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monic Lord's rebirth RAW novel - Chapter (557)
557화 장승정의 위력
도문에 몸담은 무사들에게야 도온이 좋은 물건이 분명했다. 완전히 깨달을 수만 있으면 어떤 무공이나 단약보다 훌륭했다. 그러나 마도나 불문, 혹은 검도나 다른 무공을 수련하는 무사들이 도온을 깨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었다.
적어도 도인들에 비하면 훨씬 어려웠고, 무공이나 단약, 무기 정도의 이득조차 없었다. 단약이나 무기는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도가의 무공이라도 충분히 참고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도온은 완전히 깨달아야만 효력이 있는 것이지 그렇지 못하면 별 쓸모가 없었다. 그야말로 한 방 먹은 셈이 아닌가.
방금까지만 해도 좋은 것을 일부러 남겨주다니 삼청전은 정말 너그럽고 후하구나 했는데, 이제 보니 도문 일맥에만 너그럽고 후하지 않은가.
육구가 크게 웃었다.
“됐다, 어쨌든 이제 저건 너희들 것이다. 만일 너희 중 우리 도문 일맥이 아닌 자가 있다면 삼청전을 욕하고 있겠지. 하지만 누구든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다. 삼청전이 남기는 물건이니 당연히 우리 도문 일맥을 먼저 고려해야 하지 않겠느냐? 하지만 너무 실망하지는 마라. 그 진반에는 흉수의 정혼이 봉인되어 있다. 아주 좋은 보약이라 정신력이 크게 증강되는 효과가 있다. 만남은 인연에 달린 것이니 너희에게 이것을 주는 것이다.”
이윽고 엄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나 흉수의 정혼은 보약만이 아니라 물건만 탐내는 자들을 없애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 실력이 모자란 자는 물러서기 바란다. 흉수의 정혼을 얻기는커녕 너희가 정혼에 삼켜질 수도 있으니까. 내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인연이 닿으면 다시 만나자꾸나.”
말을 마친 육구의 형상은 사라졌다. 대전의 진이 휘황하게 빛나더니 흉수의 정혼에서 엄청난 힘의 파동이 생기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들은 도온을 몸에 담은 채 아래쪽의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포효했다.
기세로만 보아도 정혼의 힘은 무도종사와 천인합일의 중간은 되는 듯했다. 다시 말해 도온을 가지려면 적어도 천인합일 이상의 실력이어야 했고, 그 외는 구경이나 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대전 전체가 홀연히 적막 속으로 빠져들더니 다음 순간 무수한 강기가 터져 나왔다. 무도종사건 천인합일이건 일제히 뛰어올라 아홉 마리 정혼을 향해 달려들었다!
도문 일맥의 무사들에게 효과가 가장 좋다지만, 어쨌거나 도온은 지극한 보물이었다. 자신이 쓸 수 없는 물건이라 해도 도문에서 독차지하게 둘 수는 없었다.
무도종사들이 대전에서 싸우기 시작하자 그 엄청난 기세는 산을 뒤엎고 바다를 가를 듯했다. 그러나 삼청전 분전은 내부도 진법으로 수호되고 있었고 공간도 넉넉하게 컸으니 무도종사들이 싸워도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무도종사들이 일제히 난전에 돌입했으나 초휴는 그들의 싸움에 끼지 않았다. 다들 전력을 다해 겨루고 있었다. 초휴가 그들과 싸워 볼 만한 실력은 되었으나 그것은 일대일로 싸울 때의 이야기지, 이렇게 얽히고설킨 난투에서는 아니었다.
다른 젊은 무사들도 끼어들지 않고 상황을 관망하고 있었다. 도온은 아홉 개밖에 없는데 이곳의 무도종사는 스무 명이 넘었다. 적어도 반 이상은 도온을 차지하기가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게다가 손에 넣으려 해도 흉수의 정혼과 한바탕 싸워서 해치운 뒤에야 도온을 가질 수 있었다.
천사부 장희령은 여기 모인 도, 불, 마 삼맥에서 가장 강한 무사 중 하나였다. 그는 흉수의 정혼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자소신뢰(紫霄神雷)를 끌어모아 일장을 내리치자 천둥 번개가 터져 나오면서 비호처럼 생긴 흉수는 구슬픈 울음과 함께 부서지고 말았다. 부서진 흉수의 정혼은 소멸하지 않고 파편 조각이 되어 떨어졌다.
그러자 다른 무사들이 얼른 주우러 나섰다. 깨진 정혼이라도 정신력을 증강하는 효과는 남아 있을 테니까. 일순간 파편을 둘러싼 무사들의 다툼이 벌어졌다. 도온을 차지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정혼 파편이라도 얻으면 다소라도 소득을 거두는 게 아니겠는가.
장희령이 막 도온을 품에 넣으려는데 폭발음이 들렸다. 장희령은 태산처럼 내리누르는 압박감이 닥쳐오는 것을 느꼈다. 그의 몸에서 하늘을 찌를 듯한 뇌광이 솟구치더니 뇌부가 되어 내리꽂혔다.
