 선량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너무 체면을 구기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가 며칠 동안 그저 그런 기연을 얻은 이유는 그뿐이었다.
안류년이 오만가지 잡념에 빠져 있을 때 멀리서 두 인영이 쫓고 쫓기며 달려왔다. 앞에서 쫓기는 자가 안류년을 발견하고 다급하게 고함을 질렀다.
“대수령, 도와주십시오!”
그를 본 안류년의 미간이 심하게 찌푸렸다.
‘초휴가 아닌가?’
초휴는 이미 원래의 신분으로 복장을 갈아입은 뒤였다. 덕분에 안류년도 그를 알아본 것이었다.
초휴는 온통 검은 옷차림에 장검을 든 인괴뢰에게 쫓고 있었다. 인괴뢰는 하늘을 찌르는 마염으로 몸에서 풍기는 시기를 감춘 상태였다.
안류년은 초휴를 매우 싫어했다. 원래 그도 원래는 초휴에게 별 감정이 없었고, 관사우의 수하라는 이유로 특별히 그를 적대하지도 않았다. 관중형당 대부분이 관사우의 사람인데 그들 모두를 적대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안류년이 초휴를 싫어하는 것은 요녀, 매경령과 너무 가깝게 지내기 때문이었다.
옛날 자신이 관중형당 당주 자리를 둘러싼 경쟁에서 초광가에게 진 것은 승복할 수 있었다. 그다음에는 관사우에게도 졌다. 그러나 관사우는 당주 노릇을 아주 잘 해냈으므로 굳이 계략을 꾸며서 대항하려 들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쥐고 있는 권력을 보존하고 싶을 뿐이었다. 내부에서 암투를 벌여 봐야 관중형당에 상처밖에 더 되겠는가.
어려서부터 관중형당에서 자란 안류년은 진심으로 관중형당이 더 강해지기를 바랐다. 비록 사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때문에 관중형당에게 해를 끼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 관사우는 그 요녀에게 홀려 완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소범천 같은 중요한 일조차 매경령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초휴 같은 애송이에게 열쇠를 주지 않았는가. 초휴가 쫓기는 것을 보면서도 안류년은 별로 도와주고픈 생각이 안 들었다.
“실력도 모자란 주제에 소범천에 들어와 남과 다투려 하니 죽을 맛인가 보군그래. 무슨 생각으로 나를 부르는 건가?”
초휴가 내달리며 외쳤다.
“대수령, 저 앞에 상고 시대 유적이 있는데 지키는 자는 마도 애송이 몇 명뿐입니다. 저를 도와주시면 거기로 모셔다드리겠습니다. 대신 유적 안의 물건은 반반씩 나눕시다!”
안류년은 순간 마음이 동했으나, 겉으로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상갓집 개처럼 남에게 쫓기는 주제에 반반을 운운하는가? 다 내 몫이 되어야 마땅하지. 자네는 내가 고르고 버리는 것이나 주워 먹게!”
초휴는 이를 악물고 몹시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뒤에 따라붙은 인괴뢰가 장검을 휘두르자 하늘을 찌르는 마기가 엄청난 위력을 발하며 밀려들었다. 좌망검려의 무도종사로 만든 인괴뢰였으니 실력이 약할 리가 없었다.
비록 인괴뢰가 되면서 움직임이 어색해지기는 했으나 본인을 원래 알고 지내던 사람이 아니라면 허점을 눈치채기 힘들 정도였다.
초휴는 다급히 공격을 피하면서 크게 외쳤다.
“대수령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안류년은 차갑게 웃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등 뒤에 있던 장검이 벌써 그 손에 들려 있었다. 날카롭기 이를 데 없는 검 끝에 유금의 힘이 실리더니 그대로 인괴뢰에게 날아들었다. 인괴뢰는 어찌할 바를 몰라서 황급히 물러났다.
옆에 섰던 초휴의 눈썹이 살짝 꿈틀했다. 인괴뢰의 연기가 아니라 안류년의 본 실력이 그만큼 강한 것이었다. 과연 옛날 관중형당에서 관사우와 더불어 당주 자리를 다툴 만한 실력자이지 않은가.
인괴뢰가 기계가 긁히는 듯한 쉰 소리로 말했다.
“감히 은마권이 쫓는 자를 도우려 하다니 간도 크구나!”
안류년이 차갑게 웃었다.
“밖으로 나서서 실력을 드러내지도 못하는 은마 주제에 협박 따위가 가당하다고 생각하느냐? 말 같지도 않은 소리!”
안류년은 등 뒤에서 또 한 자루의 장검을 꺼내 들었다. 일순간 불길처럼 시뻘건 검기가 폭발하면서 인괴뢰의 마기는 열염검강(烈焰劍罡)에 압도당하고 말았다.
안류년의 오법검에는 오행의 힘이 한데 모여 있었다. 그 위력의 강대함은 초휴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인괴뢰는 그래 봐야 괴뢰일 뿐이었다.
공수원은 인괴뢰가 생전의 실력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고 했지만, 그것은 기초적인 힘에 불과했다. 그러나 무사의 전투력이란 힘만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 전투 경험 등과 깊은 연관이 있지 않은가.
그런 것은 인괴뢰에게 남아 있지 않았다. 안류년과의 전투에서 인괴뢰는 거의 일방적으로 밀리더니, 몸을 빼서 물러나며 쉰 소리로 말했다.
“안류년! 관중형당이 이리 건방지게 굴다니! 이번 일은 반드시 기억했다가 훗날 갚아주겠다!”
그렇게 말한 인괴뢰는 곧장 몸을 돌려 달아났다. 뒤에 서 있던 초휴는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공수원이 뭘 잘못 먹고 괴뢰를 만들었나? 이렇게 초보적인 실수를 하다니.’
관중형당은 강호에서의 활동이 아주 소극적인 편이었고, 안류년은 더욱 그랬다. 강호 사람 대부분은 관중형당에 집형사라는 부서가 있다는 것은 알아도 가장 자주 나타나는 방살이나 사명조차 잘 몰랐다.
대부분 폐관하며 지내는 안류년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었다. 그러니 공수원이 인괴뢰에게 그런 말을 하게 만든 것은 의심을 사기 딱 좋았다. 안류년을 언제 봤다고 관중형당 사람인 줄 단번에 알아본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