거대한 힘의 공격에 뇌부는 순식간에 깨져나가고, 장희령 역시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만법을 깨부수는 권의의 강대함은 자소신뢰로도 막는 게 불가능했다. 몸을 일으켜 상대의 정체를 확인한 장희령은 대로했다.
“진청제! 이게 무슨 짓이오? 설마 도문에 들어와 도를 닦을 마음이라도 생긴 거요! 가져가 봐야 당신한테는 폐물에 불과한 도온을 왜 탐내는 거요?”
진청제의 무도는 그의 성격처럼 단순하고 직접적이었다. 도를 깨닫는 따위의 일은 진청제와 그야말로 일 점의 관계도 없지 않은가. 그러나 진청제는 가볍게 냉소했다.
“나에게야 소용이 없지만, 내 제자에게는 쓸 데가 있을지 모르지. 제자 녀석이 제법 총명해서 말이오. 만일 도온을 깨달아서 천사나 천존이라도 되면 그 얼마나 좋은 일이겠소?”
진청제의 태도에 장희령은 이를 갈았다. 그는 진청제가 일부러 시비를 걸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진청제 일맥에 도온 같은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도 없었다.
용호산이 진청제와 척을 진 게 문제일 뿐이었다. 동가 개산제 때 진청제는 고릉 동가에 한바탕 치욕을 안겨 주었고, 진청제의 지시였는지는 모르나 그 뒤로도 천하맹은 동가의 세력과 기반을 적지 않게 빼앗아갔다.
이미 진청제에게 잔뜩 겁을 집어먹은 동가는 감히 그에게 대항할 수 없었으니 도움을 구할 곳은 천사부뿐이었다.
천사부에는 무도종사가 잔뜩 있었으나 마음가짐과 성격은 저마다 달랐다.
동가가 도움을 청한 자는 오만하고 자부심이 강한 성격이었다. 그는 진청제를 깔보고 제자들을 잔뜩 데리고 위세를 부리며 진청제를 짓밟아 주러 찾아갔다. 사실 진청제는 굳이 천사부와 적대하려는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천사부가 도문의 우두머리라는 명목으로 시비를 걸어오는데, 진청제가 호락호락 당하고 있을 사람은 아니었다. 다행히 천사부의 진화련신 선배가 제때 당도해서 그 무도종사를 훈계하고 상황을 수습한 덕에 일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었다.
그러나 진청제의 기분이 더러워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진청제는 기분이 더러우면 밖으로 풀어야 하는 사람인 것이다. 지금 장희령이 바로 그 분풀이의 대상이 된 것이다.
장희령은 진청제와 한두 번 만난 것이 아니었으므로 진청제가 원래 그런 인물인 줄 잘 알고 있었다. 도무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건 그냥 완전히 미친놈이니 말이다.
진청제의 이러한 행동이 돌아 버려서 아무나 붙들고 같이 죽자고 덤비는 게 아니면 뭐겠는가. 먼젓번에도 싸움이 벌어지지 않아서 다행이었지, 그렇지 않았으면 진청제는 정말로 누구 한 사람쯤은 너끈히 죽였을 터였다.
장희령의 속이 터져나가는 동안 불문 수보리선원의 정선공도와 대반야사의 치견은 모두 목표를 획득했다. 마도 일맥의 운중군과 저무기 또한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관사우나 검왕성의 백잠처럼 도, 불, 마 삼맥에 속하지 않는 사람들도 별 방해를 받지 않았다.
동급 중에 그들과 경쟁할 만한 실력을 갖춘 사람은 별로 없었다. 모두가 적대시하는 것은 도문 일맥뿐이었다. 심지어 불문과 마도 사람들도 도문을 경계했다.
도온이 불문의 손에 들어간다면 단순히 참고가 되는 정도에 불과하고, 마도의 손에 들어가도 약간의 쓸모가 있을지는 모른다. 어쨌거나 마도에도 도문과 관련이 있는 마공을 익히는 자들이 있긴 하니까.
도문은 지금도 매우 강했다. 그런 판에 도온이 도문 쪽의 손에 들어가면 그 효과는 엄청날 터였다. 진화련신 경지의 고수는 더 강한 힘을 지니게 될 것이고, 무도종사들은 진화련신에 오를 가능성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지금 강호의 세력 구도는 균형을 이룬 상태에 가까웠다. 도문과 불문은 서로를 견제했고, 그들의 공동 전선 하에 마도는 약세였다. 나머지 구대 세가와 오대 검파, 혹은 서로 간에 원한이 얽히고설켜 모래알처럼 흩어진 육대 방파 따위는 도문과 불문에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도문 일맥이 아홉 개의 도온을 얻으면 이 균형은 깨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대광명사 허행과 대반야사 치견 두 사람은 진무교의 광녕도인을 집요하게 괴롭히며 싸우는 중이었다.
도문에는 낭인 무사가 별로 없었다. 거기다 진양자는 임엽에게 죽었고 장희령은 진청제에게 붙들려 있었으니, 한참을 싸우고도 도온을 한 개도 가져가지 못했다.
광녕도인은 속으로 염치도 모르는 자들이라고 욕을 바가지로 퍼부었다.
다른 한쪽에서는 백호당의 울지봉이 살기와 살기(煞氣)를 극한까지 끌어올렸고, 하후진은 원신 비법을 써서 흉수 정혼 하나를 죽인 뒤였다. 천지를 감싸는 듯한 백호살신강의 칼날이 폭풍우처럼 비스듬히 몰아치며 하후진을 그 안에 가둬 버렸다.
하후진은 냉소하며 어신술로 천지 원기를 끌어모아 폭풍을 일으켜서 방어했다. 바로 그 순간 비릿하고 붉은 기운이 날카롭게 덮쳐왔다. 하후진은 놀라서 즉각 옆으로 피하려 했으나, 붉은 기운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울지봉이 순식간에 도온의 진반을 움켜쥐었다.
그는 득의에 차서 하후진에게 턱짓을 해 보이며 껄껄 웃었다.
“하후 가주, 흉수 정혼을 처리해 줘서 고맙소이다. 원신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내가 없애려면 고생깨나 했을 텐데 말이오.”
하후진은 분노했으나, 그가 반격하기도 전에 장승정이 온몸의 뇌문을 빛내면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무도종사들이 죽기 살기로 싸웠으니 이제 장승정이나 초휴 같은 젊은 인재들이 나설 차례였다. 개중 장승정이 첫 번째로 등장한 것이다.
흰 도포 속에서 번쩍이는 뇌문의 빛이 장승정의 영준한 얼굴을 비추니, 마치 하계로 내려온 선인인 듯했다.
장승정은 울지봉을 노리고 온 것이었다. 울지봉은 마른침을 한 번 삼키고는 크게 웃었다.
“용호산의 소천사, 나는 천사부와 아무런 원한도 없네. 왜 불문이나 마도 쪽은 놔두고 굳이 내가 가진 도온을 노리는 건가?”
은연중에 굽히고 들어가는 태도였다. 장승정과의 싸움을 피하려는 것이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믿을 수가 없었다.
‘광포한 성격에 살기가 넘치는 백호당 울지봉의 허리가 저렇게 유연하게 굽혀지다니!’
울지봉은 장승정과 겨뤄본 적이 없었고, 백호당도 멀리 동제에 있어서 천사부와 얽힐 일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런 걸 떠나서도 그는 장승정과 싸우기 싫었다. 두려워서가 아니라 자신이 없어서였다.
장승정은 근 십년 동안 용호방 일 위의 자리에 있었다. 그가 무도종사 급의 전투력을 지녔다는 것은 전 강호가 인정하는 바였다. 그의 손에 죽어 나간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소문으로 퍼지지 않은 다른 전과는 더욱 많았다.
심지어 강호인들은 장승정이 아직 무도종사의 경지에 들어서지 않은 것은 경험을 더 쌓기 위해, 혹은 모종의 비법을 수련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곤 했다.
이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무도종사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는 소리였다.
그러나 어찌 됐든 간에 장승정은 울지봉보다 후배였다. 울지봉이 이겨 봐야 어디 가서 뽐낼 일도 못 되고, 진다면 명성이 끝장나는 것이다. 심지어 이길 수 있으리라는 보장 같은 것도 없지 않은가.
울지봉의 저자세에 장승정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가 한 걸음 내디디며 도인(道印)을 맺자 새파란 번개가 뇌룡으로 변해 포효하며 울지봉에게 달려들었다.
장승정의 출수를 본 울지봉이 이를 악물자, 사람 높이쯤 되는 흉악한 도가 눈앞에 나타나더니 흉포하기 그지없는 백호살신강이 도신에 엉겨들었다. 살기로 둘러싸인 도가 거세게 휘둘러지며 뇌룡과 정면으로 격돌했다.
일순간 뇌성이 폭발하면서 포효와 울부짖음이 그치지 않았다. 뇌룡의 몸은 찢겨나갔으나 푸른색 벼락이 굉음을 내며 작렬했다.
울지봉의 손에 들렸던 육급 보병이 깨져나가고 그는 몇 걸음이나 뒤로 물러섰다. 눈에 경악의 기색이 역력했다. 장승정의 힘은 두렵다는 말 이외에는 표현이 불가능했다.
다른 사람들 역시 귀신 보는 듯한 얼굴로 장승정을 바라보았다. 장승정의 어디가 대단하고 어떤 점이 강하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그러나 대체 어느 정도로 강한지는 아무도 몰랐다.
지금 장승정은 울지봉처럼 명성이 높은 무도종사와 정면으로 싸우고, 심지어 그의 무기를 부숴 간단히 나가떨어지게 했다. 공포 이외에 다른 어떤 말도 떠올릴 수 없었다.
울지봉은 얼굴이 시뻘게졌다. 다쳐서가 아니라 수치와 분노 때문이었다.
후배 무사한테 일 합에 무기가 부서지고 패대기쳐졌으니 얼굴이 아무리 두꺼워도 버틸 재간이 없지 않은가.
그는 낮게 으르렁대더니 백호살신강을 끌어모았다. 맹호의 형상이 하늘을 찌를 듯한 살기를 드러내며 장승정을 향해 달려들었다.